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 목소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존 콜라핀토 지음, 고현석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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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는 성문(聲紋)이라는 게 있어 목소리로 남녀 구별은 기본이고, 연령대, 직업군, 지역, 심지어는 성격까지도 구별할 수 있다고 들은 바 있다. 물론 TV 사건 관련 방송이나 범죄 영화에서 목소리 분석하는 분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전화 목소리나 기타의 방법으로 목소리가 녹취되었을 때 이를 분석해 범인 검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목소리는 다른 생물체의 소리와도 다른 특성이 있는 것으로 과학이 밝혀내고 있다. '목소리' 과학은 이밖에도 목소리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지도 알아냈다고 한다.

이 책 『보이스』는 목소리에 관해 인간이 과학을 바탕으로 인문학, 인류학, 생물학, 사회학 등 각 분야의 학문이 더해져 지금까지 밝혀낸 모든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는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으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뉴욕의 저널리스트 존 콘라핀토다. 저자는 이번에는 인간의 ‘목소리’를 전방위적으로 낱낱이 파헤쳤다. 저널리스트의 저력을 증명하듯 자신의 성대 손상 경험에서 시작한 ‘목소리’에 대한 관심은 언어학, 뇌과학, 진화생물학, 인류학, 인문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로 가지를 뻗어나가며, 책의 내용에 깊이를 더한다. 저자는 단 한 권의 책에서 아기가 어떻게 목소리를 인지하고 말을 배우며, 목소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젠더와 목소리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으며, 사회적·정치적으로 목소리의 영향력은 어떠한지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가지는 힘은 무엇인지까지, 목소리의 ‘거의 모든 것’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감히 강조한다. ‘목소리’는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며, 우리 자신의 많은 것을 드러내는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말과 언어, 스피치, 노래에 관한 책은 많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목소리’ 자체에 집중한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은 아기가 태어나 처음 세상에 던지는 ‘울음’부터 목소리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까지, 인간의 탄생으로 시작해 노화로 마무리되는 완벽한 기승전결로 구성됐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듣고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독자들은 지적인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는 초기 인류에게 만약 ‘목소리’가 없었다면? 몇 미터 앞에 있는 표범을 발견하고 따라오는 동료들에게 위험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뒤로 돌아선 다음 흩어져 있는 동료들에게 ‘표범’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아마 도망치기도 전에 표범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문자언어로만 소통하는 사람이었다면 상황은 훨씬 나빠진다. 동료들이 이 사람이 서둘러 쓴 글을 못 알아본다면 어떨까? 어떤 문장인지 뜻을 추리하는 사이 모든 상황은 종료될 것이다. 즉, 목소리는 신호나 글 또는 다른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 수단에는 없는 이점이 있다. 몸짓언어보다 약 5배 빠르게 단어를 전달하며, 소리가 들리는 거리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빠르게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목소리’는 인간 생존에 꼭 필요한 능력인 셈이다.

 


 

저자는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인간은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와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를 연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한다. 다른 어느 동물도 할 수 없는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다듬어 분명한 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뛰어난 작품인 《사피엔스》를 읽었다면 과학자들이 인간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만든 동인으로 대부분 언어를 꼽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중략) 새, 개, 침팬지, 돌고래 같은 동물도 목소리를 사용해 두려움, 분노, 짝짓기 욕구 등을 나타내지만 이 동물들이 나타내는 것은 당면한 현재의 생존과 번식에 관계된 것에 한정된다. 따라서 인간만이 가진 언어 능력은 다른 생명체와 인간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건널 수 없는 루비콘 강’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하라리는 과학자들의 이런 설명에 덧붙여, 이전 언어 능력이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한다. 하라리에 따르면 언어는 비교적 뛰는 속도가 느리고 물리적으로 약하며, 포식자들에게 쉽게 당하는 동물이었던 초기 인간이 다른 인간들과 협력해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구사해 인간보다 크고 빠르며, 치명적인 포식자들을 제압하고, 다른 동물들보다 더 큰 크기의 집단(또는 부족)을 구성하고(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는 인간보다 한 단계 낮은 협력 형태를 보이며, 약 100마리가 한 집단을 구성할 수 있다), 결국 마을, 소도시, 도시 그리고 국가를 구성해 인류가 지구와 지구상 모든 존재를 지배할 수 있게 만들었다.(p.27~28)

 


 

저자는 인간은 운율 조절을 통해 특정한 말의 메시지를 강화하거나 그 말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언급한다. "예를 들어, 친구의 카키색 바지를 보고 '잘 어울린다'고 하는 중년 남성의 말과, 친구의 아들이 친구에게 하는 '잘 어울린다'는 말은 발성 기관이 전혀 다르게 움직여 나온 말이다. 중년 남성이 하는 말은 진심으로 좋다는 뜻이 담긴 분명한 발성의 결과지만, 친구의 아들이 하는 말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별 감정 을 싣지 않는 교묘한 빈정거림의 표현이다.

