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1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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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웹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시력 탓이다. 심하지는 않지만 난시가 약간 있다고 안과에서 판정받았다. 때문에 안경도 맞춰 사용한다. 난시는 숫자 읽을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 글자도 작은 것은 읽기 어렵다.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미세한 받침 차이도 구별이 안 돼 독서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윌북'과 '월북'이 구별이 안 돼 당황했던 적도 있다. 특히 웹소설을 읽다보면 불가피하게 휴대폰을 사용할 때도 있는데 특히 휴대폰으로 읽는 경우 독해력이 훨씬 떨어짐을 알고 아예 휴대폰을 통해 책을 읽지 않는 편이다.

이 책 『시체를 보는 사나이』도 네이버 웹소설로 연재됐다는 것을 책을 펼치고 나서야 알았다. 대단한 인기몰이를 한 작품이라고 한다. 웹소설의 주류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추리소설으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엄청 인기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설정이 꽤 독특하다. 제목처럼 '시체를 본다'는 것에서 범죄소설, 추리소설의 냄새가 느껴진다. 시체도 현실 세계의 시체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시체라서 약간은 판타지 느낌도 있긴 하다.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시체는 일종의 환각(환시)라고 할 듯하지만 일상에서의 능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범죄를 혹은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초능력이랄까. 그가 겪을 험난한 사건들이 눈앞에 선하다. 한편으로는 대단한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이처럼 환상적이고 독특한 이야기들이 웹소설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책에 집중이 더 잘되는 듯하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어마어마한 괴력을 발휘하는 히어로물과는 다른 성격의 히어로가 등장한 것일까?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의 시체를 보는 식으로 미리 그들의 죽음을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달려 있지만. 평범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에 불과한 주인공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 나타난 히어로들이 그렇듯 남시보도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줄 운명을 타고난 건가? 추리소설이니만큼 빼놓지 않고 촘촘히 읽어나간다.

더욱이 남시보의 할아버지도 시체 환각을 경험하였다고 하니 아마도 남씨 집안의 초능력을 특별한 주인공이 물려받은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모든 재능이 축복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저주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독자들이 겪어온 초능력의 소유자들은 대개 정의를 실현하는 사도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독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아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지 않았던가. 아무튼 시체의 환각을 보기 시작한 뒤부터 남시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번에는 공무원 학원 옥상에서 어떤 여성이 뛰어내려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행히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여성을 사전에 구해내게 되고, 그녀가 허무하게 살해된 아버지 사건 때문에 절망하여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름이 소담이라는 그 여성을 도와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와중에, 남시보는 자신이 거리에서 목격한, 피 흘리며 죽어가던 파란 셔츠 사내의 죽음과 택시 기사였던 소담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경찰서 화장실에서 목격한 경찰관의 죽음이 묘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와 동시에 경찰서에서 쫓고 있는 주요 용의자가 바로 자신에게 잘해줬던 유일한 형사, 민우직 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찰과 형사들 사이에선 묘한 분위기가 맴돌고, 민우직 형사가 범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모함에 의해 이 구렁텅이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시보는 소담과 민형사의 도움을 얻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애쓰게 된다.

자신이 다니는 고시원에서 한 여학생이 떨어져 죽은 것을 목격한 시보. 그것이 자신에게만 보이는 현상이란 것을 인지하고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옥상에 서성이다 가까스로 그녀의 죽음을 막지만 성추행범으로 오해한 경비원의 신고로 다시금 경찰서에 연행되기에 이른다. 경찰서에서 시보는 여학생의 자살을 막기 위함이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이미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적용되어 있어 더욱 억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민 팀장은 시보의 말을 믿어주며 가까스로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책은 읽기 편하다. 1, 2권으로 두 권의 책읽기가 굉장히 빠르게 진전된다. 우선은 사건의 전개가 주로 대화체로 진행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묘사 부분보다 사건 전개에 작가가 주력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웹소설을 많이 읽는 독자들은 불과 몇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읽힌다. 다만 독자는 대화 속 심리 변화 등을 신경 쓰며 읽느라 좀 더 시간이 걸리긴 했다. 책읽기에서 짧은 호흡은 간결한 문장이 생명인 문학 작품을 위해 필수적이다. 자칫 사건 전개와 함께 긴 문장을 주로 쓰게 될 경우 독자가 지루함을 느끼고 흥미는 반감될 터이니 추리소설 작가들이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을 이 소설의 작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굉장히 많은 대화체 문장이 등장한다.

 

“저기…… 일어나셨어요?”

눈을 끔뻑이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아까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그 경찰관이다. 이 사람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와 준 듯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아까 일, 기억은 하시죠? 그런 장난 전화는 하시면 안 됩니다. 일단 경찰서로 가시죠. 허위 신고 관련해서 경위서를 써야 하니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장난 전화요? 허위 신고라니요?”

“잠깐이면 됩니다. 이제 괜찮아지셨으면 같이 가시죠.”

“아니요. 허위 신고가 아니라 정말 사람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니까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여기 같이 온 거 아닌가요?”

“계속 같은 말을 하시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부상자는 없었습니다. 지금 제 앞에 계신 분, 본인만 계셨다고요. 자꾸 이러시면…… 아닙니다. 우선은 서로 가서 얘기하죠.”

“아니에요. 정말 사람이 쓰려져 있었어요. 분명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신고했다니까요. 정말이에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일단 경찰서로 가서 얘기하시죠. 부모님께 연락해서 서로 와 달라고 하고요.”

