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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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처음 읽지만 줄거리는 알고 있다. 저자도 들어서 알고 있다. 뮤지컬을 봤기 때문이다.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라 감동은 물론 내용을 공감하면서 읽으니 더욱 흥미로웠다. 특히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초의 프랑스가 배경이 되어 독자의 아날로그 감성까지 함께 만족시켜 주는 그야말로 '명작'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책으로 읽는 느낌은 뮤지컬과 다른 감동이 더했다. 독자는 이른바 중년 세대이다. 아날로그 세대인 셈이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장르나 시대에 관계 없이 잘 읽지만 이런 고전은 읽을 때마다 감동이 새롭고 더욱 깊어진다.

요즘 소설은 대체적으로 심리스릴러와 SF 문학, 판타지 문학이 대세다. 무척 재미있는 소설도 많지만 독자 세대는 아무래도 아날로그 감성과 지식을 갖고 있어서인지 감동보다는 줄거리의 과학적 지식으로 따라가기도 벅찬 경우가 많다. 과학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판타지 문학의 즐거움을 설파하는 작가들도 많이 봐왔다. 맞는 얘기다. 문학 작품의 대부분은 상상력의 산물이지 지식의 산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적, 디지털 지식이 부족하면 상상력도 그만큼 빈곤해진다는 점을 최근 SF소설이나 심리스릴러를 읽으면서 독자는 절감한다. 그렇다고 『오페라의 유령』 작품이나 당시 배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뜻은 아니다. 감성적으로 잘 동화된다는 의미다.

 


 

가스통 르루가 집필한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연극, 영화 등 여러 장르로 각색되어 극찬을 받았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많은 기록을 세우며 오랜 시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이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 글은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줄거리나 당시 배경이 되는 파리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다. 이 제목의 뮤지컬은 팬데믹 시기에 주춤했던 공연이 재개되면서 새로 상영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영화로 나온 것을 방영하는 것 같다. 이에 맞추어 소담출판사가 프랑스어 원서를 직번역한 완역본을 2022년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해본다.

영화는 못 봤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소담출판사의 "정확하고 섬세한 번역으로 프랑스어 원서만의 색깔을 잘 살렸다"는 문장은 '참'이다. 책 수많은 곳에서 '원주'라는 주석을 달아놓은 것은 책으로 읽는 『오페라의 유령』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고 당시 사회 분위기 등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존재에서 비롯된 시종일관 공포, 불안, 긴장감, 신비, 마법, 의문,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전형적인 추리 소설이자, 순수한 크리스틴을 두고 흉측한 괴물인 에릭과 라울 드 샤니 자작이 사랑을 다투는 흥미진진한 연애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 작품은 「프롤로그」를 통해 저자가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었던 것처럼 예술가들의 영감이나 극장 감독들의 미신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발레단 아가씨들, 그녀들의 어머니들, 여자 안내원들, 휴대품 보관소 직원들, 극장 수위 아저씨들이 흥분해서 꾸며 낸 하찬은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다. 오페라의 유령은 살과 뼈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였다."고 쓰면서 시작한다. 저자 가스통 루르가 왜 소설을 이렇게 시작했을까?에 대답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오페라의 유령이 어떻게 존재했으며 왜 오페라의 유령이 소문에 그치지 않고 실재했는지를 먼저 밝히고 있다. "최근에 예술가들의 육성 녹음을 지하에 보관하기 위해 인부들이 곡괭이로 오페라 극장의 지하를 파 들어가다가 시체 한 구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것이 오페라 유령의 시체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을 곧바로 입수했다. 행정관에게 직접 그 물증을 손으로 만져 보게 했다. 신문에서는 파리 코뮌 시절에 희생된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고 떠들지만 나는 그 기사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파리 코민 시절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 학살당한 희생자들은 그곳에 매장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쓰였다. 저자가 사건의 모든 상황이나 전개, 등장인물의 행동, 일어난 사건 등 소설 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전지적 시점이다. 화자 역시 작가가 직접 나서는 2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소문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썼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확인시켜 주는 장치인 듯하다. 소설은 오페라 극장에서 해골 같은 얼굴에 장의사처럼 까만 옷을 입은 유령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속속 전해지면서 극장은 술렁이는 장면부터 전개된다. 그날 공연에선 몸이 불편한 오페라 배우 카를로타를 대신해 크리스틴이 마르그리트 역을 맡아 열창하며 찬란한 영예와 명성을 얻는다. 크리스틴의 오랜 친구인 라울은 공연을 보고 그녀에 대한 사랑이 샘솟는다. 라울은 크리스틴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라울을 모르는 척한다. 라울은 크리스틴과 대화하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를 엿듣고 질투심에 타오른다.

한편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의 두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 크리스틴에게 마르그리트 역을 맡기라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카를로타 또한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경고장을 받지만 무시한다. 그러자 카를로타는 공연 도중 끔찍한 두꺼비 소리를 내게 된다. 관객들은 경악과 공포에 휩싸인다. 카를로타가 다시 노래를 시작하자 거대한 샹들리에가 떨어지면서 한 여자가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부상을 당한다.

