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
신재현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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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우리나라 영토 중 가장 온화한 기후로 국민 관광지로 불리워진 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과거의 아픔을 씻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기후가 겨울에도 영하로 잘 내려가지 않은 따뜻한 남쪽이고, 풍광 좋은 바다가 사면에 있는 섬인데다 인구도 많지 않아 혼잡스러운 느낌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직 때묻지 않은 후한 인심이나 덕성스러운 이웃이 함께하는 곳인 점은 제주를 살기 좋은 곳으로 꼽기에 마땅할 것이다.

더욱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 배우 등은 물론 문학, 미술, 음악 등 유명 예술인들의 이곳에 자리잡고 사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편리한 문화시설이나 돈이 많이 쏠려 있는 금융가의 모습이 아닌 현대적 상업 지역도 아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에 맞는 점을 제주는 꽤 많이 갖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일부 방송에서 그들의 모습이나 그곳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등 우리 국민들에게 관광지를 넘어 '살기 좋은 곳'이란 이미지 제고가 충분히 되어 있는 상태다. 다소는 이국적인 가로 풍경이나 바다에 오묘한 조화를 매일 보고 느끼고 함께하는 감동도 살기 좋은 곳의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고 있다.

 


 

이 책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는 교사로서 제주가 좋아 제주로 이사한 후 정착한 저자 신재현이 '제주살이'를 있는 그대로 적어 놓아 제주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의 크기를 늘린다. 물론 '제주 사랑'으로 쓴 글이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제주살이를 희망했던 사람에게는 어쩌면 마음을 굳히는 데 일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글솜씨 때문이 아니라 제주에 대한 진솔한 표현 등이 더욱 마음을 끌어당긴다.

제목부터 '제주로 퇴근'한다면 눈에 번쩍 뜨일 터다. 출퇴근을 한다면 당연히 거기 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도 왜 유독 눈에 띄일까? 아마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제주에 대한 동경과 제주 사랑이라는 마음이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바꾸어서 '나는 서울로 퇴근한다'고 쓰면 독자들 눈에 띌까? 옛말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낸다고 했다. 속담 속에 자리잡고 있는 뜻은 제주는 사람 살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당연했다. 벼도 수확할 수 없는 척박한 땅,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 아픈 과거(유배지, 4.3사태)의 이미지를 벗고 제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제주의 속살을 본 제주 주민들은 어떻게 제주가 가슴에 들어가 있을까?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한마디로 풀어주는 말이 이 책 소개글 첫머리에 오른다. "고단한 하루 일을 마치고 푸름이 가득한 제주도로 퇴근하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요?"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서울의 교직 생활을 뒤로한 채 제주도 이주를 선택한 괴짜 선생님의 이야기다. 부장 교사에서 교감 그리고 교장까지 탄탄대로가 보장되어 있던 ‘성공보다는 행복’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저자는 그가 사랑한 제주도에 정착하기로 했다. 편의시설이 바로 없는 불편함, 무시무시한 초강력 태풍, 섬이라 배송이 어려운 것이 수두룩한 인터넷 쇼핑 등. 육지 생활에 편리함을 포기했지만, 대신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삶을 얻었다.

그는 제주도에 내려와 웃음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아내와의 대화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며 섬의 이곳저곳으로 캠핑을 하러 다니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서울에 있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는 오늘도 아침에 한라산을 보며 출근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달리며 퇴근한다. 저자는 제주살이의 정의에 대해 '주중은 죽음, 주말은 환상'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이 말은 그의 말이 아니라 저자의 아내의 말이란다. 남편 따라 내려왔지만 자신의 의사는 별로 포함되지 않는 부인인 것 같다. 지금이야 제주 사랑이 남편보다 더할지 모르지만. 저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는 금요일 퇴근하는 차 안에서 항상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온다. 제주도는 주말이 되면 거리에 있는 자동차부터 달라진다. '하, 호, 허' 번호판(렌터카 번호판, 독자 주)이 즐비하고, 한산하던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다."(p.51)

 


 

자신이 꿈꾸던 생활이 시작되었으니 저자는 매일매일이 천국 같을 것이다. "꿈꾸었던 일이 이루어졌다. 매년 제주도를 여행할 때 이곳에 살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이 되었다. 나는 매일 한라산을 보며 출근하고, 제주도 바다를 옆에 끼고 퇴근한다. 자통차 창문을 열고 상쾌한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운전한다. 출퇴근길 자동차 안에서 '행복하다, 행복하다'라고 노래하며 직장을 다닌다. 이 모든 것이 서울에서 꿈꾸었던 일이다." 그의 제주 예찬은 계속된다. "제주도는 도시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이제는 누구를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제주도에서 얻은 새로운 인연과 마음을 나누며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내려놓고 산다는 것, 그것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다. 무의미한 욕심을 버릴수록 마음은 행복으로 차오른다.

