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 공감의 대화법을 찾아 나선 소심한 라디오PD의 여정
이진희 지음 / 마일스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는 원만한 대인 관계를 통해 사회 생활의 적절한 적응을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사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 대인 관계인데 대인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면 사회 생활을 해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하고 아는 사실이다. 물론 자신의 직업적 능력(실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대인 관계가 원만한 사람이라면 능력이 부족해도 어떻게든 업무를 해결해 나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을 것이다. 동료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기에 사회 생활 적응을 크게 좌우할 문제는 아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인 관계는 대화로서 이루어진다.

저자 이진희도 이 점에 착안, 개인적 성찰 끝에 '비폭력대화'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꾸준하게 노력해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대인 관계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대화법'을 터득해 나가는 과정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라디오 PD란 직업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의견을 나누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종종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목소리나 말투를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화법과 대화법을 혼동하고, 말투를 바꾸는 것만으로 대화를 잘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저자는 화법은 발성을 배우고 나쁜 습관을 고치면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 혼자 반복해서 연습하고, 녹음해 모니터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진다고 조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화법과 대화법은 다르다. 특히 대인 관계에 있어서의 대화법은 대화를 해나가면서 대화의 목적에 다가가는 것으로서 대화를 더 끌어갈 수 있도록 상호 공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목소리가 멋지고 말투가 친근하면 듣기 좋다. 듣고 있으면 빠져들고, 같은 내용도 더 믿음이 간다. 반대로 불필요한 특정 단어를 반복하거나 집중을 흩뜨리는 습관을 가진 사람의 말은 아무리 맞는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호흡이나 발성, 자세와 손동작 같은 비언어적 요소도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는 방법을 '화법'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대화법은 한층 어렵다. 서로 주고받는 말을 통해 공감하는 '상호 작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역동적이다. 대화하는 주체의 감정과 욕망이 대화를 움직인다. 스스로 말은 곧잘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막상 대화에는 서툰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는 적절한 비유로 '운전'의 예를 든다. "운전을 상상하면 쉽다. 화법은 자동차 모는 법을 배우는 거싱다. 차의 각 기능을 알고, 기본적인 운전 기술을 익혀야 하낟. 대화법은 도로주행에 가깝다. 운전면허를 따고 혼자 공터에서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막상 도로에 나가려면 긴장된다. 다양한 상황에서 능숙하게 운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폭력대화법'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인 마셜 로젠버그가 창안했다고 밝힌다. 비폭력대화(Non Violent Communication)는 '연민의 대화' 또는 '삶의 언어'라고도 불린다고 말한다. 로벤버그는 "인간의 본성은 서로의 삶에 기여할 때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고 믿으며, 두 가지 문제에 천착했다는 것. ① 왜 우리는 본성을 잃고 서로 폭력을 씀녀서 살게 되었을까? ② 반면 어떤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자기 본연의 인간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을 유지하는가? 하는 문제였다고 한다. 로젠버그는 타인과 유대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화 방법을 개발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비폭력대화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받기도 하면서 깨달은 경험들에 대한 기록이자 좀 더 괜찮은 대화법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고민 중인 저자의 얘기로 구성돼 있다. 라디오 PD로 일하며 누구보다 많이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수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하루하루 커져가는 헛헛함을 지울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로 상처 주지 않기 위한 방법, 폭력적인 말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일상을 평화롭게 가꾸는 방법을 찾다가 비폭력 대화를 만났다. 대화법을 공부하면서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평화로워지는 변화를 경험했다. 팟캐스트 〈대화만점〉을 만들어 다양한 사연을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변화를 경험했다.

 


 

이 책은 그 변화의 여정을 함께하는 과정이다. 함께하는 길에서 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베는 칼이 될 수도 있음을, 동시에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고 단단하게 하는 약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저자의 글 중에는 독자와 같은 환경과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공감을 느꼈다. 사회생활의 절반은 말, 즉 대화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는 대화를 통해 관계를 쌓고 또 유지한다. 순간의 실수로 오랫동안 쌓아온 관계가 하루아침에 허물어지기도 하고, 별 의미 없이 뱉은 말이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기에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는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

특히 내 말이 폭력이나 무기가 되어 다른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거나 고통으로 기억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독자의 경험에 의한 말과 저자의 경험과 대화법을 배워가는 과정의 사례들은 독자에게 공감을 넘어 완전 동감과 감동마저 느끼게 한다. 독자는 좀 더 성찰을 거듭해 저자와 같은 생각이 들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 저자의 비폭력대화 참여의 시작은 오래 전 감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시에 울음이 터지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수백 개가 넘지만 정작 내 마음을 보여줄 친구는 한 명도 없고, 그렇다고 이런 마음을 상담실이나 병원에 가서 토로하기는 싫고. 어디에도 풀어놓지 못한 답답함은 이내 내 감정을 잘 알고, 적절한 때에 적절한 대상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좀 더 공감에 능하고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으로 바뀌었단다. 더 이상 주변 사람들에게 말로 상처 주고 싶지 않고, 폭력적인 말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찾고, 소소한 매일의 일상과 대화를 풍요롭고 평화롭게 가꾸는 방법도 알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저자는 비폭력대화를 만났고, 대화법을 공부하면서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평화로워지는 변화를 경험했다고 밝힌다. 팟캐스트 〈대화만점〉을 만들어 다양한 사연을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변화를 경험했다. 누군가를 대하는 표정, 상대를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무언가를 행하는 모습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기록이자 경험을 함께 나누기 위한 제안이다.

