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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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이란 말이 언제 가장 먼저 등장했을까? 백과사전을 뒤져보아도 인류가 학문을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기술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간행(1995) 교육학용어사전에 따르면 학문(學問, disciplines)은 학자들이 연구활동을 한 결과를 축적해 놓은 지식체계. 학문은 지식체계로서의 학문과 활동으로서의 학문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로서의 학문은 그 결과를 낳기까지의 「과정」, 즉 활동으로서의 학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학문에는 이때까지 그 분야의 학자들이 발견, 축적해 놓은 개념과 탐구방법이 있으며, 현재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그 개념과 탐구방법을 써서 각각 관련된 현상을 이해하는 활동을 한다. 또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는 『논어』에서 학문(學問)은 한자 표현 그대로 “배우고 물음”으로써 진정한 앎에 접근해간다는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풀이한다. 현대적 의미로 학문(學問)이라는 용어는 서양어 ‘Science’, ‘Wissenschaft’에 대한 번역어이지만, 전통시대의 ‘학(學)’의 의미는 ‘learning’에 가깝다. 학문에서 ‘학’과 ‘문’을 구별해 보면,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이 ‘학’이고, 그 지식을 주체적으로 소화하여 진정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의문을 가지고 반문(질문)하는 것이 ‘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이란 과거에 어떤 제한된 시간과 제한된 장소에서 특정 경험과 견해를 가진 어떤 사람에 의해 도달한 결론과 같은 것이다. 그런 지식을 배우는 것이 ‘학’이다. 그런데 그 지식을 배우는 사람은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경험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그 지식을 배울 때는 항상 자신의 입장에서 되짚어 보는 자세(즉 “問”)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어떤 지식이든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은 없고 항상 일정한 한계(울타리)를 지니고 있는 만큼 그 한계를 알아야 더 나은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어떤 지식이든 항상 의문과 의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때에만 참된 나의 지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학문”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두 사전을 기초하면 우리가 현재 학문이라고 하는 용어는 그리스와 중국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하지 않았나 유추해본다. 개념은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학문'이란 용어로 사용하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독자의 유추이니만큼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학문이란 단순히 배우고 익힘이란 '학습'의 뜻과는 결이나 뉘앙스가 분명 다르다.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나 춘추전국시대의 공자는 인류의 큰 스승이지만 책을 직접 써서 후세에 남기지 않았다. 『논어』나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모두 두 당사자가 한 말이긴 하지만 가르침이고 문자로 써서 남긴 사람들은 모두 제자들이다. 이 책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도 소크라테스의 말이 후세에 기록으로 남은 것이다. 이를 역자 이채윤이 간추려 번역(초역)해 책으로 묶었다.

'서양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철학적 관점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상당한 논쟁거리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완전한 무지(無知)를 선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무지이며, 우리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철학의 첫 번째 단계임을 암시하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사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헤겔, 키에르케고르, 니체의 작품에 반영된 것처럼 현대에도 소크라테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예술, 문학 및 대중문화에서 소크라테스에 대한 묘사는 그를 서양철학 전통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로 만들었다. 거의 모든 앙케이드에서 철학자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인물은 소크라테스다. 2000년 이상 전해져오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말에는 철학의 진수(眞髓)가 숨겨져 있다. 고대 현인의 말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독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세히 읽으면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책에 따르면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잘 알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세계 4대 성인 중 한 사람이며, 서양철학의 아버지이다. 그런데 그는 아테네 시민들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사약을 먹고 죽었다. 소크라테스가 반역이라도 일으켰던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반대하다 죽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그것도 아테네에서? 서양철학의 아버지가 민주주의를 반대하다 죽었다니 일반 독자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아테네는 직접민주제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소크라테스는 직접민주제가 타락하면 중우정치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당대 아테네 상류층과 민중들에게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신을 부정하고 젊은이들을 현혹하여 아테네의 전통을 해친다고 여겨졌다. 그리하여 소크라테스는 위험인물로 찍히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기소 혐의는 아테네가 믿는 신을 우습게 보고, 새로운 우상을 섬기면서 젊은이를 타락시킨 죄였다. 소크라테스는 고발당하고 재판을 거쳐 그는 사형에 처해진다.

두 번째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평생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그 많은 말들이 전해져오고 있는 것일까? 플라톤이라는 훌륭한 제자를 둔 덕분이다. 플라톤은 28세 젊은 나이에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우매한 대중이 위대한 철학의 스승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을 보고 철학자들이 다스리는 나라를 꿈꾸었다. 그 구상의 결실이 『국가론』이다.

