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지 않는 마음 - 26명의 대표 철학자에게 배우는 삶을 지탱하는 태도
이준형 지음 / 빅피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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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미움받을 용기』란 책이 서점가를 휩쓴 적이 있다. 독자는 나중에 읽었지만 이 책은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대해 일본의 철학자와 작가 두 분의 대화로 엮어 설명했다. 아들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살지 않기 위해서는 '미움'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제안했다. 일본의 두 분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들러의 이론을 빌려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 대화 내용을 책에 그대로 담은 것이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이런 현실에서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누구에겐가 휘둘려 살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진리 앞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의 시기 질투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쩌면 살면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바람, 과한 욕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주 상황에 따라 선택을 망설이고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추스른 마음이 무너지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물러서지 않는 마음』은 여기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다. 세상에서 지치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26명의 철학자들의 말을 저자 이준형이 설명하고 주석을 단 것이다.

 


 

저자는 물론 그 철학자들이라고 해서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실수하고 후회하고 아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 생애를 바쳐 삶의 질문과 답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꼭 필요한 순간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가지려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들의 철학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고, 저자가 바로 그들의 철학을 자신의 일상 가까이 곁에 두고 수시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로서도 '나의 삶'을 살아가는 해법이라고 생각해 이 책을 읽는다.

흔히 철학은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계발서나 심리에세이가 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깨달음은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거센 바람 앞에서도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디딜 수 있게, 물러서지 않게 해주는 힘은 ‘스스로 자신과 세상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을 때’ 생기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단순히 삶의 어려운 질문들에 대해 하나의 정답표를 제시해주지 않는다. 그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그래서 뿌리 깊은 튼튼한 기둥이 내 안에 생기게 한다. 그 어떤 다정한 말들보다도 말이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표 철학자 26인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26개의 키워드들에 대해 각각 어떤 조언을 했는지 26개의 핵심 문장을 통해 보여준다. 즉 하나의 철학자, 하나의 키워드, 하나의 문장을 특징으로 하는 한 개의 꼭지를 읽으면 그 철학자의 대략적인 생애와 사상의 핵심, 오늘날 유의미한 메시지들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이름은 알아도 정확히는 모를 정도로 쉽게 휘발되던 철학 지식이 머릿속에 제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이 같은 구성으로 돼 있어서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오늘 하루의 고민이 무엇인지에 따라 궁금한 주제부터 찾아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지난 몇 년간 배운 일의 대부분은 '물러서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나오고, 여러 의미로 독립을 하게 되고, 말로 설명하기도 버거운 여러 문제를 겪는 동안 늘 고민해야 했던 건 '어떻게 잘 물러설 수 있는가' 하는 것 뿐이었다고 토로한다. 물러섬의 주제는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빠지는 법, 날 세우는 상대와의 다툼을 피하는 법, 누군가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 욕망과 충돌하는 내 욕'심'을 순순히 접는 법 등이라고 한다. 그러나 뒤늦게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라는 점을 알아챘다.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문제를 마음대로 규정하고 그 답까지 알려줄 사람들이 주변에 널리고 또 널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란 점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타협하는’ 마음으로 잘 살다가도 울컥울컥 다른 감정, 다른 마음이 밀려온다는 데 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할 용기, 모두가 아니라고 말해도 고집스럽게 밀고 나아가려는 열의 같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주장한다. 그 마음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마음을 지켜낸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만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철학자’라고 부른다. 사실 철학자라는, 꽤 거창해 보이는 단어의 이면에는 불완전한 인간이 있다. 이들 역시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와 똑같이 실수하고, 불안해하며, 후회하고, 아파했다. 다만 꼭 필요한 순간, 그들은 우리와 달리 용기를 발휘하여 물러서지 않았을 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꼭 필요한 순간, 그들은 우리와 달리 용기를 발휘하여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 물론 그들 역시 그 용기를 매번 발휘하지는 못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대단한 철학자들조차 매번 훌륭하지 못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평생 남과 다른 선택을 하기에 충분한 용기를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위기가 찾아온 순간 전보다 조금은 더 넓은 시야와 냉정한 자세로 그 문제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는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마련해주는 이야기다.

