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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평점 :
머리카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의 상징이었고, 동양에서는 이에 더하여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훼손하는 것은 효(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머리카락을 둘러싸고 벌어진 역사적 사건은 그리 많지 않아 인류 문명에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대부분 미의 추구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미의 추구는 인간의 욕망 중의 하나로서 역사에 기여하기도, 훼손하기도 했다는 것이 여러 문학 작품이나 그림 등 예술 작품에 반영되는 일은 무척 많다.
이 책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는 어쩌면 '머리카락으로 본 인류 문화사'로 생각하면 맞을 듯하다. 그러나 동서양 모두 머리카락의 세계 문화사를 별도로 취급하지 않는 것 같아 이 책은 어쩌면 세계 최초의 '헤어웨어 문화사'로 볼 만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은 머리카락에서 헤어웨어까지, 욕망의 역사를 훑어본다. 유사 이래 인간이 머리카락을 어떻게 생각하고 즐기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서이다. 동서고금 인간의 머리카락에 얽힌 변천사와 그 이상을 다루고 있다. 인간은 헤어스타일을 자신의 생존과 정체성을 어필하는 도구로, 존재의 심벌로, 시선권력을 즐기는 패션으로도 활용한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기록으로 남은 이야기는 상세하게 찾아냈으나 사진이 발명되기 전의 모습은 그림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지만 각종 문학 작품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도 있어 비교적 정확한 발전사를 기록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헤어스타일의 변천사 이상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머리카락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이 책은 총 3개의 파트(Part)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은 주로 신화와 전설의 세계에 등장하는 머리카락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에서, 중국과 몽골, 고대 이집트, 중세 북유럽, 한국의 삼국시대까지, 드넓은 시공간이 이어진다. 머리카락이 어떻게 신비와 과시와 신성의 결정체로서 표현되는지 접한다. 파트2는 혁명과 연애를 주제 삼아 머리카락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에서 17, 18세기 유럽에서 소용돌이 친 혁명, 비슷한 시기의 중국 청나라, 조선 후기까지 연결된다. 그렇게 열정과 자유와 영원불멸을 꿈꾼 중세인들을 만난다. 파트3은 전통과 자유를 표현하는 머리카락의 이야기다. 조선의 신여성에서 출발하여 현대 대중문화까지, 20세기 전반을 관통하는 인간과 머리카락 사이의 매혹적인 관계가 이어진다.
PART 1 신화와 전설 : 신비, 과시, 신성
PART 2 혁명과 연애 : 열정, 자유, 영원불멸
PART 3 전통과 자유 : 스타일, 금지, 아이콘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뉘었지만 각 장으로 다시 구성된 내용은 매우 상세하다. '그리스 신화 속 여신들' '켈트 민담, 대문호를 사로잡은 요정의 세계' '몽골 설화, 새머리 모양의 기원' 등을 다루었고, '영원히 나무로 변신한 다프네' '니소스 왕의 보랏빛 머리카락' '메두사라는 이름의 여인'에 이어 성경 속 '삼손과 압살롬'도 찾아낸다. 또 우리 나라의 삼국사기에서 찾아낸 '궁중에서 생긴 음모'도 흥미롭다. '라푼젤과 악마의 황금 머리카락 세 개' '고대 이집트인들이 숨긴 비밀의 코드' '로마제국, 귀족의 품격과 주술 사이' '장발(長髮)왕, 미발(美髮)왕' '북유럽 신화, 시프의 황금빛 머리카락' 등 세계 각국 고금의 이야기가 재미 있게 전개된다.
