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탄생 - 내 옆자리의 악인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도키와 에이스케 지음, 일본콘텐츠전문번역팀 옮김 / 드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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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평소에 '악인'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선인'을 생각하기에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악인은 그저 뉴스에나 나오는 몇몇 사람일 뿐이다는 생각일 뿐이다. 특히 뉴스의 크기가 큰 사람들부터 기억되는 게 일반적이다. 뉴스에 나오는 그들은 대부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다. 한 번 보고 "저런 X은 사형시켜 버려야 해." "어떻게 생겨 먹은 X이기에 저런 짓을?"라며 한동안 분노를 표시하지만 뉴스의 크기에 따라 빠르게 잊어간다. 범죄자들은 상식적으로 용인되지 못할 끔찍한 성격의 소유자(사이코패스)이거나 '돈'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그들은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더 적극적인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악인일수록 분노를 스스로 제어하기 힘든 사람들인 것처럼 보인다.

악인은 보통 악행을 일삼는 사람을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악인(惡人)을 '악한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간단한 풀이가 최선이라고 말할 만큼 악인과 선인(善人, 착한 사람)의 구별은 명확하다. 뜻풀이만큼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악인과 선인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오랫동안 법에 규정해왔다. 그러나 이 사형제도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떠밀려 없어질 운명이다. 사람을 죽인 자는 다시 공권력으로 그 사람을 죽인다는 게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즉 재판관은 신(神)이 아닌데도 사람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게 모순이라는 논리다. 일견 설득력을 가진다. 또 전쟁이 나면 적을 죽이는 게 악행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웅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악'에 대한 규정이 애매모호한데 악인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선악을 구별하는 것은 종교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 성경이나 각종 종교의 경전에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불교의 경우 동물을 죽이는 것도 악행으로 규정한다. 선과 악은 구별이 모호한데도 일부 종교에서는 엄격하게 구분하여 직접 벌을 주기도 하고, 죄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불문에 붙이기도 한다. 종교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을 위한 것인데도 그렇다. 특히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에서는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이단이라고 하여 한때 처형하기도 했다. 악마라는 말도 종교에서 비롯된 말이다. 악마는 악의 화신(化身)이다. 굳이 표현한다면 인간에게 악행을 저지를 것을 교사하는 역할을 맡은 신의 대리인이다.

이에 반대편에 있는 신의 대리인은 천사(天使)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이 악과 선을 개인에게 국한하여 적용한다면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 것이 악일까? 두말 할 것도 없이 나를 괴롭히는, 내가 하려는 것을 방해하는, 또 나에게 소중한 것을 억지로 빼앗으려 하는 모든 사람은 악인이 된다. 악을 판단하는 사람이 달라지면 악인의 기준도 변해서 악인이 선인이 될 수 있고, 선인이 악인이 되기도 한다. 이 불합리한 선과 악의 애매모호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인류는 태어나서부터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안다. 물론 법처럼 자세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선한 행동인지, 악한 행동인지를 구별할 줄 안다. 인간만이 가진 '양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 『악인의 탄생』은 악인은 늘 있어 왔고, 우리 곁에 있는데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여태까지 끌려온 문제라고 주장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저자 도키와 에에스케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일러스트를 이용해 친근하게 풀이한다.

 


 

저자에 따르면 당신을 괴롭히는 악인은 나쁘다. 그래서 그를 비난한다면, 아니 심지어는 처단한다면 문제는 해결될까? 그렇다면 당신 옆자리에 앉은 또 다른 악인은 어쩔 것인가. 이 책의 초점은 사례를 나열해 비방하거나 르포 형식으로 풀어내는 데 있지 않다. 또 감성에 호소하거나 선처를 구하지도 않는다. 악인의 피해자였으나 글로벌 기업가로 성장한 저자는 근거 자료를 토대로 담담하게 ‘악인’이 생겨나는 구조와 그 개선방법을 제언한다. ‘왕따 가해자’와 ‘학대 부모’, ‘사이코패스’는 그 본성부터 사악한가. ‘경찰’과 ‘엘리트’는 옳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가. ‘선거’는 조작되지 않는가. ‘기본소득(복지)’과 ‘봉사단체’, ‘국가 간의 협약’은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가. ‘다양성’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는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옳은 선택인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악인 탄생의 악순환을 끊어낼 혁신적인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악인’이란 우리 삶과 밀접한 ‘왕따, 학교 폭력, 학대, 가정 폭력, 갑질, 세금체납’을 비롯해 넓게는 ‘빈곤, 인종 차별, 전쟁 범죄, 성차별, 감시국가’ 등을 행하는 주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바로 그 악인의 손에 자란 피해자로서, 경제적·인륜적 어려움을 딛고 사회 기업가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 본인이 겪은 일화를 중심으로 타인을 비방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저자의 초점은 감성을 자극하는 데 있지 않고,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수많은 사회문제로부터 더 이상 피해받지 않도록 악인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 ‘구조’를 분석하는 데 있다.

