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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 - 지상파 기자들의 뉴미디어 생존기
박수진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2월
평점 :
지금 미디어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현직 기자들이 하는 말이니 신뢰감도 설득력도 충분한 말이다. 언론에 관계하지 않은 사람들도 SNS를 하거나 미디어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은 자주 듣던 말이다. 독자는 언론의 뉴스를 하루도 빼지 않고 있는 '종이신문'을 통해 읽은 신문 애독자이다. 변화는 감지하지만 직접 관련 있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 생활을 한 사람들이라면, 특히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전하지 않았던 20세기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은 아침 종이신문의 냄새를 무척 좋아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새벽에 배달되는 신문에 어떤 일이 있었나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습관이 되면 중독성도 있어 하루라도 걸르면 아침에 이 닦지 않고 출근하는 것처럼 어딘지 께름칙한 느낌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근시간엔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 안에서 비집고 어느 구석엔가 신문을 접어 위로 올려서 읽는 사람도 있다. 물론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모두 휴대전화의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신문을 따로 챙길 이유도 없고, 펼쳐놓고 혹은 접어서라도 읽을 필요가 없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발달로 종이신문이 사양길이라는 소식은 지난 세기말에 이미 나오기 시작한 말이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말은 이번 세기 들어와 시작된 말이다. 그 중심에 SNS의 발달이 아닐까 문외한인 독자는 예상해본다.
이 책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의 제목으로 추측하자면 지금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신문이나 방송보다는 '유튜브'에 열중한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직접 관계자들의 얘기를 듣지 않고서는 속시원한 해답을 얻기 어렵다. 이 책은 독자 같은 어정쩡한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이 책의 저자는 박수진, 조을선, 장선이, 신정은 등 4명의 공동저자다. 모두 SBS 현직 방송기자이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유튜브 세상과 디지털 세계에 계급장을 떼고 뛰어들어 엎어지고 깨지며 거듭 일어나는 생생한 분투기이라고 한다. 방송 뉴스 대신 디지털 뉴스를 제작하며 조회수라는 실시간 성적표를 받아들고, 댓글로 날것의 평가를 들으며, 개인기로 무장한 1인 크리에이터들과 경쟁하면서도 언론사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기록이라고 「프롤로그」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은 특정 플랫폼과 콘텐츠를 향해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돌연 식어버리기도 하고, 좀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언론도 이런 시장의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독자는 이들 저자가 말하는 비디오머그, 크램, 일사에프, 헤이뉴스, 씨리얼... 등의 단어를 처음 들어본다. 이 해괴(?)한 이름들은 모두 국내 방송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뉴스 채널이란다. 요즘 말로 하면 '부캐'이다.
이들 저자들은 이 같은 부캐 채널들은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낳은 산물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신문 지면이나 TV 방송이 아닌,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맞는 디지털 영상이나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 전용 콘텐츠, 데이터 저널리즘 또는 뉴스레터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뉴스는 신뢰와 진실이라는 무거운 대원칙과 세상의 빠른 변화에 발맞춘 전달 방식, 이 두 가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게대가 이 낯선 영역에서는 덮어놓고 따라 할 정답도 없다. 신문이나 방송 기사를 쓰고 취재할 때는 오랫동안 많은 기자의 경험과 검증을 거쳐 확립된 원칙이 있지만, 이 새로운 세상에는 그런 것마저 없다. 저자 4명이 이 책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언론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는 것이 저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숱하게 실패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이런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정리하면 조금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기지 않을까 저자들은 생각한 것 같다. 이 책은 뉴미디어에 대한 이론서가 아닌 현직 방송기자들의 실제 체험기이기에 관련 직군 종사자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독자는 기대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들 저자의 노력이 우리 언론 문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책에 따르면 이용자들에게 ‘구독, 댓글, 좋아요’처럼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유튜브 뉴스 콘텐츠는 디지털 세상에서 트렌드가 되었다. 진지함을 벗어던지고 신뢰할 수 있는 재미, 통한다는 짜릿함을 선사하는 콘텐츠, 디테일에 살아 있는 감동 뉴스 등 뉴스에도 브랜딩이 필요한 시대다.