'톤슈라, 중세수도사들의 머리 모양' '줄리엣과 데스데모나를 찾아서' '태양왕과 천자, 시대를 앞서간 패션 감각' '퐁탕주 스타일의 창시자, 퐁탕주 공작부인' 등을 읽으면서 머리카락에 얽힌 세계적 흐름과 사건 등은 무척 재미 있는 해석과 더불어 많은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근현대로 들어오며 우리가 자주 들었던 얘기도 포함돼 헤어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역사 상식도 풍부하게 기술되어 있다. '미미가꾸시와 히사시가미, 모단걸을 만나다' '할리우드의 은막, 철의 장막, 그 여인들을 조심하라' '고데와 장발, 표현과 금지 사이' '동서양, 미인의 조건' 등은 헤어 패션에 관한 이야기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우리 나라 역사 속의 머리카락에 관한 이야기도 각 장에 끼워넣어 선조들의 머리카락에 관한 관리, 의식, 습관, 아름다움 추구 등에 대한 관심이 지속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머리카락이다. 그렇다. 이 책은 머리카락을 사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머리카락과 인간사의 관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향연이 쉴 새 없이 전개된다. 110여 장의 올 칼라 도판과 함께하는 머리카락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는 머리카락과 관련된 무수한 이야기들이 총망라되어 전개된다. 그 이야기들을 이어가는 조각과 고리들은 동서양의 그림, 일러스트레이션, 기업의 로고, 고문헌, 고지도, 우표, 영화포스터, 공연페스티벌, 소설, 인형, 애니메이션, 영화 등이다. 책 속에 수록된 110여 장의 특별한 그림들을 통해서 머리카락에 얽히고설킨 온갖 색깔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무척 흥미롭고 신기한 문화역사 여행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화려한 색채의 드라마가 꿈틀거린다. 그리스로마 신화, 슬라브 신화, 켈트 민담, 북유럽 신화, 성서, 중국과 몽골의 전설, 삼국사기에서 건져낸, ‘신화와 전설’이라는 드라마로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혁명, 전쟁, 셰익스피어의 작품, 황제의 초상화, 음악, 조선왕조실록, 조선의 풍속화, 조선의 미라, 백과사전을 재료로 하여, ‘혁명과 연애’라는 드라마가 탄생한다. 마지막은 문학, 애니메이션, 대중스타, 영화와 범죄 소설, 대중음악 등을 엮어 ‘전통과 자유’라는 드라마로 마무리된다. 저자의 노력과 집념의 결과로 괄목할 만한 특장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머리카락에 관한 모든 역사'인 만큼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자 개인별로 흥미롭게 보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독자로서는 '태양왕'이라 불리우던 서유럽의 절대권력자 '루이 14세'의 이야기가 무척 재밌었다. 그것은 독자가 루이 14세에 관해 책을 좀 읽었기 때문에 이와 연관된 것이다. 그는 머리카락에 대해 무슨 사건을 남겼나였다. 다행히 이 책에는 짧지만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한때 루이 14세는 가발 금지를 지시한 적이 있었다. 국왕으로 즉위한 뒤에 가발금지령을 내려 루이 13세 때부터 궁중에서 유행하던 가발착용을 금지했다. 그는 숱이 많은 자기 머리를 좋아했고 가발을 경멸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어떤 연유로 가발애용자가 됐을까? 그뿐만 아니라 헤어패션의 유행을 이끄는 창조자가 됐을까? 루이 14세의 머리에는 지루성 낭포라는 혹131이 있었다. 머릿속 혹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항상 가발을 착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시대를 만들어가는 촉발제가 있다면 우연과 필연의 화학작용이 아닐까. 루이 14세는 침실 옆에 가발 전용 방까지 두었는데, 때와 장소에 맞춰 다양한 색깔의 가발을 애용했다. 그의 가발은 크고 두툼한 흑발이었으며 말년에는 가발에 분을 뿌려 머리가 하얗게 세는 걸 나타내도록 했다."
- 「PART 2 혁명과 연애 : 열정, 자유, 영원불멸」 중에서
저자는 별도의 장을 마련해 우리나라 머리카락에 얽힌 이야기들을 찾아내 따로 처리하기도 했다(story : 고구려 고분벽화 속의 여인들). 고구려 고분벽화 속 세 명의 여인에 대해 주목했다. "유화의 머리는 흔히 얹은머리라 불렸다. 당시 고구려 여인들의 흔한 머리 모양이었으리라. 유화가 말하기를 "제 머리는 올린머리라 하지요. 머리카락을 뒷머리에서 앞머리로 감아 돌리죠. 그리곤 그 끝을 앞머리 중앙에 감아 꽂아 넣습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 보는 것과 같은 머리가 되지요." 유화의 말이 끝나자, 연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자신의 머리 모양에 대해 조근조근 말했다. "머리를 잘 빗질하여 가운데를 보이게 한 뒤에, 좌우 양쪽에 상투를 틀어 올렸지요. 쌍계식 머리라 합니다만, 어떤 이는 쌍상투라 부르기도 합니다. 저처럼 아직 혼례를 오리기 전에 하는 머리랍니다." 고분 속의 여인들의 머리와 자료 탐색 등을 통해 찾아낸 내용을 대화체로 엮었다. 독자에게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다. 본문에서는 당시 고구려의 머리에 관한 궁중 질서를 지적하기도 한다.
