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제작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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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는 tvN 프로그램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에 방송됐던 책과 각 분야 전문 강사를 초빙, 강연했던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다른 전문가가 등장해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강독해주는 강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총 21회 방송되었고 그동안 21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이 가운데 14편을 사회학·인문학·과학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정리했다. tvN 프로그램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와 「어쩌다 어른」은 인문학 열풍을 일으켰던 주인공들이다. tvN 제작진은 이 책의 출간 의도를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제는 정답의 시대가 아닌 견해의 시대다' 제작진은 "'책 속에 정답이 있고 길이 있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산 세대에게 책은 그냥 정답이라고 믿고, 저자의 생각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미덕이었다.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고 각자의 의견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충돌하고 갈등을 빚어내는 요즘, 나만의 견해를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는 바로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중략) 이 책은 '오늘의 독썰가'들이 책을 통해 얻은 자신의 '견해'를 다양한 현실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자신을, '저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데?'라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정답이 없는 시대, 자신만의 견해로 가득 찬 '나의 서재'를 만들어 볼 것을 주문한다.

 


 

이 책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에는 〈사회학자의 서재〉에 「개소리에 대하여」-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임상심리학자 김태경 교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섹솔로지스트 배정원 교수, 「메트로폴리스」-경제학자 박정호 특임교수가 각각 등장한다. 이어 〈인문학자의 서재〉에는 「레 미제라블」-미술사학자 양정무 교수, 「오이디푸스 왕」-서양고전학자 김헌 교수, 「갈리아 원정기」-역사학자 임용한 교수, 「실크로드의 악마들」-고고학자 강인묵 교수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과학자의 서재〉에는 「클라라와 태양」-뇌과학자 김대식 교수,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대가과학자 조천호 교수, 「죽음의 수용소에서」-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레디 플레이어 원」-인지과학자 김상균 교수, 「수학자의 아침」-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쓰고 달콤한 직업」-전파천문학자 이명현 박사, 「팬덤 경제학」-기계공학자 최재봉 교수가 각각 책을 강독하며 책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말한다.

독자들은 이름만 들어본 책도 있고, 탐독한 책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이 책의 내용은 각 강연자들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알고 독서하면 더 좋은 책 읽기(독서법)이나 문제 접근법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방송 제작진은 "정보전달 기능과 오락적 기능이 강한 TV라는 매체가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다양해진 시청자들의 관심사 때문"이라며 책 제작의 취지를 설명한다.

 


 

처음 나오는 『개소리에 대하여』는 해리 G. 프랭크퍼트의 인문철학서다. 왜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위험한가?라는 가제를 내세워 책을 이끌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독특한 철학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창조경제’에 대해 듣고는 “불쉿(BULLSHIT)!”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불쉿은 우리말로 개소리라고 옮겨지는 비속어로,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이해가 간다는 듯 웃어넘겼지만 사실 ‘개소리’에는 상당히 복잡한 의미 구조가 숨어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의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분석철학 특유의 꼼꼼한 개념분석을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소리’라는 말에 담긴 숨은 의미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에 대해 낱낱이 뜯어본다.

저자는 ‘개소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개소리와 거짓말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왜 개소리를 경계해야 하는지를 언어 분석 기법을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미국의 대선 기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트럼프의 막말을 둘러싼 현상을 해석하는 책으로 널리 인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책의 집필 이유와 처음 등장하는 용어, 또 글의 속뜻까지 일반적인 해설을 곁들여 강연자 김경일 교수의 견해도 녹여내고 있다. 김경일 교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소리'라는 말에 담긴 숨은 의미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에 대해 낱낱이 뜯어본다. 이를 통해 저자 프랭크 퍼드가 "개소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개소리와 거짓말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왜 개소리를 경계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이유에 대해 강연자가 언어 분석 기법을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독자들은 이 설명을 꼼꼼히 챙겨 읽는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글의 의미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영감을 얻을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한다.

 


 

김경일 교수는 강독 중에 불안하고 혼란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해줄 사람을 원하던 시기에, 바로 그 점을 잘 건드리면서 개소리에 능숙했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히틀러라고 지적한다. 다음은 그가 했던 말 중에 대표적인 개소리 몇 개를 소개하는 말이다. "가장 단순한 개념을 천 번을 되풀이해야 대중은 비로소 그 개념을 기억할 수 있다. 대중을 얼마나 깔보는 말입니까? 개소리죠. 유대인은 예전에 내 예언을 비웃었지만 이제 비웃을 유대인은 없을 것이다.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개소립니다. 어떤 경제 정책도 칼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떤 공업화도 권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신이 정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선택된 사람들이다. 개소리 3종 세트죠. 정말 완벽한 개소리의 종합 선물세트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개소리가 존재할까? 히틀러의 개소리에는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성, 장애인 그리고 그 외 모든 소수자에 대한 증오. 두 번째는 나쁜 방법이나 나쁜 수단에 대한 강한 정당화입니다. 히틀러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학대를 당했다고 전해집니다. 원하는 미대 진학에 실패했고, 기록에 의하면 노숙자 생활을 전전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런 히틀러의 양대 콤플렉스가 솔직하지 못한 욕구인데 이는 개소리를 낳기 쉬운 상황을 스스로에게 만들죠. 그렇기 때문에 이 개소리를 누구한테 어필했느냐? 독일의 다수에 해당하는, 즉 나는 다수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자들에게 어필했습니다. 그리고 더 강해지고 싶은데, 더 힘 있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어필했죠. 소위 말하는 위선적ㅇ니 사람들에게 어필했던 겁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개소리'의 속뜻, 사용 이유, 선별 방법, 대처 방법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한다. 김 교수의 노련한 책 읽기와 강독의 결과이리라.