- 「제1화, 시체를 보는 사나이」 중에서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순식간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2권이라고 하지만, 대화 형식과 과거 회상 등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몰입해 읽을 수 있고 자칫 얽히며 잊기 쉬운 지목한 범인을 헷갈릴 우려가 있어서일 것이다. 모든 사건의 범인이 단 한 사람을 가리키는 상황 속에서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시보의 특별한 능력은 할아버지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1부 에필로그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만 말이다. 시보와 소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범인인지 자꾸 헷갈린다. 사실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증거를 볼 때 명확히 범인을 찾을 수 있지만, 그렇다기에는 너무 앞뒤가 잘 들어맞는다. 아마 이 사건이 벌어지는 주된 장소가 경찰서라는 것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민우직 팀장에 이어 시보 자신이 죽는 장면까지 보게 된 시보는 과연 어떻게 될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법. 불법은 또 다른 불법을 부른다. 진짜 범인을 추리해가는 것도, 배후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것도 추리소설만의 재미가 아닐까? 앞으로 2부와 3부는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는지 기대된다.

 

“야! 농담하지 말고. 아이, 자식. 괜히 놀라…….”

“승철아, 내 사건 확인 못 했구나? 이진성, 내가 죽였다고. 지금 날 쫓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진성 씨 살인 용의자라서야.”

“정말? 나는 네가 부탁한 거 조사하느라…….”

“김 형사가 이진성 씨와 통화한 시점은 언제야?”

“1달 전쯤부터 시작됐어.”

“그래, 1달…….”

“야, 그럼 김범진 형사는 뭔가 알고 있는 거네.”

“그러게.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해. 아니면 이 자식이 날 살인자로 만들었거나. 안 봐도 훤해.”

“그럼 채비로 계장도 연관된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 동작에 있을 때부터 가까운 사이였으 니……. 가까운 게 뭐야? 아주 짝짜꿍이 잘 맞았지. 채비로, 김범진.”

“그 둘 뒤를 밟아 봐야겠네. 그러면 뭔가 나오지 않겠어? 어떻게, 내가 해 줘?”

“말이라도 고맙다. 너도 일 많잖아. 만약에 잘못되면 너한테도 똥물 튈지 몰라. 내가 알아서 할게.”

- 「제12화, 불청객의 횡포」 중에서

 


 

미래의 시체를 보는 주인공의 능력은 사건을 겪으면서 몇 가지 규칙을 깨닫는다. 독자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될 항목이다. 시체를 본 뒤 일주일 뒤에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또 환상을 통해 죽은 이의 눈에 비친 걸 떠올릴 수 있다는 점. 시보는 타인의 시신뿐만 아니라 본인의 시신도 봤다. 그런데 본인의 시체에는 규칙이 다르게 적용한다. 눈에 비치는 인물이 죽인 사림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려는 사람이라는 것. 시보는 왜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병원 검사에 머리에 자그마한 뇌가 또 있다고 의사는 말한다. 그리고 시보의 능력은 대물림 되는 것이다. 에필로그에 보면 시보의 조상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게 다 발현되는 건 아닌가 보다.

시보의 할아버지의 일화를 보면 시체를 본 게 틀림없으나 시보의 아버지는 시체를 보는 현상을 겪지 않는 듯하다. 나중에 능력의 원인도 나올까? 궁금증이 더해 간다. 독자들이 다소 궁금해할 몇 가지를 작가는 1부 2권 뒷 부분에 「에필로그」와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힌다. 에필로그에서는 조선 중종 2년 반정공신 예조판서 남기철 대감의 임금에게 왕의 시신을 보았다고 고한다. 예조판서가 긴급히 고할 일이 있다고 아침 일찍 임금 알현을 청해서 이유를 들어보니 중종의 어머니 탄신 축하연에 참석하지 말라고 간언한다. 이유는 왕의 시신을 보았기에 자신의 그러한 일이 처음이 아님을 알리고 간곡하게 청하자 임금이 망설이자 역모가 일어나 임금이 승하한다고 예측한 것. 결국 사전 호위를 더 잘하기로 하고 연회에 참석한다. 그러나 남기철이 예상한 역모 기미마저 보이지 않고 무사히 끝난다. 이에 불충한 마음으로 오히려 역모죄에 걸려 귀양가 결국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남기철이 죽고 난 후 사후에 역모 모의가 드러남으로써 뒤늦게 임금이 그를 복권시키고 후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후손이 남시보여서 집안의 유전적인 초능력임을 간접적으로 작가는 말한다. 왜 굳이 그 점을 밝혀야 했는지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더욱이 이 부분에서 중종이 대신 앞에서 자신을 '짐'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황제에게 임금에 봉한다는 허락을 받고 임금에 정식 취임하기 때문에 중국 황제가 쓰는 표현은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을 '짐'이라고 칭하면 황제에 불충이고 역모죄에 해당할 수도 있었다. '과인'이라고 해야 맞다. 아무튼 사족일지 모를 프롤로그의 해명은 크게 어필되지 않지만, 「작가의 말」에 나오는 '남시보'의 작명에 관한 말은 설득력이 있고 잘 어울린다. 이 사실은 소설의 흥미와 관련 없는 일이라 어쩌면 안 써도 될 것을 굳이 추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독자의 의견을 덧붙임을 밝혀둔다.

 

저자 : 공한K

 

시인을 꿈꾸며 살아왔다. 10년을 교육사업 마케터로 일하며 MBA 석사과정을 밟았다. 우연한 기회로 웹소설을 쓰게 돼, 《베리에이션(VARIATION)》을 시작으로 《과거에서 온 여자가 꼰대가 된 첫사랑을 만났을 때》, 《타임 리벌스 수사대(TIME REVERSE UNIT)》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상관없어, 상상하면 다 내 거니까!’를 신조로 다양한 장르의 글을 넘나들며, 섬세한 표현과 허를 찌르는 상상력을 가진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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