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야마사키 케이치 지음, 이유라 옮김 / 로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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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은 일본 학자의 세계 역사서이다. '일본 학자'라고 표현한 것은 그의 양심과 학문에 의한 '세계사 보기'라는 의미에서 독자가 학자의 명칭을 붙였다. 저자가 고등학교에서 역사 강의를 오랫동안 한 점과 유튜버들의 요청에 따라 세계 역사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널리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역사관이 중립적이라는 점에서 학자의 태도에 알맞다고 본 독자의 판단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이 책에서도 그의 역사 기술 중립성은 잘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누가 뭐래도 선진국에 속해 있는 세계 문화나 인류 발전을 위해 잘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이른바 '메이지 유신'으로 나라를 쇄신하고 단순 왕정이 아닌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했다.

독자가 생각하기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군벌 세력의 약화와 신흥 엘리트 계급의 약진으로 선진국의 밑바탕을 견고히 다져왔다.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고 의회에서 다수당의 한 사람이 총리로서 국정을 맡아 운영한다. 영국과 똑같이 닮았다.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의회 민주주의 원칙을 그대로 따왔다. 특히 영국을 따라한 것은 당시 영국이 조그만 섬나라로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선 것들을 모델로 삼았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영토 확장과 기술 문명, 그리고 정치제도까지 똑같이 따라했다. 이의 토대를 제공한 엘리트 계급이 대부분 영국 옥스포드 대학 유학을 다녀온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영국 따라하기'를 목표로 정해놓고, 놀랄 만한 속도로 강대국으로 올라섰다. 일사분란한 군을 앞세워 이른바 식민 정치 대열에 뛰어들었다. 제 1차 세계대전에 실제로 군대를 파견하지도 않았고 간접 지원만 한 것은 군사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전쟁의 무대가 유럽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군사력은 군인의 숫자나 기술력, 군사 체계 등 모두 선진 일류 국가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 했다. 불과 20년 만에 청과의 전쟁(1894)와 러시와와의 전쟁(1905)에서 모두 이겨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고 중국·러시아보다 우월한 군사력을 앞세워 한국과 중국 일부, 러시아 일부 등을 제압하고 동남아로 세력을 뻗쳤다. 이렇게 일본이 세계 무대에서 선진국으로, 군사 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2차 세계 대전에서 미국에도 이길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두 나라 사이가 너무 먼 데다 바다로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태평양을 지배해야 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진주만 기습을 한 것도 군사적 자신감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때의 역사는 일본이 세계사 전면에 올라선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많은 역사가와 정치가들은 식민 정책의 일환으로 침략전쟁을 펼친 자신들의 선조(전범자들)에 대해 결코 저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일본의 현대사 부분을 세계를 움직인 역사적 인물에 단 한 명도 끼워넣지 않았다. 이는 역사 의식보다는 세계사에 전범으로 이미 낙인 찍혔지만 그들을 비난하거나 원망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기 때문에 차라리 중립적 차원에서 한 명도 끼워넣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추측이지만 이 책의 집필 계획이 세계사 속의 일본사를 아예 빼놓았는지도 모르겠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오랜 기간이지만 일본의 인물이 한 명도 끼이지 못했다는 것은 의도적인 속내를 풍기기는 한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인물은 수십 명이 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독자로서는 읽기에 부담이 확실히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의 이 책 집필 취지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저자는 이 책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에 인물들의 인간성과 드라마를 강조하여 인물들의 놀라운 본모습, 알려지지 않은 인간관계 등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세계사의 필수 지식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물들을 시대와 지역으로 나누어 구분하였고, 각 인물의 주요 업적은 단어장처럼 정리하여 프로필에 실었다.

