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말 -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 에세이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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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네카의 말』은 로마 시대 민중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철학자이자 비극 작가인 세네카의 〈대화편〉 속 12편의 철학 에세이들 중에서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마음의 평정에 대하여」, 「섭리에 대하여」를 〈세네카의 인생론〉으로 묶어 편역하고, 「행복한 삶에 대하여」를 〈세네카의 행복론〉으로, 「분노에 대하여」를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로 편역해 한 권으로 묶었다. 옮긴이 정영훈은 "세네카는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마음의 평정에 대하여」, 「섭리에 대하여」라는 세 편의 에세이를 통해서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겨주었다. 이 가운데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는 로마의 양곡 조달관인 파울리누스에 헌정한 글로, 세네카는 인생의 길이는 우리가 얼마나 유용하게 시간을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섭리에 대하여」는 섭리가 존재하는데도 선한 이들에게 많은 나쁜 일이 생기는 이유를 묻는 루킬리우스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마음의 평정에 대하여」는 세레누스가 자기 마음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털어놓자 마음의 평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세네카의 답"이라고 밝힌다. 옮긴이에 따르면 세네카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의 평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의 평정만 유지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할 수 있으며, 이는 죽음과 불행을 염두에 두고 살아갈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세네카는 지나친 욕심과 쓸데없는 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남겼다. 값진 인생을 산다는 것은 비단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알찬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책 서문으로 쓴 「엮은이의 말」에 따라 독자는 스스로의 삶을 잠시 돌아봤다.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가? 눈앞에 죽음이 당도했을 때 지난 삶에 후회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 정해진 시간 속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해 사는 순간은 더욱 적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일까? 사실 이런 말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와 집에서 수없이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새겨 듣고 실천적으로 독자 스스로의 삶을 한 번도 돌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어쩌면 시기를 놓치지 않았나 생각에 이르니 후회도 막급이다. 세네카의 말처럼(공자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욕심을 버리고 숭고한 목표를 위해 올인한 적이 없었던 결과일까? 지금도 목표를 버리지 않고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러다 삶을 마감할 것인가? 하는 두려움마저 생긴다.

이 책은 우리의 짧은 인생을 윤택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독자가 차분한 마음으로 삶의 목표 설정을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선현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여도 충분할 만큼 정제된 표현으로 우리 삶에 선한 영향을 미칠 말이 책 한 권에 가득하다. 세네카는 고대 스토아 철학의 대가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 중요함을 말한다.

 


 

이와 함께 세네카는 이성으로 감정과 욕망을 통제하는 것을 중시하는 스토아학파답게 ‘화’라는 감정에 굴복하지 않고 적절히 다스려 현인으로 성장하는 법을 제시한다. 수세기를 넘어 도착한 위대한 철학가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면 유한한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세네카는 마음과 행복, 화와 용서, 돈과 명예, 노년과 죽음 등 '인생'과 관련된 '현실적인 명제'들에 대해 심도 있게 사유해왔다. 특히 그는 죽음과 불행을 염두에 두고 자신을 성찰해야만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음을 잘 아는 철학자였다. 그것을 탐구하는 철학자였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그 영혼을 올바르게 구원하기 위한 방법을 끝없이 고민했던 그의 철학은 행복을 좇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값진 인생을 산다는 것은 오래 살아남는 것보다 제대로 사는 것과 관련된 문제이다. 삶은 결국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네카의 말처럼 한없이 부족한 인생도 ‘제대로 사용하는 법만 익힌다면 충분히 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말이 책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그는 말로 삶을 탐구하거나 머리로만 철학을 구현하지 않았다. 그의 삶이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정계에 뛰어든 이후 그의 철학과 삶은 그의 학문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많이 망가지는 것 같다. '부의 축적'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도 부의 축적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부분이 잠깐 나오는데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은 괜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는지 정계에 입문해 재정의 실권을 장악했을 때 자신의 철학적 신조와 다른 부의 축적을 이뤘다고 한다.

