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평점 :
21세기 현대는 디지털 영상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상이 평면에서 이젠 3차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입체 영상이란 얘기다. 사실 입체도 단순히 한 방향에서 보는 입체 영상은 이미 20세기에 확보했다. 이젠 다각도에서 볼 수 있는 5세대 영상의 시대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해진 것은 빛의 색상 때문이다. 흑백으로 한다면 실감나는 영상 확보가 어려울 터다.
빛의 색상과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물의 색상은 다르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때 이미 배웠다. 따라서 빛의 색상 혼합과 사물에서 보는 색깔 혼합의 결과는 다른 색을 나타낸다.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이미 컬러와 다차원 컬러 영상의 시대다. 지금 우리는 색으로 둘러싸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매일 입는 옷, 가방에서부터 지나다니며 보는 간판, 버스 등 색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 색감은 스치듯 지나더라도 순간의 강렬함, 은은하게 스미는 우아함, 품격을 갖춘 고귀함 등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감정, 기분까지 자극한다. 자연의 색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일상에 깃든 색에서 받는 자극을 알면 아마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 책 『컬러愛 물들다』는 〈뉴욕타임스〉와 〈타임〉지 등 여러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온 밥 햄블리가 썼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안전모, 컨테이너, 웨딩드레스, 케첩 등을 놓치지 않고 ‘색’이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보고 얽힌 이야기를 찾아내 들려준다. 하얀색 웨딩드레스는 누가 처음 입었을까? 케첩과 겨자 이론은 무슨 뜻일까? 해답은 언제나 색으로 돌아온다. 색은 대중문화부터 디자인, 언어, 과학,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리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색에 얽힌 이야기는 알아두면 쓸모 있고 지적인 즐거움마저 안겨준다. 일부 얘기는 어렸을 때 알게 모르게 익혀온 '색채학'의 덕을 본 탓에 아는 얘기도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얘기는 처음 들어본, 깜짝 놀라게 하는 얘기들이다.
책에 따르면 특정 색채는 어떤 세대를 나타내기도 하고, 일상의 행위에 특별한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다 밑의 산호 빛깔에서부터 경마장 기수가 입는 옷 색깔까지, 또 은은한 색조부터 강렬한 음영까지 화려한 색채 속에 숨은 사연 등 수십 가지 색깔 이야기를 굽이굽이 펼쳐내고 있다. 페이지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생생한 색의 향연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마음 설레는 '컬러 여행'은 세상을 찬란하게 물들이는 색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
색은 세상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다. 우리 기분을 좌우하고 매혹하기도 한다. 예술가나 디자이너부터 감수성이 풍부한 일반인들을 포함한 모두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진기한 색에 얽힌 이야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저자는 따스하면서도 예리한 유머와 통찰력으로 세상사에 스며든 색채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대담한 색조와 디자인, 사진들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페이지마다 탄성이 저절로 나올 만한 색과 관련된 정보가 들어 있는 이 책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색감은 스치듯 지나더라도 순간의 강렬함, 은은하게 스미는 우아함, 품격을 갖춘 고귀함 등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감정 기분까지 자극한다. 우리 기억에 있는 색감을 떠올려보면 내 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색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일상에 깃든 색에서 받는 자극은 우리를 환상과 신비의 세계로 데려간다."(p.16~17)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신비의 세계에는 세상의 모든 색, 세상의 모든 빛이 있다.
