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사이를 산책하기 - 여성동아 문우회 앤솔러지 숨, 소리 2
여성동아 문우회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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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별 사이를 산책하기』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6명의 작가가 각 1편씩 모두 6편의 단편소설이 책 안에서 숨쉬고 있다. 여섯 작가는 여성 월간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전 당선자들의 모임이다. 독자들이 잘 아는 고(故) 박완서 작가도 이 문우회 소속이었다. '문우회'는 1974년 〈동아일보〉의 백지광고 사태를 계기로 사회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 결성되었다고 한다.

한국 현대 문학의 거목 고 박완서 작가가 『나목』으로 등단했다. 박완서 작가를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박완서 작가를 굳이 거론한 이유는 이 책에 「레몬」이라는 작품을 내고, 「들어가는 말」에서 그를 말했기 때문이다. 유춘강 저자는 "여성동아 문우회의 구심점이었던 박완서 선생님 생전에는 비교적 자주 모였고, 작품집도 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는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여성동아 문우회 작품집을 냈고 점점 기회도 모임의 횟수도 줄어들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별 사이를 산책하기』는 『마냥, 슬슬』을 이은 ‘숨, 소리’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숨, 소리’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의 여러 소리, 우리 삶의 생생하고 진솔한 소리, 우리 내면의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며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문학 시리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인생을 소재로 한 단편 6편이다.

연령도, 시대도, 상황도 각기 다른 여섯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동아 문우회의 회원 여섯 작가가 마치 그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생히 보여준다. 이 책의 표제어가 된 유덕희의 「별 사이를 산책하기」에서는 필리핀 사설 어학원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어학원에 온 한국 아이들은 저마다 아픔을 안고 있다. 사실, 주인공인 나 역시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도피하듯 필리핀으로 건너왔다. 그들은 어떤 아픔을 품고 있는 것일까.

 


 

이어 박재희 작가는 「홀연」에서 주인공 박동자는 삶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자 출가를 한다. 사실 누구든지 살다 보면 문득 왜 사는 것인지 답답하고 어디론가 떠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인공 박동자는 '홀연'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으로부터 떠나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지 명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러다 박동자는 출가를 하기로 결심한다. 엄마는 그런 동자에게 “심심하지? 할 일 없지? 젖 보채는 애가 있나, 밥 달라는 신랑이 있나, 똥 기저귀 찬 노인이 있나.”라고 쏘아붙인다.

박동자는 결국 출가를 하고, 삶의 답을 찾을 수 있었을까. 「레몬」은 작은 식당 '레몬키친'의 이야기다. 모든 메뉴에 레몬이 들어가는 작은 식당 ‘레몬키친’을 운영하는 주인공 나에게 레몬은 첫사랑의 은유와도 같다. 하지만 많은 첫사랑이 상큼하고 향기로울 수만은 없듯이 주인공 '나'의 첫사랑도 그랬다. 나는 17세 학창시절 첫사랑으로 아이를 낳게 되고 홀로 키운다. 그러가 하면 게이였던 아버지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 버렸다. “쓸데없이 사랑은 참 슬프고 종종 아픈” 것일 수밖에 없을까를 저자 유춘강은 탐구한다.

 


 

한수경 저자의 「나비머리핀」에서 어린 동이는 외갓집에 간 엄마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지만 엄마는 돌아오질 않는다. 동이네 아빠는 옹기 공방 연합회 회장으로 일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공방 일은 뒷전이고 회장 역할을 수행하느라 바쁘다. 덕분에 엄마는 집안일에 공방 일꾼들 식사며 공방 일까지 맡아 하느라 몸이 둘이어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파마 머리에 나비머리핀을 꽂은 젊은 여자를 집으로 데려 온다.