 

 

편역자에 따르면 고대의 저술이 2,0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와 사랑받는 덴 이유가 있다. 세네카의 철학은 현대인의 삶에 대입하기에도 손색없을 만큼 인간 본연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세네카는 온갖 음모와 투쟁이 난무했던 로마 시대를 살아오며 철학 그 자체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의 평정과 인생을 슬기롭게 사는 법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했던 철학자였다. 그는 인생사의 문제에 대해 철학적으로만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일상적 경험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게끔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세네카의 인생론〉에서는 불가피하게 맞닥뜨리는 인생의 시간적 한계와 그것을 극복해 충만한 하루하루를 꾸려나가는 삶의 지혜를 다룬다. 반드시 마주하는 노년과 죽음을 통해 현재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타인에게 영향받지 않고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2부 〈세네카의 행복론〉에서는 진정한 행복의 비밀을 알려준다. 쾌락과 부를 경계해야 함을 강조하고 남을 평가하기 좋아하거나 남이 하는 대로 따라 사는 것이 어리석음을 말한다. 3부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에서는 치솟는 화에 맞서 내 영혼을 지키는 법을 알려준다. ‘화’라는 감정의 실체를 설명하며 실질적으로 화를 억제하고 다스리기 위한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조언한다. 그의 철학적 소신과 왜 실천적 행동이 달랐을까 아쉽기만 하다. 세네카는 로마제정 초기의 스토아파 철학자, 극작가, 정치가이다. 스페인의 코르도바에서 태어나 이미 유년시에 변론가의 아버지인 세네카와 어머니 헤르비아와 함께 로마로 가서, 수사학, 철학을 공부했다.

 


 

세네카는 특히 아탈로스, 파피리우스, 소티온 등 스토아파 철학자의 영향을 받았다. 그 후 재무관으로서 정계에 들어갔는데, 탁월한 변론은 칼리굴라 황제의 질투를 사게 되어서 AD 41년 음모에 의해서 코르시카섬으로 추방되었다. 이어 48년 네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부름으로 아들 네로의 교육을 부탁 받고, 54년 크라우디우스 황제의 사후에는 제정의 실권을 장악하고, 행정에 솜씨를 휘들렸으나 그 사이 거액의 부를 축적하여 철학적 신조와 실생활의 모순으로 비난을 받았다. "세네카는 청빈 이외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라고 역사가 타키투스도 자가당착에 빠진 세네카의 모습을 비꼬는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62년, 동료 부르스의 죽음을 계기로 공직을 떠나 로마 근교의 별장에서 저술활동에 전념했는데, 65년 피소의 음모에 가담했다고 해서 네로에게 자살을 명령받았다. 『도덕서간』 전20권은 은둔생활 사이에 쓰여진 세네카의 대표적 철학서로 동료 루킬리우스에 보내는 형식을 취한 서간문학으로 노령에 들어간 그의 영지가 평이한 문체로 피력되어 있는데 『휴가에 대해서』도 이 시기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세네카의 철학적 저서는 특히 16~18세기에 널리 애독되고, 특히 몽테뉴에게는 강한 영향을 주었다. 세네카는 초기 스토아철학의 노선을 계승했는데, 에피쿠로스파 철학에는 다른 사람보다도 호의적이었으며 논리학이나 자연연구보다도 윤리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특히 죽음에 대해서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에 최대의 관심을 기울였다. 세네카는 극적 구성이나 전개 및 등장인물의 행동보다도 인간의 마음에 내재하고 있는 정념의 파괴적 작용의 묘출에 중점을 두고, 잔혹한 것에 대한 지향이 현저하다. 이들 작품은 후세 라시누, 코르네이유, 말로우, 셰익스피어 등 영국·프랑스 극작가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매순간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보내고,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꾸려나가는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지금보다 더욱 새롭고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을까? 전부 아는 것들이고 마음껏 누렸던 것들인데 말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그저 행운의 여신의 손에 맡겨두어야 할 부분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사는 자들은 확고하다. 지금보다 더 가질 수는 있어도 그들에게서 무언가 빼앗을 수는 없다. 만약 조금 더 얻는다고 해도 충분히 배가 부른 사람에게 음식을 더 주는 꼴이다. 그들은 그저 주는 대로 받을 뿐 간절하게 바라지도 않는다.(p.54)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성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며 욕망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답하겠다. 딱딱한 바위도 두려움과 슬픔에서 자유롭고 농장에서 자라는 가축들도 자유롭지만, 누구도 이들을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위나 가축들은 진정한 행복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무감하고 자의식이 부족해 무생물이나 다를 바 없는 사람들도 그 안에 포함된다. 그들은 가축이나 다를 바 없다. 가축은 이성이 없고 무생물이나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은 이성을 오용해 오히려 본인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진리의 경계 너머로 내팽개쳐진 사람들은 그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p.131)

