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쟁 - 2022년 대선과 진보의 자해극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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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치 전쟁』은 2022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결산'편이다. 독자가 결산편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전작 『발칙한 이준석』,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을 대선을 겨냥해 쓰여진 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겨냥'이란 단어도 독자의 얄팍한 정치에 관한 지식 때문인지 모르지만 저자 강준만이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흔히 강준만 교수를 진보 정치평론가로 말한다. 그러나 그의 저서나 정치적 성향을 독자는 잘 모른다. 그를 만난 적도 없으니 그가 진보 성향의 인사인지 보수 성향의 인물인지 가릴 필요가 없다. 그가 쓴 책 몇 권과, 정치평론 몇 편을 읽었을 뿐이고 그의 비판적 지적이 신뢰할 만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기회 있을 때마다 그의 책을 읽는 정도이다. 그는 이 책에서 2022년 대선이 왜 ‘정치 전쟁’이 되었는지 비판한다.

오늘날 정치가 ‘무혈의 전쟁’이라는 것은 상식처럼 되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서도 벌어졌고, 가족 내에서도 벌어졌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진보 진영 전체가 "신앙"으로 정치를 대했고, 정치적 삶을 꾸려온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에 따라 그런 신앙으로 인해 빚어진 2022년 대선은 ‘진보의 자해극’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자행 경쟁’을 멈추기 위해서는 정치적 신앙이 없거나 비교적 약한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권자들이 오늘의 관점에서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쪽을 벌하는 ‘응징 투표’가 한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사실의 진위 여부를 독자가 판단할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가 표지에 부제로 선택할 만큼 자신 있게 주장한 내용이다.

 


 

이번 '전쟁'을 치렀던 양 진영은 ‘저들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외쳐댔다. 상대편을 원수처럼 여기는 비난과 마타도어도 난무했다. 이들은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 오직 반대편 죽이기에 혈안이 되었다. 선거는 편 가르기에 근거한 진영 전쟁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늘 열정이 들끓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대선 이후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더욱 극심해질 거라는 것이다. 정치를 전쟁으로 만드는 것은 승자 독식이다. 그래서 대선은 열정의 수준을 넘어 목숨을 건 전쟁이 되고 만다. 그러나 승자 독식은 이성과 소통과 타협을 가로막는다. 그의 지적은 대선이 끝난 후 다음 정국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매우 적절하다고 독자는 믿는다.

2022년 대선은 진보의 자해극이 누적된 결과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문재인 정권의 원초적 비극은 팬덤 정치에 의한 ‘편 가르기 부족 정치’에 있었다. 팬덤의, 팬덤에 의한, 팬덤을 위한 국정 운영을 하면서 두 개로 쪼개진 나라를 만들었다.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권의 DNA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극심했다. 자신들을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무오류의 존재로 여기면서 대화와 토론을 거부하는 독선과 오만을 범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권은 촛불 민심을 전유하거나 횡령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은 실패했고, 정권 재창출도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22년 대선이 왜 ‘정치 전쟁’이 되었는지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오늘날 정치가 ‘무혈의 전쟁’이라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서도 벌어졌고, 가족 내에서도 벌어졌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진보 진영 전체가 신앙으로 정치를 대했고, 정치적 삶을 꾸려온 것은 아닐까?라고 저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이 책은 7개의 장(章)으로 이뤄졌다. 각 장마다 한 개의 이슈, 특히 대선 이후의 우리가 이해해야 할 과제들을 다루고 있다. 제1장은 윤석열의 과제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은 ‘충성 경쟁’을 물리치고, ‘윤석열판 내로남불’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제2장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상처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를 ‘이권 투쟁’으로 만든 ‘캠프 정치’와 ‘아무 말’ 대선 공약이 난무했다. 제3장은 ‘정치 교체’는 가능한지 묻는다. 하지만 정치를 전쟁으로 만드는 ‘승자 독식’ 체제를 깨부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요원하다. 제4장은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의 ‘만불독침’에 대해 비판한다. ‘팬덤의 CEO’이자 ‘SNS 대통령’인 이재명의 ‘안면몰수’ 화법은 온당한가? 그리고 이재명은 과연 ‘진짜 실용주의자’인가?를 분석한다. 제5장은 문재인 미스터리다. 한국 정치사에서 레임덕 없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된 문재인이 임기 말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10가지 비밀을 파헤친다. 제6장은 정치는 끝없는 타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정치판에는 타협을 불온시하는 교조주의자가 진보 쪽에 많다. 제7장은 책임은 권력의 기능이라고 말한다.

문재인 정권은 ‘최선’을 빙자해 ‘최악’의 길을 열어젖혔다. 특히 무주택자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던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책에 따르면 흐루쇼프는 “정치인은 어느 나라에서건 똑같다. 그들은 강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2022년 대선에서도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드리겠다고 경쟁했다. 급기야는 ‘공약 베끼기, 물 타기, 숫자 지르기’ 등 낯 뜨거울 정도로 ‘아무 말’ 공약이 난무했다. 선거판이 도박판을 닮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경쟁이 벌어졌다. 더구나 2020년 4?15 총선의 학습효과도 있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 덕분이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이나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같은 국가적 중대사에는 양당 두 후보 모두 굳게 침묵했다. 한마디로 정치는 없고 싸움만 남은 전쟁이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번 대선 중의 특징 중의 하나로 ‘캠프 정치’를 꼽는다. 캠프정치는 정치를 ‘이권 투쟁’으로 만든다. 캠프는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기보다는 당면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면 ‘닥치고 승리’ 이외의 다른 사고 능력이 사라지거나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이 “캠프라는 곳은 이른바 폴리페서, 자리 사냥꾼, 정치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그것을 선거운동이라고 착각하는, 그리하여 정권이 바뀌면 한자리 꿰차려는 욕망에 들뜬 사람들의 임시 정류장과 같은 곳이다”라고 했겠는가? 또 2011년 6월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한 정치 개혁 관련 세미나에서 ‘캠프 민주주의 타파’를 주장하기도 했다.