저자는 옛 제자들의 요청으로 시작된 저자의 세계사 유튜브 강의가 수험생, 교육 관계자, 배움에 목마른 직장인들까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며 금세 화제가 되어 출간까지 이어졌다고 말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담은 역사 공부법이 있다는 것. 이에 따르면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연도를 외우고, 각종 명칭을 외우고, 사건의 인과 관계를 외우고, 그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다 외울까 좌절하곤 한다. 그렇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역사를 쉽게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의 인간성이나 드라마를 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물의 인생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배경 지식을 깊이 알고 이해하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지어 이해하면, 어느새 그 인물의 삶이 흡수되어 머릿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가 장담한 만큼 이 책은 인물 한 명 한 명의 드라마가 기억에 남아, 역사 공부가 아닌 장편의 드라마를 시청한 듯한 재미를 준다. 오죽했으면 저자의 옛 제자들이 선생님 수업을 다시 듣고 싶다고 했을까. 수험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녀와 함께 공부하며 교양을 쌓고 싶은 부모, 색다른 교수법을 찾고 있는 선생님들, 역사 지식을 쌓고 싶은 일반인까지, 제목 그대로 호불호 없는 ‘모두를 위한’ 사전이다. 이 책의 재미를 더해 주는 주요 요인은 역사 인물들을 저자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해석이다. 이 책에서는 멸망의 길을 향해 가던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재건을 위해 로마와 동맹을 맺으려 했던 클레오파트라를 ‘사내 파벌 싸움에 농락당하면서도 도산 직전의 회사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장’ 에 비유한다.

그리고 중국의 춘추 시대, 43세의 나이에 살해 위협을 피해 다양한 나라를 유랑하며 굶주리던 중이가 63세의 나이에 진나라의 군주가 된 것을 보고 ‘중년의 희망’이라는 공감을 자아낸다. 또한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에서 처형된 루이 16세는 자물쇠 만들기가 취였으므로 오늘날로 치면 프라모델 만들기가 취미이며 시계 장인의 집에서 태어났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며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저자만의 이러한 시각 덕분에 독자는 클레오파트라가 왜 카이사르에 그의 부하인 안토니우스까지 연인의 인연을 맺었는지, ‘도망치는 중이’가 어떠한 연유로 제후들의 지도자 ‘진 문공’이 되었는지, 루이 16세는 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는지, 각 인물의 인생을 통해 역사를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담보된 자료에 따라 기술했다는 말이다. 이쯤에서 저자가 현대 일본의 중요 인물을 한 명도 끼워넣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책은 소설책이나 수험서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연대순을 가급적 피한다. 역사를 기술할 때 '연대'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그러나 시대를 구분하고 그 시기에 지구 다른 쪽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굳이 연대순으로 적지 않아도 훌륭한 역사 공부가 가능하다. 이 책은 에피소드와 이 에피소드에 관여된 인물과 그 시대에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어떤 인물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잘 살핀다면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조선 말 내부 권력 다툼에 빠져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전혀 알지 못했을 때 일본은 유신을 일으켜 정치 제체부터 군사, 경제 체제 등 모든 것을 앞선 나라들을 따라 재구축했다. 이른바 선진국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권력 구조, 경제 체제, 사회적 인식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꾀했다. 이 상태로 10~20년이 흘러간다면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필요할 때마다 가볍게 꺼내 읽는 것만으로도 옆사람에게 술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바탕에는 수업에서 역사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풀어 학생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왔던 경험을 통해 이 책을 ‘뒷이야기 모음집'으로 만들고자 한 저자의 의도가 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카노사의 굴욕 사건을 ‘로마 황제가 교황 앞에서 사흘 동안 맨발로 선 채 사죄를 해야 했다’라고 배웠다. 저자는 이 사건 이후 ‘로마 황제의 역습’이라는 황제의 복수극을 보는 듯한 후일담을 연결해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는 프리드리히 2세를 프로이센을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으로 만들었다고 배웠다. 그런데 그가 플루트 곡을 작곡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때문에 아버지에게 엄격한 체벌을 받았다는 사연은 강대국의 카리스마 리더에게서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처럼 인물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인물들간의 관계를 연결지어 떠올리다 보면 잊을 수 없는 지식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의 350쪽과 351쪽은 쿠바 혁명의 두 인물,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자가 두 사람이 혁명동지로서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깊은 우애를 나눴다고 들었기 때문에 관심이 가서 색인을 통해 즉각 찾아내고 읽었다. 저자는 집필 취지가 잘 드러나도록 나란히 마주보는 면에 배치했다. 각 인물에 대한 짧은 소개를 거친 후 두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어떻게 헤어졌으며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알게 되면 혁명, 정치, 나라, 개인적 의지 등을 모두 살필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쿠바 출신으로 친미파 바티스타 독재 정권 타도를 외치며 게바라와 함께 쿠바 혁명을 주도했다. 흐루소프와 우호 관계를 맺고 사회주의 선언을 발표했으며 소련의 지원과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 노선을 취했다.

