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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평점 :
독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국내 지리'와 2학년 때 '세계 지리'를 배웠던 것이 지리에 대한 공부의 전부다. 이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그때 제대로 배웠는지 여행 다니면서 무척 유용하게 써먹은 적도 있어 즐겁고 유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리는 대입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과목이라 그때를 마지막으로 지리학에 관한 지식을 더 배울 수는 없었다. 다만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약소국이어서 당하는 설움 등을 얘기할 때 '지정학적 위치'라는 말을 많이 들어 지리에 대한 관심이 조금 올라가기는 했지만 책을 구해 읽을 정도는 아니란 생각이어서 직접적으로 지리 지식은 더 높아지지 못했을 터다. 이 책 『지리의 이해』는 독자의 부족한 지리 지식을 높여줌과 동시에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이 책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읽기 위해 먼저 '지리학'의 정의나 어원 등에 관해 사전을 통해 찾아본다. 『학문명백과』에 따르면 지리학(geography)은 인간이 사는 지표상의 지역적 성격을 밝히는 학문이다. 지리학을 이해하는 출발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장소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이러한 차이를 땅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의 문화나 언어, 역사, 종교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의 정체성도 서로 다른 지역의 차이점과 특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하고 이것은 지역의 발전, 나아가서 국가 발전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리학은 고대부터 지역, 장소의 정체성을 인간이 사는 땅을 중심으로 서로 간의 관계를 밝혀 오고 있다.
이 사전은 또 지리학이라는 영어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학자였던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에 의해 명명되었는데, ‘지구’라는 뜻의 ‘geo’와 ‘기술하다’의 뜻인 ‘graphy’가 결합한 것이라고 밝힌다. 한자는 그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학(地理學)은 땅(地)의 이치(理)를 밝히는 학(學)문이다. 한자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학은 사람이 사는 모든 장소와 지역에서 나타나는 각종 자연적, 인문적 현상에 관심을 두고 그 현상이 나타나는 장소나 지역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지리학에서는 분포, 패턴, 과정, 관계 등과 같은 개념을 통해 자연과 인문 환경과 인간과의 관련성을 연구한다. 지리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자연과학(natural science)과 인문사회과학의 개념을 모두 적용하는 융합을 기반으로 둔 학문이다. 지리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社會科學, social science)의 특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자연과학에 기반을 둔 지리학을 자연지리학(physical geography), 사회과학에 기반을 둔 지리학은 인문지리학(human geography)이라고 한다는 말은 이 책 『지리의 이해』와 똑같이 기술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이 책 '머리말' 「지리를 넘어서」를 통해 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목표는 일반인들이 해외지역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이해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이해의 틀은 궁극적으로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 이때 누군가가 틀을 알려주고, 내용이 친숙하며,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으면 그 과정이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었다. ①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제공한다. ②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 해소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평소 생각하던 다른 방식으로 사례들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③ 이해를 돕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틀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례에 대해 예측해 본다."
이 책은 총 4부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세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에서 〈해외지역연구 방법론〉(1장), 〈특수성의 기저요인〉(2장), 2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에서 〈자연지리 요인에서 비롯되는 특수성〉(3장),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4장), 〈문화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5장), 3부 「세계는 정말 다를까?」에서 〈상식 깨기 :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6장), 4부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한국은?」에서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7장)을 각각 다루고 있다. 4부에서는 특수성과 일반성의 틀을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적용해보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곳곳에서 최근 들어 더욱 크게 불거져 나오고 있는 신뢰와 공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진단하고 예측해보려 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이는 해외지역의 문화특성을 고려해서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용적 목적에도 부응하고자 하는데, 해외지역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수성의 기저요인과 일반성의 두 측면을 고려하면,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해외지역의 문화특성을 고려해서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차례만 봐도 이 책 전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편집돼 있어 독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누구나 지적하듯이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저자들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 “세계는 왜 비슷한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이 책을 통해서 해외 여러 나라와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지리와 경제’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폴 크루그먼 지리경제학』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독자는 처음 배우는 내용이 거의 전부라 모두 새로워 즐거움이 컸다. 특히 지리적 특성 중 「역사적인 사건에 적용해보기」란 글을 통해 임진왜란에 대해 분석한 것을 흥미롭게 읽었다. 〈임진왜란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광기의 산물일까?〉에서 12페이지에 걸쳐 임진왜란을 분석했다. 물론 지리적 특성, 기후의 일반성, 역사의 흐름, 지정학적 원인 등을 토대로 임진왜란이란 전쟁사를 통해 실제 적용하며 이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 독자로서는 처음 들은 이야기도 있고, 무척 흥미로웠다. 이 분석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현재 일어나는 현상들을 대상으로 그 현상을 일반성으로 볼지 아니면 특수성으로 볼지를 다루었다.
