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꾼 명문장 : 경제학 1 보이지 않는 손 vs 야성적 충동 - 원서로 읽고 따라 쓰는 세계를 바꾼 명문장
서정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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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통해 세상의 지식을 습득한다. 또 습득한 지식은 자신의 생각을 더하고 경험을 더해 삶의 지혜로 이용하기도 한다. 책은 우리의 지식욕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당대 지성인들의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길도 안내해준다. 우리가 책을 읽으며 얻는 즐거움과 더불어 삶의 지혜까지 터득하는 길을 안내해 주는 책들이 많다. 이들이 한 말이나 쓴 책들은 '명저', '명언' 등으로 기록이나 책으로 남겨져, 두고 두고 인류가 배우고 익히며 삶에 응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삶이 빠르고 복잡해지는 현대에 들어서는 책보다는 인터넷이나 영상 등으로 전달 속도가 빨라졌을 뿐 그들이 남긴 명저나 명언, 명저들은 글자 하나도 틀리지 않게 전달된다. '고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가 두고 두고 읽고 익혀 배워야 할 것 등을 고전의 범주에 넣는다는 의미다. 이 책 『세계를 바꾼 명문장』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각 분야 대가들의 주요 도서 문구들과 어록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매경총서 중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경제학 1편으로서, 독자들이 단순히 이들의 번역문을 읽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원서 원문을 함께 수록함과 동시에 별도로 필사 페이지를 넣어 읽는 이로 하여금 손으로 쓰고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번역 문제로 오해나 잘못 알게 될 우려가 있어 원문을 함께 수록했다. 대부분 영어로 된 것들이다.

 


 

경제학은 우리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학문이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경제학 책 중 가장 널리 이용되고 전 세계가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고전이고 경제학의 최고봉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정치경제학과 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스코틀랜드 철학자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유명한 시장 경제에서 작동하는 가격 조정의 원칙을 언급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는 게 이 책 『세계를 바꾼 명문장』의 저자 서정희는 확인해준다. 번역은 물론 원전까지 정확하게 짚어서 확인해주는 것. 이 책의 발간 목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에게 역사상 처음 등장하는 것은 애덤 스미스가 글래스고대의 철학 교수가 된 뒤 자신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1759년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오늘날 경제학 용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 말이 탄생했다. 애덤 스미스는 원래 도덕을 중시하는 철학자로서 원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능력에 따른 보상을 강조하는 품성의 인물이었다. 그는 당시 영국 최고의 명문대인 옥스퍼드대를 중간에 그만두고 자유분방한 학풍의 글래스고대로 옮겨 학위를 마쳤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교수들이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보수와 신망을 받고 있다고 당시 주류 하계를 개탄했다고 일화를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을 펴낸 지 17년이 지난 1776년 그의 성숙한 학문세계를 바탕으로 『국부론』을 완성한다. 『국부론』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도덕감정론』에서 서너 번 나왔던 이 용어가 정작 『국부론』에선 단 한 번 등장할 뿐이다. 그것도 살짝 스쳐 지나가듯이. 사실 보이지 않는 손 용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스미스가 말년에 저술한 〈천문학사(원제는 철학적 주제들에 관한 소고)〉 논문이다. 이 책은 뉴턴의 물리학을 모방한 것인데, 결국 스미스의 자연질서는 뉴턴의 물리학을 경제에 비유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도덕감정론』에 등장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인 소비자들 사이의 물자 배분에 관한 시장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었다면 『국부론』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은 그 반대다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생산자들의 개별 비즈니스 활동이 사회 전체의 물자 공급과 어떻게 서로 맞아 떨어지게 되는지 설명하는 과정에 등장한다. 개별 생산자들은 사업가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뿐이지만 그 결과는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전체 공공의 이익이라는 조화로운 목표를 달성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때 스미스가 주목한 현상은 누가 미리 정밀하게 계산을 하거나 계획을 짜 맞춘 게 아닌데도 세상 재물은 사람들에게 그럭저럭 먹고살 만큼 배분되고, 이를 각자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석을 통해 알아차린 것이다. 서로 필요에 따라 주고 나눴을 뿐인데, 누군가가 마치 세상 물자를 미리 사람들 수대로 동일하게 나눈 것과 유사하게 적당한 배분이 이뤄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이지 않는 손의 등장이다.

