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코드 - 나를 명품으로 만드는 시크릿 코드
이윤경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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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국민들, 특히 중년 이상의 세대들은 '럭셔리'란 말을 굉장히 싫어하거나 거부감마저 갖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가족의 생계를 잇고 나라 발전의 초석을 다지던 아날로그 세대들은 외국의 제품, 브랜드 제품에 대해 너무 비싼 '사치품'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비싸기도 했고, 소비재는 그나마 수입 불가 제품들이 대부분이이었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관세 등을 많이 붙였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부 제품은 미군 PX에서 나온 제품을 웃돈을 주고 사던 시절 이다. 국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의 제품들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더욱이 수입 불가 제품들은 유통하다 붙잡히면 엄청난 벌금을 물렸다고 한다.

담배나 술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산 담배 피우다 붙잡히면 '벌금 10만원'이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당시 10만 원이면 지금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수백만 원에 해당될 터다. 구경하기도 힘든 외국의 브랜드는 이름만 입에 오르내릴 뿐 누구 한 사람 '써봤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도 돈을 많이 번 부자들에겐 비싼 사치품이지만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듯하다. 당시 '수입품, 특히 소비재는 모두 사치품'이란 오명을 쓸 만큼 비싸기도 했지만 '나라 망칠 소비품'이란 개념이 강하게 덧씌워져 있었다. 정부 정책상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차원이었을지 모르지만 모두 검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라도 비싼 외국 제품을 살 수가 없었다.

 


 

90년대 들어 수입 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외국산 소비재는 물론 여행도 자유화되었다. 우리 제품의 질도 꾸준히 높아졌고, 지금은 기업이 무역으로 벌어 온 돈으로 우리들은 이젠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경제 구조도 기업을 넘어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브랜딩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이제 브랜딩은 마케팅을 위한 수단에서 벗어나 기업을 넘어 개인의 미래를 위한 준비로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브랜딩이란 개념 자체가 낯설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런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롤모델을 찾을 것을 이 책 『럭셔리 코드』가 제시한다.

저자 이윤경은 눈을 돌리면 바로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이 열망하고 사랑한 브랜드가 있지 않은가? 샤넬, 불가리, 프라다, 파네라이 등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럭셔리 브랜드가 내 브랜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연 럭셔리 브랜드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들의 설립과정과 운영방식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라는 문제를 제시하고, 그들의 럭서리 코드를 알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조목조목 설명한다. 독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눈요기' 책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읽을수록 독자의 편견이 많이 작용해 그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발전해 나가는 브랜드의 원동력이나 경영 방식, 장인정신과 자부심 등을 아예 생각하지 못한 탓이란 성찰을 해야 했다. 브랜드들이 가진 '시크릿 코드'에 접근할 생각조차 못했다.

 


 

루이비통, 클라랑스, 크리스챤 디올, 펜디 등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럭셔리 브랜딩 전문가인 저자는 현장에서 활동하며 브랜드의 시크릿 코드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 코드가 그들의 브랜드를 오랜 기간 성공할 수 있게 만든 것을 깨달았고, 누구든 꿈이 있다면 날개를 펼칠 기회를 알려주기 위해 책으로 전달키로 한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발견한 코드를 담은 이 책은 단순히 럭셔리 브랜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브랜드 설립자가 가진 철두철미한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브랜드에 녹아들 수 있었는지, 오랜 세월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도록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었는지 그 방법을 다룬다. 브랜드가 가진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들이 가진 코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럭셔리한 브랜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신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마음속에 숨어있던 코드들이 선명해져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책에 따르면 럭셔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적 의미보다는 명품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우리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상품을 럭셔리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방, 시계, 구두 등등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하지 않지만 살면서 꼭 한 번은 소유하고 싶은 물건이 바로 명품이다.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물건이 아닌 그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감성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들은 어떻게 그런 가치를 얻게 된 것일까?

 


 

