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
임대근 지음 / 파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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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중국은 역사상이나 정치적으로 언제가 같이 묶였다. 지리적 위치가 가장 큰 이유이고 정치적으로도 이웃 나라인 만큼 생사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가 국경을 맞댄 두 나라 중 한 나라인 중국. 그들과 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념의 차이 때문이다. 중국 정치 공백기인 20세기 들어서는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이념에 의해 사회주의 국가로 변했고, 일제에 의해 시달리던 한반도는 일제로부터 해방되자마자 동족상잔의 전쟁의 치름으로써 완전히 갈라진 지 70년이 되어간다. 북한에는 중국의 영향으로 결국 공산주의 체제로 굳어지고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체제로 나라를 이어왔다.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로 중국과도 당연히 국교도 끊어진 채 40년이 지나서야 재수립됐다. 그러나 아직 서로의 체제가 달라 친근감보다는 거리감이 더 있는 상태다. 비정치적 부문인 경제나 문화 교류는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도 등소평 이후 개방 정책으로 경제에서는 자본주의가 채택된 탓이다. 지금의 국제 정세로 봐서는 중국과의 비우호적 관계는 상당기간 더 지속될 전망이다. 강대국으로의 기치를 내건 시진핑 주석 이후 미국과 무역전쟁 등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중국이 친밀 외교를 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친중인가, 반중인가?를 따질 필요는 없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최근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 화두로 떠오른 건 사실이지만 경제적 문화적을 제외하고는 우리와 중국이 친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G2의 하나로, 특히 우리에게는 최대 교역국으로서 그 경제적 위상이 확고한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사드 문제로 촉발된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은 동북공정, 한한령, 역사공정 같은 역사, 경제, 문화적인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또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분쟁 등, 중국의 군사적 굴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알다가도 모를 나라'라는 표현도 독자는 반대한다. 신비로운 나라라는 뜻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인가, 위기인가?'만 따져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불가근불가원의 위치를 지속하려면 중국을 잘 알아야 한다. 최근 중국은 시진핑의 '중화(中華) 정책'으로 세계의 으뜸 국가 자리를 노리고 미국과 겨루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중국몽' 등 중국 중심의 세계 구도 개편을 위해 각종 분야에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를 허용치 않으려는 미국과의 갈등은 당연한 결과이며 어떻게 해결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가 나서서 어떻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어느 때보다 외교 역량이 절실한 때이다. 이를 위해 중국 바로 알기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하지만 유튜브, SNS로 대표되는 분절적인 미디어는 중국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점을 그 어느 때보다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이해에 머물게 만든다. 근거 없는 환상, 분노와 혐오감 등을 빼면 남는 것이 없는 컨텐츠에 식상하다면, 중국문화전문가 임대근 교수가 쓴, 간명하면서도 심도 있는 중국 알기 책을 펼쳐 들 때다. 이 책을 저자가 쓴 이유다. 이 책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는 참 재밌고도 적절한 제목이다. 한 나라에 착함과 나쁨이 다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우리 관점에서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문화전문가 임대근 교수다. 그는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및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중국영화 전문 학자로, 현재 글로벌문화컨텐츠학회 회장으로 재직중이기도 한 중국 컨텐츠 전문가다. 그가 이번에 새로 펴낸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는 중국의 면면들을 개별 컨텐츠 위주로 쉽고 트렌디하게 다루면서도, 그 전문가적 깊이를 잃지 않는 교양 도서. 중국인의 ‘겉 다르고 속 다른’ 기질이나, 중국 정부의 비밀스러운 작동방식 등, 비전문가들은 캐치하기 어려운 중국의 이면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은 예술작품이나 이벤트 리뷰를 읽듯 간편하게,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중국이라는 나라의 본질과 실체를 알 수 있도록 컨텐츠에 중점을 뒀다. 저자는 YTN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의와 연구자료를 정리한, 1분 만에 읽을 수 있는 다양하면서도 연결된 테마들로 구성했다. 저자의 강의는 중국의 사회, 문화, 역사, 정치, 지리 전반에 걸쳐 있다. 그러면서 우리의 거대한 이웃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춰낸다. 마치 집에서 팟캐스트 앱을 청취하는 것 같은 편안함에, 전문 연구자의 정식 강의의 진지함을 결합했다.

