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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맷 데이먼.개리 화이트 지음, 김광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4월
평점 :
'물'과 '공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 조건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핍되면 인류는 물론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이 물질이 늘 곁에 있으니까 중요한 생존 필수물질이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갈 뿐이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물 부족으로 생명을 잃어간다고 하고, 물 공급 대책을 여러가지로 세우기도 한다는 점도 갑자기 생긴 일은 아닌데 우리가 잊고 있었던 문제일 뿐이다. 여전히 물이 부족하고 공기도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물 없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은 가르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식수가 없어 고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물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지 않는다. 물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마 물이 없었다면 인류의 생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물로 매일 몸을 씻고, 설거지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크고 작은 볼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전 세계 7억~8억 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마실 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17억 명은 화장실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통계로 나와 있다. 누구나 당연히 사용할 권리가 있는 필수 자원이 지구촌의 수많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불평등한 상태로 빈곤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래 놓고도 인류 문명, 문명의 위대함을 떠든다는 게 사실은 불합리하고 우스운 얘기일 뿐이다.
이 책 『워터』는 세계적인 록 밴드 U2의 메인 보컬인 보노의 권유로 잠비아를 방문하게 된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MATT DAMON)이 그곳에서 물로 인해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고민한 데서 비롯된다. 책의 부제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역시 물 문제를 잘 지적하고 있다. 물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기술적, 정치적 역학관계를 알게 된 데이먼은 물 전문가인 개리 화이트(GARY WHITE)와 힘을 합쳐 워터닷오알지(WATER.ORG)라는 비영리단체를 조직한다.
책에 따르면 1980년, 유엔은 ‘국제 식수 공급 및 위생의 10년’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향후 10년 안에 전 세계 사람들이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10년 안에는 힘들겠지만 그 다음 10년까지는 물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바램이었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환경 훼손과 세계 경제 침체로 물과 위생에 필요한 재원이 줄면서 깨끗한 물을 얻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물 부족 현상은 기후 온난화가 초래하는 가장 파괴적인 결과 중 하나이면서 극심한 빈곤의 원인으로 해마다 세계 경제에 2,60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다. 수인성 질병인 설사는 말라리아, 홍역, 에이즈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인도의 일부 지역은 물이 너무 귀한 나머지 매일 하루종일 가족을 위해 ‘물 담당 아내“를 따로 들인다고 한다.
데이먼은 잠비아에서 목격한 상황의 충격과 함께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의 권리를 찾는 일은 언제나 여성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매일같이 생명의 물을 길어 나르느라 여자아이들은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성인 여성은 일터에 나갈 시간조차 없다. 잠비아에서 돌아온 맷 데이먼의 머릿속에는 그곳에서 만난 파란 원피스의 소녀와 우물까지 걸어가던 장면이 자주 떠올랐다. 그는 소녀가 처한 상황과 물에 대해 배운 것들을 생각할수록 물이 다른 모든 것들의 근간임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이후 그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에는 땅 파는 데만 거의 1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설치했던 우물이 고장 난 채 그대로 방치된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고장난 우물을 고칠 능력이 없었던 현지 주민들은 마침 바로 그 옆에 또 다른 우물을 손으로 직접 파는 중이었는데 아이들은 손으로 판 그 우물 곁에 모여 초콜릿 우유처럼 보이는 흑갈색의 오염된 물을 허겁지겁 마시고 있었다. 개리 화이트가 과테말라에서 만났던 한 여성은 평생 단 한 순간도 물과 위생 시설에 다가갈 수 없는 현실에서 살아왔다. 그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날이 밝기 전에 남들 눈을 피해 들판에서 볼일을 봐야 했고, 낮에는 온종일 물을 긷다가 밤이 되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대로 잠들곤 했다.
이 책은 데이먼과 개리 화이트의 물 문제 국제 협력에 동참하면서 겪은 일과 과정을 차분하게 정리하며 이 책을 썼다. 두 사람은 물 문제 해결 기구 조직 활동으로 세계 물 부족 상황을 겪고 있는 나라라면 어디를 막론하고 뛰어다녔다. 인도의 경우 대부분의 빈민촌 가구는 화장실을 설치할 돈이 없어서 매번 유료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를 연간으로 계산해보면 위생에 지출하는 ‘대처 비용(coping costs)’이 화장실 하나를 설치하는 것보다 더 많아지는 셈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쏟아붓는 이러한 대처 비용은 무려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잘못된 시스템 속에서 돈이 낭비되는 것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TV 구호단체 광고는 물 부족 세상으로 우리의 관심을 끊임없이 유도하지만 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다. 마치 이웃집에 불이 났는데 자기 집 앞마당만 지키는 느낌처럼 마음 한편에 죄책감이 있으면서도 남 일처럼 슬쩍 넘어가는 식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물 부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매년 약 1,14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단순히 기부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 금액이다.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다.