캠프 정치의 핵심은 ‘세(勢)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기 캠프로 더 많은, 더 나은 실력이나 스토리를 가진 인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시즌만 되었다 하면 ‘인재 영입 쇼’가 벌어진다. 캠프 정치는 다음과 같은 3가지 문제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첫째, 캠프 정치는 국정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둘째, 캠프 정치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의 정치’를 불러온다. 셋째, 캠프 정치는 집권 후 논공행상에 따라 자리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전리품 정치’를 정치의 기본 모델이 되게 만든다. 특히 ‘전리품 정치’는 정치 지망생들마저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정치 불신과 혐오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긍정적 개념으로 대접받아야 할 ‘정치 참여’가 전리품에 눈독을 들이는 ‘이권 투쟁’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5개 항목의 소제목 아래 「문재인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문재인의 임기 말 높은 지지율의 비밀」, 「'내로남불'을 미화하는 '피해자 코스프레'」, 「'심기 경호'는 '정직'을 하찮게 만든다」, 「'20년 집권론'의 부메랑」, 「공수처 예찬론자들의 기이한 침묵」의 5개 항이다. 문재인의 취임 초기 지지율은 한동안 80퍼센트대 중반까지 치솟을 정도로 높았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며 지지를 보낸 국민이 80퍼센트를 넘었다. 이런 높은 지지율이 취임 100일까지 이어지자 문재인 지지자들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외쳐댔다. 문재인의 임기 말 지지율도 수개월째 40퍼센트대로 전례 없이 높았다. 그래서 ‘문재인은 레임덕 없는 첫 번째 대통령’이라는 말과 함께 ‘미스터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문재인은 ‘집토끼’를 확실하게 지키는 ‘편 가르기 정치’를 했다. 문재인의 대통령 취임사를 읽어보면 한 편의 개그 원고를 방불케 한다.

문재인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문재인이 한 일은 일관되게 분열과 갈등을 키움으로써 ‘두 개로 쪼개진 나라’를 만든 것이었다. 반면 집토끼 지지율만큼은 임기 말까지 지켜내는 업적을 이루는 데에 기여했다. 둘째, 강력한 팬덤과 노무현 학습효과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노무현이 우파와 그 언론은 물론 ‘좌파’로부터도 협공을 당하여 실패하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인식”(성균관대학교 교수 천정환)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면서 문재인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수용하거나 용납하지 않았다. 또 문재인은 노무현의 원혼을 달래줄 역사적 사명을 띠고 대통령에 차출되었기에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며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고 말한다.

 


 

이어 셋째, 친인척 스캔들과 측근의 부패 게이트 부재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킬 만한 친인척 스캔들이나 측근의 부패 게이트가 없었다. 그러나 친인척 스캔들이나 측근의 부패 게이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밝혀질 수 없는 은폐 시스템이 있으며, 이는 이전 정권들에서는 볼 수 없던 현상이었다. 넷째, 정권 비리를 은폐하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과 문재인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의혹 사건을 비롯해 문재인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사건들은 어떤가? 이런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대장동 사태를 비롯해 여권에 불리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다섯째, 코로나19가 초래한 국민적 위기의식이다.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대응 정책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코로나에 대한 국민적 위기의식은 늘 문재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위기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문재인은 ‘코로나 위기’의 최대 수혜자였다.

여섯째, 정당과 대선 후보에 대한 정서적 비교우위다. 문재인은 ‘야당 복’과 ‘여당 복’은 물론 역대급 비호감 대선 후보인 이재명과 윤석열에 대한 정서적 비교우위를 동시에 누렸다. 그러나 문재인의 레임덕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발적 레임덕’이었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결정을 한사코 외면하는 문재인의 ‘책임 회피’ 성향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일곱째, 욕먹을 일은 하지 않는 책임 회피다. 문재인은 “생색나는 일엔 앞장서고, 고통이 수반되는 폼 안 나는 일은 뭉개거나 다음 정부에 뗘넘긴다”.(『중앙일보』 논설실장 이정민) “검찰 개혁으로 욕먹은 사람은 추미애다. 부동산 실패는 문 대통령보다 김현미가 욕 더 먹었다.”(단국대학교 교수 서민) 문재인에게 법적 책임은 없을망정, 대통령 권력의 속성을 모를 리 없는 그가 자신으로 인해 고위 공직자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수사·재판을 받는 상황이 벌어져도 내내 침묵만 굳게 지키는 모습은 보기에 딱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 :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2013년에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 2014년에 ‘싸가지 없는 진보’, 2015년에 ‘청년 정치론’, 2016년에 ‘정치를 종교로 만든 진보주의자’와 ‘권력 중독’, 2017년에 ‘손석희 저널리즘’와 ‘약탈 정치’, 2018년에 ‘평온의 기술’과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2019년에 ‘바벨탑 공화국’과 ‘강남 좌파’, 2020년에 ‘싸가지 없는 정치’와 ‘부동산 약탈 국가’, 2021년에 ‘부족주의’ 등 대한민국의 민낯을 비판하면서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좀비 정치』, 『발칙한 이준석』,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부족국가 대한민국』, 『싸가지 없는 정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남 좌파 2』, 『바벨탑 공화국』,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평온의 기술』, 『약탈 정치』(공저), 『손석희 현상』, 『박근혜의 권력 중독』,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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