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책 : 문학 편 1 - 르몽드, 뉴욕타임스 선정, 세기를 대표하는 100권의 책
디오니소스 지음 / 디페랑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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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책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꽤 읽었다. 학교 다니는 동안만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잘 읽던 책이 점점 멀어진 것이 독자뿐 아닐 것이다. 바쁘지 않은 직장 없고, 회식 없는 직장 없다. 핑계로는 참 좋다. 타인에게 대는 핑계가 아니라 자신에게 "왜 요즘은 책을 안 읽어?"라며 자문자답할 때의 핑계다. 무려 이십 년의 공백을 두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게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었다. 직장과 집에서의 시간이 주체 못할 정도로 많아졌다.

이때 우연히 눈에 띈 게 옛날, 한창 책 읽던 시절에 탐독했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었다.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은 번역본으로 한두 번쯤 읽었을 법한 양서이다. 당시 러시아 서적은 구 소련 체제여서 공산주의와 관련된 사상 서적이나 이념 책들은 금서로 지적된 게 많았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푸시킨 등의 책들을 금서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아마 러시아가 구 소련으로 공산화되기 전에 쓰인 책이고 공산주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러시아 사회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다. 또 그들은 세계적인 문호로 이미 잘 알려진 작가이고 시인인데 그들의 책까지 금서로 지정해 못 읽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도 하지 못할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왜 독자의 책장에 꽂혀 있는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던 것 책 중의 하나다. 이 책 『세기의 책- 문학 편1』에 당연히 들어가 있을 줄 알고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죄와 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등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빠져 있어 조금은 아쉽다.

 


 

이 책 『세기의 책』은 '양서(良書)'를 소개하는 책이다. 양서이며 문학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일 수도 있다. 물론 문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무척 인기 있고 꼭 읽어야 할 책들이지만. 이들 책은 처음 출판 당시 제정 러시아의 국민들의 삶과 사회 분위기, 부정부패, 부조리 등 소설의 양(量)만큼 많은 부정한 사회를 고발하는 소설이다. 세상 삶의 이치나 현재의 세상, 삶의 원칙이나 삶에서 중요한 것 등 삶에 관한 일을 문학적으로 표현해 낸 걸작이다.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독자의 눈으로는 프랑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맞먹는 대작이라고 생각한다. 조그만 책에 많은 책을 다 담을 수는 없다. 때문에 저자나 출판사들도 이 같은 책을 내기가 쉽지 않을 터다.

그래도 힘들여 내는 것은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출판사나 출판업계의 의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나 출판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 터인데 투정을 부린 것 같다. 독자들도 아다시피 세상에 양서가 한둘이던가? 그 많은 책들 중 뭘 기준으로 양서로 선정할 것인가라는 필연적인 문제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출판사 측은 캐나다의 문화비평가 마셜 맥루언의 말을 인용해 출판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정보의 양이 늘어나면 정보의 밀도가 떨어진다. 그가 우려했던 정보화 시대는, 그때로부터 40여 년이 더 지난 오늘날에 보다 절감하는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전문가를 넘어서는 블로거와 유튜버들도 존재하지만, 검색되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되레 선별의 어려움을 겪는, 밀도의 문제 너머에서 신뢰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맥루언의 분석은 서점가에도 유효하다. 출판사의 수가 많아지고 출간의 벽도 낮아진, 하루에 100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시절이다 보니 양서(良書)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 쇼펜하우어는 이런 경우엔 그냥 고전을 집어 들라고 말했다. 인류의 통시적 공시적 선택으로 증명된, 시간의 마모를 견뎌낸 컨텐츠. 가다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앞서 잡은 완전함’의 전제를 통해 보다 큰 지평으로 옮아가는 확장성. 그런 취지에서 가장 '가까운 시대'의 고전 목록을 담은 기획이다. 물론 서점가에 이런 기획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아니 너무 많다. 선정 기준의 신뢰도는 그것을 선정한 매체의 타당도에 기반하기도 하기에, ‘르몽드’와 ‘뉴욕타임스’라는 변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그 중에서도 ‘문학 편’의 매뉴얼을 모은 첫 권이다.

저자는 물론 출판사 편집진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르몽드'와 '뉴욕타임스' 선정 100권에도 제정 러시아 작가들과 작품들은 모두 빠져 있다. 출판사 측이 '가까운 시대'라는 말을 뺐다면 어쩌면 이 책의 신뢰도는 현저히 떨어질 뻔했다. 독자는 '고전'의 의미는 세월이 가도, 지역이 바뀌어도 인간이 읽는다면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개인이 아닌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니체의 키워드로 이름한 인문 프로젝트 팀'이라고 한다. 물론 그 팀에 합류해 일한 분들의 이름과 활동 사항은 저자란에 별도로 기재했다. 독자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디오니소스'는 잘 알지만 '디오니소스적 가치'란 말은 생소하다. 어쩔 수 없이 사전을 찾아 무엇인가를 간단하게 적는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니체 철학의 과제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을 수립하는 일이다. 디오니스소적 긍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생성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 세상,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및 인간의 삶이다. 이 과제는 1881년 이후 니체에 의해 자신의 철학의 과제로 설정된 이후 니체 사유의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유지된다. 생성에 대한 철학적 정당화인 생기 존재론, 관점주의 인식론, 비도덕주의 윤리학, 신체로서의 인간관 등은 니체가 이 과제 수행을 위해 내놓은 답변들이다. 이 답변들은 각각 서양의 기존 자명성 및 철학을, 니체 자신의 과제와는 대립되는 과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비판하고 그 한계를 지적하면서 주어진다. 더불어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로 극단적 상황(인식허무적 상황; → 2. 허무주의)을 스스로 구성해 본다. 이런 방식의 철학함을 니체는 '실험 철학'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실험철학은 기존의 자명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였거나 아직도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허무적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창조자이자 해석자로, 의미와 가치 설정의 주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힘을 행사하는 인간에게는 허무적 상황을 극복하게 한다. 이런 인간만이 유일하게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의 주체가 될 수 있기에,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은 곧 인간의 (위버멘쉬로의) 자의식의 변화를 전제하는 철학이며,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철학이다. 이 철학적 프로그램이 사유의 완성도 측면에서나,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 집약도 측면에서 절정에 이르는 시기가 바로 1885~1889년 사이의 시기이며, 이 시기의 글들이 『유고』의 형태로 남아 있다. 두세 번을 거듭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냥 외우든지 그런 줄 알고 이해하는 선에서 그쳐야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곳으로 방향이 바뀔지도 모르니.

