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밤의 미술관 : 이탈리아 - 내 방에서 즐기는 이탈리아 미술 여행 Collect 13
김덕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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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후 힐링 도서가 쏟아져 나온다. 지금도 코로나 이전보다 에세이나 각종 감염병에 관한 의학과 교양 서적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고 출판계는 말한다. 대형서점 집계로도 연간 가장 많이 출판되는 자기계발과 에세이가 여전히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가세한 것이 예술 서적이 특히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서적도 많지만 미술 관련 서적은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인다고 서점가는 말하고 있다.

이 책 『90일 밤의 미술관-이탈리아』는 코로나로 인한 힐링 도서를 표방하지 않은 책이다. 사실 그림 자체가 힐링되는데 그 그림을 이해하기 좋게 설명해주고 해석해주는 책은 그 자체가 힐링이고, 마음 치유 역할을 하기 때문일 터다. 독자는 그동안 쏟아진 그림 관련 책 중 가장 여러 권 읽은 것은 '서양미술사'라고 이름 붙여진 그림의 역사와 그림, 화가에 대한 삶이나 해석 등을 붙인 도서들이었다.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그림의 여러 가지 지식을 습득하는 재미는 직접 그림을 감상하러 다니는 느낌 못지않게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은 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90일 밤’ 시리즈'로 나왔다. 이번에는 서양 미술사의 중심부 이탈리아로 떠난다. 이탈리아의 미술관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4명의 이탈리아 국가 공인 가이드가 나섰다. 도슨트 역할은 그림의 해석뿐만 아니라 감동을 받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번에 이 책에서 도슨트 역을 하는 저자들은 독자들을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 9개 도시의 미술관과 성당에 소장된 곳으로 안내한다. 그곳에 소장된 작품들을 차근차근 감상하는 멋진 기회다. 100여 점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담은 선명한 도판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출판사 측은 자신감을 내비친다. 독자가 책을 펼쳐 확인한 바로는 소장 가치가 높은 데다 그림 지식을 크게 높여 주는 효과가 컸다.

이 책에서 독자가 뚜렷이 느낀 것은 서양미술사 등에 흔히 나오는 그림도 포함하지만 그동안 많이 소개되지 않은 대가들의 작품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거장들의 삶과 작품 경향, 그리고 화풍으로만 보아도 누구의 작품인지를 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그림 지식 확장감과 자신감을 심어주어 매우 즐거웠다. 또 오랜 기간 다양한 관람객과 소통해온 가이드들의 해설은 생동감 있고 명료해서 그림 해석과 이해, 그리고 감동을 배가시켜 준다. 책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서양 미술사의 시작이자 중심지이다. 로마, 피렌체, 밀라노 등 도시마다 다른 역사와 개성, 특유의 화풍을 지니고 있어 한 도시만 여행하기에는 아쉬운 나라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뛰어난 철학과 예술을 창조해낸 곳이기도 하다. 미술사에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곳이다.

 


 

로마는 2800년 역사를 품고 있는 '영원의 도시'로, 가톨릭의 중심인 바티칸 시국은 물론 도시를 거닐다 만나는 모든 곳에서 역사와 예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특히 유럽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바티칸 미술관’에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웅장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비롯해 수 세기에 걸친 7만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로마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개인 미술관인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를 볼 수 있는 ‘빌라 파르네시나’, 베르니니의 「성녀 테레사의 환희」로 유명한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이 있다. ‘꽃의 도시’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피렌체는 르네상스가 화려하게 꽃피운 도시이다.

르네상스 회화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산치오, 산드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피렌체 대성당 뒤편에 있는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과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가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다. 산 마르코 수도원과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는 종교를 넘어 서양 회화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도시와 박물관 별로 특징을 미리 살펴보니 그림의 의미와 미술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 밝게 가슴에 박힌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밀라노는 세계 패션과 디자인의 중심지이다.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를 비롯해 최근에 지어진 현대 미술관까지 폭넓은 미술 감상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후의 만찬」이 오랜 세월 동안 어떤 수난과 역경을 겪으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알아보고, 현대 화가들의 흥미로운 시도를 마주하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에는 찬란한 빛과 풍부한 색채를 표현한 베네치아 화파가 있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화가 조반니 벨리니, 조르조네, 티치아노 등의 작품을 통해 베네치아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익숙한 대상을 기묘하게 표현한 마르크 샤갈, 조르조 데 키리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작품들 사이에서 색다른 감상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나폴리, 시칠리아, 크레모나, 피아첸차, 볼로냐에 있는 여러 유서 깊은 미술관과 개성 있는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들을 알차게 돌아본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작품을 서평에 다 소개할 수 없지만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의 느낌은 강렬했다.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그림 이외에도 잘 알지 못하는 그림과 사연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그림 감상에 큰 도움이 될 영감도 얻은 듯하다.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 - 로맹 롤랑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 부르지 못할 것이다.” - 미켈란젤로