 


 

『도덕감정론』의 이 대목의 내용을 여기에 한 사레로 적어본다. 편의상 해석문을 먼저 쓴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보다 별로 많이 소비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그들의 천성의 이기심과 탐욕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개량의 성과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어 가진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서 토지가 모든 주민들에게 똑같이 나누어졌을 경우에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생활필수품의 분배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무의식중에, 부지불각 중에,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인류 번식의 수단을 제공하게 된다.(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박세일 민경국 옮김, 비봉출판사, 1996, 345~346쪽)

 

이의 영문은 이렇다. "The rich consume little more than the poor, and in spite of their natual selfishness and rapacity··· They divide with the poor the produce of all their improvements. They are led by an invisible hand to make nearly the same distribution of the necessares of life, which would have been made, had the earth been divided into equal portions among all its inhabitants, and thus without intending it, without knowing it, advance the interest of the society, and afford means to the multiplication of the species.(Adam Smith,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Liberty Press, 1982, p.184~185)

 


 

이 책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저자의 생각은 2년 여만에 결실을 봤다고 술회한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예상과 우리의 출판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어려운 일이지만 뜻있는 일이라고 의기투합한 저자와 출판 관계자는 경제학의 오리지널 원서의 향기와 숨결까지 느끼게 해주고 선진국 입구 바로 문턱까지 숨차게 달려온 대한민국 사회에 이런 책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돼 정확하고 분명한 뜻과 저자, 원문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론이나 저서, 저자의 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 당위성을 갖고 출판을 서두르는 가운데 결정적 촉발제가 된 것이 지난 대선 때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는 후보)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권에 뛰어들던 2021년 여름 무렵.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책 『선택할 자유』를 검사 시절 자주 펼쳐 보았다며, 정부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당연히 언론에서 난리가 났다고. 식품 안전 문제를 사례로 들며 부정식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시빗거리가 된 모양이다. 발언 취지는 안중에 없고, 서민이라고 해서 부정식품을 먹어도 되는 거냐는 꼬투리 잡기 식의 비판이 반대편 당에서 쏟아져 나온 것. 저자는 프리드먼의 책에 부정식품 혹은 정크푸드)junk food)라는 용어가 나온지 확인해보았다고 말한다. 언론에서 공방만 보도하지 이 용어의 원전의 진위 여부를 묻지는 않아서 저자가 직접 찾아봤다고 한다. 결과는 '없다'였고 며칠 뒤 윤 당선인이 엉터리로 떠벌렸다는 비난의 글만 난무하더라는 것. 그러나 비난이 전부일까? 저자 개인적으로는 절대 타당한 지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 책의 출간에 박차를 가했다고 언급한다.

 


 

저자는 이 책의 발간 의미를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과 ‘야성적 충동’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인간심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고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힌다. 위대한 경제철학의 오디세이를 담은 이 책 『세계를 바꾼 명문장』은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출처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고 특히 사례를 찾아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어려웠다고 강조한다. 구글 등을 통해 여러 개를 찾았으나 역부족이었고, 미국에서 출간된 책을 뒤져보고, 미국에 있는 경제학자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이에 따라 참고하게 된 책 두 권도 서문인 「책을 펴내면서」에서 밝히고 있다. 참고하게 된 책이 하나는 『A Short History of Economic Thought(Bo Sandelin 외 공저)』이고 또 하나는 『A History of Economic Thought(Lionel Robbins 외 공저)』이다. 이번에 펴내는 책의 재료 가운데 30% 정도 구절을 이 두 권의 도움을 받았다.

번역 문제도 간단치 않았다. 책 전체를 번역하는 것보다 일부 구절을 번역하는 게 더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 번역서가 존재할 경우 기존 출간된 책에 의존하기로 했다. 문제는 또 남아 있었다고. 다른 책의 원문을 인용해야 하다 보니 모두 인용 허락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는 것.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경제학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화두로 잡았다. 시장경제와 정부 개입의 영역을 두고 우리 한국에서 오해와 논란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한다. 소위 시장의 실패라고 공격받는 사례들은 대부분 정책 실패의 소산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제 한국경제도 선진국 본격 진입을 앞둔 마당에 이에 대한 분명한 사회 통념, 신뢰, 공감대 같은 사회적 자본이 두터워져야 한다고 독자도 믿는다.

 


 

It is not from the benevolence of the butcher, the brewer, or the baker, that we expect our dinner, but from their regard to their own interest.(우리가 식사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 양조장 주인 · 빵집 주인의 자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 애덤 스미스(Adam Smith)

 

The markets are moved by animal spirits, and not by reason.(시장은 이성에 입각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야성적 충동에 의해 움직인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저자 : 서정희

 

서울대 경제학부를 나왔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해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경제, 금융, 정보통신 분야를 주로 취재하며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주안점을 두고 관찰했다.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 경제부장, 금융부장, 증권부장, 지식부장 등을 거치고 MBN 보도국장, 매일경제TV 대표를 역임해 신문과 방송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는 매경출판 대표로 재직 중이다. 언론인으로서 관훈클럽과 편집인협회 위원을 맡아 활동했고, 씨티언론인상 대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외적으로는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발전심의위, 연기금투자풀운영위, 재정자문회의 위원 등을 맡아 폭넓은 활동을 한 바 있고, 민간 은행의 사외이사로 기업 경영에도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 2009년부터 13년간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객원교수 등으로 금융경제세미나 강의를 맡아 진행해왔다. 저서로는 《나는 분노한다》, 《브런치 경제학》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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