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한다
온유안 지음 / 더행복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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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랑이 사랑한다』는 저자의 '사랑'에 대한 사유의 산물이다. 저자는 사랑에 대한 사유를 처절하게 깊고 오래 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사랑에 대한 사유는 가장 기초적인 생물학적 요인부터 시작한다. '사랑'이란 생존, 종족 유지를 위해 가지게 된 여러 감각, 쾌락을 심어둔 생존법, 감정 중 하나일 뿐인데 인간 스스로 지나친 감성적 해석을 불어넣은 것인가? 아니면 어떤 존재가 심어준 선물이자 우주 시스템의 원리이자 절대적 진리인가? 생존 본능에 의해 진화한 것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기 전에 생각해 보았지만, 우주에 갇힌 존재가 알아낼 수 없다는 한계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사랑'은 자신의 작은 외침이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현실, 현재만을 실감하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조심스레 맞이하고 있다. 기억으로만 남겨지는 과거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쉼 없이 다가오는 미래를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맞이하고 있다. 과거는 아쉬워할 틈도 주지 않고 사라져 가고 미래는 우리 의사를 물어볼 생각도 없이 밀려온다고 되뇌인다. 그렇게 지구가 태양을 100바퀴를 돌기도 전에 끝나고 마는 잠깐의 생애를 우린 먼지보다 작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간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가에 대해 이젠 독자가 사유할 거리를 던진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의 생애 끝을 준비하고 대비하려고 애써 보지만 우린 무언가 준비할 것이 있긴 한가?라는 의문을 다시 던진다. 뭔가를 준비할 수는 있는 것인가? 나의 삶에 그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으면 되는 것인가? 죽음을 인정하고 인간의 한계를 직시해서 넓은 아량으로 안아 주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준비를 하는 것인가? 그저 죽음을 이해한 것일 뿐 죽음 앞에 초라해지는 인간이 굴복하는 것은 아닌가? 아직은 미비하지만, 인간은 호기심과 돈의 힘으로 생명 연장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죽음에 맞서기도 한다. 저자는 서서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연속에서 살며시 손을 놓는다. 단지 우주의 생태계, 그 시스템 속에 인간의 삶은 무한소(無限小)하며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엔 미약한 존재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다.

그런 존재가 번식과 생존의 본능만이 있을 것 같은 세상에 '사랑'이란 단어를 이제부터 거대한 그긋에 담기 위해서다. 인간의 존재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물리적인 환경들의 조건들을 제외한다면 단연코 사랑이 아닐까? 저자는 사랑의 근원을 찾아 역사를 돌아보고 현실 세계를 확인한 후 사랑과 진실하게 마주한다. 사랑을 지나치게 폄하하지도 우상화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통찰해 본 후 사랑의 다양함을 인정하고 결국 우리 인간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사랑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며 찰나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지극히 작은 존재에 불과한 인간, 그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으며 가장 아름답고 찬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며 그 사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저자가 얻은 결론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사랑이란 무기는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무기인가? 사랑의 그 실체는 잠시 접어두고 사랑이 한 개인의 생존에 어떤 역할을 할까?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된다. 우리의 삶을 아주 짧지만 온전하게 정리를 시도한다. 전쟁 속에서 신(神, God)은, 사랑과 자비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쓰레기처럼 처리되는 인간의 시체를 본 적이 있는가? 인정사정없이 서로를 향해 칼과 총을 겨누고 살인은 복수를 낳고 인간을 점점 포악한 짐승으로 변질시킨다. 짐승을 사냥하듯 타인을 쓰러뜨린다. 승리를 위해 수많은 자국의 자녀들을 전쟁터로 보내며 함께햇던 전우를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는다.

