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진단해 드립니다 - 감정을 조절하는 마인드 솔루션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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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生老病死)는 우리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오늘날 의학은 발전을 거듭해 많은 병을 정복하고 인간을 치료해 왔다. 특히 인간의 수명이 50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데서 비롯된 것임을 볼 때 인간 삶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아직 정복하지 못한 분야가 더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직'이란 말에 '결국 정복'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인간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은 지나친 과장이다. 그것은 어쩌면 '뇌'에 대한 정복의 불가능성, 사회가 발전할수록 새로운 질병이 새로 나타나는 불가지론과 맥을 같이하면서 영원히 질병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게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생노병사도 원래는 의학에서 많이 쓰였다기보다는 종교에서 더 많이 쓰이는 말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생노병사의 고통을 벗어나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생노병사를 겪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이전의 선조는 물론 우리 후손도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데 이견을 쉽사리 보이지 못하는 지금이다.

 


 

현직 의사가 쓴 이 책 『당신의 마음을 진단해 드립니다』는 우리의 삶이 생로병사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저자 김상준은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생로병사의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는 이에 따라 "우리는 기쁨, 즐거움, 행복보다는 수많은 슬픔, 분노, 외로움, 좌절, 고통, 절망, 상실감 등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은 내 것임에도 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고 우리를 좌지우지합니다. 그래서 마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의 속성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태어나서 부모님의 전적인 돌봄을 받다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면서 혼자 서기 시작해야 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사회에 뛰어들어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배우자를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노후를 대비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육체가 노쇠해져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한 고통은 어느 누구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생로병사의 삶을 건너가야 하는 우리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더욱이 과거에 비해 어릴 때부터 무한경쟁이 시작되고,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길어짐에 따라 각자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는 더욱더 무거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저자인 김상준 정신과 전문의가 30여 년이 넘게 진료실에서 만나온 수많은 우리 마음들의 사례가 실려 있다. 그것은 우리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마음이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곧 우리 인생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은 1부 「복잡하고 오묘한 우리 마음에 대하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을 진단해 본다. 또 2부 「내 맘대로 안 되는 내 마음 관리하기」에서는 감정에 대처하는 마인드 솔루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사의 일처럼 '진단 후 처방'의 과정으로 책을 구성했다.

각각의 파트에는 저자의 경험, 치료 사례 또는 문학이나 영화, 철학자의 말과 인류 역사에서 드러난 사례들을 하나씩 하나씩 짚어나가는 식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냥 이론적, 학문적인 설명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높다. 저자는 첫 장에서 '마음 감옥'이란 표현을 쓴다. 슬픔 분노 고통 등 많은 부정적 감옥을 통칭한 은유적 표현이다. 이 감정에 휩싸인 사람은 마음 감옥에 갇혀 우리 삶이 행복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고 말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두려움의 감옥', '편견의 감옥', '욕망의 감옥' 등은 모두 스스로가 쌓아놓은 감옥이고 그 안에 갇혀 지내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장(章)에서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하를 사례로 들고 있다. 억울한 살인죄 누명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앤디 듀프레인이 세상을 탓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다. 이렇게 앤디 듀프레인이 감옥을 빠져나오는 데 20년이 걸렸다. 그러나 저자는 마음 감옥이 더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말한다. 감옥에 갇힌 사실을 수용하고,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마음 감옥을 벗어나 제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에는 슬쩍 묵상이나 명상을 권하기도 한다.

 


 