‘비폭력대화’라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폭력적이라는 거야? 나는 욕하지 않고 부드럽게 말하는데?”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비폭력’의 의미를 다르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비폭력’은 인간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간 상태를 의미한다. 욕이나 극단적인 말만 폭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상대를 소외시키고 자기를 기만하는 표현 모두가 ‘폭력’이다. 차근차근 비폭력 대화를 배우고 익히다 보면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바로바로 반응을 보이는 대신 자신이 무엇을 관찰하고 느끼고 원하는지를 의식하면서 정직하고 명확하게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나를 넘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자는 이제 더 이상 상대가 내뱉는 무례한 발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 않는다. 부적절한 타이밍에 부적절한 대상에게 부적절한 방법으로 표출하는 일도 현저히 줄었고, 낮에 나눈 대화를 상기하며 애먼 이불을 발로 차는 후회의 밤도 반복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낸다.

 


 

‘이건 아닌데’, ‘어? 이건 좀 불편한데’ 싶지만 “싫어요” “안 돼요” 한마디를 못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강매 당하는 일도 없고, 식당에서 나온 맛있는 반찬이 더 먹고 싶을 땐 큰 소리로 자신 있게 “이모, 여기 반찬 추가요”를 외친다. 명분이나 의무감 때문에 유지해왔지만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나를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은 이제 과감히 끊어낼 줄도 안다. 비폭력대화는 이렇게 마음을, 생각을, 행동을 아니 삶을 변화시켰다. 특히 여성 PD로서 동료 선배로부터 격려의 말 속에 듣기 거북한 것을 들을 땐 화도 났지만 적절한 대화법을 몰랐던 과거의 이야기가 공감을 돋운다.

책에 따르면 말과 대화라는 단어 뒤에는 늘 상처란 단어가 따라다닌다. 말이라는 게 그만큼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쉽고, 또 누군가에게 말로 인한 상처를 받기도 쉽다는 의미일 것이다. 말이 마음을 베는 칼이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는 연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 너와 내가 우리로 하나 되길 바라는 마음, 그 말들이 이어져 우리 모두가 좀 더 즐거운 대화를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 “대화 속 폭력을 의식하며 평화를 향해 살아가길,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연민과 공감의 손길을 건네길 저자는 기도한다. "비폭력대화라는 아름다운 도구가 조금이나마 익숙해지길 바란다”라는 저자의 당부처럼 우리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과정에 이 책이 꼭 필요한 가이드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진희 씨, 연애를 안 하니 몸이 자꾸 아프지. 남자친구 사귀고 잠자리도 갖고. 어? (알 거 다 알지 않느냐는 웃음을 지으며) 그래야 건강하고 튼튼해진다고.” 여기서 발목 잡히기 쉬운 대목은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의 ‘걱정’은 관심이자 진심일 때가 많다. 내용이 아무리 쓰레기 같아도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뜻이다. 걱정이라는 의도가 워낙 숭고해서 건드리기 어렵다.

품위 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기 연결이 필수다. 단단하게 자기를 공감해야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다.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계속 내 느낌과 욕구에 집중해야 언어폭력을 들었던 상황을 다시 떠올려도 덜 힘들고,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도 달리 대응할 수 있다. 나를 표현할 에너지도 생긴다.(p128~129)

 

저자 : 이진희

 

KBS에서 라디오PD로 일하고 있다. ‘가요광장’, ‘박준형의 FM인기가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소유진입니다’, ‘조충현의 럭키세븐’ 같은 대중음악 프로그램과 ‘생생클래식’, ‘KBS 음악실’ 등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거쳐 뉴미디어 시대 라디오의 생존을 고민하는 디지털 팀까지 업계의 여러 부서를 두루 지나왔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힘내세요”라는 말에 헛헛함을 자주 느꼈다. 힘을 내라는데 이 말을 들으면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았다. 청취자와 더 깊이 연결되고 싶어 온갖 대화법을 탐구했다. 함께 공부하겠다는 이들이 모여 팟캐스트 〈대화만점〉을 론칭했다. 세 시즌 동안 수많은 이들의 대화 고민을 들었다. 평화와 연결의 대화법인 ‘비폭력대화’의 매력에 빠져 햇수로 7년째 공부 중이다. 《건강한 몸, 착한 몸, 부러운 몸》과 《크게 라디오를 켜고(공저)》를 썼으나 ‘작가’라는 호칭은 여전히 어색하고 민망하다. MBTI 유형 중 전체 인구의 2% 내외라는 ‘INFJ’로 사느라 고단하다. 많이 듣고 쓰려고 애쓰며, 같은 날 태어난 두 아이와 비폭력대화 실전 연습을 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