잡학사전 통조림 - 지식을 쌓으려면 통째로, 조목조목!
엔사이클로넷 지음, 이강훈 그림, 이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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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입시 공부는 '암기'가 최고의 덕목이었다. 독해, 즉 읽고 이해하는 학문인 국어 시간에도 선생님들은 웬만한 건 암기를 요청했다. 이해가 힘들 경우엔 암기가 최고의 지식 쌓기 노하우인 셈이다. 심지어는 영어도 암기 일색이었다. 말하기 시험은 물론(사실 선생님들도 원어 발음을 힘들어 하시는 분이 많았다) 듣기 시험도 거의 없다보니 단어·숙어 암기가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 짧은 시간 대입이나 각종 시험에도 암기 위주의 시험이었다. 그때는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겠다고 시도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던 시절이다. 다 외울 때마다 한 장씩 씹어 먹겠다고 호기를 부리던 학생들도 있었다. 전부 외운 사람을 결국 보진 못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지식의 양이 훨씬 늘어난 데다 엄청나게 빠른 디지털 속도로 알아야 할 지식을 암기는커녕 모두 읽기도 어렵다. 이 책 『잡학사전 통조림』은 이를 위해 출간되었다. '무조건' 대신 '효과적'으로 바뀐 셈이다. 지식을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통조림’으로 익히라고 권한다. ‘통조림’이 뭐냐고? ‘통째로─조목조목 지식 습득법’을 말한다. 즉, 유익한 지식이 담긴 책 한 권을 마치 숲을 보듯 세부 내용에 집착하기보다는 ‘통째로’, 큰 틀을 먼저 파악하고 중심 내용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습득하는 방식이다. 그런 다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살피듯 세부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는 논리 훈련의 ‘연역법’에 가까운 지식 습득법이다.

 


 

반대로도 가능하다. 말하자면, ‘조목조목─통째로 지식 습득법’이다. 즉, 먼저 숲에 들어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꼼꼼히, ‘조목조목’ 살펴보며 각각의 성질과 차이를 파악한 뒤 숲을 빠져나와 그 숲의 전체적인 윤곽과 특징을 간파(혹은 통찰)하는 방식이다. 이는 논리 훈련의 ‘귀납법‘에 가까운 지식 습득법이다. 이 책의 내용으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본다. 책 서문 「'통조림'으로 지식을 익히면 '지식 습득'과 '지식 활용'을 넘어 '지식 창조'가 가능해진다」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조목조목 질문 1. ‘지구인 80억 명이 한꺼번에 지르는 소리는 달까지 도달할까?’

조목조목 답변 1. 지구를 뒤흔들어버릴 엄청난 소음은 달에 도달하지 못한다. 왜냐고? 지구와 달 사이에 대기, 즉 ‘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소리는 기체와 액체 등 다양한 물질 속을 신나게 달리지만 대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

조목조목 질문 2. ‘불을 끌 때 찬물과 뜨거운 물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조목조목 답변 2. 불난 곳에 찬물을 끼얹으면 온도가 내려가 금세 불이 꺼질 것 같지만 화재 진압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뜨거운 물이다. 왜 그럴까? 물을 끼얹었을 때 불이 꺼지는 이유는 불타고 있는 물체에 물이 닿으면 순간적으로 수증기가 발생해 가연성 물질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물이 닿은 물체는 ‘공기(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불에 타지 않는 것이다. 또한 불이 붙은 물체에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 찬물에 비해 끈끈해진다. 그래서 가연성 물체를 부드럽게 덮어주어 불이 옮겨붙지 못하게 한다.