 


 

독자는 저자의 주장을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할 정도로 철학이나 문해력의 능력이 없다. 때문에 1장 네 번째 에피쿠로스에 대한 설명 부분을 하나의 예로 든다. 저자는 에피쿠로스가 '쾌락'을 추구한 철학자라고 잘못 알고 있는 독자에게 준엄한 비판을 가한다. 저자는 핵심어를 '쾌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독자와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다. 에피쿠로스의 말 한마디로 지적한다. "오랫동안 고통을 인내함으로써 지극한 행복이 찾아온다면 이런 고통은 쾌락보다 낫다."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섯 가지가 있다고 믿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 인간과 멀리 떨어져 있는 신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

둘. 죽은 뒤를 걱정하지 말아라.

셋. 사랑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해라.

넷. 정치를 멀리해라.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 인간이 가져야 할 물질적인 것들은 매우 적음을 깨달아라.

다섯. 고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라.

여섯. 사람들이 믿을 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라.

 

어떤가. 시대의 변화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 우리에게 와닿는 내용이 많지 않나? 에피쿠로스와 그의 학파는 철학이 단순히 이론을 만들고 사유하는 과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철학이 사람들에게 ‘실천적 지혜’로 활용되기를 바랐다. 현재를 긍정했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했고, 두려움을 멀리했다.(p.33~34) - 「행복의 시점-에피쿠로스」 중에서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26명의 철학자를 독자들의 필요에 따라 5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분류했다. 1장 「힘을 주는 말이 필요한 순간」, 2장 「좋아했던 열정을 되찾고 싶다면」, 3장 「멀리 높이 나아가도 싶은 마음」, 4장 「우리 안의 기준이 흔들릴 때」, 5장 「나를 온전히 아끼는 태도」로 구성됐다. 26명의 철학자들에게는 각각 1개씩 모두 26개의 단어가 주어진다. 모두 2음절의 단어로 철학에서 흔히 많이 쓰이는 용어도 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대부분이어서 단어의 뜻을 별도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단어들이 아무 상관없이 나열된 것은 물론 아니다. 대체적으로 그 철학자의 이론이나 연구가 집중됐던 일종의 핵심어이다. 즉 그의 철학 사상을 알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단어들이다.

예를 들면 1장 니체에 대한 대목(소제목은 '고통을 건너는 순간 빛나는 것')에서 핵심어는 '불안'이 제시된다. 이 불안이 니체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독자도 잘 모른다. 그러나 니체와 관련된 내용(9~10페이지)을 읽고 나면 뭔지 모를 불안한 기분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니체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 이 문장으로부터 시작한다. "누구나 살면서 꿈 하나쯤 품고 산다." 꿈과 희망(삶의 목적)에 대해 설명을 곁들인다. 또 니체가 철학자가 되기 전부터 철학자가 된 이후의 삶과 학문적 탐구, 그의 철학 이론을 정립하고 그것이 니체의 삶의 이유로 정착되는 과정에 대한 간략한 해석도 덧붙인다. 이후 그의 철학 사상에 대한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해준다. 이 니체에 대한 부분의 마지막 문장은 "당신은 지금 별을 품고 사는 중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반짝이는 별"이다.

 


 

독자의 식견이나 지식으로는 니체를 한 단락으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저자의 해석에 의존한 점을 독자들이 양해해 주길 바란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저자가 왜 한 단어를 핵심어로 제시했는지, 철학자의 생애를 간략하게나마 알려주는지, 그리고 그의 철학이론이나 사상의 개요에 대해 설명해주는 이유를 각 항목을 읽고 나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서두에 언급한 『미움받을 용기』처럼 재미있게 대화체로 엮은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어에 대한 설명을 위한 백과사전도 아니다. 그러나 제시한 단어나 철학자의 사상이나 이론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철학에 문외한인 독자가 읽어도 어려운 단어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의미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점이다. 이 책이 잘 쓰였다는 증거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이준형

 

콘텐츠 파는 서비스 기획자. 고려대학교에서 철학과 환경생태공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지식콘텐츠 분야의 서비스를 만드는 IT 기업의 기획자 겸 PM으로 활동 중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숨은 철학 찾기’라는 칼럼을 2년간 연재했고,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인기 프로젝트를 책으로 엮은 《하루 10분 인문학》과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인 《첫술에 맛있는 철학》을 썼다. 유튜브 채널 ‘인문학 유치원’과 인문독서 서비스인 ‘언리드북’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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