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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칙은 흔들리는가 - 윤리성, 공정, 정의의 회복을 위한 책
민재형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6월
평점 :
이 책 『왜 원칙은 흔들리는가』는 서점 분류상 경제·경영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탐구하고 논의하는 내용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경제(經濟)와는 조금은 결이 다른 느낌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경제의 정의(正義)와 윤리(倫理)에 관한 이야기다. 경제에는 큰 테두리에서 정의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류가 별 문제는 되지 않을 터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먼저 독후감을 말하라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잘 쓰여진 책, 잘 읽었다"는 말이 떠오른다. 큰 만족감으로 기분도 좋다.
우리 사회에선 약 5년 전부터 부쩍 정의, 공정, 평등이라는 개념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연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의, 공정, 평등'의 기치를 내세워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민주주의 실현으로 국민들에게 '살 만한 나라', '살고 싶은 나라'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약속을 한 데서 무르익은 것 같다. 5년이 지나 취임 연설에서 밝혔던 정책이 얼마나 제대로 실현됐는지의 문제는 이 책에서의 논의 사항이 아니다. 평가는 국민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며, 저자 민재형은 이 책에서 경제정책에서의 윤리성 문제를 다루려 한다. 여기서의 논의와 탐구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저자 역시 거기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다만 독자가 느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저자가 이 책의 프롤로그 「원칙이 바로 서야 하는 윤리성의 시대 앞에서」란 글에서 이 책의 주제가 '제한된 윤리성(Bouned Ethicality)'이란 말을 꺼냈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과 추정을 통해 독자 나름의 독서법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실 저자는 정부의 정책을 분석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개인의 윤리성에 관한 문제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경험한 부분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 주제에 맞춰 저자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쓴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독자는 '제한된 윤리성'이란 어구도 처음 들어봤고, 저자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다. 때문에 그의 설명에 의존해 읽어나가고 독후감 차원의 글을 여기에 적는다. 윤리성, 공정, 정의, 원칙. 이런 단어들이 우리 시대의 화두임은 분명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공정성 시비와 관련한 기사와 논쟁을 다루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한 듯 기업, 공공 기관, 대학 등 수많은 조직에서도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오고 있다. 기업에서의 윤리경영은 이미 지난 세기 말 무렵에 이미 나온 이야기로 독자는 기억하고 있다. 성공적인 기업도 있을 것이고 목적과 달리 실패한 업체도 있을 것이다. 이에 저자의 '제한된 윤리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가 뒤늦게 알고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제로 내세운 제한된 윤리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을 말한다. 무심코 걸려드는 비윤리의 덫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이나 조직이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한 채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열여덟 가지 이유를 국내외의 연구 결과, 실제 사례 등을 통해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까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에 따라 제한된 윤리성이라는 주제를 공부하면서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아홉 가지 팁'도 함께 제안한다. 무척 의미가 크다.
비판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의사결정 능력 제고를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제한된 윤리성이 어떤 원인 때문에 발생해, 어떻게 우리의 의사결정 원칙을 흔들리게 하는가로 나아가고 있다. 아홉 가지 팁은 저자가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도출한 의견이기 때문에 매우 귀중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은 3장(章)으로 이루어졌다. 1장 「제한된 윤리성, 좋은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덫」, 2장 「왜 원칙은 쉽게 흔들리는가: 제한된 윤리성의 18가지 원인」, 3장 「원칙이 바로 서는 좋은 의사결정의 기술 9」이다.
1장 「제한된 윤리성, 좋은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덫」에서 저자는 '의사결정', '인지 편향', '윤리적 행동'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먼저 의사결정은 어떤 일을 하겠다는 추상적인 의지라깁모다는 자원의 배분을 통한 실질적인 행동의 추구이며, 개인과 조직의 자원 배분 활동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행동 지향적 사고이다. 그래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매우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독자처럼 이 어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설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여럿 가운데 하나늘 고르는 개념으로서의 선택이 후속적인 행동자 자원 배분을 수반하는 경우, 이를 의사결정이라 한다로 바꾸어 읽어도 아직 완전 이해는 어렵다. 조금 더 쉬운 개념을 동원한다.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의사결정이라는 말을 선택, 판단 등의 동의어로 사용하지만, 의사결정이란 단순한 선택이나 판단의 범주를 넘어서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선택'이란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름을 의미하고, '판단'은 '옳고 그름을 가리다'로 해석된다. 하지만 의사결정은 '이것을 고르겠다', '이렇게 행동하겠다'라는 정신적인 의지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의지에 따라 내가 가진 희소한 자원을 돌이킬 수 없게 실제로 배분하는 일까지 포함한다고 정의 내린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의미는 독자들이 다 아는 얘기로서 기원전 49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군이 마침내 갈리아를 정복하고 로마로 귀환할 때 일화를 말한다. 카이사르의 인기를 두려워한 원로원 귀족들은 카이사르의 군대가 로마로 귀환할 때 로마 북동쪽에 있는 루비콘강을 무장해제하고 건너도록 요구했다. 무장한 채로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입성하는 것을 반역이라고 규정하면서. 카이사르가 이때 내린 의사결정을 '루비콘을 건넜다'는 의미로 저자가 해설해준다.
