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
안재현 지음 / 혜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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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의 저자 안재현은 모델이자 배우, 

보석 디자이너라고 한다.

요즘 말로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의 이력이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표현으로는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으로 이해된다.

그가 이 책을 썼을 때 추천서를 써준 분들의 이력도 화려하다.

방송 PD, 감독, 작가들이다. 그를 잘 아는 나영석 PD는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듯한 글들.

먼지를 툭툭 털어 낸 후 신발 끈을 묶는 듯한 글들.

'사는 게 전쟁이라면, 착한 마음으로 이기겠다.'는

그의 다짐이 난 너무 좋다.

 


 

또 이정선 작가는,

재현이가 책을 썼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더욱 놀랐습니다.

훅 들어오는 단단한 성찰,

맛깔스럽고 깔끔한 필력,

담백하고 정직한 고백.

어쩌면 나는 그를 오해했었나 봅니다.

비현실적인 외모 탓에

그의 깊고 선한 내면까지 들여다보지 못한 건 아닌지···.

 


 

저자의 여린 마음은 저자가 써서 책의 맨 앞에 실은 '프롤로그' 「내 어깨 위」에서도 

드러난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영화 한 편을 추천했다. 

영화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제임스는 마약중독자다.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하루하루 연명해 간다.

밤이면 돌아갈 곳조차 없던 그에게

작지만 머물 곳이 생기고,

그 누추한 공간으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든다.

그 고양이와 온기를 나누며 살면서 영화 주인공 제임스는,

존재를 파괴하는 법밖에 몰랐던 사내는 그렇게

작은 생명에게서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을 배운다.

 


 

책을 펴낸 출판사 측의 책 소개글도 결코 예사롭진 않다.

"사는 건 전쟁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이들이 마음속에

칼을 품고 살아간다.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

날마다 우리가 곁을 스쳐 가는 풍경과 작은 새의 울음을 놓치고 있는 건

쫓고 쫓기는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인생이란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인 이들에게,

삶이라는 깊은 바다 속에 잠겨 결국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린 이들에게

그가 건네는 작은 위로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더 너그럽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하겠다고

선언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렇다. 저자는 작은 것들이 지닌 힘은 결코 작지 않아서

행복은 때때로 별것 아닌 것들에 깃든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는 것이 전쟁이라면 할 수 있는 한 착한 마음으로 이기겠다고,

남을 깎아내리지 않고 이기겠다고, 결과를 놓고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겠다고,

매일 문 밖을 나서며 마음속 주먹을 꼭 쥔 채 다짐을 하는 사람이다.

손에 땀이 가득한 사람을 만나면 그 손을 더 꼭 잡아 주겠다고,

그렇게 마주 잡은 손으로 버티면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곳일지도 모른다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순수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다.

이 사람이 전쟁터에서 적을 이기겠다고? 그것도 '착한 마음'으로?

 

내가 타인의 장점에 대해서만 말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나를 걱정했다.

내가 타인의 단점을 찾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드디어 철이 들었다며 안심했다.

아직도 나는

나도,

세상도,

어렵다.

- '아직도 나는' 중에서
 


 

저자의 품성과 심성을 알기에는 한 페이지면 족했다.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TV 출연이 많았다는데 독자의 기억엔 없다) 저자,

그를 이 책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독자로서는 당연히 그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때문에 추천사고 프롤로그를 더욱 신경 써가며 읽었다. 행간의 뜻도 파악하기 위해

바짝 곤두세웠다.

그리고 추천사는 당연히 저자의 장점과 이 책과의 관계만 열거했을 테니

저자의 흠이 될 만한 이야기는 안 썼겠지.

프롤로그 역시 저자 본인이 직접 쓴 것이니 될수록 밝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글을 썼으리란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에는

한 페이지 읽을 때 바로 직감했다.

 

"산다는 건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일이다.

고통을 주면 고통이

사랑을 주면 사랑이 오는 단순한 이치.

내가 행한 것이 무엇이든

내게 되돌아온다면,

연젠가 어차피 돌려받을 거라면,

그게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이라는 제목답게 살아오면서 겪은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 등에 관한 것 중

기억나는 것을 가려 모은 듯하다. 떠오르는 많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쓸 얘기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특별한 멋도 내지 않고, 자신의 생각도 더하지 않았다.

기억의 편린 80개를 모아 적고, 될수록 사색이나 느낌은 자제하려 노력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보이지만,

8개의 장(章)의 제목은 「기억 1」, 「기억 2」, 「기억 3」···. 이런 식이다.

하나씩 이름을 부여 받은 '기억' 조각들은

저자 안재현이라는 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념들과,

흘러가는 시간 속에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다.

그의 글들이 잿빛 하늘에 선명한 무지개로 떠오를 수 있을까.

 

저자 : 안재현

 

모델이자 배우, 보석 디자이너. 2009 아시아 모델시상식 신인상, 2013

아시아 모델시상식 패션모델상,

2014 제7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남자 신인상, SBS 연기대상 뉴스타상,

2016 제9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남자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JTBC [이수근 김병만의 상류사회], On Style [스타일로그],

MBC 뮤직 [뮤직톡톡 마블링] MC,

SBS [별에서 온 그대], M.net [엠카운트다운] MC, 백아연 [느린 노래], 

K.will [이러지마 제발],

SISTAR 19 [있다 없으니까],

조용필 19집 [Hello] Teaser 등에 출연하였다.

“핸드폰보다는 카메라로 사진 찍는 걸 더 좋아한다. 컴퓨터의 키보드보다는

펜으로 종이에 쓰는 걸 더 좋아한다.

문자 메시지보다는 직접 전화하는 걸 더 좋아하며 먹는 것도 좋아해서

결국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게 됐다.

사람들은 내게 종종 쉬운 길을 두고 먼 길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수고스러움과 느림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는 음식일수록 더 깊은 향과 온기를 지니고 카메라 렌즈에 찍힌 사진일수록

더 묵직하게 기억된다.

종이에 글을 쓰면 손가락의 움직임도 함께 묻어나고 상대에게 전화를 걸면 목소리에

마음까지 담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오늘도 정성을 다해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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