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 아나운서 -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매일 선다는 일 피땀눈물 시리즈 3
이선영 지음 / 상도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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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피땀눈물, 아나운서』는 출판사 〈상도북스〉의 기획시리즈 3권이다. 이 기획시리즈는 앞서 지난 2월 '자영업자'편과 '작가'을 펴낸 데 이어 3번째로 '아나운서'편을 출간했다. 출판사는 '자영업자'편에서 매일매일 가게 옆에 경쟁업체가 들어올까 전전긍긍하고, 우리 가게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저자(이기혁 이디아커피 둔촌점 점주)의 개미 같은 일상을 담았다. 그리고 그의 일상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소개하며 기획시리즈 물줄기를 텄다. '자영업자' 편은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작가' 편에서는 앉은뱅이 자세로 온종일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온몸이 경직되어 있지만, 자기 자신과 일에 대한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건강한 작가. 그가 작가로 살아가는 이유와 독자를 바라보는 작가적 시점, 그리고 작가인 그를 지탱해 주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작가라는 직업의 피땀눈물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탄탄한 필력과 노력으로 마해송문학상, 조선일보 신춘문예, 사계절문학상의 대상을 차례로 수상함으로써 어린이·청소년 문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이송현 작가가 그 주인공으로 시트콤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한 「지붕 뚫고 하이킥」의 구성작가로 큰 활약을 한 사연을 실었다. 이송현 작가는 문학과 방송을 넘나들며 살아온 웃픈 이력이 생활 에피소드 속에 만화경처럼 빠져들게 해 큰 인기를 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3편에는 매일 저녁 KBS 〈2TV 생생정보〉의 메인 아나운서 이선영이 바통을 받았다. 독자가 '바통'으로 표현한 것은 이 세 권의 시리즈의 필자가 모두 본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썼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이 때문에 이 책들을 '직업 에세이'라고 이름 지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획시리즈라서 출판사가 기획했겠지만. 출판사 측의 3권 『피땀눈물, 아나운서』 소개글에서 "그녀는 오늘도 저녁 7시가 되자마자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명소를 소개한다. 그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서서, 매번 다른 감상과 다른 멘트로 시청자의 시선에서 감동을 전한다.

무려 이십여 년을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태풍이 불어도, 폭설이 내려도, 다리 한쪽에 깁스를 하고서도 단 하루의 결방도 없이 달려왔다."고 썼다. 단 하루의 결방 없이 20년 세월을 방송 아나운서로 전념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필자로 선택된 듯하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쌓아 특별함을 만드는 사람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TV 화면에는 늘 웃고 화려하게 보이는 아나운서의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 된 것도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아나운서보다는 개그맨, 가수 등 엔터테이너라는 새로운 직업 이름까지 만든 이른바 '프로그램 MC'로서의 입지가 굳어가자 정작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나운서보다 오히려 연예게인 탤런트, 배우, 가수 등으로 인기 직종이 바뀌어 가는 느낌이다.

 


책에 따르면 저자 이선영도 아나운서로서의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 자신의 자리에서 앞만 보고 달렸더니 어느샌가 위에서 끌어당기는 선배들과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사이에 낀 허리연차가 되었다. OTT와 종편과 케이블이 범람하고, 온갖 직업군의 전문가가 방송인이란 이름으로 방송을 장악했다. 조직에 소속된 아나운서로서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개성이 돋보이는 아나운서를 선호하는 요즘 절친한 동료들은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를 선언한다. 하나둘 떠나가는 동료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한편, 조직 안에서 전과 다른 환경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어쩔 수 없는’ 방송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최선을 다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은 그녀를 극한의 ‘꼰대’로 만들기도 하고, 더할 나위 없는 ‘자선사업가’로 만들기도 하며, 숭고한 어머니의 ‘딸’이자 금쪽같은 딸아이를 챙기는 ‘워킹맘’으로 살아가게 한다. 저자는 화자가 유명한 프로선수든 한국말이 어눌한 외국인이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아나운서다. 그녀는 오늘도 저녁 7시가 되자마자 〈생생정보〉를 외치며 불 위에서 춤을 추는 산낙지며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명소를 소개한다. 그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서서, 매번 다른 감상과 다른 멘트로 시청자의 시선에서 감동을 전한다.

 


 

무려 이십여 년의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태풍이 불어도, 폭설이 내려도, 다리 한쪽에 깁스를 하고서도 단 하루의 결방도 없이 달려왔다. 묵묵히 도는 쳇바퀴처럼, 아나운서로서의 삶을 이어온 그녀는 여전히 카메라 조명에 설레고, 자신이 서 있는 무대를 사랑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그 누구보다 아나운서다움을 잊지 않고, 반대편 카메라를 응시하며, 오늘의 큐 사인을 기다리는 이선영 아나운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아나운서라는 공인의 삶을 걷게 된 저자는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소명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저자가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은 늘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많았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그렇게 이국의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방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감을 나누고, 고등학생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열정에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멀리 아프리카 땅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더욱 깊이 알게 된다.