통째로 지식 : 공기는 ‘소리’만이 아니라 ‘열’과 ‘불’을 전달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왜 ‘통조림’으로 지식을 익혀야 한다고 말하는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통째로─조목조목’, 혹은 ‘조목조목─통째로’ 지식 습득법에 익숙해지고 숙달되면 지식을 익히고 쌓아가는 일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흥미진진한 놀이가 된다. 그리고 독자들은 차츰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지식 활용’의 수준을 넘어 ‘지식 창조’의 단계까지 나아가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 『잡학사전 통조림』이 당신의 지적인 생활을 위한 아주 작은 ‘트리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9장 414개의 잡학 질문과 답변이 있다. 1장 「신기방기한 과학통조림」, 2장 「매콤새콤달콤 단짠단짠 음식통조림」, 3장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돈·직업통조림」, 4장 「아이큐를 높여주는 언어통조림」, 5장 「오묘하고 신비로운 인체통조림」, 6장 「사통팔달 종횡무진 세상만사통조림」, 7장 「실속만점 가성비짱 생활상식통조림」, 8장 「천태만상 시끌벅적 동물통조림」, 9장 「흥미만점,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스포츠통조림」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북국보다 남극이 왜 더 추울까'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살펴본다.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은 북쪽은 춥고 남쪽은 따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극이 남극보다 추울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북극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 30도. 더 내려간다고 해도 영하 60도 정도에 그친다. 반면 남극은 연평균 기온이 영하 70도이고 최저기온으로 내려갔을 때 영하 89.2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북극보다 남극이 추운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남극이 육지이기 때문이다. 육지는 햇살을 받아 따뜻해지기 쉬운 대신 식기도 쉽다. 따라서 1년의 절반 동안 이어지는 어두운 겨울이 찾아오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간다. 한편 북극은 얼음 대륙으로 그 아래로 바닷물이 흐른다. 물은 육지와 반대로 따뜻해지기 어렵지만 차갑게 식기도 어렵다. 그 물이 난방 작용을 해서 북극은 겨울에도 남극만큼 춥지 않은 것이다."(p.27)

 

 

〈서문〉에서 예문으로 제시된 '지구인 80억 명의 한꺼번에 지르는 소리는 달까지 도달할까?'란 질문도 1장의 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미 답한 대로 "소리는 기체와 액체 등 다양한 물질 속을 신나게 달리지만 대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이다. 이와 함께 '지구는 몇 명까지 먹여 살릴 수 있을까?'란 흥미로운 질문도 있다. 저자는 어떤 학자의 연구 내용을 대신한다. 현재 지구의 11%인 농경지를 25%로 늘리고 면적당 수확량이 높은 농작물, 예를 들면 벼를 심는다. 또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가장 효율성이 좋은 돼지를 기르고 성인 1인당 먹는 양을 하루에 2,500킬로칼로리로 제한한다. 이런 조건을 갖추면 최대한 36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지구의 농경지가 11%에 되기까지에는 1만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농경지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360억 명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책상머리에서의 계산일 뿐 실제로는 최대한 노력을 해도 100억 명이 한계다.

이 책이 흥미 위주의 잡학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에어컨 케이블을 본 적이 있는가? 에어컨 케이블이 굵은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에어컨과 전자레인지는 양쪽 모두 소비전력이 1,500와트 전후다. 그러나 콘센트에 접속하는 케이블 굵기는 서로 다르다. 전자레인지는 일반적인 굵기이지만 에어컨은 일반적인 케이블을 두세 개 모은 것 정도로 굵다. 왜 이런 차이를 뒀을까? 이는 ‘에어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물리 시간에 배운 ‘줄(Joule)의 법칙’을 떠올려보자. “전류가 금속 같은 도체(導體) 안을 흐를 때 도체의 저항에 의해 열이 발생한다.” 케이블은 전기저항이 매우 적은 도체지만 그래도 열이 발생한다. 필요할 때만 잠깐씩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는 연속운전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일반적인 케이블을 사용해도 과열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어컨은 때로는 며칠 동안 연속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 굵기의 케이블을 사용하면 과열되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굵은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들어본 듯하지만 정확히 몰랐던 잡학 지식을 이 책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와인잔의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다른 어떤 술잔보다 갸냘프면서도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의 와인잔은 잔만 바라보더라도 와인을 마신 듯 취할 것 같다. 과연 왜 갸냘프면서도 우아한 곡선을 갖고 있을까. 만들기도 어렵고 깨지기도 쉬운 형태의 잔의 기능은 어떤 이유를 담고 있을까?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책의 답변은 일부 알고 있는 내용에 몇 가지 이유가 덧붙여져 있다. "와인글라스는 날씬하고 길쭉한 다리가 특징이다.

