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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평점 :
일본 학자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책들은 "상세하게(디테일) 기술하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다"가 원칙진 것 같다. 독자가 일본의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일본 책은 분야에 관계 없이 디테일에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책을 읽다 보면 일본 독자들의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쉬운 책들이 많다. 일본은 국민 독서율이 굉장히 높다고 들은 바 있는데 내용이나 질은 낮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독자가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번역서만 읽다보니 쉬운 책만 번역돼 독자의 인식이 그렇게 오인한 것이리라는 생각도 있다.
아무튼 일본 책의 특징을 누가 묻는다면 독자로서는 굉장히 쉽고 자세하게 쓴다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도 그렇다. 사실 이 책은 제목에서 뜻하는 바처럼 '자신을 내려놓다'는 의미가 '욕심, 욕망을 줄이다'와 같은 뜻이다. 그렇다고 불교 서적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때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 책에서는 '이기적인 나'를 만드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의 글들이 이어진다. 굉장히 읽기가 쉽다. 맘 먹고 읽으면 독자의 경우 세 시간이면 이 책의 주요 내용은 거의 이해할 것 같다. 이 책의 주제는 제목과 연관된 '행복하게 살기'쯤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를 위해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우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지금은 개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라고 저자 네모토 히로유키는 전제한다. 어제 새로 산 가방을 걸친 모습, 멋진 배경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한 사진, 와인 한잔을 놓고 여유 있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세태의 반영이다. 이처럼 현대를 사는 우리는 하루의 절반을 내 일상을 보여주는 데 쓰고, 나머지 절반은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보낸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해서 SNS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내 안에 타인 중심주의를 심어놓는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이렇게 살았다’는 생각보다 ‘남들은 오늘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말이다.
오늘 누구보다 멋진 하루를 보냈다고 여기며 뿌듯함이 밀려드는 찰나 더 잘나가는 친구의 게시물에 만족감은 어느새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고 우울함이 밀려든다. 하루의 끝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가볍다고 느끼는 대신, 내일은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인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 때문에 온종일 열심히 일해도 전혀 행복하지 않다. 저자는 “옆집 마당의 잔디가 더 푸르다(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는 영어 속담을 예로 든다. 이런 뜻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우리나라 속담과 같은 의미다. 우리는 봄이든 겨울이든 사시사철 언제나 짙푸른 잔디가 깔린 집의 옆집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아무리 내 집 잔디를 잘 가꿔도 옆집의 더 파란 잔디를 보면 자신감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당연히 행복하지도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상적인 것’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는 한 마음은 영영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삶은 불행의 씨앗을 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은 굳이 일본 사람들의 입을 벌리지 않아도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지구 안의 모든 이들은 이런 비교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라이벌 의식', '경쟁 의식'일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더 노력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기본 태도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힌다고 배우기도 했다. 이런 경쟁 의식이 어느 정도 선, 어느 정도의 양이라면 선의의 경쟁 의식으로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본성으로 본다면 이 경쟁 의식은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더 커지게 되어 있다. 여기에 빠져들면 이젠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쟁 속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실패하면 더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로, 성공해도 더 높은 욕망에 도달하기 위한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너한테 십만 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 원이 있어. 그러면 너는 내가 부럽겠지. 세상에는 천만 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라는 노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패러디를 생산하는 이유는 자랑하고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 대한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심리상담가 네모토 히로유키는 현대인들이 그 어느 시대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즐기는 듯 보이는데도 전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쉽게 지치는 것은 바로 끊임없는 비교와 지나치게 높은 기준 때문이라고 한다. 잘사는 것의 기준, 성공의 기준, 부자의 기준은 사실상 정해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높은 기준을 바라보며 달려간다. 이상을 좇으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늘 다음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훌륭한 태도이다. 하지만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대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은 이상주의자, 완벽주의자, 늘 주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우등생들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되묻는다. 저자는 자신도 이런 부류의 한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성과를 올려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성공한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신을 부정했다는 것. 저자의 말과 질문을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독자도 그런 시절이 꽤 오랫동안 있었다. 청년 시절의 이야기지만 늘 쫓기듯 일에 열심이었고, 상사가 잘했다고 하면 할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했다. 물론 나이가 더 들고, 어느 정도 자리에 가서 경쟁 의식을 버리긴 했지만. 저자는 "스스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자기 긍정감이 의외로 낮다는 것을 심리상담사 활동을 하면서 깨닫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이런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 이후 지금은 자연스러운 내 모습 그대로 살기, 내 마음 우선 돌보기, 도움이 필요한 때는 남에게 의지하기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러는 한편으론 '할 때는 확실하게 한다'는 자세로 적절히 힘 조절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일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 원인을 심리적으로 짚어본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한없이 엄격한 기준을 느슨하게 풀어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해주고 싶어 책에 담았다는 말이다.
나에게 만족하고 나를 사랑해야 비로소 내 마음에 행복이 찾아온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존감을 찾고 행복에 이르는 4단계를 제시한다. 1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2부 「내 마음 들여다보기」, 3부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기」, 4부 「나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행복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했을 때, ‘이 정도’는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일까? 따라서 가장 먼저 생각의 중심을 타인이 아닌 ‘나’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깨달으면 자신감은 저절로 생겨난다. 나의 가치를 찾았다면 행동에 옮겨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나도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은 나를 내려놓는 일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하고, 타인의 기준 위에 올려놓은 나, 저 높은 이상을 잡으려 끝도 없이 올라가려는 나를 잠시 내려놓자고 제안한다. 가끔 게으른 나, 남들은 잘하는 것을 못하는 나,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나, 조금 부족해 보이는 내가 있어도 당황하거나 자신을 채찍질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내려놓기 위한 일, 행복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일들이라고 강조한다. 얼핏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에서 멀어지는 듯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너그러워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틈새가 생겨서 ‘아,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저자 : 네모토 히로유키(根本裕幸)
1972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1997년부터 고베 멘탈 서비스의 다이라 준지 대표에게 가르침을 받고 2000년부터 전문상담사로서 1만 5천 건이 넘는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사와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연간 100건 이상의 강연을 열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 희망,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논리적이면서도 경쾌한 화법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상담을 하므로 늘 신청자가 많아 예약 대기자가 줄을 서기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 《나는 뭘 기대한 걸까》 《나를 괴롭히는 자책감이 사라지는 책》 《소심한 심리학》 《라이프워크 습관법》 《결정을 해야 뭐라도 하지》 등이 있다.
역자 : 최화연
대학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전공하고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세상에 나 혼자라고 느껴질 때:내 마음과 사이좋게 지내는 29가지 방법》 《요로 선생님 병원에 가다:‘나이 듦’과 ‘인생’을 대하는 법》 《식사가 최고의 투자입니다:하버드에서 배운 세계 최강의 식사 기술》 《알아서 공부하는 아이는 무엇이 다를까:생각하는 방법부터 바꾸는 10가지 부모 언어》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