3세기 고구려, 그 시대 미인의 선결조건이 있었다면 길고 탐스런 여인의 머릿결이었을 것이다. 중천왕이 관나부인에게 한껏 매료되었던 것도 구척이나 되는 머리길이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권좌에 앉은 중천왕의 속뜻을 알 길은 없으나 관나부인을 가차 없이 버렸다. 그는 오로지 전지전능한 심판관으로 등장하여 궁중에 갇힌 여인들의 괴로운 심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판결을 내렸다. 관나부인의 미모와 긴 머리카락은 유혹과 과시를 한껏 뽐냈으나 그로 인해 저주의 도화선이 되었다. 늘 그렇듯이, 치정극의 결말은 차가운 핏빛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두 여인을 비극으로 몰아간 원인이 궁중이라는 거대한 질서에서 왔다는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 「PART 1 신화와 전설 : 신비, 과시, 신성」 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마치며 꽤 깊이 생각해볼 사유의 변을 남긴다. 머리카락은 인간에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다. 인간의 욕망이 더해지면 권력의 상징으로 바뀔 수 있고, 반면 한없이 거추장스러운 신체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인간에게 머리카락은 어떤 의미였을까? 엄밀히 머리카락 그 자체만으로 의미와 가치, 개념이 파생되지는 않는다. 머리카락에 인간의 노력과 열정과 욕망을 가열하면 머리 모양이 만들어지고, 그런 뒤에 하나의 스타일로 완성되어 세상의 무대 위에 나타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그래서일까. 머리카락에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스토리는 참으로 특이하고 다채롭다. 다차원적이기까지 하다. 그동안 고대그리스신화에서 시작하여 20세기 후반까지 인류의 문화사에 새겨진 머리카락의 향연을 찾아 떠났던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 원종훈
영화 「가위」(2000) 시나리오로 데뷔. 주요작품으로 KBS 2 TV 추석특집드라마 2부작 「눈물 날 때 뛰어라」(2002) 극본 각색, 문화원형창작 드라마 3부작 「생존」(2009) 극본 등이 있다. 2016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드라마 공모전, 201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시나리오 공모전, 2018년 국세청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 한남대학교 대학원 기록관리학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작업, 경기도 군포시 아카이빙 북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저자 : 김영휴
(주)씨크릿우먼 대표, 전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 회장이다. 2001년,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동상 수상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이후 ‘헤어웨어’라는 이색 아이템으로 업계에 새로운 길을 열며, 씨크릿우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으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헤어웨어라는 새로운 패션 장르는 국내 고급 유통사에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고 ‘빅3’ 백화점에 블루오션을 개척함으로써 독보적인 ‘여성 창업 벤처 기업가’로서 주목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 여성 CEO의 가능성, 여성성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일생의 뜻을 두고 있는 저자는, 창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해답을 얻을 수 없는 여성들의 애달픈 고민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일·가정생활 양립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기 일을 해내고자 사투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다. 특히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해법, 현실적인 문제에 대처해나가는 돌파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묘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트 크리에이터’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의 가치 혁신을 지속하며, 세계적 패션 리더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머리도 옷처럼 간편하게 입는 새로운 패션 의생활’에서 나아가 ‘행운을 부르는 여자’라는 패션 패러다임을 탄생시킨 그녀의 혁신적 시도는 여성의 무한한 잠재력과 파워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리더와 기업가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수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조선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미래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저서로는 <스타일을 파는 여자>(2007, 한스컨텐츠)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