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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을 사랑하기로 했다 - 사랑, 그 난해한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인간적인 방법
이상란 지음 / 치읓 / 2022년 5월
평점 :

이 책 『나는 신을 사랑하기로 했다』는 에세이가 분명하지만 철학서 같다. 은유가 많고 축약이 많아 한 번에 읽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저자 이상란도 독자로서는 '철학' 이상으로 어렵다. 사전에 저자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서평단 책 소개글을 되풀이해 읽어본다. 역시 짧은 저자 소개는 '신을 사랑하기로 했다'는 말 이외에는 건질 것이 없다. 마치 그 자신이 신(神)인듯 모호한 명제 같은 말만 몇 마디 적혀 있을 뿐이다. 저자의 정체를 파악하기 가장 좋은 '들어가는 말'부터 읽어본다. 「사랑이 사랑에」란 큼지막한 활자의 제목이다. 역시 시(詩)의 제목 같다. 본문을 읽어도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부제에 다시 집중해 본다. 「사랑, 그 난해한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다. 사랑에 접근하기 위한 인간으로서의 방법은 무엇일까?란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그 방법이 이 책 안에 들어있다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하나의 명제를 내놓고 독자를 집중시킨다. "우리는 사랑할 수 있기에 사람이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람이다.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인생의 본질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 뭔가 건너뛴 것 같은 느낌의 답을 책 소개글은 담고 있다. "저자는 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삶의 저편에서 불어오는 저항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다음의 말과 맥이 잘 통한다. "그녀에게 신은 사랑이며, 삶이며, 지혜였다. 그녀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고유성에 존재하는 깊은 사랑의 뿌리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필요적 요소이며, 대상이며, 선택임을 그녀 안에 있는 신의 시선을 통해 말하고 있다."는 풀이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사랑이 사랑에」란 '들어가는 말'로 되돌아간다. 무뚝뚝하고 부드럽지는 못했지만, 생계를 걱정하는 동아리 후배들을 위해 몇 달씩 아르바이트하며 쌀이랑 라면을 사주기도 했다는 저자는 그때 심장이 따듯한 아이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10년을 모셔온 시어머니가 요양병원으로 옮기면서 저자의 마음에 있던 '사랑'이 점점 사라져 갔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사랑을 잃고 가난한 영혼이 되었다. 이제는 선도 아니고 빛도 아니다. 사랑도 아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희생자임을 자처하고 타인들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가르친다. 정의와 용기 있는 삶을 살라고.
나는 지금 어른이다. 그것을 할 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던 순수 시대의 정신은 어디에 팔아 버렸을까?" 어린 시절이나 대학 시절, 그 이후까지 얼마간은 사랑이 가득 찬 마음의 소유자였으나 살아오면서 세상에 휩쓸리다 보니 사랑은 온데간데 없고 삭막한 세상을 굳건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바뀌는 댓가로 어른이 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처럼 들리는 부분이다. 그럴 것이란 이해가 시작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야 저자는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스스로가 빛이고 사랑이고 정의였음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삶이 자신 안에 찌그러져 숨어 있는 사랑을 찾아 밖으로 해맸다고. 가난한 영혼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힘겹게 애쓸 필요가 없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의 삶이 사랑이고 선이다. 그리고 빛이다. 외부의 시선과 타인의 반응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내 크기만큼 사랑하면 된다. 내 밝기만큼 빛을 내면 된다. 그저 내 안의 사랑을 키우고 내 안의 빛을 밝히는 일에 마음을 쓸 일이다. 최초의 순수로 돌아갈 일이다. 사랑이 사랑에 고백한다. 지난 삶들이 주인을 잃은 부끄러운 변명들었다고. 신 앞에 '나'를 드러냄으로써 사랑이 되려고 한다."고 깨닫고 각오를 다진다. 저자는 운명은 '내가 원하는 선택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선택 뒤에 숨겨진 알 수 없는 힘의 실체를 모른다고 설명한다.
1장 「'나' : 직설적, 그 아래의 순수함」에서다. 저자는 늘 알 수 없는 결핍감 같은 것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안 어딘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으면서 삶의 흔적들을 집어삼키고 공허의 자리로 만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삶의 쉼표 사이마다 자신을 언제나 똑같은 공험함에 휩싸이게 했다고 한다.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하고 지내오다 쉰여섯의 나이가 되어 모든 것들이 운명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p.14) 이제 저자는 삶을 이끌어온 원인과 그것으로부터 파생된 결과들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한다. 삶을 구속하고 있는 필연의 이유를 직시하고 객관화시킬 수 있을 때 그것을 넘어서는 자유를 얻게 되고, 인생을 연결하는 매듭의 고리를 찾아내고 풀어가는 일이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저자가 언급한 ‘사랑, 그 난해한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인간적인 방법’에 대한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듯하다. 사랑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사랑은 사랑 그대로의 절대가치를 가진다.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 고유하고 탁월한 존재는 없다. 그리고 그 탁월함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그 사랑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그녀의 일상을 바라보는 탁월한 시선과 사랑에 대한 깊은 고찰은, 사랑 앞에 헤매는 우리 인간의 매 순간 망설이는 선택을 보다 가능케 할 것임이 분명하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 : 직설적, 그 아래의 순수함」, 2장 「‘천국’ : 초원 위에서 신을 만나다」, 3장 「‘교감’ : 낯선 감정, 낯익은 느낌」, 4장 「'신과 개와 고양이' : 인간에게 나는 신이 분명하다」, 5장 「‘가족’ : 신이 내린 가장 어려운 과제」, 6장 「‘길’ : 신의 그림자」, 7장 「‘본성’ : 악의 시대, 사랑을 말하다」, 8장 「‘받아들임’ :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으로 나누어 나, 사랑, 천국, 교감, 주위, 가족, 길, 본성에 대해 탐구한다.
