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이론
김민구 지음 / 사람in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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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경제학에 관해서는 매우 짧고 단편적인 지식이 전부다. 고등학교 때 교과 과정에 있었고 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웠을 뿐이다. 그래서 경제이론은 매우 어렵고 골치 아픈 수학쯤으로 치부하고 입시 위주로 배운 게 전부다. 누가 어떤 이론을 냈는지는 조금 알지만 그 이론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전혀 모른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썼고,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등의 짧은 지식과 이 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이론』에 나오는 유명한 경제학자 몇몇의 이름을 알 뿐이다. 심지어 이름도 처음 들어본 경제학자도 있다. 물론 신문이나 보도를 통해 한두 번쯤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에는 없다.

특히 20세기 이후의 경제학자는 잘 모르겠다. 저자 김민구는 「머리말」에서 "경제학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과거는 물론 현재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며 그 원인을 찾고 해법, 교훈을 얻으려 노력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창 시절 배운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30년간 경제 관련 뉴스를 쓰는 기자생활을 했다니 저자가 경제 이론에 대해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가졌을 것으로 쉽게 짐작케 한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 이론의 개요만이라도 파악해 독자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를 희망한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산업혁명 이후 발전한 자본주의 경제는 지난 300년간 인간 삶의 여러 측면을 변화시켰다. 모든 국가가 경제적 번영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애쓰지만 어떤 나라 사람들은 영화를 누리고 어떤 나라 사람들은 빈곤에 허덕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수많은 경제학자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의 삶을 바꿔왔다."고 설명한다.

범위가 폭넓으면서도 쉽게 읽히는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이론과 그 이론을 내놓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18세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비롯해 21세기에 새로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그것을 내놓게 된 시대상을 종합하여 이야기한다. 자유방임주의부터 신자유주의,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조하는 케인스학파부터 최근 각광받는 불평등 해결책에 이르는 주요 이론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 자본주의를 형성해온 경제이론을 담은 이 책은 일상생활에 살아 숨 쉬는 경제 현상을 더 쉽게 이해하는 길잡이다. 이 책의 제목 아래 '19+'라고 표기한 것은 경제학자의 숫자인지, 경제 이론의 숫자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판단하면 될 일이다.

 


 

저자는 이 책의 앞 부분에 「들어가며」를 통해 '경제이론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당초 경제학의 출발점은 '가정'이었지만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지역 공동체를 포함한 정치 영역으로 넓어졌다. 중세 유럽에서는 경제학이 '가정 관리'가 아닌 '경제 분야 관리'라는 뜻으로 통했다. 15세기 중세 유럽을 지배한 봉건 왕조들이 나라를 알뜰하게 경영하는 데 경제이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세 경제학은 '정치경제학'으로 불렸고, 봉건 군주가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교역을 확대하며 해외 식민지를 개척하는 데 필요한 통치 이념으로 활용됐다. 그 과정에서 정치 경제학은 딱딱한 경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신학, 정치학, 윤리학 등이 가미된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와 경제이론을 결합한 정치경제학은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계기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정치경제학이 고전경제학파의 이론적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함의를 띤 용어 '정치'가 떨어져 나가 경제학이라는 독립된 학문으로 탄생했다. 이후 경제학은 정치적 함의에서 벗어나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소비, 유통으로 이뤄진 경제활동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물줄기를 겪으며 경제학이 정립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당시 경제학자들은 '차가운' 경제학 이론에 의존하기보다는 '경제를 통한 사회적 공존'을 강조한 신학자나 철학자에 가까웠다. 18세기 당시 사람들의 최대 관심은 산업혁명으로 크게 늘어난 부를 윤리적으로 배분하는 데 모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근대 경제학의 효시이자 대표적인 고전경제학파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윤리적인 부의 분배'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1776년 저서 『국부론』을 통해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국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애써 부정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오히려 개인의 이기심을 적극 권장해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만들어 국가의 부를 증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덤 스미스와 같은 시기에 등장한 다른 고전경제학파 학자들의 주장도 비슷했다. 데이비드 리카도, 토머스 멜서스, 존 스튜어트 밀 등은 보이지 앟는 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전경제학파의 주장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기세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대공황이었다. 대공황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이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깨우쳐준 대사건이었다.