 


 

두꺼비 사건 후 크리스틴은 극장에서 사라지고 라울은 질투에 휩싸인다. 이윽고 화려하게 무대에 복귀한 크리스틴은 라울에게 비밀 약혼을 제안한다. 크리스틴은 라울에게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오페라의 유령’인 에릭이라는 것을 말해 주며 자신을 데리고 도망쳐 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에릭에게 마지막 노래를 들려준 후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크리스틴이 혼신을 다해 노래하는 순간 극장은 어둠 속에 잠기고 크리스틴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추리소설의 성격을 띠는 호기심, 긴장감, 박진감, 치밀한 구성 등 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 주는 이 작품이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 안에 의심, 증오, 질투, 연민, 사랑, 희생, 화해 등 인생의 본질적인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오페라 극장과 눈부신 상류층 인사들의 세계에 숨어든 어두운 지하 속 흉측한 괴물 에릭은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불리며 오페라 극장에 큰 공포를 안긴다. 오페라 극장에 음습하게 퍼져 있는 괴물의 통치는,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끼도록 하는 요소이다.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발생하며 오페라 극장에 뻗은 괴물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인간 족속’에게 외면을 당해 그들을 날려 버릴 계획을 세운 괴물의 모습과 그런 괴물의 계획을 알지 못한 채 호화로운 지상 세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로 대비되면서 그 간극이 극명하게 와닿는다. 지하 세계의 흉측한 괴물을 피해 극장의 옥상으로 올라가는 크리스틴과 라울의 상황을 통해 대비가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눈부시게 찬란한 지상 세계와 어둡고 공포스러운 지하 세계의 대비는 어쩌면 우리 사회의 이면을 대변하는 듯하다.

 


 

괴물 에릭에 작가가 공을 들인 표현이 역력하다. 루앙 근교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석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에릭은 끔찍한 괴물이다. 부친은 앋르의 얼굴을 거들떠보지 않았고,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제일 먼저 가면을 선물을 주었을 정도다. 해골 같은 얼굴, 눈동자 없이 휑하니 뚫린 두 눈, 코, 입, 이 네 개의 까만 구멍에서 뿜어 나오는 분노와 광기, 밤에만 이글거리는 눈빛, 입술 없는 입, 죽은 살, 앙상하고 축축한 손에서 나는 축음의 냄새, 시체 안치소처럼 불길하고 음산한 그의 거처, 침실로 이용하는 관, 심지어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괴물인 에릭은 살아 움직이는 시체에 불과하다.

요즘 한때 유행하던 '좀비'의 모습에 얼굴은 썩어 들어가는 해골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작중에서 크리스틴이 이름을 묻자 에릭은 자신에게는 이름도 국적도 없으며 에릭이라는 이름도 우연히 붙이게 된 것이라고 대답한다. 에릭은 부모, 가족,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에릭은 인간에 대한 어떤 의무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어떤 범행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은 부재하고 증오심으로 타오른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물신 숭배에 빠진 괴물이 아니다. 신의 피조물 중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아름다운 제 1천사였던 루시퍼가 신에게 도전하다가 지옥의 왕으로 전락한 악마처럼 초인적인 재능을 소유한 괴물이다. "에린이 비길 데 없는 훌륭한 음악가라는 사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호수의 거처에서 「의기양양한 돈 주앙」이라는 그 유명한 악보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겠는가?-원주"(p.537)

 


 

에릭은 오페라 극장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고 악마처럼 지배한다. 에릭은 오페라 극장의 설계자인 필리프 가르나에의 수석 석공 중의 한 명이었다. 1870년 보불 전쟁, 같은 해의 파리 공략 그리고 1871년 파리 혁명 정부 구성으로 공식적으로 중단된 동안에도 혼자서 은밀히 가장 조용한 자신의 거처를 만든다. 에릭의 꿈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일상의 행복과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을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통 창문과 문이 달린 조용한 집에서 정숙한 여자와 함께 살고 일요일마다 사랑하는 여인과 산책을 하고 싶은 것이다.(p.549)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 :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오페라의 유령』으로 널리 알려진 가스통 르루는 기자 출신답게 간결하고 명쾌하며 박진감 넘치는 기사체로 치밀하고 정교하게 작품을 구성하는 프랑스 최고 추리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며 시나리오 작가이다. 가스통은 1868년 1868년 5월 6일 파리의 포부르 생 마르탱 거리 66번지에서 태어난다. 작품으로는 『오페라의 유령』, 『노란 방의 비밀』, 『감자튀김 장수』, 『보물 추적자』, 『하얀 러시아의 단말마』 등이 있다. 1902년 1월, 가스통은 탁월한 편집 능력과 여러 신문사의 기자로서 뛰어난 공로를 인정받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는다.

1910년 2월에 출간된 『오페라의 유령』은 가스통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은 나중에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어 재생산되고 더욱 유명해진다. 영국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10월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여러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1925년 유니버설사에서 최초로 흑백 무성 영화로 제작하였고, 1963년 영국의 해머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들었으며, 1987년에는 에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역자 : 이원복

원광대학교 불어불문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프랑슈콩테 대학교에서 미셸 투르니에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광대학교 유럽문화학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번역서로는 『오페라의 유령』, 『일곱 가지 이야기』, 『좁은문』, 『환상여행』, 『마왕과 황금별』,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 『샘과 덤불』, 『로빈슨과 방드르디』, 『렐리아』, 『메테오르1, 2』, 『지독한 사랑』, 『바틀로 신부의 교육 사상』, 『폴린 총장의 생애』, 『비잔틴 살인사건』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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