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식사전 - 인공지능, 전공은 아니지만 궁금했어요,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한규동 지음 / 길벗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독자는 아날로그 세대여서 컴퓨터는 여전히 미숙하다. 스마트폰도 아직 많은 기능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로 세상이 바뀌었지만 IT 업종이나 관련 업종에 근무하지 않아서 비교적 느긋했었다. 그러나 회사의 업무 처리가 컴퓨터로 바뀌면서 자판 치기부터 인터넷 사용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익숙해질 정도가 됐다. 2~3년 불편함이 없이 일했는데 디지털의 속성이나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인지 갑자기 AI 시대에 맞부닥친 듯한 느낌이다. 사실 AI는 지난 세기말에도 인구에 회자되곤 했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피부에 와 닿은 일이 2016년 시작됐다. 당시 세계 바둑 최강의 선수로 꼽히던 우리 이세돌과 AI의 대결이 성사됨으로써다. 대결 전 바둑계에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고, 선수 자신도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인터뷰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번째 대국이 끝난 후부터 AI의 위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두 5번을 두기로 돼 있었는데 유일하게 제 4국에서 한 번만 이 9단이 승리했다. 이세돌 9단의 일방적(?) 패배보다 충격적인 것은 AI의 완승과 더불어 스스로 학습하고 실력을 배양해 놀랄 만한 학습 효과를 거둔 컴퓨터(AI)의 능력이었다. 이전 체스나 바둑을 둘 때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인간의 창조 능력이나 학습 능력에 뒤떨어진다"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과 딥러닝, 머신러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독자는 비컴퓨터 직종이어서 언론이나 책을 통해 인공지능 관련 소식을 듣지만 어디까지 진화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컴퓨터 능력의 발전 속도는 '빛의 속도'였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능력이 하나씩 더해지는 느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독자에게도 위협이 다가온 것은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부터다. 비대면 컨택이라는 팬데믹 상황 아래서 컴퓨터에 의존하는 업종은 물론 일부 IT 업종이나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전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독자가 종사하는 업종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 없어질 업종으로 꼽히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전 업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래 저래 책으로 지식을 접할 수밖에 없는 독자로서는 출퇴근 시간도 없고 근무일수도 감소되는 업무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관해 공부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일은 만만치 않았다. 생소한 용어들이 난무하고 하지만 컴퓨터에 대한 지식의 문외한이었던 독자에게는 위기감마저 느껴졌다. 그때 이 책 『AI 상식사전』이 독자의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 처음 영어를 배울 때처럼 사전부터 찾았다. 그때는 회화 중심의 영어 공부가 아니라 문법이나 이해력 테스트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사전은 필수였다. 그때처럼 아날로그 시대의 습관이 되살아난 것이다.

 


 

사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인공지능이 어디에 적용되고 있는지 아는 사람도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은 평소 인공지능에 대해 알고 싶지만 깊이 있게 공부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따라서 복잡한 수식이나 어려운 프로그래밍 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인공지능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전공은 아니지만 궁금했던 인공지능의 역사부터 인공 신경망, 머신러닝, 딥러닝 등 인공지능과 관련 기술의 개념, 기계 번역에 활용되는 언어 모델, 이미지 처리의 원리 등을 다양한 사례를 사용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 책을 덮는 순간부터 ‘아, 인공지능이요? 존 매카시가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언급했죠.’라고 여유 있게 아는 척할 수 있다.

저자 한규동은 대한민국 특허청 근무 시절부터 인공지능을 정부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다. 지금은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기구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도 수학을 공부했고 전산학도 부전공으로 이수했다. 국제 IT 업계나 학계의 학술회의에 참여해 토론의 패널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에 「저자의 말」 통해 '인공지능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절한 비유로 인공지능에 대해 말을 끄집어 낸다. "과거에는 '증기 기관'과 '전기'가 세상을 바꾸었지만, 현대에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며 "우리의 삶이 이미 인공지능으로의 변혁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기계 번역을 사용할 때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인력거가 자동차로 대체되고 사람의 노동이 포크레인으로 대체되는 등 육체 노동이 기계에 대체된 이후, 최근에는 사람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정신 노동까지 인공지능이 대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사람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지배할지 모른다며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故) 이어령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지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말과 사람의 달리기 경주를 예로 들면서 “사람이 말과 직접 경주할 것이 아니라, 말에 재갈을 물리고 올라타서 말보다 나아져야 한다.

