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법칙 - 세상의 작동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가장 정확한 언어
시라토리 케이 지음, 김정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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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학창 시절 가장 약했던 과목이 '물리'였다. 다음이 수학. 과학으로 표현되는 물리·수학에 약했으니 과학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과학'은 '어려운 학문'이다는 생각이 머릿속 깊숙이 박힌 것 같다. 당시 대학은 문과와 이과로 구별되어 학생들을 모집했다. 독자는 '이과반'이었지만 이런 이유로 문과대로 전향, 입학했다. 독자가 과학과 점점 멀어지는 계기였으리라. 그러나 문과를 선택했다는 것에 크게 후회한 적도, 삶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삶에서 몰라서 만족이었지, 문과가 이과보다 삶에 이익이 되는 학문이라고는 생각지는 않는다. 모두 우리 삶에 필요한 학문들이다.

이런 이야기는 '개인적'인 것들이어서 서평 쓰는 데 적합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이 『세상의 모든 법칙』이고, '세상의 모든 법칙'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법칙이 있다. 이런 법칙은 알아두는 게 삶에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책을 읽다보니 독자 개인의 옛날 생각이 절못된 것인지 검토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법칙'은 사전적 풀이로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범', 또는 '수학 연산의 규칙'을 말한다고 돼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모든 사물과 현상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내재하는 보편적·필연적인 불변의 관계'를 이른다고 한다. 철학적 의미가 가미된 뜻풀이인 것 같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끊임없는 움직임과 변화 속에 있다. 매일 해가 뜨고,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주기적으로 계절은 변하며, 지구 위의 모두가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연 현상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 현상까지 나름의 규칙과 패턴이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을 포착해 꾸준히 관찰하고 수없이 많은 실험과 반증을 거쳐 반드시 그렇게 되고야 마는 결과를 정리한 것이 바로 ‘법칙, 공식, 정리’다. 그러므로 법칙은 이 세상의 변화 속에서 찾은 하나의 원리를 낭비나 모순 없이 그야말로 꼭 필요한 ‘농축된 지식’(출판사 측은 '엑기스'라고 표현한 것을 독자가 싫어하는 단어라 임의로 해석 대체함)만 모아 추출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농축된 지식 중에서도 꼭 필요한 것만 모아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 『세상의 모든 법칙』이다.

책에서는 컵 속의 얼음이 전부 녹아버려도 컵의 물은 넘치지 않는 현상(‘아르키메데스의 원리’)과 같이 살면서 한 번쯤 궁금했던 일상생활 속 원리를 해석해주고, 나아가 밤하늘은 어둡기에 우주는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우주론(‘올베르스의 역설’)이나 은하계에 존재하는 지적 문명의 수를 구할 수 있다는 수식(‘드레이크 방정식’)을 통해 이 지구에서 가장 멀고 어두운 공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또 장거리 연애가 파국을 맞이하기 쉬운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며(‘장거리 연애의 법칙) 평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말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며,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주관적인 느낌이 아닌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라는 것까지 알려준다(‘자네의 법칙’).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주에 있는 행성의 위치가 변하고, 지각 변동으로 인해 땅도 움직이며, 어떤 생물에게도 영원한 젊음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때 법칙과 공식, 정리는 세상의 모든 현상과 변화의 흐름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언어라 할 수 있다. 어지럽고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정답, 바로 법칙이다.

이처럼 법칙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할 터인데 독자의 부족한 과학 지식 탓인지, 독자는 이런 법칙을 듣게 되면 법칙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과학자의 이름이 아니라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인생이란 것이 알고 보면 참으로 덧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 사람이라면 인생을 마칠 무렵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삶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을 설계한 다음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후에야 비로소 이런 단어를 쓰지 않을 것이다."라는 뜻의 불교적·동양사상적 측면에서 '삶의 법칙'을 설명하듯이.

 


 

독자는 최근 한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던 〈대우주〉란 프로그램을 여러 번 보았다. 워낙 어렵고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를 방송에서 기획 시리즈로 방영하는 프로그램을 보니 보면 볼수록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의 존재감이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상 이외의 내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도 그 방송 내용의 일부에 포함된다. "현재의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가 약 150억 년 전의 빅뱅 이후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을 당시는 우주가 변하지 않는 공간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거나 혹은 수축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결론이 나왔다. 아인슈타인은 이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우주가 팽창도 수축도 하지 않는 정상 우주가 되도록 우주항이라는 새로운 항을 넣은 방정식을 제시했다.

그런데 1922년에 러시아의 물리학자인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이 우주가 팽창할 가능성을 지적했고, 1929년에 에드윈 허블이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두고 아인슈타인은 방정식에 우주항을 넣은 것을 “생애 최대의 실수였다”라고 말하며 후회했다고 한다.(p.45) 이런 내용과 독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생무상'의 뜻과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부처도 '대우주'의 법칙을 '깨달았다'는 것인가? 하는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불교도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닌 한 독자로서 생각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어려운 것이라 '추정'에 불과한 '가설'이지만 말이다. '인생무상'과 '대우주의 법칙'이 극과 극의 얘기 같지만 서로 상통하는 것 아닌가 하는 궁금증은 여전하다.