이는 글라스를 잡는 손의 온도가 와인에 전달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자 고안한 형태다. 와인은 한 번에 벌컥 들이키는 술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조금씩 마시며 색깔, 향, 맛을 음미하는 술이다. 그런데 천천히 즐기다 보면, 특히 10도 정도에서 마시는 게 좋은 화이트와인의 경우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때 글라스를 잡는 손의 온도가 전해지지 않도록 글라스 다리를 길게 한 것이다. 따라서 와인글라스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다리를 쥐고 새끼손가락으로 다리 아래 받침대를 누르듯 지지하며 드는 게 좋다. 한편 튤립처럼 위는 좁고 아래는 통통한 와인글라스가 많은 것은 입구를 좁게 해서 글라스 안에 고인 향을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서다." 이럴 때 "아하!"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이 맛에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비행기를 움직이는 기장과 부기장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질문과 답변도 있다. 이 책에는 두 개의 질문이 담겨 있다. '기장은 승객보다 맛있는 기내식을 먹을까?'와 '비행기 조종실을 왜 ‘콕피트’라고 부를까?'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답변이

나온다. 기내식은 우리나라 '비빔밥'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잘 알려져 있다. 또 질과 위생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렇다면 기장은 어떤 기내식을 먹을까?란 질문에 이 책의 답변은 간단하다. 각 항공회사는 조금이라도 맛있는 기내식을 제공하고자 지혜를 짜낸다. 식사 시간이 되면 승무원이 기장에게 따뜻한 식사를 할 것인지 샌드위치 같은 차가운 식사를 할 것인지 묻는다. 기장이 따뜻한 식사를 선택하면 부기장은 자동으로 차가운 식사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이 다른 음식을 먹는 이유는 식중독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음식을 먹으면 적어도 한쪽은 아프지 않을 수 있어 무사히 이착륙과 운항을 할 수 있다. 기장은 적어도 옆에 앉은 부기장보다 먼저 자기가 원하는 식사를 선택할 수 있을 뿐 승객보다 더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예상과는 다소 다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다. 비행기 조종실을 왜 ‘콕피트’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도 답변은 흥미롭다. 조종실을 ‘콕 피트(cockpit)’라고 일컫는데 "영어에서 cock은 ‘수탉’, pit는 ‘구멍’ 또는 ‘장소’를 뜻한다. 그러니까 ‘콕피트’를 단어 뜻 그대로 번역하면 ‘닭싸움터’다. 왜 비행기 조종실을 이렇게 불렀을까? 과거에는 조종사의 움직임이 마치 싸움닭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행기 조종실은 매우 좁은 데다 수많은 계기판이 있다. 특히 이착륙할 때 조종사는 조종간을 격렬하게 움직이며 계기판을 체크한다. 팔과 머리를 정신없이 움직이는 그 모습이 닭싸움을 연상시켜 ‘콕피트’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스튜어디스는 원래 ‘돼지우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의미. 그렇다면 승객이 ‘돼지’라는 말일까?"란 말이 더 흥미롭다.

 


 

저자 : 엔사이클로넷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활동 중인 일본 최고의 잡학 상식 전문가들이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그리고 부담 없이 교양을 쌓도록 여러 방면의 유익한 지식을 재미있게 전한다. 저서로 『새삼스레 물어보기 힘들지만 궁금한것 650』 『뒷이야기 사전』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숨은 기술 550+α』 등이 있으며, 그중 ‘잡학 시리즈’는 100만 부가 넘게 팔린 대표작이다.

 

그림 : 이강훈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뒤 책과 잡지, 광고 등 여러 매체에 그림을 그렸다. 작품을 표현하는 개성과 기법이 다양하고 아이디어가 기발한 일러스트레이터다.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 『고령화 가족』 『한국 괴물 백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이 있으며, 어린이를 위해 그린 책으로는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 『재판을 신청합니다』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등이 있다. 또 글로 쓰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도쿄 펄프픽션』 『나의 지중해식 인사』 등이 있다. 서울 어느 조용한 동네에서 말이 많은 고양이 두 마리, 말수가 적은 사람과 넷이서 함께 비교적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역자 : 이정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과장을 거쳐, 현재 전문 번역가 및 동양철학, 종교학 연구가, 역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돈의 맛』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지적자본론』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말의 기술』 『오다 노부나가 카리스마 경영』 『적을 경영하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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