또 의사결정은 사려 깊고, 법적으로 타당하며,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사려 깊은 의사결정이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의사결정을 말한다. 이는 교육과 훈련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법적으로 타당한 의사결정이란 현실 세계의 법과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의사결정으로, 이는 법과 규칙에 명시된 바에 의해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윤리적인 의사결정은 그 기준이 매우 불분명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윤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의나 공정성처럼 주관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개념이다.
나는 정의롭게 행동한다고 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정의롭지 않고, '공정'과 윤리성도 같다는 주장이다. 더 쉽게 표현해 요즘 말로 '내로남불'이라고 설명해준다. 이처럼 비윤리적 행위에 무감각하고 부지불식간에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에 동참하는 이유는 인간의 인지 편향*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인지 편향은 자신도 모르게 윤리적 의사결정을 희석하고, 시들게 하고, 왜곡한다. 즉 사람들은 종종 자신들이 비윤리적으로 행동한다고 인식하지 못한 채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 인지 편향: 인간 두뇌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고의성이 없는 판단 착오를 말한다.
이에 반해 어떤 동기적 요인에 의해 고의로 일으키는 판단 착오는 '동기적 판단 착오'라고 한다. 저자 주) 마지막으로 '윤리적 행동'은 '비윤리적 행동'을 설명하면서 가장 가까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관찰되는 많은 비윤리적 행동은 의식적으로 또는 고의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보다는 인간의 인지 편향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저자는 나이키의 기업 윤리강령을 표로 정리해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의 윤리교육은 '비윤리적 행동의 의식적 금지'에만 국한되어 왔다고 말한다. 설교조의 가르침은 별 효과가 없으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반응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2장 「왜 원칙은 쉽게 흔들리는가: 제한된 윤리성의 18가지 원인」와 3장 「원칙이 바로 서는 좋은 의사결정의 기술 9」은 본론과 결론에 해당된다. 18가지를 독자가 단어만 간추려 여기에 적는다. 어구만 봐도 저자가 무슨 지적을 할 수 있는 항목도 있고, 도저히 어구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모두 자세하게 여기에 적을 수 없기 때문에 제목 형태로 나열한다. 먼저 '자기 기여의 과대평가'와 '위비곤 호수 효과', '연고주의의 유혹' 등 3가지를 내놓는다. 이 가운데 "우리 애는 안 그래요.", "우리 강아지는 안 물어요." 등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신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 라디오 버라이어티 쇼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내세운 가상의 마을이 유행되면서 상징적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이는 한 설문조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유명 인사 중 천국에 갈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을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마더 테레사로 79%, 다음이 오프라 윈프리가 66%, 마이클 조던 60%,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60%,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52%를 얻었다. 다음 설문에 "당신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란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87%였다고 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신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역연고는 지역갈등이 극심했지만 이젠 조금 가라앉았나 싶은데 이번엔 진영논리로 편이 갈라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함께 최근의 진영논리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연고주의'에 대한 지적이다.
미국 사회라고 예외가 없다. 유색인종보다 백인에게 은행 대출이 수월한 경향이 있다는 말을 전한다. 이유는 은행 대출을 맡는 직원이 백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니 이래저래 사회 문제로 비화될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 뿌리 박힌 차별화, 자기 우월, 무비판적 맹신, 합리적인고 깊은 사유 없는 판단 등 18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이어 이와 같은 부조리 현상을 대처하는 좋은 의사결정의 기술 9가지가 3장에 나온다.
각종 연구 내용과 결과, 대안을 차례로 언급한 저자는 책의 뒷 부분에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다"는 성철 스님의 말로 「에필로그」를 대신하고 있다. "인간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를 수 있는 비윤리적 판단이나 행동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처방전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이 책을 펴냈다"며 "자기 기여의 과대평가부터 도덕 면허에 이르기까지 열여덟 가지로 언급한 제한된 윤리성의 원인은 우리가 사회에서 목격하거나 경험해온 것임을 독자들이 잘 알게 돼 각각의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제한된 윤리성의 크기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처방전을 일부러라도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 윤리적인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부록」으로 '후회 없는 의사결정을 위한 잠언 101'을 실었다.
저자 : 민재형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며, 의사결정 전문가. 서강대학교 경영대학과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의사결정론, 경영과학, 애널리틱스(ANALYTICS)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의사결정학(DECISION SCIENCES)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서강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래 경영대학장과 경영전문대학원장, (사)한국경영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현재까지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좀 더 스마트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자 전략적 의사결정, 과학적 경영, 비즈니스 애널리틱스(BUSINESS ANALYTICS) 등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쉬운 언어로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생각을 경영하라》(세종도서 선정)를 비롯한 《스마트 경영과학》 《몬테칼로 시뮬레이션: 불확실한 미래의 비즈니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통계학의 이해》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