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체의 말 - 삶의 지혜로 읽는
신성권 지음 / 피플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독자는 '철학'의 문외한이다. 초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지금까지 철학이라는 학문을 학교에서 접한 것이 대학 때 한 학기 교양과목으로 배운 '철학개론'이 전부다. 그것도 한 한기 내내 배우지 못했다. 불과 몇 시간 강의하고 나머지를 리포트로 대체했다. 혼자 책 읽고 다른 철학 서적을 몇 권 훑어본 것으로는 철학의 테두리에도 접근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철학의 필요성이 인문학과 함께 대두되면서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은 것은 어쩌면 그동안 배워 알고 있는 철학보다 훨씬 깊게 의식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니체도 최근에야 알았다.
물론 철학자 이름이야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들었지만 그들이 어떤 철학적 사고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를 따져본다면 이른바 현대철학에 영향을 준 위대한 서양철학자 몇 명일 뿐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 중세는 건너 뛰고 근ㆍ현대 철학자 몇 명 정도다. 고등학교 때 이름을 들어본 철학자들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를 최근 몇 권의 책을 통해서 알았다. 대부분 우리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그들의 답을 해석해 놓은 것들이다. 이 책 『삶의 지혜로 읽는 니체의 말』도 최근에 읽은 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저자 신성권은 예술·철학·심리학 분야 전문가라 할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쓰신 분으로 알고 있다. 그가 쓴 이 책은 철학자 '니체'와 저자의 이름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라면 어렵다는 니체의 철학을 독자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이 책은 철학자 니체에 대한 조명을 통해 니체 철학의 핵심이랄 할 수 있는 ‘초인’에 대한 의미를 해석, 이해하고 우리의 삶과 인생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제거해 스스로 이상적인 존재로 거듭나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스스로 능동적이고 이상적인 존재인 초인으로의 모습을 견지하며 사는 삶이 되어야만 비로소 우리는 니체 철학의 정수를 실현해 보았다 말할 수 있겠지만, 말처럼 쉽게 될 수 있다면 모두가 초인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라 여겨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쩌면 형이상학적 존재로의 초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이기에 초인으로서의 면모를 자기 삶의 모토로 삼을 수도 있으며, 결국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지의 태도와 자신만의 것을 이 세상에 가장 탁월하고 용감하게 발현해내는 사람만이 초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을 독자는 매우 겸손한 태도로 임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도 모르는 '쌩(生)초보'라는 생각으로 니체 철학의 윤곽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와 같이 난해한 개념들을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니체의 철학을 통해 얻은 지혜들로 인해 독자의 삶에 어떤 유형으로든지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책의 구성부터 찬찬히 살펴본다.
1장. 삶은 곧 고통이다
2장. 초인의 탄생
3장. 진정한 너 자신이 되어라
4장. 도덕이야말로 허점투성이다
5장. 위험하게 살아라
6장. 유희하는 인간
7장.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이 책의 첫장에서 저자는 니체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쇼펜하우어의 글을 소개한다. "인생은 고통이고 세계는 최악이다. 욕망의 성취를 통해 인간은 항구적인 행복도 안식도 얻을 수 없다. 욕망의 성취는 거지에게 던져준 동냥과도 같아서 비참한 삶을 내일까지만 연장시켜 줄 뿐이다. 어떤 욕망이든 그것이 충족되고 나면 곧 또 다른 욕망이 나타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무한히 계속된다." 쇼펜하우어도 처음이지만 매우 강렬하고 독설처럼 썼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쇼펜하우어는 고통의 원인을 욕망에 있다고 보았다"며 "그는 인간의 인생을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에 비유했다. 인간은 욕망덩어리다. 식욕, 성욕, 수면욕, 명예욕, 소유욕, 권력욕 등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위를 유발하는 근원은 바로 의식이 아닌 욕망이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니체를 설명하기 위해 쇼펜하우어를 등장시킨다. 더 읽어가면 이유를 알게 된다.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니체에게서 느껴지는 어두운 부분들은 대부분 쇼펜하우어에게서 나온 것이다."고. 저자는 "인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의식이 아닌 욕망이고, 충동이고, 무의식이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이 관점을 프로이트보다 먼저 제시한 사람이 쇼펜하우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때 이성 배후에서 인간을 조종하는 '의지'라는 개념을 제시했고, 프로이트는 이 의라는 개념을 '무의식'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이 의지의 개념은 니체에게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힘이 이성이 아닌 의지에 있다고 보았고, 이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두 철학자는 '의지'를 바라보는 관점에 큰 차이가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삶의 본질을 의지로 규정하긴 했지만 그러한 삶의 의지(충동, 욕망)를 부정하고 금욕과 자기부정으로 나아간다.