동이네 집안은 이때부터 평지풍파가 인다. "불꽃이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처럼 동이를 홀리려 들었다. 동이의 몸이 자꾸 흔들렸다." 가마 굽는 집안의 이야기다.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란 제목의 두 편의 에세이가 눈에 띈다. 다른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달리 「잠들지 못하는 행성에서」는 두 편의 에세이가 실렸다. 하나는 ‘몸시계와 마음시계 맞추기’로 불면증을 겪은 저자의 경험과 사색의 내용으로 꾸며졌다. 나머지 하나인 ‘생은 다른 곳에’는 저자의 유년시절 경험과 함께 부유하는 현재의 삶, 현대인의 삶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마지막 「그 여름 뙤약볕」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조선시대 왕의 아들로 태어나 세자가 되었지만 아버지 영조의 미움을 사는 행동으로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스토리와 배경에 대해 잘 아는 내용이다. 소설, 영화, TV 드라마, 역사학자들이 잘 다루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조의 아들이지만 엄마는 당시 조선시대 천한 신분의 무수리 이씨다. 이 소설은 무수리 이씨의 시선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며 전개된다.

비록 왕의 아내이고, 세자의 어머니지만 역사에서는 그를 조명하지 않는다. 신분이 천했기 때문이다. 그를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면 영조가 천한 신분 출신이라는 게 자꾸 거론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이 얼마나 기구했을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의 죽음을 숨죽여 봐야 했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삶은 또 어떠했을지. 저자는 「그 여름 뙤약볕」은 뒤주에 갇히고 그곳에서 세상을 떠나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 영빈 이씨의 이야기를 따라갔다.

 


 

 

저자 : 유덕희
부산 동래 온천장에서 53년 태어나, 공무원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4학년 재학시절(1975년)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하얀 환상》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같은 해 KBS TV 연말특집극 〈언니의 연인〉이, 1984년에 MBC 라디오 장편드라마 〈잊혀진 여인이 추억을 말할 때〉가 당선되었다. 장편소설집 《하얀 환상》 《사랑 또 한잔》 《불타는 미루나무》 등을 펴냈고, KBS 라디오 드라마 〈보람이네 집〉〈바다의 노래〉 〈이회영〉 등을 썼다.

저자 : 박재희    
충북 제천출생으로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최옥삼 류 이수자이다. 1989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춤추는 가얏고'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단편소설집 『양구』, 장편소설 『더러운 사랑』, 장편동화 『대나무와 오동나무』, 어린이 정보책 『우리 음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흥과 멋이 묻어나는 전통음악』 『단소교실』 『가야금 교본』『징을 두드리는 동안』 등이 있다.

저자 : 유춘강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신중초등학교, 은광여중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처음 쓴 《29세》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이후 소설을 쓰고 있다. 현재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거주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있는 카페 ‘아노말리’와 ‘멜림바가든’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에세이 소설을 준비 중이다.

저자 : 한수경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그들만의 궁전》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07년 시나리오 뱅크 공모전에서 <대여인생〉으로 시나리오 부문 우수상, 2011년〈영웅은 없다〉로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장편 《그들만의 궁전》 《영웅은 없다》 《아라비안나이트인서울》 《탐닉》 《하나아카리》 등이 있고 그 외 다수의 중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 : 이남희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후 무작정 상경 교사가 되었다. 1986년 소설 《갑신정변》이 당선되어 1989년 전업작가로 나섰다. 이후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여러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게 되었다. IMF 시기에 자기 발견을 위한 '자서전쓰기' 강좌를 시작했ㄲ다. 현재 명상에 집중하고 있는데 6년째 초보자다. 대표작으로 《사십세》, 《플라스틱 섹스》, 《자기발견을 위한 자서전쓰기》, 《나의 첫 번째 글쓰기 수업》 등이 있다.

저자 : 권혜수
1983년 《소설문학>에 단편이 당선되고, 198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여왕선언>이 당선되었다. 연이어 중편 두 편이 KBS 문학상을 받고, 오 랜 시간이 지난 2007년 SBS 특집드라마 공모에 당선되었다. 한때는 '프랑소와즈 사강'을 꿈꾸었다.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오진 꿈도 꾸었다. 그러나 인생이 그러하듯 문학도 지리멸렬, 작가라는 정체성이 궁색할 정도로 요즘 새삼 생각한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인가.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인가. 어쨌든 죽을 때까지 쓰는 것으로 나 자신과 손가락을 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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