 


 

저자가 늘 염두에 두는 포인트는 세 가지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의 점점 강력해지는 파워, 중국과 우리와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그것들의 양면성. PPP(구매력지수)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군사력은 러시아를 아슬아슬하게 넘보는 세계 3위, 영화시장 규모는 요 몇 년 사이 중국이 1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복합적인 리스크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중에도 연 5% 내외의 성장률을 이어가며, 빠르게 산업혁명 이전의 강력함을 갖추어 나가는 중국. 그것은 한국인들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저자는 중국 문헌에 나오는 '후안흑심(厚顔黑心, 두꺼운 얼굴과 검은 마음)에 감춰진 중국의 민낯 드러내기를 시도한다. 한국이 90년대 이후에도 경제적 성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한중수교를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된 한국의 중국 시장 진출을 꼽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교역은 수출입 모두 중국의 퍼센티지가 압도적이다. 한국과 중국은 이렇게 최근까지만 해도 상호 이익을 지향하는 관계였지만, 바로 지금 시점에서 양국 국민 간의 감정은 그저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는 물론, 현재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날로 심화되는 중국은 애국주의는 한국인들의 반중감정을 촉발시킬 뿐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한국전쟁의 장진호 전투를 다룬 영화가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사이, 한국인들은 한한령과 중국 일각의 공격적인 어투에서 중국군 개입의 아픈 추억을 돌이켜볼 수밖에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일관되게 중국을 긍정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에 대한 무관심이다. 우리는 중국을 알 때 커다란 이익을 가져올 수 있었고, 중국을 알지 못할 때 치명적인 피해를 입곤 했기 때문이다. 역사가 증명하는 일이니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중국 시장을 이해하고 이용했던 때는 한국 경제의 다시 없을 전성기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반면 중국군의 집중 운용 전략, 우리가 인해전술로 알고 있는 그것에 한국인들이 혼비백산했을 때는 어떠했는가, 돌이켜 봐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반문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라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중국 경구(知彼知己百戰不殆)가 있다. 점점 강력해지는 중국은 결정적인 순간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가? 단순히 중국의 착함과 나쁨을 판가름하기보다, 우리에게 ‘나쁜’ 중국을 ‘착한’ 중국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타이밍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을 저자가 쓴 이유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가운데 나라, 중국」에서는 중국의 기본적인 사상이나 규모, 지리적 특성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2장 「중국을 상징하는 것들」에서는 중국을 상징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설명하고 3장 「우리가 몰랐던 중국 옛 이야기」와 4장 「파란만장한 중국 근·현대 역사」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5장 「알다가도 모를 중국 정치」와 6장 「중국의 뜨거운 이슈들」에서는 우리나라와 다른 중국 정치는 물론 현재 중국의 이슈에 대해 담았다. 7장 「대만과 홍콩은 어디로」에서는 대만과 홍콩의 장래에 대해 짚어봤고, 마지막으로 8장 「중국의 적과 이웃들」에서는 역사상 그리고 현재의 중국의 적과 이웃에 대해 담았다.

중국인들이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줄 알려져 있다. 이 책을 통해 배워보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더 실감이 났다. 대륙도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수치(남한의 95배)를 들이대니 놀랄 만하다. 중국의 역사부터 이슈 그리고 궁금했던 대만과 홍콩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중국의 역사와 정치를 담은 정보 서적이라서 어려운 것 아닐까 생각했지만 낯선 용어가 자주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다. 중국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생각케 하는 글솜씨가 무척 부럽다. 중국 문학이 대조법을 많이 쓴다는 데 중국 문화를 연구하는 저자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대만 진먼다오에 가면 ‘특약다실’로 쓰인 건물이 기념관으로 남아있다. ‘특약다실’(特約茶室)이란 말 그대로 ‘특별히 약속을 해서 차를 마시는 방’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 이 공간은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었다.(p.229)

 

짱깨나 짱꼴라 모두 원래는 상대를 낮춰 부르는 말이 아니고, 지금도 중국에서는 보통 명사로 쓰인다. 하지만 언어라는 건 문화적, 시대적 맥락에 따라 그 뜻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런 말이 중국인을 비하하는 뜻으로 정착됐다면,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p.287)

 

저자 : 임대근

 

한국과 중국, 아시아 여러 지역의 문화가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상호 교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영화와 대중문화, 아시아에서의 한류, 21세기 문화콘텐츠, 문화정체성과 스토리텔링 등의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강의, 저술, 번역에 힘쓰고 있다. 『문화콘텐츠연구』, 『한류, 다음』(공저), 『세계의 영화 영화의 세계』(공저), 『한국영화의 역사와 미래』(공저) 등의 책을 지었다. 한국외대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중국영화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이자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회장,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조직위원장,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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