저자 이윤경은 럭셔리 브랜드에는 어떤 정신적 코드가 숨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교육을 진행해오며 럭셔리 브랜드 철학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실현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가 가진 철학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브랜드들은 자신의 코드를 직원의 DNA에 심고 성공의 가도를 나아가며 이 DNA는 수 세기가 지나도 핵심은 변하지 않지만 트렌드에 맞게 혁신을 일으킨다. 저자는 「럭셔리 리더십은 감성을 공유하고 이끄는 힘」이란 글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4가지 요소를 적고 있다. 첫째, 역사와 전통이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대를 물리며 갈고닦아 살아남는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모진 풍파 속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위기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촘촘한 경영과 마케팅 전략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한다. 둘째, 장인정신을 가지고 품질이 매우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완벽한 제품과 시대를 앞서가는 과감한 실험정신은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셋째, 심미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디자인과 색감, 촉감이 모두 뛰어나다면 모든 이에게 감각적 환희와 감동을 줄 수 있다. 아무리 제품력이 우수하고 오랜 전통이 있어도 아름답지 못하면 럭셔리가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넷째, 럭셔리 브랜드들은 우수한 인재, 인력을 발굴하고 그들을 끊임없이 성장시킨다. 어떤 브랜드가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인지 알아보려면 이와 같은 네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저자가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코드'를 실명 브랜드의 출생과 성장 과정, 경영 방식, 심지어 회사 중요 인물들의 사생활까지도 이 책에 세밀하게 조사해 쓰고 있다. 물론 고인이 된 분들은 직접 조사보다는 자료와 신문 기사 등에 의존했겠지만 저자 자신이 오랫동안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하면 경험한 내용이 바탕이어서 더욱 새롭다. 저자에 따르면 수 세기 동안 간직한 전통이 있기에 럭셔리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현재의 브랜드를 만든 것은 혁신과 혁명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브랜드는 전통을 지키고자 하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며 또 다른 얼굴을 대중에게 보여준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르메스’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는 에르메스의 가방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명품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에르메스가 처음부터 패션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에르메스는 원래 마구 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었으나 미국 포드자동차 공장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목격한 후, 여행과 생활용품으로 생산 시스템을 전환했다. 그러한 큰 변화 속에서도 에르메스가 놓지 않은 것은 바로 장인정신이다. 에르메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최고의 기술을 그대로 패션에 적용하며 변화를 일으켰고 이 정신을 소홀히 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럭셔리 브랜드는 변화 속에서도 자신이 가져야 할 가장 핵심적인 정신을 놓지 않았기에 수 세기가 넘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코드는 '스토리텔링'을 꼽는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스캔들에 귀를 기울인다. 이른바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항상 제품에 담을 이야기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저 겉보기에 아름다운 반지와 어느 시인이 사랑 고백을 위해 직접 디자인을 맡겼다는 스토리가 있는 반지 중 어떤 것이 더 흥미로운가?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는 흥미를 이끌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더 빛나게 만든다. 샤넬 가방에 있는 비밀 포켓에도 이러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가브리엘 샤넬은 가방 뒷면에 작은 비밀포켓을 만들어 여성이 남성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직접 팁을 줄 수 있도록 설계하여 자주적인 여성상을 이끌었던 샤넬의 정신을 담았다. 샤넬의 가방에는 실용성은 물론 구매하는 사람들이 가방을 사용할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감성을 담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다.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명품이 가진 하나의 힘이다.

'장인정신'이 세 번째 코드다. 설립자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명적 요소들은 럭셔리 브랜드 그 자체를 만들어내지만, 장인은 성공한 브랜드를 오랫동안 지속시키고 그 가치를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그렇기에 많은 브랜드가 장인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을 붙잡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그중 가장 남다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프랑스의 명품 향수 브랜드 겔랑이다. 이 브랜드는 최고 조향사를 언론에서 다른 조향사와 이름을 나란히 올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CEO보다 높은 존재로 여긴다. 티에리 바세가 최고 조향사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더이상 기업에 고용된 장인이 아닌 기업의 상속인이 되었고 그에 맞는 예우를 받고 있다. 겔랑의 이러한 태도는 브랜드의 정신을 장인 그 자체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장인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유지하는 것이 누구인가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코드를 마지막에 전달한다. '견고한 마음'이다. 저자에 따르면 유명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세기적인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크리스티앙 디오르도 초심을 변치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뉴룩의 성공적인 발표 이후에도 언제나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행운이 없으면 노력이나 천재성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행운의 상징인 은방울꽃의 말린 꽃가지를 드레스 안감에 촘촘히 박아 그 행운이 가득 퍼지길 바랐다.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간절함이란 초심이 사라지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누구나 초심이 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이들은 적기에 그 간절함을 간직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왜 명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그것은 명품을 소유하고 착용함으로써 그 브랜드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럭셔리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하지만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는 브랜드가 가지는 정신적 가치도 생각해야 하는 시기다. 브랜드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품질 때문에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 물건을 구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거나, 스토리를 가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품질은 물론 브랜딩마저 중요해진 사회에서 과연 나만의 럭셔리란 무엇일까, 고민이 꼭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나의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아득한 꿈이었지만 끝내 목표를 이룬 CEO, 브랜드 가치를 지키며 혁신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장인, 이들의 기업가정신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잠재된 시크릿 코드를 발견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저자 : 이윤경

 

루이비통, DFS그룹, 클라랑스, 크리스챤 디올, 펜디 등 패션과 코스메틱 글로벌 브랜드에서 제품, 리더십, 세일즈와 매니지먼트 교육을 해왔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하려면 끊임없는 역량 계발과 수련이 필요한데, 이는 오랜 시간 지속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그 브랜드의 높은 기준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과 가치를 잘 전달하여 우수한 인적 자원을 더 뛰어나게 만들어야 하는 트레이너로서 어떻게 하면 그 가치를 잘 전달할지 고민했다. 프랑스 스킨케어 1위 브랜드 클라랑스와 크리스챤 디올에서 근무하는 동안 더 우수한 화장품 교육을 위해 화장품 전공 석사·박사과정을 마쳤다.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화장품과 뷰티 전문가로서 뷰티 클래스, 칼럼과 저서 집필, 방송 출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현재 ‘럭셔리인사이트Luxury Insight’ 대표이자 럭셔리 브랜딩 전략가로서 열정을 지닌 우수한 인적 자원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리테일·리더들을 교육, 코칭, 컨설팅하고 있다. 저서로《귀차니즘이 피부를 망친다》(성안당), 《예뻐지는 퍼스널 컬러 스타일링》(책밥), 《당신의 색이 가장 아름답다》(비욘드북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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