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집·땅·사람 이야기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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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인간 삶의 필수요건인 의식주 중의 하나이다. 집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밥이나 옷과 같은 필수적인 것이라는 이야기다. 시대에 따라 의식주 3대 요소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지만 삶의 필수요건에서 한 번도 빠질 수 없는 절대적인 요건이다. '요즘은 집 없이도 사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의 개념이 변화하긴 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은 '집'의 개념을 단순 주거지로서의 개념으로 보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 '신변 안전과 휴식'을 위한 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독자는 후자의 개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집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족이 함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집을 못 사는 경우는 있어도 필요치 않아서 안 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 현재 생활 공간인 남한 쪽만 생각해보면 인구밀도가 세계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이를 사람이 밀집해 사는 도시의 경우로 국한해보면 인구밀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러니 집값이 평생 벌어도 마련하기 힘들 정도로 뛰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은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주거나 휴식의 개념에 '축재', '이재'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유도, 땅값·집값이 폭등하는 이유도 모두 한정된 공간에서 높은 인구밀도가 빚어낸 결과라는 주장엔 반박할 공간이 없을 것 같다. 건축가인 저자도 집을 짓는다는 것은 기초를 깔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붙이고 지붕을 덮는 물리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생활을 깔고 가족의 이야기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한다고 한다. 집은 엄마 혹은 고향 같은 단어처럼 온도를 가지고 있다. 건축은 어딘가 차갑고 무뚝뚝한 구석이 있지만, 집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따뜻해진다. 특히 ‘우리 집’이라는 말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 지금도 집은 자라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듯이 집은 자랄 것이다. 그리고 그 집은 나무처럼 열매를 맺고 자랄 것이다. 집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가 담기고 역사·문화까지 고려한 말이다. 단순히 축재나 이재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 집은 역사가 담길 수도, 우리 삶의 이야기들이 담길 공간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건축에는 시간이 담긴다고 강조한다. 어떤 찰나일 수도 있고, 어느 길고 긴 시간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의 생각일 수도 있다. 저자는 건축은 타임캡슐이라는 입장이다. 좋은 시간이든 나쁜 시간이든 건축에는 그런 시간들이 담긴다. 그래서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고,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이 남기는 기록의 저장소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에게 집이란 매우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비와 바람을 피하는 물리적인 껍질만이 아닌, 자아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진다. 그래서 건축이란 땅과 같은 리듬을 가져야 하고, 주인과 같은 리듬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성장하는 것이다. 건축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땅의 이야기를 듣고 그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부부 건축가 임형남·노은주가 쓴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이들이 생각하는 땅과 사람이 함께 '꿈꾸는 집'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는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집을 설계해온 임형남·노은주의 집에 대한 성찰과 건축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들에게 집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나무처럼 자라고 괴로우면 신음을 내고 즐거우면 모두에게 복이 되는 그런 생물체다. 또 집은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고 집이라는 단어이고 집이라는 온도다. 행복은 바로 집에 있다. 체온이 남아 있는 이불 속에, 햇살이 내려앉은 낡은 소파에, 보글거리는 찌개 냄비 속에 있다. 집은 얼었던 마음을 풀어주고 딱딱하게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괜찮아’ 하면서 위로해줄 것만 같은 한없이 넓고 넉넉한 품을 가진 곳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집은 생각으로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이란 생각의 집적체이며,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은 그 생각을 정리해서 집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의 자세를 정하는 것이고, 가족의 미래를 꿈꾸는 일이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임형남·노은주가 20년 전에 출간한 첫 책으로, 2022년에 새롭게 개정·증보한 ‘출간 20주년 기념판’이다. 이들은 첫 번째 집을 설계하고 완성한 이후 그 이야기를 담은 첫 책인 이 책을 냈다. 이들은 이 책을 10년마다 개정판을 낸다면 몇 번이나 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나무처럼 자라는 책’이라고 했다. 이들은 집을 한 채 짓고 나면 책을 한 권 쓰고도 남을 만큼 이야기가 모이기 때문에, 그 안에 사는 한 가족이 모두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의 이야기를 남기기 때문에 100권 정도의 책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은 최근 10년 동안 집을 지으면서 썼던 글들이다. 집에는 시간이 담기고 이 시간이 모여서 이야기가 된다는 「오래된 시간이 만드는 건축」(제2장)과 집짓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땅, 돌, 나무, 빛 등에 대한 이야기인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제3장)과 충주 산척면 상산마을의 김 선생 댁을 지었던 이야기인 「나무처럼 자라는 집」(제4장)은 초판의 원고를 다듬고 일러스트를 추가로 그려 넣었다. 표지도 앞표지는 20년 전의 표지를, 뒤표지는 20년 후 즉 2022년의 표지를 담았다. 어쩌면 2002년과 2022년이 공존하는 느낌의 표지다. 그만큼 이 책에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건축가의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금산주택은 충남 금산 외곽, 진악산이 마주 보이는 언덕에 있다. 이 집은 거주 면적 43제곱미터(약 13평), 마루 26제곱미터(약 8평)의 소박한 집으로 마루에 앉으면 산이 걸어 들어오고, 발아래 경쾌하게 흘러가는 도로를 내려다보는 시원한 조망을 가졌다. 한옥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는 집주인에게 진악산을 바라보는 동서로 긴 집을 권했다. 집의 여러 가지 조건이 600여 년 전의 철학자 이황의 집 ‘도산서당’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 집은 교육자인 집주인과 책들과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을 위한 집이다. 그리고 서양식 목구조를 적용하되 한국 건축의 공간을 담은 집이다.