저자는 「머릿말」 마지막 부분에서 영화 〈굿 윌 헌팅〉의 내용을 설명하며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유해가는 과정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해준다. 윌 헌팅이라는 청년은 천재적인 기억력과 수리능력을 갖고 있지만 불우한 집안 환경으로 대학 청소부로 일한다. 그는 일하는 대학의 수학과 교수의 눈에 띄어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고, 수학과 교수의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션 교수의 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가 막바지에 이를 때쯤 윌의 고통스런 과거가 드러난다. 그는 어린 시절 양아버지에게 잔인한 신체적인 학대를 당해서 그 영향으로 마음을 닫아버리고 순간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션이 윌에게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해주자 윌은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터뜨리고, 그때까지 꼭꼭 닫아두었던 마음의 감옥의 문을 열고 나와서 타인과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을 걷어버린다. 우리 각자는 아름다운 무지개 너머 행복한 세상에서 꿈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로병사,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인생의 고해(苦海)를 건너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굿 윌 헌팅〉에서 션이 윌에게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자 윌의 마음이 치유받듯이 이 책에 담긴 많은 사람의 마음앓이를 보면서 독자들은 그러한 감정들이 인간으로서 누구나 겪는 감정임을 확인하며 위로와 치유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우리 마음은 마치 갈대와도 같다는 표현을 인용한다. 내 의지보다는 조건과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자신이 마음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으며, 조건과 환경에 따라 움직일 뿐이기에 내 마음임에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제1부 <복잡하고 오묘한 우리 마음에 대하여-알 수 없는 내 마음 진단해 보기>에서 영화와 사례를 통해 우리 마음이 어떤 존재인지를 다각도로 보여주며 자신의 마음을 진단해보도록 이끌어준다. 욕망, 시기심, 질투, 집착, 의존심, 우울감, 자기 회의, 피해의식, 분노, 이중성, 자부심, 자기애, 외로움, 본능, 혐오감, 상실감, 죄책감, 강박관념, 경쟁심, 직감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우리 내면의 수많은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스토리와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제2부 <내 맘대로 안 되는 내 마음 관리하기-감정에 대처하는 마인드 솔루션>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조절해 좀 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의 가치를 찾아보기를 시작으로 현재를 잘 살아가는 법까지 19가지의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보고, 객관화하며, 훈련을 통해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를 자르고, 외부와 내면의 비난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나눔을 생활화하고, 뇌와 마음에 휴식을 제공하고,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잘 살아가는 방법 등을 통해 내 마음임에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감정을 조금씩 조절해가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우리 누구나 언젠가는 겪게 되는 질병에 걸렸을 때 대처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솔루션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그것에 맞는 최선의 해결법을 찾게 될 것이다.

 


 

독자는 가끔 '외롭다'는 마음의 정체성이 무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로 혼자서 명상할 때다. 책들은 외로움이 우리 감정을 해치기 쉬운 것이라고 말한다. 독자는 그런 느낌을 받아본 기억이 없어서 대략 책에서 표현되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주변에 아무도 없는 느낌", "나 혼자만 덩글러니 놓여 있는 느낌", "누구도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느낌" "내가 속한 사회적 집단에서 떨어져 홀로 있는 느낌" 등을 이르는 감정이라고 이 책에서 지적한다. 독자로서는 외로움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본다.

그러나 외로움을 느껴본 독자라면 이 장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우신가요?」를 촘촘히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대여섯 페이지에 불과하니 큰 부담도 없다.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느낄 경우 극복해야 할 감정임은 분명한 것 같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외로움을 느낄 때 자신 안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느낄 수 없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매몰되어 지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관계가 너무 많고 그것에 집중하다 보니 자신을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타이틀이나 직위 등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규정될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들은 오직 외로움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절히 이용하라는 말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어 우리에게는 외로움의 시간이 인간관계를 맺는 시간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혼자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카페에 혼자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것 등을 통해 외로움과 친구가 될 것을 조언한다.

 


 

영사기의 빛이 꺼지고 나면 눈앞에 펼쳐졌던 영상은 모두 사라지고 하얀 스크린이 드러날 뿐입니다. 그 스크린은 수많은 영상이 투사되었지만 아무런 흠집이나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현란했던 영상이 그 빛을 반사하고 나서는 원래의 스크린의 하얀색만 남듯이, 우리의 생각도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질 뿐입니다. 마치 우리가 영화를 현실인 것처럼 여기며 영화의 내용에 빠져들어서 울고 웃고 놀라고 마음 아파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에 속지 말고 생각과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p.239)

 

저자 : 김상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상준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우리나라 최초로 영화를 정신과적인 시각으로 해석해 영화 읽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는 영화 심리분석 전문가로 꼽힌다. MBC FM과 SBS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서 영화 길라잡이로, KBS TV ‘파워 인터뷰’, EBS TV ‘삼색토크 여자’, ‘책과 함께하는 세상’에 고정패널로 출현했다. 2012년 8월부터 유튜브(www.youtube.com/user/motiluck) 〈세상을 절대 못 바꾸는 15분〉이란 정신 치유 강의를 시작해 현재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강의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수많은 사람이 실생활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저자가 그리스 신화와 심리학을 결합해 저술한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는 심리학 분야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대형학원 등에서 논술 및 독서토론 교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독서모임의 인기도서로 꼽힌다. 이 밖에 《영화와 신화로 읽는 심리학》 등의 저서가 있다. 이 책 《당신의 마음을 진단해드립니다》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로서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료실에서 만나온 수많은 복잡하고 오묘한 우리 마음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내 마음임에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우리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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