 


 

책에 따르면 대공황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 자유방임을 금과옥조로 여긴 당시 고전경제학파 경제학자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빚어냈다. 이때 등장한 인물들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비롯한 이른바 '케인스학파'다. 보이지 않는 손은 만능이 아니라고 주장한 케인스학파는 정부의 공공 분야와 기업 등의 민간 부문이 손잡고 움직이는 이른바 '혼합경제'를 강조했다. '이중경제'로도 불리는 혼합경제는 정부가 경제활동에 적극 개입해 기업 독점 체제를 없애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데 역점을 두는 정책이다. 민간 부문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해결하는 '큰 정부' 모델인 셈이다.

케인스학파의 핵심 이론은 대공황 같은 불황기에는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소비와 투자가 되살아나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승승장구했던 케인스학파도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큰 정부' 이론이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린든 존슨 대통령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그레이트 소사이어티라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해 빈곤을 해서하며 경제 강국으로 가는 토대를 닦았다. 존슨 대통령은 사회보장제도, 실업보험, 의료보험제도, 교육사업 지원, 지방 도시 개발 등에 막대한 국가 재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존슨 대통령의 야심 찬 재정 확장 정책(시장에 돈을 많이 푸는 정책)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졌다.

 


 

주춤하는 케인스학파에 일격을 가한 것은 신자유주의였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반대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은 기업 등 민간 부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카고학파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갔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 교수들을 가리키는 시카고학파는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게리 베커,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이 주축을 이루었다. 이들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경제이론을 내놨다. 이론의 핵심은 정부의 시장 개입 축소,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자유경쟁 체제 강화, 재산권 보호 등이다.

이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의 순기능을 외면하고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약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이론은 미국의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물론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레이거노믹스)의 사상적 근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세계화'와 '자유화'도 신자유주의의 핵심 화두다.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경제기구도 시장경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등장하여 국가 간 빈부 격차가 오히려 커지고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에 따라 약소국의 경제 체제가 타격을 입는 부작용도 생겼다. 결국 신자유주의의 영향력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용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자 그동안 잠들어 있던 케인스가 무덤을 열고 되살아났다.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케인스주의 정책을 다시 내놨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케인스의 주장을 경제 상황에 맞춰 다듬은 이른바 포스트케인지언을 선보인 셈이다. 이처럼 약 300년에 이르는 세계 경제 역사를 살펴보면 고전경제학파와 케인스 경제학 이념이 시대 추세에 따라 진화하며 주도권을 다투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경제학에 심리학 이론을 가미한 '행동주의 경제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언급한다. 경제학계에서 그동안 비주류로 평가받아온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제학의 흐름을 마친 후 각 장으로 경제학자와 그의 이론, 경제학파와 이론 등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세부적 분석에 들어간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마치 경제학을 책 한 권으로 마스터한 느낌을 받았다. 경제 텍스트로 삼을 만하다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저자 : 김민구

 

서울 출신. 불어불문학을 공부하다 대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동(同) 대학원에서 ‘제2언어로서의 영어교수법(TESOL)’,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오피니언 리더스 프로그램(OPL)’을 수료했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산업부, 부동산부, 유통경제부, 외국기업팀, 국제부 등을 두루 거치며 경제 전반을 취재했고 이데일리 글로벌마켓 부장으로 재직하며 세계 경제 흐름을 진단하기도 했다. 30년 차 경제전문기자로 업계에서는 경제통으로 불린다. KBS 〈아시아는 지금〉, YTN, 불교방송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세계 경제 이슈에 대해 논평했고, 〈코리아 헤럴드〉, 〈CNBC ASIA〉, 외국계 컨설팅 업체 등에 기고 활동을 해왔다. 저서로는 《경제 상식사전》, 《만화 경제상식사전》, 《영어 지식의 힘》, 《영자신문의 독해 논리 공략》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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