 


 

플라톤은 수많은 저작에서 스승에게서 배운 것들을 풀어놓았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같은 책에서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진짜 소크라테스의 말이겠으나, 어떤 책에서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플라톤의 말인지 소크라테스 말인지 아리송해질 때도 있다. 이 책을 엮으면서 편자는 그 점에 유의해서 소크라테스가 했을 법한 진짜 소크라테스 말을 고르고 골랐음을 밝히고 싶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의 연구대상이 ‘자연’이었다. 당시 자연은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되었으며 현대인이 생각하는 자연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B.C. 5세기 후반 소크라테스 시대에는 관심의 대상이 자연에서 인간으로 옮겨져 인간의 영혼이 얼마나 선량한가 하는 윤리적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당시 유행했던 스토아학파는 소크라테스에 크게 의존한 아류 철학자들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이전의 철학을 부정하여 자연에 대한 지식이 인생을 잘 살아나가는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이후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고찰을 동시에 진행하여 거대한 철학체계를 정립했다. 그 점에서 소크라테스는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고 있다고 편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2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지혜란 무엇인가?」, 2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3장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4장 「가족과 이웃에 대하여」, 5장 「우정과 사랑에 대하여」, 6장 「인간이 지켜내야 할 도덕에 대하여」, 7장 「시민의 권리, 자유와 의무에 대하여」, 8장 「돈의 문제, 소유냐 존재냐」, 9장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가?」, 10장 「예술과 영원한 것에 대하여」, 11장 「죽음과 영혼, 그리고 신에 대하여」, 12장 「무엇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인가?」이다. 구체적으로 각 챕터의 제목을 밝히고 있으나 단순화 시키자면 한 개, 혹은 두 개의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즉, 지혜·인간·교육·가족·이웃·우정·사랑·예술·도덕·자유·의무·시민·행복·죽음·신·돈·정의 등이다. 첫 장 첫 줄의 문장은 '성찰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이다.

이는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이란 글을 통해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한 말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출전을 밝힌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정에서 한 말 전제를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 읽어도 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삶이 지혜로운 삶이라는 뜻엔 변함이 없을 듯하다. 두 번째 나오는 글은 조금 더 기술적이다. "우리는 항상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는다. 마침내 그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더 나은 것을 기래한다. 그것이 최고이자 마지막인 줄 모르고!" 이 말 역시 플라톤이 적은 것으로 〈고르기아스〉 편에 나오는 말이라 한다. 소크라테스가 고리기아스와 '수사술'에 대한 대화에서 한 말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수사술은 요즘 말하면 정치인의 화려한 수사(언어유희)에 대한 경계를 위해 한 말로 해석될 만하다.

 


 

이 책은 12개의 장을 통해 우리 삶과 직간접적인 말들이 주로 기술되어 있다. 이 말의 채택은 편역저자가 했겠지만 어느 한 페이지 한 줄의 글도 명언이 아닌 게 없다. 새겨두면 우리 삶에 큰 도움이 되는 말들이 대부분이고 지혜를 갖게 하는 기술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소크라테스의 훌륭한 제자들이 줄지어 그리스 시대에 태어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민의 권리, 자유와 의무에 대하여」의 첫 문장은 '정치 참여를 거부한 벌칙 중 하나는 결국 열등한 자들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이다. 이는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한 말이지만 『소크라테스의 말』에 포함시킨 편역저자의 뜻도 이해할 수 있다.

플라톤의 저서도 결국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받은 데서 비롯됐다는 암시일 수도 있고, 가장 뛰어난 제자임을 인정할 만한 인물이라는 뜻에서일 것이다.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나는 일생 동안 재물을 축적하고 내 몸을 단장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지만, 지혜와 인내의 보석,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에 대한 사랑으로 내 영혼을 단장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는 말도 나온다. 과연 철학자, 학자다운 삶의 태도다. 2,300여년 젼의 철학자요 학자인 사람이 지금의 현대인에게도 유효한 말을 했단 것도 놀랍기만 하다. 물론 동양에서 이보다 조금 앞서 공자도 비슷한 말을 남기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니 고대인의 지능과 지혜가 지금 현대인에 결코 뒤지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다만 오랜 연구와 탐구, 관찰의 결과로 하는 학문인 과학이 뒤떨어져 우리보다 지식, 과학적 지식은 뒤떨어졌을지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나 원리에 접근하는 철학의 방식은 조금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항목에 대한 글은 길게도 이어지지만 대부분의 글은 짧다. 한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마치 명언집이라고 해도 될 만하다. 몇 줄의 명언 같은 말을 여기에 적어본다.

"어떻게든 결혼하라.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해질 것이다.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p.128)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일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일을 하지 못하는 백수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놈팽이에 지나지 않는다."(p.186)

"부보다 지식을 선택하라. 하나는 일시적이고 다른 하나를 영구적이기 때문이다."(p.252)

"가장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잘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산다는 것은 인생에서 더 즐거운 일들과 함께 당신의 원칙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p.371)

 

저자 : 이채윤(본명 : 김용길)

 

일간지와 문학지에 시와 소설이 각각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그동안 시, 소설, 역사, 신화, 종교, 경제, 경영, 자기 계발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고 심도있는 글을 쓰는 전방위 작가로 활동해 왔다. 그동안 《정주영과 잭웰치의 팔씨름》, 《현대가의 사람들》, 《삼성가 사람들 이야기》 《부자의 서》, 《삼성처럼 경영하라》, 《황의 법칙》 등을 썼고 장편소설로는 《대조선》,《주몽》,《대조영》,《아버지》,《기황후》 등을 썼다. 시민문학사 주간과 인터넷서점 BOOK365 CEO를 역임했으며 현재 ‘작가교실’이란 책쓰기 학교를 운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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