이렇게 구성된 저자의 여정은 신을 사랑함은 앎의 연속이며, 지혜의 쌓여감임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삶을, 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이 삶의 모순과 부정과 이해관계를 인정하고 허용하는 것을 넘어 온전한 수용으로 향해가는 여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지만 마침내 도달할, 필연적 결과로 나타난다. 매 순간 다가오는 예기치 않은 삶의 흐름 앞에, 저항이 아닌 사랑을 선택한 것이 필연적 결과를 가져오는 '신의 한 수'로 결론 짓는 독자의 무례함을 용서해주길 빈다. 사랑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받아들인 저자만의 필로소피아가 가득 담긴 이 책이 더욱 깊고 진한 향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독자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실체를 정의하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사랑'하며 살아왔다. 더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사랑이 뭔지 모르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렇게 알고, 그렇게 듣고, 감사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내민 "우리는 사랑할 수 있기에 사람이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람이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쩔쩔맸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살아도 사랑하며, 사랑받으며 사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또 다른 명제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인생의 본질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는 명제에 부딪치며 적잖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사랑'에 대해 실천하고 사유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인지'에 대해 사색을 거듭한 후 깨달아 알게 되고 글로써 이를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있다. 독자는 거듭 생각하고 이 글을 두 번, 세 번 읽으며 그 뜻을 어슴푸레 이해하기 시작하고 '사랑'의 본질을 이제야 깨닫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조금씩 조금씩 사랑의 실체를 깨달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독자도 저자가 "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삶의 저편에서 불어오는 저항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는 말도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저자에게 신은 사랑이며, 삶이며, 앎이며, 지혜였다.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고유성에 존재하는 깊은 사랑의 뿌리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필요적 요소이며, 대상이며, 선택임을 이 책은 저자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신의 시선을 통해 말하고 있다.

사랑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사랑은 사랑 그대로의 절대가치를 가진다.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 고유하고 탁월한 존재는 없다. 그리고 그 탁월함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그 사랑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저자의 일상을 바라보는 탁월한 시선과 사랑에 대한 깊은 고찰은, 사랑 앞에 헤매는 우리 인간의 매 순간 망설이는 선택을 보다 가능케 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독자는 믿는다. 이 책에서 저자의 시선은 날카롭고 분석은 치밀하지만, 문장은 따뜻하다. 저자는 자연 속에서, 여행 중에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흔히 넘어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신을 발견하고 이 책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의 아이러니가 그럴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되고,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이 사실은 본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시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게 된다. 인간이 늙는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임을 당연히 알게 된다.
책을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도 내 삶을, 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은 단숨에 읽을 정도의 가벼운 책이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저가의 깊은 사유와 힘든 여정의 시간과 걸어 온 길이 어우러져 있기에 삶의 무게가 함께 담겨 있다. 그렇기에 맑고 아름다운 '사랑'을 떠받치고 있는 실체의 속성을 하나씩 깨달을 때마다 환한 빛의 발견이자 지혜의 터득이 된다. 독자는 저자가 걸어온 별빛이 쏟아지는 몽골 초원의 밤하늘을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를 생각했다. 또 색을 갈아입는 가을의 거리에서 무엇을 보았을까를 사유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무수한 질문을 만난다. 질문들의 답을 찾으며 저자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이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와 지혜이다. 독자들에게 차분한 마음으로 감정과 이성을 모두 쏟아 이 책을 읽어볼 것을 독자는 감히 권한다. 분명히 저자의 사랑에 대한 사유의 깊이나 지혜의 깊음에는 못 미칠지라도 최소한 가는 길에 대한 영감은 얻을 것으로 독자는 믿기 때문이다.
신은 저기에 있는 대상이 아니다. 나와 내 옆에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동시에 같은 에너지로 존재하며 작동하고 있는 실재이다. 신을 믿지 않아도 신을 만날 수 있고, 신을 숭배해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신의 일부, 신이 발현되는 현상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고, 존재와 존재 사이에 있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 있다. 우리는 신의 세상에 신의 일부로 사는 것이다. 신은 전체이고 조화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작동하는 운동이다.(p.225)
저자 : 이상란
쉽게 정의하기 힘든 그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필로소피아(philosophia)다. ‘사랑하다’라는 뜻의 필로(philo), ‘지혜’라는 뜻의 소피아(sophia), 그녀에게 신은 앎이자 지혜였다. 적지 않은 인생의 난관 속에서 고난과 고통의 구분 없는 기로 앞에 서게 하는 신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을 사랑함은 앎의 연속이며, 지혜의 쌓여감임을 깨달은 그녀는, 그녀의 삶을, 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이 삶의 모순과 부정과 이해관계를 인정하고 허용하는 것을 넘어 온전한 수용으로 향해가는 여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다가오는 예기치 않은 삶의 흐름 앞에, 저항이 아닌 사랑을 선택했다. 사랑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받아들인 그녀만의 필로소피아가 가득 담긴 이 책이 더욱 깊고 진한 향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E-MAIL : lsr7018@naver.com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