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아니라 몸이다 -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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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뇌가 아니라 몸이다』는 굉장히 긴 「서문」을 갖고 있다. 무려 20페이지가 넘는 서문을 통해 저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표제어로 쓰인 '뇌가 아니라 몸이다'는, 약간은 애매한 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몸의 움직임, 감정의 표현 등 모든 행위의 주체가 뇌가 인지해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뇌가 중요한 기능을 하는 건 맞지만 꼭 뇌가 인지하고 뇌의 지시에 따라 우리 몸이 움직이는 걸까?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긴 서문을 쓰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운전'을 예로 든다. 운전자는 길의 환경 및 사람의 움직임, 그 움직임에 대한 예측, 뇌에서 시키지 않아도 모든 감각 기관에서 순간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판단해 스스로 몸이 반응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은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동승자가 있는 경우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눈이 오거나 빙판길인 경우라도 당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익숙하지 않는 도로나 새로운 교통 상황에 맞닥뜨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꼭 내 차가 아니더라도 익숙하지 않는 도로를 얼마든지 수월하게 운전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인간인 운전자는 이렇게 물 흐르듯 유려하고 직관적이며 상황에 맞춰 즉각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 한참 개발 중이고 시험운행도 마친 자율주행의 경우 인간과 달리 모든 상황의 알고리즘을 입력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는 돌발상황에 인간만큼의 대처 능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어떻게 학습하고, 우리는 왜 그것을 믿어야 할까? 누군가에게 그들의 지능을 책임지는 몸의 부분을 가리켜달라고 부탁하면 그들은 그들의 머리를 가리킬 가능성이 높다. 이 가정은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라틴어)'에서부터 컴퓨터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세기 동안 생각이라는 개념에 대해 들은 것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길 데 없는 힘에 관한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손가락을 내밀고 손으로 정확하게 타이핑하기 위해서 핀 번호를 기억하려고 애쓰거나, 정확한 음표를 기억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피아노를 치거나, 큰 결정의 압박을 받을 때 직감적인 느낌 등을 예로 들며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 모든 예는 우리의 지식 습득에서 신체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고 독특한 인간의 지성으로 보기 위해 뇌와 몸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탐구할 때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 몸은 절대 자전거 타는 법을 잊을 수 없지 않은가? 이 독특한 신간에서 사회 기업 인류학자인 사이먼 로버츠는 우리 몸이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살펴보고, 왜 우리 몸이 학습한 지식을 더 자주 들어야 하는지를 상기시킨다.

 


 

저자는 이어 매우 광범위한 첨단 과학, 실생활의 예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로버츠는 인간이 매일 수행하는 가장 단순한 업무의 복잡성을 탐구하고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일을 하는 과정에 대한 더 큰 인식을 가지고, 우리의 모든 잠재력과 삶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의 제안은 빅데이터, 냉철한 합리주의, 환원주의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구체화된 지식이 우리의 참여와 주변 세계와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듯이, 저자는 지능이 우리의 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하나의 실제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세계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는 자원으로서의 육체의 역할에 더 많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성적인 분리가 아니라 학습의 참여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근대 서양철학의 문을 연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표현은 사고가 우리와 동물을 구별하는 결정적 특징이 된다. 데카르트는 인간을 구성하는 본질로 정신과 몸을 구분했다. 이러한 정신-몸 이원론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뇌를 신성시하고 지능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리학자와 첨단 과학자들은 이전의 기계론적 접근에서 벗어나 체화된 지식 이론, 즉 몸의 학습 능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식 습득에서 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지능은 뇌뿐 아니라 몸에도 있다는 것을 다채로운 사례로 실증한다. 데이터가 전부이고 인공지능이 미래라고 믿는 시대에 뇌에 중점을 둔 지식의 한계를 짚어보고, 불확실한 세상과 소통하면서 더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데 ‘체화된 지식’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여러 관점에서 조명한다. 저자가 데카르트를 말하고 있는 것은 데카르트의 주장이나 학설이 틀렸다는 것보다는 우리의 인지 판단 능력이 뇌의 일방적 기능이라는 보는 것은 일부만 맞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으로 독자는 이 책을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데카르트가 남긴 유산 중 또 다른 면은 뇌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활동을 지식의 습득이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능을 인지적 관점으로 보도록 유도했다. 다시 말해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계산하고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지능이 일련의 정신적 표현(명제, 이미지, 사실 또는 수학 기호)과 그런 것들을 작동시키는 일련의 합리적 과정에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견해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지식에 관한 이후의 이론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신의 인지적 처리 과정을 기계적으로 재생하려는 시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기계가 마들어지면서 인간의 지능이 무엇에 기반을 두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증폭되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몸인가, 정신인가〉, 2부 〈몸의 학습법〉, 3부 〈몸의 지식력 활용〉으로 나뉘어 있다. 이 모든 구성은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학습에서 몸의 역할'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Power of Not Thingking』이다. '생각하지 않아서 얻는 힘'이라고 역자 조은경은 해석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는 학습에 대한 뇌의 능력에만 바탕을 두고 연구하고 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인간은 뇌는 물론 몸을 이용해 학습을 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치중해 왔다.