언뜻 대화 같아 보이는 두 사람의 말은 미켈란젤로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남겼는지, 또한 그러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과 고통이 필요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과연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500년이 넘도록 실제로 그 아래에 선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놀라운 감동을 전하고 있다. 물론 미켈란젤로뿐만이 아니다. 시대를 초월해 우리에게 닿은 화가와 조각가들의 열정은 ‘천재’라는 호칭 하나에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 책 4명의 저자는 이러한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먼 이탈리아로 떠났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해설을 하기 위해 같은 작품을 수천 번 이상 보고 공부했다고 한다. 다양한 관람객을 상대로 이야기를 나누며 폭넓은 감상의 경험도 쌓았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들의 시간과 노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탈리아로 그림 여행을 떠날 시간을 기다리며 즐거움과 기대감은 점점 부풀어갈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이다.

 


 

라파엘로가 죽자 그의 제자 줄리오 로마노는 한 가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라 포르나리나〉에 표현된 여러 상징을 통해 스승인 라파엘로가 제빵사의 딸인 마르게리타와 연인 관계라는 것이 알려지면 죽은 스승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결국 줄리오 로마노는 그림에 표현된 상징 중 둘의 약혼을 상징하는, 마르게리타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덧칠로 지워버립니다. 그렇게 지운 반지는 2001년 라파엘로의 그림을 복원하던 중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반지 외에 라파엘로가 남긴 징표들을 찾아보며 둘의 사랑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p.134, 「떠난 연인에게 바친 라파엘로의 순정」 중에서

 

우피치 미술관은 카메라의 플래시를 끄고 촬영이 가능한 곳입니다. 〈수태고지〉를 정면에서 눈으로 본 후 사진으로 찍고, 그림 오른편으로 이동해 살짝 무릎을 굽히고 그림을 본 후 사진을 찍어보세요. 두 사진을 비교하면 마리아의 팔 길이와 건물의 대리석 장식 크기가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부자연스럽던 부분들이 오른편에서 보면 달라지는 신기한 차이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p.216, 「그림을 봐야 하는 위치는 정해졌다」 중에서

 


 

저자 : 김덕선

역사 강사로 일하다 입시 위주 강의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살아있는 역사를 공부하고 싶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후 10년 동안 이탈리아 국가 공인 가이드와 바티칸 미술관 공인 가이드로 활동하며 연간 5000여명의 사람들과 역사와 예술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한국에서 인문학, 역사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역사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저자 : 김성희

2007년 유로자전거나라에 입사해 이탈리아 현지 가이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국가 공인 가이드로 로마에서 12년 동안 활동했으며 현재는 밀라노에서 이탈리아 북부 도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오디오 가이드와 온라인 키즈 강연도 하고 있다.

 

저자 : 유재선

유로자전거나라 초창기 멤버이자 이탈리아 남부환상투어의 기획자이다. 19년 째 많은 여행자에게 이탈리아의 매력을 전하고 있으며 가신, 곧 가이드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탈리아 국가 공인 가이드로 JTBC 〈뭉쳐야 뜬다 2〉, MBC 〈아무튼 출근〉에 출연했고, 유튜브 채널 〈로마가족〉을 운영하고 있다.

 

저자 : 이영은

20대 후반 첫 유럽 여행에서 만난 이탈리아의 매력에 빠졌고 이곳에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후 유로자전거나라에 입사해 이탈리아에서 여행 가이드로서 공부하고 일하고 여행을 즐기며 10년 넘게 살고 있다. 2016년 이탈리아 국가 공인 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재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이탈리아의 역사, 문화와 여행지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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