제주도는 내게 내려놓고 사는 방법을 지금도 가르쳐주고 있다." 이처럼 제주살이를 자랑하는 저자는 '제주도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천국'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말도 한다. 욕심을 제주가 없애줬다고 말하지만 정작 제주에 살려면 욕심을 버리고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가능하다는 말로 독자에게는 들린다. "제주도에 사는 것은 육지와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의 쾌적함과 편리함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삶으로 바꾸는 것이다. 제주도에 살며 물질적인 것에 대한 욕심이 많이 사라졌다. 서울에서 백화점 브랜드만 찾던 내가 여기에서는 이마트 옷이 예뻐 보인다. 다이소만 가도 만족스럽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차를 타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의 제주살이 전반에 걸쳐 쓰였지만 3개의 장(章)으로 나뉘었다. 1장은 「서울 초등 교사, 제주 초등 교사가 되다」에서는 제주로 이주한 이유, 첫 인상, 제주의 자연환경과 개인의 질병 치료 등을 적었다. 2장은 「소소해서 특별한, 제주 일상」이란 제목으로 말 그대로 '제주 일상'에 대한 느낌과 경험에서 얻은 감정, 그리고 제주에서 해볼 수 있는 낭만적 삶 등을 주로 썼다. 마지막 3장엔 「제주도 이주민의 제주 활용법」을 있는 그대로 제주를 보여줌으로써 제주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제주도에서만 할 수 있는 일 등을 중심이 된다.

이 제주도 활용법에는 앞으로 제주 이주를 꿈꾸는 사람에게 사전에 준비해야 할 마음의 각오를 슬쩍 슬쩍 알려주기도 한다. "제주도의 겨울은 외롭다. 도시는 해가 지면 피어나지만, 제주도는 해가 지면 모두 잠이 든다. 특히 겨울은 해가 짧아 더욱 일찍 잠이 든다. 무엇보다 관광지로서 비수기이기에 상점은 일찍 문을 닫고 아예 영업을 않는 곳도 수두룩하다. 제주 도민 중에는 봄에서 여름까지 성수기에만 장사를 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성수기에 바짝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본인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다."(p.204) 처음에는 반대에 살짝 비협조적이었던 저자의 아내도 이제는 제주에 완전히 녹아들고 만족스러운 것 같다. 저자는 잊지 않고 아내의 심사를 살핀다. ""난 알고 있었어, 우리가 제주도에 내려오면 좋을 것이라는 것. 그런데 말이야, 이 정도로 좋을지는 몰랐어." 아내의 짧은 답변이 인상적이다. "그러게, 이대로만 살았으면 좋겠다."(p.209)

 


 

제주도는 귤이 흔하다. 일손이 부족해 수확하지 못해 버려지는 귤도 많고, 겨울철이면 관공서나 상점에서 공짜로 귤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박스채 가져다 놓는다. 재미있는 것은 귤을 양쪽 주머니 가득 챙겨오는 사람은 우리 가족밖에 없다는 것이다. 겨울철이면 나는 매일 아침 강아지 ‘제주’를 산책시키며 동네에 있는 주인 없는 감귤밭에서 한 주머니 가득 귤을 따온다. 나만 그 감귤밭에 관심이 있지 동네 사람 누구도 관심이 없다. 결국,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떨어진 귤들이 썩어 간다. 내 눈에는 진짜 아까운데 제주도에는 그러한 귤밭들이 흔하다. 내가 애용하는 ‘당근마켓’에 보면 가끔 이런 문구가 올라오기도 한다. ‘귤 무료로 따 가세요. 채팅 주시면 주소 알려드립니다.’(p.127)

 

저자 : 신재현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다. 신춘문예를 통하여 동화 작가로 등단하였다. 부장 교사로 근무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치열한 경쟁의 환경에 회의를 느껴 제주도 이주를 결심하였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제주도 임용 고시에 도전하여 합격하였다. 바다가 보이는 애월에 살며 제주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제주도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있다. 지금 매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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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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