 

평소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만 추구하다 보면 쾌락에게 버림받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선이 아닌 것을 추구하는 자가 야망을 이룬다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힘들게 맹수를 포획하지만, 맹수를 붙잡아두면 오히려 위험천만한 소유물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맹수들은 때로는 주인조차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마련이다. 엄청난 쾌락을 좇는 자들은 결국 커다란 곤경에 빠지게 되고, 자신이 잡았다고 생각한 것들에게 오히려 붙잡히고 만다. 쾌락이 더욱 커지고 불어나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더 위축되어서 결국 쾌락을 섬기는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p.166)

 


 

우리는 화라는 악덕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아무 가치도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정도로 인생은 길지 않다. 왜 그렇게 급하게 전쟁터로 달려가는가? 어떠한 이유 때문에 타인과 갈등을 빚으려고 하는가? 왜 인간이 나약한 본성을 타고 났다는 것을 잊은 채 누군가를 파멸시키겠다는 분노를 품고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내던지는가? 제아무리 깊은 원한을 품고 적개심을 불태우며 살아도 결국 죽음이 반목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그들을 영원히 갈라놓을 것이다.(pp.356~357)

 

저자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후기 스토아철학 대표 사상가. 로마 제정시대 정치가이면서 웅변가이자 극작가. 히스파니아 코르도바에서 수사학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로마에서 수사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정통 스토아철학과 피타고라스학파 이론을 융합했던 퀸투스 섹스티우스의 제자들 아래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스토아 철학자 아탈루스에게서 자기 성찰의 태도를 배웠다. 31년에 로마에서 법률가이자 정치가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나, 41년에 클라우디우스 황제에 의해 코르시카로 추방당했다. 49년에 네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부름을 받고 네로의 스승이 되지만, 54년에 황제가 된 네로는 곧 폭군으로 변하여 자기 어머니를 죽이고 세네카의 영향에서도 벗어났다. 62년에 세네카는 공직에서 은퇴했으나, 65년에 네로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자살을 명령받아 생을 마감했다.

세네카는 철학 분야의 저작이 가장 많으나, 자연과학 저작들도 중요하다. 또한 중세에 기독교 사상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단테는 『신곡』에서 그를 ‘도덕적인 세네카’로 묘사했다. 특히 「파이드라」를 쓴 비극 작가로서도 유명하다.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의 셰익스피어, 크리스토퍼 말로, 그리고 17세기 프랑스의 코르네유, 라신 등의 극작가들에게서도 그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역자 : 정영훈

현재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상담과 심리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 줄곧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기획하고 있으며,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엮은 책으로는 『위대한 심리학자 아들러의 열등감, 어떻게 할 것인가』 『위대한 심리학자 아들러의 가족이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의 크리톤』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하루에 5번 감사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세네카의 행복론』 『생텍쥐페리, 인생을 쓰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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