저자는 그렇다고 스스로 의협심이 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자신이 맡은 일에 진정성을 더하자 세상이 조금 바뀌는 것을 경험했고, 그로써 세상을 보다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뿐이다. 자신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말의 무게에 늘 신경을 쓰며, 내딛는 발걸음에 책임감을 다할 뿐이라고 밝힌다. 미리 부탁받은 내레이션 녹음을 하고, 늘어진 녹화로 정시 라디오 뉴스에 닿지 않는 선후배 혹은 동료의 대타를 자청하고, 쌓여 있는 서류작업을 마무리하다 보면 벌써 아이의 하원 시간에 다다른다. 이제는 전천후 베테랑 아나운서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도 한 아이의 엄마라는 입장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결국에는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육아의 사선을 넘으며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아가는 저자. 그럼에도 그동안 쌓아올린 커리어를 포기할 수 없기에 만삭의 몸으로도 방송을 쉬지 않고, 하루 종일 서서 치러야 하는 플로리스트 시험 중에 배가 뭉쳐 누워 있으면서도 악착같이 버텨 자신의 일과 꿈을 향해 전진했다. 물론 이제 갓 백일 된 아이를 두고 독일로 날아가야 할 때에는 일과 육아의 사이에서 승부를 낼 수 없는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는 고백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열정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에는 ‘워킹맘’이라는 자신의 처지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작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친정 부모님이나 시댁 부모님의 도움이 없이는 단 하루도 이전처럼 일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작가는 아이가 주는 기쁨과 그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인간으로서 또 아나운서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부모님의 존재가 있기에 지금의 아나운서 이선영이 있다는 것도 아이를 통해 알아가는 중이라고 언급한다. 이제 저자는 어제보다 더 알찬 오늘을 꾸려간다. 사랑하는 딸아이와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 있어 줄 엄마와 함께.

여느 직장인이나 마찬가지이듯 아나운서로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 이면에는 무엇 하나 스스로 선택할 수가 없다. 잘해도 잘하지 못해도, 자신이 있어도 자신이 없어도, 누군가의 선택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일, 그것이 바로 아나운서의 일이다. 실력보다는 개인의 인지도에 따라 좌우되는가 하면, 영영 앞에 나가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방송을 할 때도 있지만 공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먹는 일도 왕왕 있다. 그렇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자신의 일에 애정이 있는 만큼 오래토록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저자가 선택한 건 바로 ‘꽃’이었다. 저자는 늘 누군가에게 지배되었던 삶에서 지배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찰나의 시간, 안도감을 얻었다. 같은 꽃이라도 누가 어떻게 꽂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꽃의 세계에서 해방감도 느꼈다. 그렇게 꽃에 애정을 쏟아부은 시간만큼 본업에 대한 열정이 높아지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일단 시작한 일에는 ‘열심’ 버튼이 눌러지는 저자는 지난 2015년에는 IHK(독일상공회의소)·FDF(독일연방화훼협회)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2016년에는 독일 현지에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floral stylist)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9년에는 농식품부 주최 화훼장식대회 공간장식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는 본캐는 아나운서, 부캐는 촉망받는 플로리스트로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올초, 매월의 생화와 꽃말을 주제로 한 전시회 ‘성화(成花)’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여 열어 또 한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잘해도 잘하지 못해도, 자신 있어도 자신 없어도, 누군가 나에게 기회를 줘야만 그것을 수행할 수 있다. 나는 피지배자로서 살아야 하는 방송국 생활에 버틸 힘을 꽃의 지배자로서 풀어냈다."는 저자가 직업 에세이 3번 주자로 바통을 이어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 이선영

 

KBS공채 31기 아나운서이자, 플로럴 마이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아나플로리스트’. 매일 아침 전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려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열심히 물었다. 사랑과 나눔의 의미를 브라운관 너머의 시청자에게 알리고자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 고인 눈으로 ‘러브 인 아시아’를 읊조렸다. 또 지친 하루 일과를 마친 시청자들에게 발랄하게 웃으면서 ‘생생정보’를 외친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데일리 프로그램에 매진하다 보니 벌써 아나운서 인생 이십 년을 눈앞에 둔 이선영 아나운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방송의 목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전달하는 ‘아나운서로서의 신념’ 이 확고한 아나운서 중의 아나운서다.

여리한 모습과는 달리 한번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불도저처럼 묵직하게 밀어붙이는 반면, 주어진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두는 치밀감도 갖춘 그녀는 아나운서라는 본업 외에도 ‘N잡러’라 불릴 만큼 바쁘게 살아간다. 어느 강직한 어머니의 딸이자 자기주장이 똑 부러지는 소녀의 워킹맘로서, 국내에서는 손에 꼽는 플로리스트 마이스터로서, 기아대책기구의 홍보대사로서. 지금은 매일 저녁 KBS [2TV생생정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표 프로그램으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러브 인 아시아] [좋은나라 운동본부] [아침마당] [스카우트] [주주클럽] [가족오락관] [투데이스포츠] [연예가중계]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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