그러나 일반성과 특수성이 설명력이 있으려면 과거에 일어난 일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지는 절에서는 630년 전에 일어났던 임진왜란이 한 지도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특수한 현상인지, 아니면 세계대전으로 불릴 만한 요건들을 갖춘 전쟁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우리 한반도 역사상 가장 뼈아픈 전쟁 중의 하나가 임진왜란이다. 저자는 임진왜란을 사망자만도 조선의 경우네는 민간인을 포함하여 100만 명에 이르러 당시 인구의 10분의 1을 넘었으며 일본의 사망자도 20여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임진왜란을 위정자의 개인적 욕구나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성향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국지전 수준의 전쟁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시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경제력과 기술을 갖춘 명나라와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이 참여한 세계대전이란 설명이다.
그 증거로 첫째, 전쟁에 참여한 나라의 수다.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 두 나라만의 국지적인 전쟁이 아니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명나라도 참전한 국제적인 전쟁이었다. 둘째, 국제적인 전쟁이 되려면 참전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조선에 보낸 국서에 "명을 정벌할 것이니 조선은 일본에 복속하고 '명을 치는 데 앞장서라'라고 명시해 명나라 침공을 명시했다. 셋째, 당시 세 나라의 인구와 경제력이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갖추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인구는 1,540만 명으로서 1억3,000만 명이었던 중국의 7분의 1수준이이고, 약 800만 명이었던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 인구는 서양 최대 국가인 오스만 제국으로서 슐레이만 대제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인구가 1,400만 명이었다. 스페인이 500만 명, 영국이 250만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당시 국제경제에서 지금의 달러화처럼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화폐는 '백은'이었다.
일본은 양질의 은광이 많아서 이를 개발하여 16세기 말에는 세계 백은 생산량의 4분의 1~3분의 1을 차지했다. 넷째, 무기와 전투능력도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갖추었다. 조총과 군의 전투능력은 전국시대 100여년 동안 전쟁을 하면서 경험 많은 전투 인력이 많았다는 점이다. 식량생산도 독자가 아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왜구라고 해서 식량과 인력을 빼앗기 위해 자주 침범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우리보다 훨씬 많은 쌀 생산량과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병력 동원도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라는 점도 놀랍다. 1590년 말 일본에 거주하던 중국인 허의준이 일본 사쓰마 영주로부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침략을 계획한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의 푸젠 당국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거쳐 중구을 갈 예정이며, 이를 위해 50만 명의 병사와 조총 30만 자루, 말 5만 필을 준비했다고 한다. 병력의 숫자도 엄청나다. 부산으로 침공할 때 정규 육군 병력 15만 8,700명과 수군 9,000명이었으며, 1만2,000명이 후방 경비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전투 부대를 지원하는 병력을 고려하면 전체 병력은 20만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을 독자로서 흥미를 느낀 하나의 사례(임진왜란)에 집중한 점이 있는데 새로운 내용이 많아서라는 변명을 하며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에는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2부 4장), 〈문화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2부 5장)의 내용도 무척 재밌다. 너무 많아 제목만 적어도 독자들이 이해 가능할 것 같아 제목 위주로 두 장에 걸친 내용을 여기 적어본다. 먼저 '역사와 제도 특수성'에서 ① 미국의 총기 소유 ② 지중해의 망루와 미로길 ③ 지중해의 인질 비즈니스 ④ 좌측통행 대 우측통행 ⑤ 미국의 홈리스와 자선문화 ⑥ 미국의 입양문화 ⑦ 카페 천지 한국 ⑧ 일본 자동차의 성공 비결 등이다.