운율은 빈정거림이나 비꼬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감정, 분노, 열정 등을 나타내는 데도 사용한다. 또한 이성을 유혹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협박하거나, 꼬드기거나, 달래기 위해 자신의 미묘한 감정 상태를 표현할 때도 사용한다. 운율은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슈퍼컴퓨터 '할'이나 영화 〈스타 트랙〉에 나오는 '스팍'의 감정이 실리지 않은 말투, 모건 프리먼이나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의 표현력이 풍부한 말투를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전화를 받았을 때 '여보세요'라고 노래하듯이 말함으로써 상대방이 우리를 기계로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바로 운율이다. 이 운율은 고대 그리스의 '앞으로'를 뜻하는 'pro'와 '노래'를 뜻하는 'sody'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이 어원에 비춰 보면 우리는 말할 때 '앞으로 나아가는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이텔스(저자의 성대 손상 치료 의사)는 저자가 이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모두 8개 파트(부)로 이루어져 있다. 즉 목소리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추적하고 취재하고 경험한 것들을 모아 분류했다. 1부 「베이비 토크」, 2부 「기원」, 3부 「감정」, 4부 「언어」, 5부 「섹스와 젠더」, 6부 「사회에서의 목소리」, 7부 「리더십과 설득의 목소리」, 8부 「백조의 노래」로 구성됐다. 이들 각 부에서는 주제에 맞는 각종 가설, 취재 자료, 전문가 견해, 자신의 경험 등을 군데군데 적절하게 배치해 설득력을 높이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 저자가 스스로 질문을 생산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거쳐 책의 의견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먼저 7개의 질문을 살펴본다.

① 발음이 정확하지 않던 아이가 자라면서 또렷하게 발음할 수 있는 이유는? ② 인간처럼 말하는 기관을 모두 가지고 있음에도 유인원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③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④ 암컷과 수컷의 목소리가 같은 동물과 달리 남녀의 목소리는 차이가 나는 이유는? ⑤ 사진을 찍을 때 ‘추즈’라고 하지 않고 ‘치즈’라고 하는 이유는? ⑥ 히틀러의 연설이 폭력 사태로 이어졌던 이유는? ⑦ 오바마가 추도 예배에서 노래를 부른 이유는? 등이다. “우리는 말을 함으로써 인간이 됐다.”는 주장을 전작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에서 밝힌 저자는 이 책에서 "바로 이 이유로 나는 언어가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현재 과학계의 정설에 도전한다."(p.31)고 강조한다. 그는 "목소리는 언어의 필요조건이 절대 아니다."로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몸짓언어나 글쓰기에만 의존해 의사소통을 했다면 결코 현재처럼 먹이사슬의 최정상 위치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2부 「기원」에서 대부분의 포유류는 말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발성 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실제로 침팬지의 입술, 혀, 연구개, 폐, 후두는 구조와 기능 면에서 인간의 그것들과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침팬지는 얼굴 정면에 눈이 있고, 엄지가 나머지 네 손가락과 마주 볼 수 있으며, 두 젖꼭지가 대칭적이며, 주둥이가 짧다는 해부학적 특징도 인간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18세기 스웨덴의 박물학자 칼 린네는 인간과 유인원을 같은 목, 즉 ‘영장목’으로 분류했다. 다윈보다 한 세기 먼저 활동한 린네는 유인원과 인간이 진화 측면에서 연결돼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린네는 해부학적 유사성에만 집중했다. 교회가 표명했던 우려 때문에 린네는 결국 인간이 동물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도록 호모 속 사피엔스 종이라는 독립된 영장류 범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린네는 생물학자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 ‘인간과 유인원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겨우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네’라고 썼다. 린네에 따르면 그 하나의 특징은 해부학적 특징이 아니라 행동적 특징이다. 바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p.99~100)

저자는 '말'과 '소리'의 구분을 기원에서부터 확실히 경게를 짓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운율, 음색, 고저, 억양 등 말에 포함된 다양한 내용들이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구분짓고, 인간을 영장류 최고의 종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사피엔스 종'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이로써 말과 소리의 경계는 분명해졌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앞의 8개 부분에서 각 주제에 맞게 논리를 전개하며 독자들의 신뢰감을 얻어낼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각 부를 하나씩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훌륭한 결론에 이를 수 있지만 마지막에 저자가 덧붙인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말과 노래는 모두 허공에 대항해 우리의 존재를 주장하는 방법이며, 찰나에 불과하다고 해도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로 공기에 활기를 주기 위한 수단이다. 말과 노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신감을 담겨 있어야 한다."(p.355)

 


 

인간의 목소리는 동물의 목소리 중에서도 특이하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말을 하는 데 특화돼 있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목소리에 성적 이형성이 나타난다는 점, 즉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포유동물은 암컷과 수컷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없다. 암컷이든 수컷이든 같은 종이면 똑같이 으르렁거리고, 짖고, ‘야옹’ 소리를 낸다.(p189~190)

- 「Part 5 섹스와 젠더」 중에서

 

저자 : 존 콜라핀토

〈뉴요커〉와 〈롤링 스톤〉의 기자이며, 〈배니티 페어〉,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 〈US〉 등에서도 활약했다. 어릴 때 성전환 사고를 겪은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롤링 스톤〉의 기사로, 1998년 전미잡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기사를 바탕으로 쓴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AS NATURE MADE HIM: THE BOY WHO WAS RAISED AS A GIRL)》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뉴욕의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역자 : 고현석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에서 국제부·사회부·과학부 기자로 활동했다. 인문·사회과학·우주과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느낌의 진화》, 크리스토퍼 완제크의 《스페이스 러시》, 알렉스 코밤의 《불공정한 숫자들》, 나이절 캐머런의 《로봇과 일자리: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조너선 마크스의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데이비드 포그 외 《세상의 모든 과학》, 닉 레인의 《외계생명체에 관해 과학이 알아낸 것들》, 부르한 쇤메즈의 《이스탄불, 이스탄불》, 레이먼드 피에로티 외 《최초의 가축, 그러나 개는 늑대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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