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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미래 - 프란치스코 교황과 통합 생태론에 대해 이야기 하다
카를로 페트리니.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김희정 옮김 / 앤페이지 / 2022년 4월
평점 :
지구는 우주 생명체 중의 하나다. 지구는 무생물처럼 한 곳에 머물거나 생멸하지 않는 존재가 아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구는 분명히 생명체다. 독자의 논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인증해줄 무수히 많은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어떤 사람은 화산이나 지진 활동을 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과 스스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도는 자전을 예로 들기도 한다. 지구가 생명체라는 점이 확인되는 순간 지구 생태의 위기는 우리 인류의 위기다. 또 기술과학 문명의 위기다. 그리고 우리 시대가 이룬 신화 가운데 하나인 발전에 대한 근본적 규탄으로 이어진다.
환경문제는 우리 인류에게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그것'을 규명하고자 하는 인류학적?윤리적 성격을 띤 원인에서부터 분석을 시작해 현재의 성장 과정에서 명백한 모순을 드러내는 현상의 문화적 기원을 밝히는 데 관심이 있다. 우리는 지금 윤리적 위기 가운데 있으며 주의 깊게 생각해보면 영적인 위기도 겪고 있다. 인류가 믿어 왔던 것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익은 사회에 영감을 주는 근본적 가치와 신념, 즉 지배적인 문화적 지향을 기반으로 관리된다. 그래서 생태 위기를 온전히 기술적 사실로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은 더 심각한 위기로 다가온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숲의 죽음은 우리 '안'의 영적이고 정신적인 강박증과 대응되고, 물의 오염은 삶에 대한 허무주의적 태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경험하며 우리가 크게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지구를 해치는 것은 우리를 해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연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사실 이 표현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어쨌든 지구는 우리와 함께 또는 우리 없이 계속될 거라는 점이다. 지구는 변할 것이고, 적응하며 살아내기 위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반면에 호모사피엔스종인 우리는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현재의 발전 모델이 모두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지구에 사는 호모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연과 불균형한 관계, 경쟁과 격변의 개념에 기반을 둔 무자비한 접근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사회와 공동체의 항체를 약화시켰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우리에게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통합 생태론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통합 생태론은 만물의 근원적 유대를 전제로 한다. 즉 자연은 통합적이고, 우리는 자연과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런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다시 세우고 생각이 범주를 재설정하여, 인류 공동체 전체의 해방과 복지의 물결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이들에게 영적, 윤리적, 정치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다. 이는 우리 지구의 심각한 환경 악화와 지극히 부당하고 무책임한 정치, 경제 시스템에 의해 파괴되는 천연·인적 자원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이 성찰에는 기쁨과 비극이 공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서로 제대로 연결되고 겉보기에 번창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않은 사회적 정의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황은 세대 간의 배움과 가르침이 오가고 모두가 힘을 모아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지구와 올바른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태적 삶을 모색하고 구체화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직은 단순히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입니다. 이는 사람을 진실되게 행동하고, 조화로운 분위기에서 살도록 합니다. 정직은 언제나 화합을 이루게 합니다. 개인이나 가족, 공동체의 정직한 모습은 항상 공감과 신뢰를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대화를 시도하게 되고 대화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정직하다.’ 정직함이 없으면 유효한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제 1부 1장 2018년 5월 30일 대화 중 프란치스코 교황」 중에서
책에 따르면 만약 인간이 구성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요소’라면 인간의 발전은 자연과 맺은 올바른 관계에 달려 있다. 자연에는 다양한 존재 구조에 기반을 둔 고유의 질서가 내재하며, 자연을 구성하는 무수한 생명체는 서로 관련되어 있다. 그런 자연으로의 초대는 지구와 조화로운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의 역량을 결집하지 않으면 인류의 삶을 바꿔 주는 결정적 변화를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카를로 페트리니의 대화는 세부적 통찰과 실리적 전망을 지향하는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친근하고 솔직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세 차례의 만남을 통해 두 사람은 지구와 그 미래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통합 생태론을 향한 또 다른 근본적인 움직임을 제시한다. 심각한 현실을 인식하고 서로의 관점을 나누면서 공동체의 일상적인 헌신에 희망을 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의가 없이는 생태를 논할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 극심한 경제·문화적 불균형으로 인간관계가 훼손된다면 환경을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1,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저자 카를로 페트리니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 번의 만남을 다뤘다.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만남에서 교황은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를 위한 메시지를 낸다. 인류의 무너진 삶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다. 생물 다양성, 경제, 이민, 교육, 공동체의 다섯 주제에 관한 고찰로 이어진다. 페트리니의 독보적인 글과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IA」, 유럽 (다시) 생각하기, 라우다토 시 공동체에 보내는 메시지 등 교황의 문서가 번갈아 실리며 서로의 생각과 견해가 교환된다. 이로써 세상의 다양한 문화, 종교인과 비종교인 사이에 형제애의 시각을 제시하면서 경제와 정치를 설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다.