데이먼은 할동 중에 유조차로 날라온 더러운 물을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가정에 수도꼭지와 위생 시설을 설치하여 비용상 효율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알게 됐다. 개리 화이트는 무하마드 유누스의 소액 대출 은행에 영감을 받아 물 문제 해결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는 워터크레딧(Water Credit)를 시작한다. 물과 위생 시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도록 최소 금액을 빌려주고 이후 다시 상환토록 하는 이러한 방식은 자연스럽게 작동하여 상환된 대출금은 미래의 다른 대출자를 위한 자금으로 다시 사용된다.
두 저자는 이 세상에는 소득이 낮은데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물과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출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수억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덕분에 임시방편인 ‘모금을 통한 구호’가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발 다가서게 된 것이다. 잠비아에서의 특별한 만남 이후 맷 데이먼은 리비아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주민들이 물과 위생 시설을 사용하도록 현지 단체에 기금을 지원하는 H2O 아프리카재단을 설립한다. 하지만 기금이 쌓여가면서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그는 한 팀으로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는 물 전문가가 절실해졌다.
물 부족 위기에 대한 UN의 관심과 재원이 점점 말라가던 1990년대에 개리 화이트는 개발도상 국가에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을 담당하는 현지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워터파트너스(WaterPartners)라는 단체를 세운다. 하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개리에게도 가장 필요한 존재는 맷처럼 뛰어난 커뮤니케이터였다. 그때까지 이룩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물 부족 위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그에게 언제나 힘든 숙제였다.
2008년 클린턴글로벌이니셔티브CGI에 참가한 맷 데이먼과 개리 화이트는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는 두 단체를 하나로 합쳐 워터닷오알지 재단을 설립한다. 그들의 목표는 ”자신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물 부족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는 확신과 이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원이었다. 두 사람은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지금도 계속해서 방법을 찾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많은 자선단체가 주도하는 물 프로젝트는 근본적인 해법은커녕 일차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세상에는 물과 위생 시설이 필요한 사람들이 십수 억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근원적인 욕구가 있다. 바닷물이 모두 고요하면 파도가 일어날 수 없다.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가능하다.
"'물은 생명이다'라는 격언을 또 한 번 되새겼다. 어떤 이들은 이 말을 인간이 살기 위해 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깨끗한 식수원은 단순히 생존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은 자유를 부른다. 물은 기쁨을 부른다. 물은 살아가기 위한 기회를 부른다."(p.249)
이 책 『워터』(원제 THE WORTH OF WATER)는 ‘지구촌 물 부족 위기’를 종식시킨다는 담대한 목표를 갖고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 온 두 남자의 위대한 도전 과정을 담은 책이다.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전 세계 30%의 비참한 실상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공동의식을 갖도록 한다.
저자 : 맷 데이먼
할리우드 배우,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워터닷오알지Water.org & 워터에쿼티WaterEquity 공동 설립자.물로 인한 불평등한 세상을 널리 알리고 싶어 2006년 H20 아프리카 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개리 화이트와 함께 Water.org & WaterEquity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물과 위생 문제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난 맷 데이먼의 영화데뷔작은 「미스틱 피자(1988)」인데, 거기서 비슷하게 막 발돋움하던 스타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작은 역할을 맡았다. 작은 역할들을 통해 꾸준히 성공의 길을 밟아가던 그는 졸업을 얼마 앞두고 하버드 대학을 떠났다. 이런 결정은 헤로인 중독의 걸프전 참전용사를 연기한 「커리지 언더 파이어(1996)」에서 호평을 받음으로써 그만한 가치가 있는 도박이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는 벤 애플렉과 함께 직접 대본을 쓰고 함께 출연한 「굿 윌 헌팅(1997)」이었다.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고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 후 조지 클루니와 함께 출연한 「시리아나(2005)」에서 갈등에 빠진 컨설턴트 역으로 다시 독립영화의 영역으로 돌아왔는데, 클루니는 「오션스 일레븐(2001)」과 그 속편에서도 함께 작업했고 데이먼이 출연한 「컨페션(2002)」을 감독하기도 했다. 데이먼이 선한 역과 악역을 번갈아가며 연기한 적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디파티드(2006)」에서 경찰로 위장한 범죄자 콜린 설리번은 그에게 가장 이상적인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저자 : 캐리 화이트
물과 위생 시설 전문가. 1991년 국제적 NGO 단체 워터파트너스(WaterPartners)를 설립했다. 맷 데이먼과 함께 워터닷오알지와 워터에쿼티를 공동 설립하고 현재 CEO로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물과 위생 시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으며 시장 중심의 솔루션을 위한 자금 조달 방식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