 


 

책에 따르면 법칙과 이론은 고루한 학문이 아니라 철저히 ‘실용적인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 일상 생활의 토대가 되는 거의 모든 것들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 정리’는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 법칙으로, 주로 내구성이 높고 안전한 건물을 지을 때나 인테리어를 설계하는 데 쓰인다. 또한 어떤 대상을 볼 때 안정감과 조화를 느끼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비율은 약 ‘1대 1.618’이라는 수치로 나타나며 ‘황금비’라고 부른다. 이는 무려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기준인 것인지 고대 그리스인이 만든 밀로의 비너스상이나 파르테논 신전의 비율에서도 볼 수 있으며, 오늘날의 명함 및 각종 가구 등에도 황금비가 적용돼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범죄 행위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데도 활용되는데, 도청을 감지하기 위해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응용된 양자 암호 기술이 쓰이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제3자가 도청을 할 경우 양자 정보가 그 순간 바로 반응하여 한 점으로 수축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간섭, 즉 도청이 있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은 텔레비전 시청률 조사 결과는 아주 적은 표본만으로도 충분히 유효한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나 초고성능의 슈퍼컴퓨터가 있어도 완벽하고 정확한 기상 예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 등 여태껏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주관적인 느낌으로 판단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현상들의 원리까지도 일목요연하게 밝혀준다. 미처 알지 못했을 뿐이지 사소한 일상의 모든 테두리 안에 법칙이 있고, 우리의 생활을 안전하고 편리하며 윤택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스티글러의 명명 법칙’이란 것이 있다. 시카고대학교의 교수 스티글러가 조사한 결과, 우리에게 친숙한 법칙 중 대부분이 최초 발견자의 이름이 붙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피보나치 수열은 피보나치가 최초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과거 인도나 유럽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었으며, 핼리 혜성도 천문학자 핼리가 발견한 것이 아니다. 법칙의 이름은 첫 발견자보다는 그 주제를 꾸준히 탐구하여 발견의 가치를 높인 후대 과학자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를테면 행성의 운동에 관해 설명한 케플러의 법칙을 이야기할 때는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를 빼놓을 수 없다. 망원경조차 발명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난 그는 육안으로 행성의 운행을 정밀하게 관찰했고, 그 결과 행성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음을 확신했다. 이는 수십 년 후 케플러가 튀코의 자료를 바탕으로 ‘케플러의 법칙’이라는 결실을 보게 된다. 앞선 튀코의 연구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나 법칙의 이름은 케플러의 것으로 남았다.

즉, 과학 법칙의 세계에서는 어떤 이론을 찾아낸 최초 발견자보다 발견을 넘어 꾸준히 실험하고 연구한 사람을 더 주목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과학 법칙을 눈여겨봐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발견이라는 결과적인 가치보다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에 더 방점을 두는 것, 끝없는 실험과 반증으로 잘못과 오류를 찾아내고 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 등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과학 법칙만이 아니라 우리가 인생에서 배워야 하는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과학, 특히 물리학의 발전은 대단한 인류의 업적으로 평가되지만 독자처럼 과학이나 물리학의 영역 밖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자연과 생명의 과학자' 최재천의 말이 더 실감나고 가깝게 들린다. "지금은 생명과학이 속된 표현으로 ‘잘 나가는’ 분야로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서기 전까지 과학의 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물리학이었다. 수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이론과 실험 모두에서 이른바 ‘정확한 과학(exact science)’ 혹은 ‘경성과학(hard science)’의 표상으로 군림했던 물리학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그런 자신들의 신분과 지위를 숨기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과학인 생물학이 물리학 사자들의 가장 손쉬운 먹이가 되었다. 잔뜩 주눅이 든 생물학자들 사이에는 한때 ‘물리학 선망(physics-envy)’이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이기도 했다."(최재천 『생물산책』 중에서)

 

저자 : 시라토리 케이(白鳥敬)

과학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과학, 사회 등 분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법칙이 우리의 삶에 큰 변화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는데 정작 대부분이 이러한 법칙을 어렵게 느끼거나,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 정도로 취급하곤 한다. 저자는 법칙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 책 『세상의 모든 법칙』을 썼다. 그 밖에 쓴 책으로 『날씨와 기상』, 『그림을 통해 이해하는 항공 역학』 등이 있고,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 『왜 그럴까? : 생각을 키우는 90가지 과학 원리』가 있다.

 

역자 : 김정환

건국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외국어전문학교 일한통번역과를 수료했다. 21세기가 시작되던 해에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책 한 권에 흥미를 느끼고 번역의 세계를 발을 들여,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경력이 쌓일수록 번역의 오묘함과 어려움을 느끼면서 항상 다음 책에서는 더 나은 번역,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번역을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공대 출신의 번역가로서 공대의 특징인 논리성을 살리면서 번역에 필요한 문과의 감성을 접목하는 것이 목표다. 번역한 책으로는 『재밌어서 밤새읽는 물리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진화론 이야기』, 『마흔에 다시 읽는 수학』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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