또 '문화 특수성'으로는 ① 유럽인은 운동 신고 출근해 구두로 갈아 신는다 ②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 ③ 미국의 수평적 조직 구조와 CEO 위상 ④ 미국의 높은 이혼율과 트로피 와이프 ⑤ 한국의 길거리 응원 ⑥ 미국 식당의 팁 ⑦ 카카오톡과 WeChat(微信) ⑧ 미국과 한국의 화장실 공간 구조 등이 각각 실려 있다. 3부 6장 〈상식 깨기 :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에서는 ① 중국의 짝퉁 문화 ② 인도 카스트 제도 ③ 중국의 꽌시 ④ 인도엔 화장실이 없다? 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개는 식구? ⑥ 한국에서 신뢰사회의 어제와 오늘 ⑦ 일본, 한국, 중국의 올림픽 개최 ⑧ 코리안 타임 등을 다루었다.
4부 7장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에서는 ① 문화가 유사하면 무역과 비즈니스는 잘될까? ② 인도인은 모텔업, 한국인은 세탁업 ③ 일본이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의 길을 갔다면? ④ 문화적 특서으로 본 일본 사회의 현재와 미래 ⑤ 한국, 신뢰사회로의 여정은 자연스러운가? ⑥ 한국,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등이 실려 있다. 제목만 듣고는 쉽게 짐작하지 못하는 것도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의 많은 독서를 추천한다. 단순한 교양부터 실무 비즈니스 실무 적용까지 필요한 많은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으며 심지어는 역사를 바꾼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는 이 책에서 지리의 참맛을 볼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볼 때 대부분 지역이 따뜻한 기후대에 속하며 강수량도 많다. 자연히 쌀 재배에 유리하여 농업 생산성은 매우 높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일본의 높은 농업 생산성은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 하였고, 당시의 주력 산업이 농업이었던 만큼 이는 높은 경제발전 수준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인구와 높은 경제발전 덕분에 경제 규모도 세계적 수준이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p.264)
"한국이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칠레와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칠레는 지리적으로 볼 때 지구의 거의 반대쪽에 위치하므로 한국과 유전적으로 섞이거나 생활권에서 겹치지 않는다. 문화적으로 차이가 크다. 게다가 식생도 크게 다르고 산출물이 출하되는 시기도 반대여서 상호 경쟁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이다. 차이가 서로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되니까 무역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입장으로는 정책 추진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게 되니 반대할 이유도 별로 없다. 문화는 일반적으로는 서로 유사한 나라에서 무역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때로는 문화의 차이가 오히려 무역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 양면성이 있다."(p.284)
저자 : 이윤
이 책의 역해자(譯解者)인 이 윤 교수는 인천테크노파크 원장과 한국무역학회 및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한국의 장기간에 걸친 지역별 산업의 집적과 분포를 연구하여 왔으며, 주요 연구로는 〈Do Historical Events matter in Geographic Agglomeration? The Case of Korea〉와 〈한국 제조업의 지리적 분포, 1909~200〉 등이 있다.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로 있으며, 국내에서 최초로 지리경제학을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저자 : 도경수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그리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를 취득하였다. 부산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정년퇴직하였다. 저서로 《사고 : 추리, 판단, 결정》, 《인지심리학(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인지심리학(공역)》, 《행동과학을 위한 통계학(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