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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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광개도태왕일까? 독자의 이 물음은 이 책이 선보일 때 나온 게 아니다. 『광개토태왕 담덕』은 처음 나온 책도, 드라마도 아니다. 한민족이 모두 알다시피 우리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위업을 이뤘고, 특별한 마음으로 우리 민족을 사랑한 지도자였기에 자주 다룰 수 있는 위대한 인물이다. 독자의 질문 '지금 왜?'가 나온 것은 우리 역사의 또 다른 위대한 인물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가 번역돼 나오고 있다. 한 출판사만 아니라 이곳저곳 여러 곳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2개 이상의 출판사는 독자가 확인했다.

그러나 이 책 『광개토태왕 담덕』이 왜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광개토태왕은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다음 장수왕이 영토는 남쪽으로 확대해 더 커졌다고 함)를 개척한 왕이다.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부터 고등학교는 물론 일반 서적이나 전문서적까지 합치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에 대한 질문은 이 책 저자에게, '난중일기' 번역출판은 그 번역자에게 물어야 맞을 것이다. 광개토태왕은 영토 확장, 『난중일기』는 일본(倭)의 침략을 막아낸 해군(수군)의 구국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역할이었지만 위대한 우리 역사상 인물이라는 점은 공통된다. 이 책 『광개토태왕 담덕』의 저자 엄광용은 독자의 질문을 예상이라 한 듯 "광개토태왕의 영토확장 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 기업의 세계 경제영토 확장으로 이어져 왔다. 더불어 IT 최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은 정보의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계 유통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는 모두 고구려의 공격형 전략을 구사하는 상무정신과 광개토태왕 담덕의 광야를 향한 영토확장의 리더십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이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삼국지』와 『대망』 같은 국민 역사소설을 쓰고자 했던 저자가 글쓰기 인생 거의 전부를 바쳐 쓴 작품이라고 한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처음 집필에 들어간 것이 2010년, 워낙 방대한 양의 작품이기에 쓰고 고치고, 부족하면 다시 공부를 위해 중단하면서 지금까지 완성한 것만 해도 원고지 1만 매에 이를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그동안의 집필 기간만 11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부분은 그 1부에 해당하는 원고지 3,000매 분량의 단행본 2권이다.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마치 당대의 『삼국사기』에서 미진하게 다룬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원시켜 놓은 것처럼 역사적 연대기에 충실하면서 실감나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인물들을 되살려 놓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20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중국 등지에서 ‘고구려본기’의 빈 공간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사료를 찾아내고 보완한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여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이 소설의 직접적인 시대 배경은 광개토태왕 재위시기를 전후한 40~50년이지만, 고구려의 전반기 400여 년을 아우르는 역사소설이다."고 「작가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의 출판사 측은 책 소개글을 통해 "중국의 『삼국지』와 일본의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은 어떻게 쓰여졌을까? 나관중의 『삼국지』는 사실 작가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여러 작가들이 첨삭을 가해 완성된 작품이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은 일본의 주요 신문사 3개가 연재 지면을 내주며 작가의 생활을 돕는 방식으로 18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렇듯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하 역사소설의 탄생은 다만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 소설은 그동안의 집필 기간만 11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부분은 그 1부에 해당하는 원고지 3,000매 분량의 단행본 2권이다.

출판사에서는 그간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로 그 대서사의 완결을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리하여 2013년 미천왕 편을 시작으로 6년여에 걸쳐 여섯 권의 책을 발간하였다. 이제 그것은 다른 출판사의 몫이 되었고, 새움출판사는 그 뒷이야기를 다른 작가의 힘으로 이어나가게 된 것이다."고 과정에 대해 소상히 쓰고 있다. 서사가 죽어가고, 문학이 가벼워져 가기만 하는 시대, 그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 할지라도, 그와는 다른, 천년 세월을 견디고 우리에게 전해진 고구려의 벽화와 비석들처럼, 다시 백년 후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역사책을 만든다는 심정과 자세로 춣판했다는 말이다. 출판사는 작가와 함께 이 작품을 종이 위에, 인터넷의 바다 위에 깊고 단단하게 새겨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덧붙였다. 이제 대한민국의 글로벌 기업은 광개토태왕의 ‘노마드 정신’을 이어받아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문화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며 ‘광야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데에도 이 소설은 힘을 보탤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광개토태왕’은 지금까지 여러 책과 영상물로 만들어져 누구라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건 단지 피상적인 수준이다. 실제 광개토태왕 담덕에 대한 직접적 자료는 집안(集安)의 호태왕비 비문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 역시 누군가에 의해 변형되고 훼손된 채 덤불속에 묻혀 있다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지극히 한정된 자료로 인해 저 위대한 인물의 자취를 되살려 내는 데는 작가의 표현대로 지난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에 더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하다시피 한 기록인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속 광개토태왕의 모습 역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김부식의 신라 중심 사관으로 인해 삼국사기 속 고구려의 모습은 당시 중국 사료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놓은 것처럼 허술할 뿐만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는 껄끄럽기만 한 광개토태왕의 업적에 관해서는 더욱 간략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에서 이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마치 당대의 『삼국사기』에서 미진하게 다룬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원시켜 놓은 것처럼 역사적 연대기에 충실하면서 실감나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인물들을 되살려 놓고 있어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20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중국 등지에서 ‘고구려본기’의 빈 공간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사료를 찾아내고 보완한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여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앞서 언급한 저자의 「작가 서문」은 사료 채집에 가장 어려움이 많았음을 토로하고 있다. 또 저자는 당시 광개토태왕의 웅혼한 기백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저자의 중국 체류기간이 무척 길었던 것도 암시하고 있다.