따라서 질문을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에 사람이 올라탈 수 있느냐, 올라탈 수 없느냐?’로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에 관련된 질문을 ‘인공지능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로 바꾸면 좀 더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입이다."고 인공지능은 움직일 수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고,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영향력의 범위가 넓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 아니다'는 쓸데없는 논의를 계속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젠 인공지능과 경쟁하기보다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의 속성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과 정보화가 시작되던 시기에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저자는 되새긴다. 인공지능에 따른 디지털 전환은 직업의 속성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고, 사회와 개인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영향력이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는 사실을 인식시킨다. 직업적으로 직접 관련돼 있지 않더라고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야만 곧 펼쳐질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인식한 후 한국어로 된 교육 자료의 부족함을 느끼던 중 많은 사람에게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을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고, 결국 2019년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다는 것. '인공지능'에 대해 알고 싶지만, 전공 공부처럼 접근하기는 싫은 사람들을 위한 책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됐다고. 이는 저자가 블로그에 글을 쓰며 추구하던 방향과 일치해 좀 더 다듬어 쉽고 명료한 뜻을 완성하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 책을 펴내게 되었다.

 


 

이 책은 우선 인공지능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 것인지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와 함께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까지 살펴본다. 이 부분은 독자처럼 인공지능의 문외한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줘야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될수록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특히 제 3장 「인공지능의 개념」 중 〈인공지능의 4가지 유형-일상생활 속 인공지능 이해하기〉는 흥미로웠다. 쉽고 이해하기 좋게 잘 기술돼 독자들은 '인공지능 요약집'이란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일본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 마쓰오 유타카의 『인공지능과 딥러닝』에 수록돼 있지만 저자가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인용했다. 이하 존대어를 독자 임의로 예삿말로 바꿈) 이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4가지 수준으로 구분된다. '이 제품에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다'라고 표시한다면 인공지능 유형 중 몇 단계에 해당하는지 잘 살펴보고 다음 말과 비교해본다.

<수준 1>은 인공지능 세탁기나 인공지능 청소기와 같이 단순 제어 프로그램을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는 경우이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에도 가전제품을 홍보하면서 '인공지능 탑재'라는 문구가 자주 이용됐다.

<수준 2>는 자체적인 학습 기능은 없지만, 입출력이 많고 기능이 복잡한 경우이다. 대표적인 예로 고전적인 인공지능 문제인 탐색(미로 찾기)이나 논리적인 추론 또는 특정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전문가 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수준 3>은 학습 데이터를 이용해 규칙이나 지식을 스스로 학습하면서 품질을 높여나가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는 경우이다. 수준 2의 인공지능에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수준 3의 인공지능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수준 4>는 '딥러닝'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머신러닝은 학습 데이터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이 별도로 필요하지만, 딥러닝은 딥러닝 알고리즘이 직접 특징을 추출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음성 인식', '이미지 인식'은 머신러닝보다 딥러닝의 성능이 뛰어난다. 하지만 딥러닝은 학습 데이터가 많은 때만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은 8장(章)으로 나뉘었지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인공지능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이다. 인공지능 기수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의 변화와 이에 대한 개인의 대응 방향(1장), 인공지능의 편견·윤리·가짜 뉴스 등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치는 문제점에 대해 설명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을 비롯한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3~6장세서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인공 신경망, 딥러닝의 개념 등에 대해 알아보고, 7~8장에서는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응용 분야의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처리 분야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인공지능에 따라붙는 복잡한 수식이나 어려운 프로그래밍 용어를 가능한 한 배제했다. 또 교양서 수준의 AI 개념서에서 다루지 못하는 영역까지 접근해, 비유와 예시를 통해 알기 쉽게 전달해 준다. 독자 역시 이미 '생존의 문제'로 대두된 인공지능에 대해 얼마간 자신감이 붙었다고 할 수 있다. '상식사전'이어서 아날로그 세대인 독자는 사전식으로 용어 해설 중심으로 나열돼 있을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 읽듯히 단숨에 내리 읽을 수 있도록 설명과 사례가 바로바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 독자의 친근감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 한규동

 

현재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기구에 근무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수학 교육을 전공하고 전산학을 부전공했다. 특허청 과장으로 IT 분야에 근무하면서 인공지능을 정부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인공지능 개념과 지식재산 분야의 응용 현황에 대한 강의를 활발히 해 왔으며, 지식재산 분야의 인공지능 관련 국제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세계지식재산기구의 인공지능 국제 컨퍼런스에 한국 대표의 자격으로 참여해 발표를 하거나 토론회에 패널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특허 분야 선진 5개국 특허청 모임의 인공지능 태스크 포스 회의에서 '특허행정분야 응용'이라는 주제의 의장을 맡기도 했다. 사람들과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며, 인공지능 교육에 관심이 많다. 인공지능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전달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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