니체는 삶의 의지를 억제해야 한다는 쇼펜하우어와 달리 삶을 절대적으로 긍정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고 하는 의지의 철학을 설파했다.(이 점에서 쇼펜하우어에게 있어 예술은 삶의 고통에서 우리를 잠시나마 해방시켜줄 수 있는 의지의 진정제이지만 니체에게 있어 예술은 삶을 긍정하는 위대한 자극제다.) 저자가 두 철학자를 비교함으로써 니체에의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이 같은 부분과 다른 부분을 극명하게 대조함으로써 두 사람의 철학의 방향이 다른 쪽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니체는 허무주의를 극복하고자 했고 쇼펜하우어의 '맹목적 의지'는 니체를 만나 '권력에의 의지'로 거듭났다. 여기서 니체의 철학 중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쇼펜하우어가 생의 의지를 부인하며 삶에 대한 비관으로 나아간 것에 비해 니체는 인간에 관한 문제와 그것들의 아픈 상태(수동적 허무주의)에 대한 해결책으로 '초인(超人)'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초인은 권력에의 의지를 추구하는 존재로, 자신의 욕망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고통의 깊이까지도 함께 끌어안고 사랑할 줄 아는 존재다. 초인은 니힐리스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비관론자가 되거나 절망으로 인해 고통 받지는 않는다. 대신 초인은 자신의 생을 긍정하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다. 그리고 같은 생을 일획의 수정 없이 무한히 반복한다는 전망에 직면해도 결코 운명에는 식지 않는다. 니체의 관점에서 세계란 권력에의 의지를 추구하는 모든 존재자가 서로의 힘을 다투면서 사멸과 (새로운 존재로의)창조가 이루어지는 유희의 장이다.
이러한 세계는 모순으로 가득 차있만 조화로운 세계이고 권력에의 의지를 지닌 모든 주체들이 유희하는 세계다. 니체는 이러한 세계의 상태을 디오니소스적 상태라고 불렀다. 솔직히 독자는 조금 생소한 단어가 나올 때마다 당황하지만 인내를 갖고 읽는다. 한 번 읽고 매끄럽게 이해되지 않을 경우 두 번 읽겠다는 다짐을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해두었던 탓이다. 새로운 단어가 나올 때는 준비한 철학사전을 찾아 대략이나마 뜻을 알아 챙긴다. 끝까지 읽어나가는 것이 독자의 목적이고 이 한 권의 책으로 '니체를 알았다'고 말할 수는 없기에 겸손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으 '니체'의 철학 사상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목차에서 살펴봤듯이 '삶이란' '초인' '진정한 나' '도덕' '위험한 삶' '고독' '유희' '아모르파티'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읽는 곳마다 친절한 설명과 예리한 분석도 곁들여 독자처럼 문외한에게도 정독을 한다면 니체를 이해하는 빛이 보일 것이다. 니체를 이해하기에 이만한 책이 드물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철학을 시작하는 사람이나 니체를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저자 : 신성권
1989년생의 젊은 작가로 예술, 철학, 심리학 분야의 저서를 집필하고 있다. 수상작《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를 포함, 2022년을 기준으로 총 6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였다. 저자는 인간의 무의식과 창조성의 본질을 탐구하고 또 그것들을 책으로 집필하는 과정에서 니체라는 19세기 철학자가 오늘날 21세기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인간의 무의식과 창조성의 본질을 먼저 앞서 간파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심리학의 3대 거장인 프로이트, 융, 아들러도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 개념인 ‘의지’에 큰 영향을 받았다.) 더 나아가 니체의 철학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특히나 집단주의적 사고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독립적 사고력과 창조성을 발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상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에 그의 철학을 다루는 철학서를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선도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배적 이념과 상식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보다는 니체가 말한 초인처럼 탁월한 사상적 높이로 정신적인 독립을 이뤄내고 기존 질서와 부조화를 자초할 수 있는 인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저서로는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 《니체를 만나다》, 《창조성 수업》, 《말 안 듣는 우리 아이가 영재였다니》, 《청소년이 처음 만나는 동양 철학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