 


 

독자는 서평자로서 아무리 지면이 제한된다 하더라도 양정무 교수의 「레 미제라블」 강독이다. 양 교수는 19세기 '프랑스 격별은 이겨낸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부제를 달았다. 이 책은 독자에게 고전 읽기의 참맛을 보여준 최초의 책이고, 가장 가슴 깊이 소설의 내용이 박혀 있는 작품이다. 또 당시 프랑스 사회상이나 정치 현실, 민중들의 혁명 전후 생각들 등 굉장히 많은 지식을 던져주기도 했던 작품이다. 우리나라 독자들도 거의 모두 알고 있는 소설이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작이다. 원문 완역본 5권짜리 세트 풀버전을 교재로 삼았다고 밝힌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민음사 2012년판인 것 같다. 특히 미술사학자인 양정무 교수가 이 강독을 맡은 것이 이채롭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문학평론가나 철학자도 아닌 미술사학자가 이 책 강독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양 교수는 전공 분야답게 미술(명화)을 바탕에 깔고 설명해 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많이 보았을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첫 소제목으로 등장한다. 이 그림은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으로 여성이 혁명을 이끄는 모습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의 명작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레 미제라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이 시기 프랑스는 굉장히 혼란스러워서 상류층과 시민들이 큰 갈등에 빠져 있었다. 예술가들이 이런 혼란의 시기를 놓칠 리가 없다. 들라크루아는 혁명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 날의 정신을 화폭에 이렇게 옮겼다. 가운데 자리한 여인이 삼색기를 흔들고 있다. 이 삼색기는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한다. 여신은 공격적이고 강렬한 모습이다. 깃발만 흔드는 것이 아니라 착검을 한 총을 들고 시민들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점이 있다. 자유의 여신 왼쪽에 그려져 있는 두 사람이다. 복장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노종자와 부르주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그림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을 집필하기 전에 이 그림을 실제로 봤고 들라크루아의 이 그림을 보고 나서 캐릭터를 잡거나 하는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강하게 추측한다.

 


 

양 교수는 이 같은 방식으로 소설 전반을 두루 설명하고 있다. 소제목만 따라가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잘 뽑아놓았다. 편집자의 능력인지, 양 교수의 의지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여기에 소제목을 열거해본다. 앞서 언급한 〈혁명의 상징,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이어, 〈디테일의 장인, 빅토르 위고〉, 〈장발장은 어떻게 수십 억을 모았을까?〉, 〈불평등한 19세기 프랑스 신분제도〉, 〈난세의 영웅 나폴레옹의 등장〉, 〈신분제도가 만든 비극 '메두사 호의 뗏목〉, 〈평화로운 그림 속에 숨겨진 반전?!〉, 〈프랑스 혁명의 재창조〉로 마무리하고 있다. 「레 미제라블」을 읽어본 독자의 머릿속에는 소제목만 들어도 소설의 어느 부분에 대한 설명인지 훤히 떠오른다. 물론 읽을 당시에는 그렇게 자세히 읽지는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던 많은 사실을 양 교수의 강독을 통해 알게 됐다.

빅토르 위고를 '디테일의 장인'이라고 한 이유는 엄청난 분량의 이 소설이 왜 이렇게 길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곁들인다. 당시 프랑스어 원문에는 이 소설의 쓰인 단어가 모두 65만 개 이상인데 당시에는 프랑스 소설의 분량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출판사들이 단어 수를 기준으로 원고료를 지불했기 때문이라니 문학작품이 그렇게도 쓰였나 하는 의아심과 함께 즐거움을 더하는 꿀팁 같은 지식도 얻었다. 빅토르 위고는 출판업자에게 12년 독점 출판권을 주는 대신 인세를 한 번에 받았다는데 액수가 요즘 가치로 무려 30억원이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러나 대문호의 작품을 분량으로 평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는지 양 교수는 위고가 글도 잘 쓸 뿐만 아니라 그리도 잘 그렸다는 말을 슬쩍 추가로 집어넣는다. 원고료가 결코 비싼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뜻이 슬그머니 풍겨 나오기도 한다. 이와 함께 많은 작품 많은 강독이 이어지지만 독자의 서평보다는 적접 읽어야 훨씬 큰 재미와 지식,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책들이다.

 


 

이 밖에도 독자의 큰 관심을 끌었던 작품 중 2개의 강독의 내용을 여기에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만약 이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면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가요? 그리고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요?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 누군가에게 소중한 꽃과 같은 존재였던 여러분의 화양연화는 언제였나요? 없다면 지금부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기 바랍니다.

- 「유성호 교수,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에서

 

사실 시(詩)라는 것은 문장을 압축하여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장르죠. 너무나 많이 압축해서 대부분의 시집은 얇습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내용이 담겨있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연구하고 있는 물리가 일종의 시라고 생각해요. 아마 고등학교 때 배웠던 뉴턴의 운동 법칙 F(힘)=m(질량)×a(가속도)를 기억할 겁니다. 저는 이 F=ma를 우주의 시라고 이야기해요. 왜냐하면 우주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반드시 이 F=ma를 따라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시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우주의 모든 운동을 이 한 줄의 수식으로 압축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물리학자란 이런 우주의 시에 반해서 매혹된 상태에 빠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상욱 교수, 『수학자의 아침』」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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