 


 

이 책은 악인은 ‘태어날 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분명 ‘악인 유전자’는 세대를 거쳐 유전되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이 ‘의사, 기업인’과 같은 직군에서 발견되듯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생리적 특징도 중요하지만, 경험에 의한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악인이 아니었음에도 악인에게 피해받아 악인이 된 피해자처럼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논지는 곧 우리 개개인의 ‘이성이 가진 한계’와 악인들이 탄생하는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이성적인 성취를 대표하며, 사회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엘리트’조차 스스로 가진 한계, 즉 같은 사람이기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을 토대로 악인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사회 구조 역시 많은 희생을 치르며 만들어졌음에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처럼 실패하거나 적당히 타협하며 악인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라도 모든 인간이 가진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금보다 나은 사회 구조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 오늘날에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 간의 조약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나, ‘비영리민간단체(NPO) 및 자원봉사단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또 혁신 기업이 나타나 ‘AI’ 등의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인간은 행복해지지 않고 오히려 불행해질 것으로 본다.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악순환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터넷’, ‘전파 시스템’ 그리고 ‘디자인 씽킹’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를 개선함으로써, 악인이 발생하지 않는 ‘전원 기본적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고 밝힌다.

이 책의 근거는 저자 개인의 ‘주관적인 인식’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인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논문, 리서치, 연구, 도서 등을 통해 자료를 취합하고 이를 현실에 나타나는 다양한 악인과 교차 검증하면서 악인이 발생하는 원인을 심층적으로 통찰하고 있다. 이는 어떤 이념적인 목적이나 정치 체제를 옹호하기 위한 연구가 아닌, 인류애를 토대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감성의 영역과 이성의 영역이 적절히 조합된 만큼,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고려할 만한 의견의 하나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이 책은 5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악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2장 「악인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존재한다」, 3장 「지난 300년간,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악인을 물리쳐 왔다」, 4장 「지금도 엘리트들은 무지함 속에서 계속 잘못을 저지른다」, 5장 「악인도 행복해지는 사회로 나아가자」이다. 각 장마다 10개의 소제목으로 각 1건씩 모두 50건의 악인 태어난 원인, 결과, 악인에 대한 재인식, 악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악인의 재규정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에 앞서 「프롤로그」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나는 '악인은 왜 악인이 되는가'에 대해 철저히 분석했다.

이는 독서와 검색, 조사에 그치지 않았다. 국제 조약이나 일본법에 대한 정책 제언을 하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온라인 매체에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투자자로부터 10억 원 이상을 투자받아 저가형 스마트폰을 개발해 신흥국에 판매(소셜 비즈니스)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고 밝힌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사회 구조가 악인을 만들어 낸다."라고 말한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말이다. 악인도 악인이 된 이유가 있다. 유전이나 건강상태로 악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낡은 가치관과 새로운 시대의 부조화로 악인이 되기도 한다. 또 왕따나 학대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나 타인의 명령에 의해 악인이 되는 등 악인도 피해자가 되는 이유 등을 열거한다. 이에 따라 악인의 발생에 악인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나 결함을 떠나 설득력을 갖는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아닌데 '악인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주장에 묘한 공감이 간다. 물론 악을 행한 자가 이런 주장을 했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었을 것이다. 범죄자의 자기 변명으로 들렸을 텐데, 실제 피해자였던 저자의 주장은 선뜻 동조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생각거리를 준다. 특히 사회적 구조 탓으로 돌리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혹시 자신의 것을 지키기에 급급해 우리는 악인의 범위를 너무 넓혀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 : 도키와 에이스케

 

1991년생.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하다가, 어머니와 생활하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었다. 그 이후 자신과 같은 가정환경을 없애기 위해 2016년 회사를 설립하고 1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아, 오래 쓸 수 있는 저가형 스마트폰을 개발해 판매했다. 주 고객층은 인도나 아프리카 등지의 빈곤층으로, 인도의 교육기관 NGO 단체와 함께 아동들에게 스마트폰을 지원함으로써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외에 1가구당 1대의 스마트폰만 있으면 농업지원, 원격 의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소셜 임팩트를 일으키는 한편, ‘전원 기본적 행복(UNIVERSAL BASIC HAPPINESS)’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연구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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