부모와 형제 간에도 서로 칼과 총을 겨누는 참혹한 곳에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가 전쟁터로 얼룩진 지 76년이 지났고 이 땅에 전쟁이 멈춘 지 68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도 지구에는 전쟁이 멈춘 적이 없지만, 이 땅에서는 인간의 삶을 가장 처참하게 만들어 버리는 전쟁이 없는 시기였다. 그러나 전쟁이 없었을 뿐 우리의 삶은 평화와 행복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칼, 총으로 상대를 겨누는 전쟁과 다름없는 삶의 전쟁이 있어 왔다. 이념의 대립, 권력 다툼, 독재와의 전면전 등 이 땅에서 산다는 것이 또 다른 전쟁이었다. 저자가 이에 증거로 내세우는 거의 모두가 반박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사회의 혼란과 법과 양심이 결핍된 세상은 사회적 약자들을 거칠게 다루었다. 고아가 된 아이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청소하듯이 모아 강제로 집단 수용소에 가두고 노동 착취와 감옥 생활을 방불케 하는 삶을 살게 했으며 여성은 납치, 사기, 협박, 감금에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안타까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한 해 몇 만 명씩 실종되어도 생사 확인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자의 외침은 '사랑'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 땅에 사랑이란 있는가?를 되묻고자 위 사례들을 저자는 지적하고 싶은 것 같다. 저자가 나열한 사례들은 앞서 언급한 것이 빙산의 알각에 불과하다. 더 슬픈 것은 약육강식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 말 속에는 사회에서 원하는 재능이 별로 없는 사람들까지 포함한다. 모든 인간은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누군가는 한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나 국가와 단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삶을 산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자신보다 더 노력햇거나 좀 더 유능한 실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경쟁에서 밀려 험난한 삶을 살기도 한다.

우리와 우리가 속한 사회는 1등에게 환호하며 모든 갈채를 보낸다. 가장 잘하는 사람, 최고에게만 찬사를 아끼지 않는 전쟁터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한, 개인은 더 강해져야 하며 더 노력해야 한다. 인류만큼은 약육강식의 법칙에서 벗어나야 함을 주장하고 인식하여 여러 사회적 안전망을 설치하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이들이 힘없이, 소리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니 그들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보내어지고 있다. 알 수 없는 곳으로.



이 책의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다. 〈제1화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제2화 우리는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 등 2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다. 앞 파트엔 「부모와의 사랑」, 「타자와의 사랑」 「신념과 신앙」에 대해 기술되어 있고 뒷 파트엔 「부모와의 사랑」, 「타자와의 사랑」, 「세상과의 사랑」, 「자신과의 사랑」, 「빛나는 사랑」 등에 대해 상술한다. 비슷한 단어들이지만 깊은 의미로 점점 점진적 의미의 해석과 사유로 들어간다. 앞 파트에선 사랑의 정의와 폭력 속의 사랑(검은 그림자) 등이 소개되고, 사랑에 대한 철학자, 사상가들의 연구와 이론을 설명한다. 긍정적 풀이와 부정적 측면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우주의 어떤 형상이든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어느 한 가지가 집중적으로 발현될 때의 우리 앞에 나타나는 형상에 대한 해석으로 설명한다.

만남과 이별, 결혼과 이혼을 통해 속뜻을 헤아리긱도 한다. 신앙, 신념, 진화 속 본능, 뇌 안에 존재하는 신에 대해서도 다룬다. 2화에서는 사유의 깊이를 더해간다. 개별적 사랑과 전체로서의 사랑과의 관계 등 보통 다루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거론한다. 결국 저자는 사랑에 대한 사유를 위해 '죽음'까지 테이블 위에 올리고 사랑과의 관계를 파헤친다. 「죽음까지 사랑하라」는 소제목 하에 저자는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죽음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죽음을 초월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감수할 것이다. 모든 종교는 죽음을 초월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 제시된 방법 중 본인이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면 각 종교에서는 원하는 대로 실천하며 살면 된다. 그러나 수많은 종교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사랑을 권한다. 죽음까지 사랑하여 죽음을 초월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의 끝 부분으로 갈수록 사랑에 대한 사유가 명확해지며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사랑, 그 가볍지 않은 무게」에서 저자는 "사랑은 우리 사회와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데 이 사랑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략) 사랑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인식하길 바란다. 사랑은 용서를 동반하며 희생과 상처를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것들이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긱가 쉽지 않다. (중략) 온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사랑받으며 산 경험이 있어야 하며 받은 사랑의 힘이 우리 안에 있어야 비로소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서 온전한 사랑을 나눌 상대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의 가정을 이루고 행복 가득한 사랑 안에서 삶을 마치고 싶은 마음은 우리 모두의 희망일 것이다. 이 이상적인 사랑의 삶이 쉽지 않더라도 우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저자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은 쉽지 않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잘 준비하고 말이 아니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저자 : 온유안

대학에서 역사철학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논문 준비 기간 중 유럽 현장 학술답사를 다녀오면서 그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그들의 철학을 경험하였습니다. Ph.D과정을 위해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과 네덜란드 자유대학을 탐방할 때 그림책을 접하고 깊은 철학을 그림책에 담아내는 작품에 감명을 받고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철학적 사유, 인간의 고뇌, 인생과 삶에 대한 숙고함이 논문에 머물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글들 속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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