멕시코에서 바티스타 정권에 반대해 멕시코로 망명했던 카스트로는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에 상륙하기 위해 10인승 보트에 82명이 올라탔으나 상륙 도중 발견되어 20명 이하만 살아남아 게릴라를 계속하며 세력을 확대했다. 이에 비해 체게바라는 아르헨티나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의사가 되었으나 남아메리카 횡단 여행을 하던 중 민중들의 빈곤과 독재 정치를 목격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게 됐다고 기술한다. 카스트로를 만나 쿠바 혁명에 참여해 혁명 정권에서 국립은행 총재와 공업대신 자리에 올라 쿠바의 사회주의화에 공헌했다. 게바라는 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나라의 혁명을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콩고 혁명 운동을 지원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볼리비아에 잠입해 독재 정권을 상대로 혁명을 계획했지만 미국 CIA의 지원을 받은 볼리비아군이 게바라의 게릴라 부대를 추격하며 게바라는 사살되었다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체 게바라의 쿠바에서의 정부 관료를 했다는 사실과 미 CIA가 지원하는 볼리비아 군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맛에 역사를 읽는 것 아닌가 생각해볼 정도로 우리가 자세히 모르는 세세한 에피소드가 가끔은 역사 인식을 바꿀 때도 있다.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며 교양을 쌓고, 저자의 말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역사의 목격자’라는 자부심이 스며들기를 바라기에는 더 없이 좋은 책이다.

 

저자 : 야마사키 게이이치 (山崎圭一)

후쿠오카 현립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로, 1975년에 후쿠오카 현 다자이후 시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사이타마 현립 고등학교에서 재직한 후 여러 고등학교를 거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자에게 ‘선생님의 세계사 수업을 또 듣고 싶다’는 요청을 받고 유튜브에 수업 동영상을 올리기로 결심한 후, 2016년부터 200차례에 걸쳐 ‘세계사 20화 프로젝트’를 업로드했다. 현재는 세계사 외에 일본사와 지리 수업 동영상도 올리고 있으며, 지금까지 업로드된 동영상의 수만도 500편을 넘는다. 수업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예전 제자들은 물론이고 수험생과 교육 관계자, 사회 과목을 다시 공부해보고자 하는 사회인들 사이에서 그의 수업이 ‘쉽고 재미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뒤이어 ‘신의 수업’이라고 화제가 되었다. 그의 동영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누적 조회수 2,500만 회를 돌파했으며, 채널 구독자 수도 12만 명(2022년 5월 기준)이 넘는다.

 

역자 : 이유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의류학을 전공하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에서 공부했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뒤 집단지성번역플랫폼 플리토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달처럼, 원작의 빛을 가장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분 스탠딩 건강법』, 『통증의 90%는 고관절이 문제다』, 『나에게 읽어주는 책』, 『매일매일 좋은 날』, 『계절에 따라 산다』, 『꼭 알아야 할 일본전래동화 시리즈』, 『우리도 고양이로소이다』(공역), 『기담책방』 (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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