이 책은 흔히 무지개색이라 불리는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남색'을 제외한 6가지 색상으로 나뉘어 있다. 6가지 각 색상 챕터에는 저자가 붙인 색의 키워드가 함께 제목을 이룬다. 「빨강-색을 향한 열정」, 「노랑-10년을 정의하다」, 「파랑-영감의 원천」, 「주황-같은 색깔 다른 세계」, 「보라색-숭고한 대의」, 「녹색-불편한 진실」 등이다. 이 가운데 빨강과 열정, 파랑과 영감 등은 대체로 수긍이 가지만 녹색과 불편한 진실은 언뜻 설명이 잘 안 된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키워드로 내세운 이유를 금세 알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색은 어떤 상황이나 상태를 나타낼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빨간색은 위태로운 철도 건널목, 산불 위험, 테러리스트의 위험 등을 경고하는 데 사용된다. 레이싱 경주로에서 노란색 깃발은 선수에게 사고 또는 위험 상황을 알려준다. 색상의 이미지가 사용처에 따라 다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녹색의 이미지는 '생명'을 뜻하지만 암녹색은 쓰임새가 다른 데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괘한 색'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2012년 호주 정부의 담배 포장에 대한 새로운 지침으로 담뱃갑 겉면에 흡연으로 병든 잇몸과 폐암에 걸린 환자의 폐 사진이 실렸다. 그리고 포장색은 흡연자들이 가장 혐오감을 느낄 만한 칙칙하고 우중충한 암녹색, 팬톤 448C 색상이었다. 사람들은 이 포장의 색을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색’이라고 부른다."(p.196)
이처럼 색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오면서 고유한 이미지를 갖기도 하고, 용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덧대지기도 하면서 변천돼 왔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색깔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은 '빨강'부터 시작한다. 빨강이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색인 것 같다. 또 아름답게 느끼기도 하고, 불의 색이라는 생각에 '열정'으로 이미지화 되기도 한다. 책에 따르면 영국 엘리바베스 1세는 당시 바다의 절대 강자였던 스페인 무적함대와 맞서기 위해 '씨독'이라는 함대를 조직했다. 스페인 해군은 16세기 후반부터 18세기 무렵까지 범선 갤리언에 보물을 꽉꽉 채워 본국으로 돌아갈 만큼 멕시코로부터 엄청난 양의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씨독의 임무는 막강한 스페인 함대를 무력화시키고 값나가는 화물을 빼앗아 오는 것이었다. 즉, 씨독은 여왕이 직접 임명한 해적이나 다름없었다. 운이 좋을 때는 적군의 배에서 잔뜩 죽어 있는 연지벌레를 발견하기도 했다. 연지벌레는 인체에 무해한 작은 곤충으로 연지벌레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붉은색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색감으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씨독이 나포한 함선 3척에는 연지벌레 27톤이 실려 있었다고 한다. 특히 빨강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문화와 제국을 빛내준 색이다. 이집트, 중국, 마야, 아즈텍 사람들의 옷과 도자기, 그리고 몸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또 빨강은 인생, 사랑, 열정뿐만 아니라 분노, 공격, 승리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단어를 상징한다.
한 색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은 극히 일반적이다. 특히 시공에 의해 색깔이 다른 의미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 사건이나 상징성 있는 사건에 의해 색깔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강렬하게 박히기 때문이다. 보라색의 경우 아프리카 케냐에서 가금류를 자유롭게 방목해 기르는데 매의 습격으로 죽어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닭을 보라색으로 물들여 보호했다고 한다. 매는 보라색 닭을 보면 사람들이 기르는 예쁜 반려동물로 인식하고 사냥해서는 안 되는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케냐 농림부가 닭고기와 달걀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천연 색소나 식용 색소의 사용을 허가했다는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반면 보라색은 영국 왕실의 상징색이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런던에서도 에멀라인 팽크 허스트와 동료들이 여성 참정권 운동을 전개했다. 여성들이 투표권을쟁취하고자 했던 열기는 수년간 뜨겁게 지속되었다. 하지만 때때로 조직 내 불협화음과 결집력 부족으로 그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908년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주간지 편집자 에멀라인 패틱 로렌스는 참정권 운동을 확대하기 위해 색깔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녀는 각각의 색을 정한 이유를 대중에게 설명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보라색은 왕실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라색은 모든 참정권 운동가들 속에 흐르는 고귀한 피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유와 존엄을 향한 본능을 나타냅니다. 흰색은 사생활에서든 사회에서든 결백한 삶을 살겠다는 의미이며, 봄의 상징인 초록색은 희망을 의미합니다."(p.158~159)
"국기에 보라색이 사용되지 않는 데는 두 가지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예전에 보라색을 만들려면 복잡한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매우 비싼 염료에 속했다. 그만큼 귀했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왕실에서나 볼 수 있는 색으로 특별한 이들만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p.52)
저자 : 밥 햄블리(BOB HAMBLY)
1990년 토론토에 본사를 둔 그래픽 디자인 회사 햄블리앤드울리(HAMBLY & WOOLLEY)를 창업했다. 그 이전부터 오랜 기간 〈뉴욕타임스〉, 〈타임〉, 〈선데이 매거진〉 등 여러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왔다. 또한 북미 전역에서 수많은 수강생에게 디자인과 관련된 강의를 하면서 초빙 대상 1순위의 실력 있는 강사로 인정받았다. 현재 ‘컬러 스터디(HTTPS://WWW.COLOURSTUDIES.COM/)’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사진, 미술, 저술 등의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색은 그의 모든 활동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역자 : 최진선
영어를 전공하고 호주 맥콰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서 공부하였다. 국제행사에서 통역, INTERNATIONAL STUDENT FELLOWSHIP 국제학생회에서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영어와 한국어 두 언어를 잘 표현하는 일에 관심이 깊어졌다. 평소 경제, 금융, 심리학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영어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번역을 시작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 《금융의 미래》, 《반란의 경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