 


 

이 책은 4개의 테마로 나뉘어져 있다. ① 고도를 기다리며 ② 멋진 신세계 ③ 인간의 조건 ④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 4개다. 모두 고전 작품의 제목이다. ①번 테마에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토마스 만의 『마(魔)의 산』, 치누아 아체배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어라』, 베르코르의 『바다의 침묵』,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이 실려 있다. 이들 작품에 대한 내용과 해설이다. ②번 테마에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셰계』, 조지 오웰의 『1984』, 사르트르 『구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 옴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호르헤 루이스 보르해스의 『픽션들』이 각각 다루어진다. ③번 테마엔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 펄 벅의 『대지』, 루쉰의 『아Q정전』,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억척어몀과 그 자식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하일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이다.

마지막 ④번 테마에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유진 오닐 『밤의로의 긴 여로』,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등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작가들이고 불후의 고전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저자가 「프롤로그」 첫 문장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본문에도 적혀 있듯, '읽지 않았으면서 읽은 척하는 책 1위'라고 한다는 말에 독자도 '뜨끔'했다. 상당히 많이 독자도 여기에 소개되는 책 전부를 읽지는 못했지만 3분의 2 이상은 읽었고,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스스럼없이 아는 척 떠들었는데 너무나 정확하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솔직한 고백에 독자도 더 이상 숨기지 못할 것 같다. 읽은 것처럼 예전처럼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해결책이자 유일한 방법은 저자의 권유대로 한권 한권 찾아 읽는 길뿐이다.

 


 

이 책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소개한다. 독자가 대학 다닐 때 책보다 연극으로 상연되는 것을 먼저 본 『고도를 기다리며』이다. 그때 '고도'가 누군인지도 연극을 보고서 알게 됐으니... 언제 올지, 안 올지조차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은, 이런저런 기다림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오지 않는 고도와 기다림을 포기하지 못하는 두 남자. 저자는 "덧없는 희망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해석한다. 저 자신들이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행위 자체로 위안을 삼는 삶 말이다. 저자는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글을 소개하며 "무엇을 기다리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직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도래할 것이 아직 남아 있다는 믿음 자체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 달래고 어르는, 곧 '강림'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때로 그 강림의 속성으로 하염없이 뒤로 물러나는, '언젠가는'이라는 순간에 대한 기다림."이라는 마지막 문장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고도가 누구인지, 뭘 의미하는지, 학실히 알 수 없는 건, 사실 우리가 삶의 목표나 의미를 명확히 하나로 정리할 수 없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의미 있는 삶의 목표로 하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고고와 디디가 자꾸만 지금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걸 잊듯, 그렇게 망각 속에서 한 시절을 보내곤 한다. 달리 생각해 보면, 어쩌면 고도는 거창한 삶의 이유나 가치보다 그저 한 오라기 실낱 같은 희망일지도 모르겠고, 고단한 삶을 평안하게 만들 생의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 고도가 드디어 액석 장소에 나타난다면,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새로운 삶의 한 장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때까지의 이야기가 종결되고 마는 건 아닐까?"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긴 설명 없이도 이해하고 이해받는다는 느낌과 동시에, 저 사람의 깊은 속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나 또한 드러내지 않은 속을 이미 다 들킨다는 불편함을 안겨 주기도 한다. 내 영혼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내가 평화롭지 못할 때 내 속을 가차 없이 들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다. 그리고 만약 둘 사이의 관계가 온전치 못할 때는 배로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p.184)

 

저자 : 디오니소스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니체의 키워드로 이름한 인문 프로젝트 팀.

 

저자 : 나승철

독서와 함께 글과 강연으로 먹고삶. 고등학교와 대학 입시 컨설팅과 인문학 강연 중. 교양과 기술의 융합적 사유와 실천을 추구하는 리버럴아츠밸리 대표.

 

저자 : 송민경

회사생활의 지친 마음을 책으로 위로 받고 감성을 충전 중인, 문학으로 인간과 세상에 대해 눈뜨고 있는 책 여행자

 

저자 : 안정희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때 행복해하고 쓰면서 위로받는 회사원. 문학을 통해 당신과 나를 알아간다.

 

저자 : 민이언

니체를 사랑하는 한문학도, 프루스트를 좋아하는 철학도, 글 쓰는 편집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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