2부는 교황의 메시지와 연결된 다섯 가지 인류의 공동 해결 문제를 다룬다. ① 환경의 균형과 인간의 생존을 위한 유산, 생물 다양성 ② 관계의 재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약, 경제 ③ 사람을 형성하고 사회를 구축하는 지속적 여정, 교육 ④ 개인과 사회, 경제와 공동체의 성장 기회, 이민 ⑤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꾸게 하는 시민의 공간, 공동체에 대해 각각 다룬다. 역시 저자와 교황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도메니코 폼필리 주교는 「들어가는 글」을 통해 "인류가 비인간적 발전으로 미친 듯이 치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하나다. 바로 끝없는 지배 욕구 때문이다."고 전제하고, 생태 위기, 인류 위기의 원인에 대한 각계 각층의 주장을 살펴본다. 세 번의 교황과의 만남이 세부적 통찰과 심리적 전망을 지향하는 만남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위 다섯 가지 주제로 살피는 지구 생태 위기의 해결에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만약 인간이 구성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요소'라면 인간의 발전은 자연과 맺은 올바른 관계에 달려 있다. 자연에는 다양한 존재 구조에 기반을 둔 고유의 질서가 내재하며, 자연을 구성하는 무수한 생명체는 서로 관련되어 있다. 그런 자연으로의 초대는 지구와 조화로운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목가적 향수'를 강요하진 않지만 무책임한 환경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로, 강력한 디지털 시대가 견인하는 탈공업화의 현실을 살피면서 어울림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합 생태론'의 대역적 차원은 리런 문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엄격하고 포괄적인 지식 유형인 새로운 에피스테메(Episteme, 시대를 지배하는 인식이나 과학적·학문적 지식-옮긴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크란치스코 교황과 카를로 페트리니의 대화는 진행 중인 역사적 과정에서 인간화를 보장할 수 있는 마지막 호소처럼 본질적 '내면의 차원'을 제시한다. 윤리적 이성은 과학이 연구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요인, 법칙, 장치를 밝히려고 할 때 도덕적 규범과 가치를 유효한 방식으로 정의해야 중재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윤리적 요구는 학제 간의 공동 연구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고, 각 과학 분야에서 관점을 제시하며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각자의 임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과 모든 역량을 결집하지 않으면 인류의 삶을 바꾸어주는 결정적 변화를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카를로 페트리니의 대화는 세부적 통찰과 실리적 전망을 지향하는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 카를로 페트리니
1949년 이탈리아 북서부 도시 브라에서 태어났다. 기자, 사회학자, 시민운동가이며 1989년 조직된 국제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다. 2004년 이탈리아 국가공로훈장을 받았으며, 《타임》은 그를 ‘올해의 영웅’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2008년 영국의 《가디언》이 뽑은 지구를 구할 50인의 영웅 중 한 명이며, 2013년 유엔이 환경과 관련해 최고의 명예로 꼽는 CHAMPIONS OF THE EARTH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2016년 FAO 기아퇴치 유럽 특별대사로 임명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테라 마드레. 음식에 먹히지 않는 방법TERRA MADRE. COME NON FARCI MANGIARE DAL CIBO》, 《맛있고 깨끗하고 공정하다. 새로운 미식의 원칙BUONO, PULITO E GIUSTO. PRINCIPI DI NUOVA GASTRONOMIA》, 《지구 사랑하기. 지구의 미래에 대한 대화VOLER BENE ALLA TERRA. DIALOGHI SUL FUTURO DEL PIANETA》 등이 있다.
저자 : 프란치스코 교황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969년 예수회에서 사제로 서품을 받았다. 1992년 주교,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 되었다.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되었으며, 2013년 가톨릭교회의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자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이 책에 담긴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IA」,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등을 통해 가톨릭교회를 비롯해 전 세계의 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자 : 김희정
1973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가재걸음》, 《적을 만들다》, 디노 부차티의 《60개의 이야기》, 조르조 바사니의 《금테 안경》을 비롯해 《깊은 곳의 빛》, 《악령에 사로잡히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 《돈의 발명》 등 인문·문학·예술·종교 분야의 다양한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