알랭 드 보통은 “오늘날 우리가 뉴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장소는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뉴스가 독자들에게 닿기 위해서는 공급자인 언론사가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미디어 시장은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은 특정 플랫폼과 콘텐츠를 향해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돌연 식어버리기도 하고, 좀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언론도 이런 시장의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가혹하게도 무엇이 중요한 뉴스인지, 무엇이 독자를 감동시킬 뉴스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독자들은 나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고 믿을 만한 정보와 재미를 주는 곳이라면 그곳의 규모가 크든 작든, 유명한 곳이든 아니든 그곳을 내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여긴다.
이에 따라 기자가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전략을 꼼꼼히 수립하는 게 우선이다. 뉴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취재한 기사가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독자를 타깃으로 삼았을 때 가장 효과적일지 전략을 세운다. 뉴미디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에게 답이 있다’는 명제라는 것이 저자들의 믿음이다. 독자들은 뉴스가 전하는 정보와 이야기에 더 몰입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채널에 대한 충성도를 보인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살아남는 콘텐츠는 단순히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가 아니라, 댓글·공유·좋아요 등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콘텐츠다. 조회수는 상호작용을 성공적으로 유도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숫자다. 독자들은 콘텐츠에 공감할 때 더 오래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니 그럴 수밖에 없을 노릇일 것으로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링크를 공유하기도 한다.
실례로 비디오머그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영상은 ‘불난 집 앞 불법 주차 차량 ☞ 이제는 그냥 밀어버립니다^^’(조회수 1,564만회)였다고 한다. 독자들은 맥락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폐차보다 중요한 게 생명이다”, “너무 통쾌합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비디오머그 팀은 현장에서 보내오는 영상 중 인상적인 장면들을 재구성해 2분 남짓한 짧은 클립으로 기민하게 제작해 업로드했다. 한 독자가 “무슨 영상이 20분마다 올라와요 ㄷㄷ 지금 감금당해서 영상을 억지로 만들고 있다면 다음 영상 1:21(1분 21초) 오른쪽 상단에 별을 0.3초 동안 띄우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래서 다음 영상의 1분 21초에 0.3초간 별 그림 3개를 넣어서 업로드했다. 그러자 “헐, 대박. 기자가 국민 소리 엄청 잘 들어”, “진짜 띄웠어 ㅋㅋㅋㅋㅋㅋ”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렇게 소통의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목적은 같다. 독자와 시청자에게 ‘당신도 이 채널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라는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다.
『로이터』는 “전통적인 뉴스 브랜드는 뉴스를 ‘당신이 알아야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반면 젊은 시청자들은 뉴스를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야 할 것들이기도 하지만 알면 ‘유용한 것, 흥미로운 것, 재미있는 것’으로 바라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유튜브로 보는 뉴스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고, 신뢰할 만한 뉴스도 재미있을 수 있을까? 비디오머그의 ‘국회로운 대화로 배우는 올바른 대화 예절~ 이렇게 말하면 안 돼요★’ 편은 정치인들의 예의 없는 말과 태도를 초등학교 1~2학년용 국어 교과서를 활용해 꼬집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가 270만 회를 넘는 등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독자들은 “요즘 웃을 일이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아니 누가 뉴스 편집을 이렇게 기똥차게 재밌게 하나” 등의 댓글을 달았다. 공급자 중심의 뉴스가 아닌 수용자 관점에서 풍자와 해학을 담은 콘텐츠는 재미까지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가 보편화된 시대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팩트를 찾아 보도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명확한 데이터 기반의 심층보도다 보니 신뢰도 높은 탐사보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SBS의 ‘마부작침’ 팀은 2018년부터 매년 ‘국회 예산안 심사 회의록 전수 분석’을 보도한다. 특히 ‘얼음과 함께 씹어보는 2019 예산안 분석 후기’는 작가가 독자의 시선에서 질문하면, 취재기자가 국회 예산안 심사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콘텐츠다. 이 영상 중간 중간에 열받은 작가의 ‘얼음 먹방’이 나온다. 이용자에게 신뢰와 재미를 함께 전하려는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용자들은 “재밌게 편집하니까 그래도 조금은 이해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재밌어. 신기해. 내가 똑똑해지는 기분이야”라고 반응했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의 깊이 있는 ‘해설형 뉴스’는 잠재력 넘치는 지식 정보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SBS 스포츠 채널인 ‘스포츠머그’에서 ‘별별스포츠’는 스포츠의 별의별 역사를 깊이 있으면서도 유튜브 감성으로 흥미롭게 전달한다. 방송국에 아카이브된 희소성 높은 과거의 뉴스 영상과 각종 외신 등을 풍부하게 활용해 해박한 스포츠 지식을 전한다.