저자는 그러나 이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몸은 뇌와 동등하게 지식 습득에도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명제를 확인시키고자 한다. 역자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을 번역하며 느낀 점 3가지를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첫째, 몸을 이용해 지식 습득하기는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기계가 따라하기는 극도로 힘들다. 둘째, 몸으로 하는 공감이 글로 읽거나 화면으로 하는 공감보다 훨씬 더 힘이 세다. 21세기는 그런 공감의 힘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셋째, 인간이 가진 능력을 두고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과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다. AI의 엄청난 발전에 놀라고 충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기계는 따라하기 힘든, 인간만이 의식하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영역이 많으니 그런 활동을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 1부는 정신과 몸에 대한 개념을 소개한다. 저자는 어떻게 정신이 지능과 지식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시도가 펼쳐진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으로 시작해 뇌를 중시하게 된 연원을 알아보고 첨단 기술과 빅데이터의 세상에서 세상을 경험하는 데 수치 이상의 것이 필수적임을 설명한다. 2부에서는 몸으로 익힌 '체화된' 지식을 발전시키고 즐기는 방법을 알아본다. 체화된 지식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시도한다. 저자는 5개 항목을 직접 설명을 달아 한 챕터씩 주석을 달고 설명해 나간다. 각 항목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① 관찰 : 우리는 몰입과 모방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 ② 연습 : 몸은 반복된 행위를 통해 기술을 습득한다. ③ 즉흥성 : 체화된 지식은 실용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이용해 익숙하지 못한 것을 다룰 수 있게 된다. ④ 공감 : 몸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의도, 감정, 느낌 등을 이해한다. ⑤ 보유 : 우리 몸은 지식을 보유하고 다시 불러낼 수 있다.

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체화된 지식을 얻으려면 먼저 '관찰'을 통해 배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연습'을 통해 몸이 지시과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인간은 체화된 지식을 통해 낯선 것에 반응하는데, 이때 '즉흥성'이 힘을 발한다. 또한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이해하는 데 몸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체화된 지식을 '보유'함으로써 우리 몸이 경험한 것을 기억하는 방식을 알아본다. 3부는 앞선 방법으로 습득하고 보유한 체화된 지식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비즈니스, 정책 입안, 정치 분야에서 체화 작업이 활용되는 사례, 예술과 창의성 및 디자인 분야에 적용된 체화된 지식을 소개하는데 매우 흥미롭다.

 


 

저자가 이 책을 끝내면서 남긴 마지막 단락의 문장은 독자의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세상을 영원히 바꿀 것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인간의 체화 능력이 우리의 지능을 복제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데 위안을 얻어야 한다. 몸을 무시하기보다는 기뻐하고 축하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초능력이니 마음껏 즐기고 기뻐하자."(p.294)

 

저자 : 사이먼 로버츠(SIMON ROBERTS)

선도적인 비즈니스 인류학자.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삼은 스트라이프 파트너스(STRIPE PARTNERS)를 통해 인텔,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구글을 포함한 포춘 500대 기업에 비즈니스 자문을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BBC 라디오 4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었다. 현재 아내, 그리고 세 자녀와 함께 이스트서섹스에서 살고 있다.

 

역자 : 조은경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 대학원 번역학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 철학, 문학, 예술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지대하며 언제나 책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느끼며 산다. 좋은 책을 발굴, 기획하는 일 역시 관심을 집중하는 일 중 하나다. 정기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해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경이의 땅」, 「생명전쟁」, 「뜨는 도시 지는 국가」, 「위스키의 지구사」, 「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 「엄마는 누가 돌보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당신 개는 살쪘어요!」, 「빅니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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