"고구려 생활상을 다룬 저술들과 이웃 나라와의 물산 교역, 전통 무속신앙과 종교의 합류 과정, 지리적 특성과 그곳에서 나는 특산물들, 나무와 풀과 생명체들을 통하여 역사 퍼즐을 복원하는 데 온 힘을 다하였다. 중국 둔황을 거쳐 실크로드를 답사했을 때, 고비사막 가운데 서 본 기억이 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지평선이었는데, 시야를 최대한 넓혀서 바라보면 둥그스름한 직선의 형태였다. 그것이 바로 ‘광야’였다. 1,500여 년 전 광개토태왕은 말을 타고 이러한 광야를 달리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심정이 되기도 했다. 생각이 한반도에만 갇혀 있던 내게 노마드 정신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광개토태왕 담덕』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노마드 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39세의 짧은 일생 중 상당 부분을 저 초원의 광야를 질주하며 말 위에서 보낸 광개토태왕의 노마드 정신은 이미 역사 속의 원형질로 돌아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통하여 그 원형질의 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였다. 소설 속에서 그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분명 광개토태왕이 광야를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통해 오늘날 세계로 뻗어 가는 네트워크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가 그물처럼 엮여진 정보의 유통망을 통하여, 독자들이 새로운 미래의 시간을 열어가는 동력을 확보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간이 말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대의 흐름은 물과 같습니다.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것은 반드시 한 번은 높게 한 번은 낮게 물굽이를 이루는 연속 작용의 결과입니다. 아무리 강성한 국가도 흥망성쇠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 지금 연나라는 강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국력이 약화될 때가 있습니다. 내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 시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우리 고구려 유민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을 것입니다.” 모용황은 똑바로 왕제 무를 직시한 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바로 목울대로 호통의 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인데, 억지로 입을 앙다물어 참고 있는 것 같았다.(p.31)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힘을 길러야 한다. 대왕 사유는 이미 늙었고, 사후에는 태자 구부가 왕위를 잇겠지. 구부에게는 아들이 없다. 현재로서는 태자비가 아닌 다른 여인을 취한다 해도 아들을 낳기 힘들어. 태 자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거든. 그렇다면 구부 다음에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은 왕자이련 밖에 없다. 내 생각에 이련은 왕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 대왕 사유처럼 유약한 성격을 꼭 빼닮았어. 지금 고구려는 서쪽으로는 연나라 다음으로 일어선 전진의 부견이 있고, 남쪽으로는 발해에서 황해에 이르는 해상권까지 장악한 백제가 버티고 있다.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자가 왕위에 오른다면 고구려의 미래는 장담할 수가 없어. 미천 대왕 때처럼 강력한 왕권이 들어서야만 우리 고구려에 희망이 보인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너는 알겠지?”(p.97)

 


 

내 몸을 방어하지 않고 내 군사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용맹스럽다 하더라도 훌륭한 장수라 할 수 없다. 칼을 피하는 법은 내 몸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힘을 빼게 하는 데 요지가 있다. 그런 연후에 상대가 지쳐 공격에 허를 보일 때 단칼에 제압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칼을 쓰는 비결이지. 또한 후퇴하는 법은 적을 교란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우선 자기 부하들 목숨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이 강할 때는 후퇴하는 것이 당연하다. 설사 적이 약해 보이더라도 짐짓 후퇴를 가장하여 상대로 하여금 자만심을 키워 공격하도록 한 후, 적절한 기회에 기습적으로 쳐서 이기는 방법도 있다. 칼을 피하고 후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겠느냐?(p.172~173)

 

저자 : 엄광용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하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12년간 잡지기자 생활을 하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사표를 냈다. 이후 전업작가 생활을 하면서 고구려연구회 회원이 되어 국내 답사여행을 다녔다. 그때부터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을 쓰고자 하는 일념으로 자료조사를 시작했고, 만주·백두산·실크로드 등 해외 답사까지 다니면서 광개토태왕의 원정길을 추적하였다. 광개토태왕 자료는 비문의 내용이 거의 전부이므로 자료조사의 한계를 느끼다가,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에 진학하여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고구려 역사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두루 엿볼 수 있는 간접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였다.

1990년 『한국문학』에 중편소설 「벽 속의 새」로 문단에 데뷔하였고, 창작집으로는 『전우치는 살아 있다』와 경장편 『꿈의 벽 저쪽』이 있다. 장편역사소설로는 『사냥꾼들』, 『천년의 비밀』 등을 출간하였다. 한편 장편동화 『이중섭과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 위인전기 『이중섭, 고독한 예술혼』, 『안중근, 일본의 심장을 쏘다』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도 다수 출간했다. 기획저서인 『인물로 읽는 사기』(전 3권), 『이야기로 읽는 도덕경』(전 3권), 『이야기로 엮은 우리 미술사』, 『징비록에서 역사의 길을 찾다』, 『엄광용 선생님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생동하는 고구려사』 등 역사와 철학 저술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5년에는 장편 역사소설 『사라진 금오신화』로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문학 활동을 하는 한편 기업의 역사인 사사(社史)도 『현대건설』, 『삼성전자』 등 30여 권을 집필하면서 경제를 넓고 깊게 보는 심안(心眼)도 갖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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