어려운 의학 지식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주는 콘텐츠도 코로나19 시국을 맞아 환영을 받았다.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의 ‘닥터저널리스트’가 대표적인데, 이 콘텐츠에서는 기자가 ‘DJ 차니’라는 친근한 부캐로 변신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의학전문기자의 신뢰도와 지식, 여기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쉽고 흥미로운 구성을 더해 이른바 ‘신뢰할 수 있는 재미’를 갖춘 지식 정보 콘텐츠를 지향했다. 단순 서점을 뛰어넘어 문화 체험 공간으로 브랜딩에 성공한 일본 쓰타야서점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는 “공급자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제시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성(物性)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철저히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그것이 어떻게 이용자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하나 잘 만들어 내놓으면 알아서 팔려나가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웰메이드 콘텐츠’를 한 상품으로 만들어 독자들에게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과 실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효과적인 브랜딩을 통해 이 채널은 어떤 곳인지, 무엇을 다루는지를 명확히 인지시키고, 구독자가 채널에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1년 8월 15일 새벽,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비디오머그 팀은 ‘아프가니스탄 사태 총정리’를 두 편에 걸쳐 내놓았다. 이슬람 전문가를 초청해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복잡한 정세를 정리하고, 관심이 높았던 난민 문제도 다루었다. 이용자들은 “와~ 진짜 궁금했는데 세계사 강의 듣는 것 같아요”, “두 편에 걸쳐 영상 만들어주신 비디오머그 팀, 감사합니다”라며 호응했다. 해설형 뉴미디어 콘텐츠도 맥락 저널리즘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저자 : 박수진
2010년 『헤럴드경제』에 입사하며 신문기자가 되었고, 2015년 SBS로 이직해 방송기자가 되었다. 방송기자로 일한 7년 중 3년을 SBS 뉴미디어국(현재 디지털뉴스국) 비디오머그 팀에 소속되어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뉴스 콘텐츠를 제작했다. 신문, 방송,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흔치 않은 이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에 편견 없이 도전하는, 유연하지만 강직한 저널리스트를 꿈꾼다.
저자 : 조을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장에서 공부에 대한 갈증이 커져 같은 대학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과 뉴미디어를 전공하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문팩트체커 과정을 수료했다. MBC 충북에서 지역 언론을, SBS 사회부와 정치부·뉴미디어국 등에서 방송과 디지털 세상을 경험했다. 약자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어 아직도 기자 일을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워킹맘처럼 전쟁 같은 하루를 살고 있다.
저자 : 장선이
2007년 SBS에 입사해 기자가 되었다.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문화부, 정책사회부, 편집부를 거쳤다. 더 올드해지기 전에 뉴미디어를 알아야 할 것 같아 뉴미디어국에 지원했다. 비디오머그 팀과 뉴미디어뉴스 팀을 거쳐 현재는 디지털뉴스국 D콘텐츠기획부에서 구독 모델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저자 : 신정은
2017년 SBS에 입사해 기자가 되었다. 사회부와 뉴미디어국을 거쳤다. 뉴스 현장에서 뉴미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관심이 많다. 틱톡에서 ‘정은 기자(@GIZA_UNNIE)’라는 ‘부캐’를 만들어 쉽고 친절하고 유익한 쇼트폼 형식의 ‘세로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뉴스를 즐겁게 전하기 위해 과감히 춤을 추고 변신도 하는 뉴스테이너를 표방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