 


 

임형남·노은주는 “왜 우리는 우리의 몸에 맞지 않는 집을 원하는 것일까요?”라고 묻는다. 현대인들은 집에 집착하고 집의 크기에 집착한다. 그리고 집도 커져야 사회적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화려한 집에 담기는 것은 빈곤한 마음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집도 사람을 기형으로 만든다. 어느 날 물밀듯이 밀려오는 존재에 대한 회의처럼, 집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집은 달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신전과 같은 거대한 집이 아니라 생각이 담긴 집이어야 한다. 금산주택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기면서 자연과 조화롭게 마주 보고 있다.

또 제따와나 선원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집’이다. 당시 선원장 스님에게서 불교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설계의 가이드라인 중 사성제는 고집멸도(苦集滅道),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소멸에 대한 고찰이다. 집착을 통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 공간이므로 사성제가 기본적인 개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중도’라는 개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다.’ 그래서 과거의 방식과 불교적인 교리를 바탕에 깔되 현대적인 생활 습관에 적합하게 설계했다. 그리고 불교의 기본 정신을 되살렸다. 대부분의 사찰처럼 한옥으로 짓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로 뼈대를 만들고 벽돌로 옷을 입혔다. 그렇게 1년 동안의 설계 기간을 거쳐 공사를 시작했고, 뼈대를 올리고 벽돌을 외부에 쌓고 바닥에 깔아서 무려 30만 장의 벽돌로 공간을 완성했다.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정신이, 집의 안과 밖에 스며든 공간이 완성되었다.

 


 

특히 까사 가이아는 바다색이 아름다운 김녕 바닷가에 제주도의 풍광을 담은 집이다. 건축주는 제주도 토박이 부부로, 제주도 바닷가의 전망 좋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란한 형태와 색채를 집어넣은 집은 결코 짓지 않겠다고 했다. 단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욕실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바다를 가리지 않으며 바닷바람에 견딜 만한 집을,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던 제주도의 돌처럼 단단하게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그 자리에 옛날부터 있었던 오랜 집처럼 보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까사 가이아는 무수한 비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제주도의 강인한 여성성을 상징하고, 어머니의 안온한 품처럼 따뜻하고, 바다와 오름 사이를 넘나들며 오가는 햇빛과 바람과 바다라는 제주도의 자연으로 채워졌다. 까사 가이아는 2021년 1월 EBS 〈건축탐구 집 : 그 집으로의 특별한 초대〉에 소개되기도 했다.

책에 따르면 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한다. 집이란 짧은 시간 동안 단번에 지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집 자체가 스스로 완성을 유보한 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되어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에게 집을 짓는 것을 허락한 땅과 돌과 나무들도 집에 대해서 일정 부분의 몫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계획하고 쌓고 세워서 짓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의 모양과 공간은 갖추게 되겠지만, 최종 완성은 집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과의 원만한 합의와 조화가 이루어질 때다. 시간은 그렇게 사람이 만들어놓은 건물에서 풀기를 빼주기도 하고, 생경한 색깔을 누그러뜨려주기도 하고, 성질을 눌러주기도 한다.

 


 

이들 건축가는 집에도 격이 있다고 설명한다. 집에도 안에서부터 은은히 번져 나오는 향기가 있다는 것. 산천재는 격이 있고 향기가 있는 집이다. 집이 크지도 깊지도 않다. 그저 빠르게 지나가는 국도변 강가에 앉아 있는 낮고도 단순한 집이다. 그러나 위엄이 있다. 산천재 뒷마당은 지리산 천왕봉이 잘 보이는 몇 곳 중의 하나다. 산천재는 지리산 천왕봉을 쳐다보며 고즈넉이 앉아 있다. 특히 산천재가 지리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좋다. 아무런 자기 주장도 없어 보이는 낮은 집이지만, 집을 드러내지 않고 산의 흐름에 몸을 맡긴 그 모습이 근엄하다. 그리고 절대 낮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위와 어울리는 품위가 있다.(p.238)

 

저자 : 임형남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2014년 ‘루치아의 뜰’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리사랑상을, 2020년 ‘제따와나 선원’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공간을 탐하다』, 『건축탐구 집』, 『도시 인문학』,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나무처럼 자라는 집』,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 풍경 화첩』 등이 있다. EBS <건축탐구-집>에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고, 최근 ‘이야기로 집을 짓다(이집)’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금산주택’으로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제따와나 선원’으로 2020년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건축탐구 집』,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도시 인문학』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등 15권의 저서가 있고,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건축칼럼을 집필 중이다. 또한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금산주택(House in Geumsan)〉 〈루치아의 뜰(Lucia's earth)〉, 〈까사 가이아(CASA GAIA〉, 〈제따와나 선원(Buddhist temple ‘Jetavana’〉 등이 있다.

 

저자 : 노은주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2014년 ‘루치아의 뜰’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리사랑상을, 2020년 ‘제따와나 선원’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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