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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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생업마저 위협받고 있어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는 자조와 좌절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실정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역시 식당업 등 서비스 접객업소들의 영업 제한 시간 등으로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를 근근이 넘겨가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예상 외로 오래 가는 데다 바이러스 변종이 나타나며 쉽게 잡히지 않아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업종 중의 여행업이다.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른 직장을 알아보거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속출해 이러다간 여행업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각 나라가 국경 봉쇄 등 불가피한 정책이 지속되어서 여행업은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 책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은 여행이 좋아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여행사 대표다. 이 책은 다른 여행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판데믹 속에서 살아남아 꿋꿋하게 여행의 즐거움을 전하는 여행사 대표 겸 여행 작가의 이야기다.

 


 

저자 마연희는 책 「프롤로그」를 통해 팬데믹 상황이 오래 지속되자 지금은 여행사 일을 잠시 멈추었다. 이후 딱 한 번 여행업에 뛰어든 것을 후회도 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결심을 다잡고 있다. 충전 기간으로 생각한 것이다. "괜히 여행사를 시작했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우울했을 때, 우리 여행사를 거쳐간 손님들과 보낸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추슬렸다. 그리고 '대표님, 이런 때일수록 건강 챙기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격려의 선물까지 보내주는 고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여행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직 가야 할 곳도, 보여 드릴 곳도 많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를 더했다. 저자는 그것을 이 책 제목에 그대로 표현했다.

"아직은 먹구름이 잔뜩인 상황이지만, 이제 곧 맑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아마 그 즈음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책 출간 결심이 시작되었다. “풀 빌라에 코코넛이 떨어져 지붕이 박살이 났다고요?” 그리고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비상문이 열렸다고요?” 전화를 붙잡고 한참을 웃고 나서야 책으로 출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지금은 충전 기간으로 결정한 저자에게도 반가운 소식은 연일 들려 올 것이다. 독자가 보기에도 각종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여행'이라는 답변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여행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왁자지껄한 공항의 분위기,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관광지, 간혹 교통 불편으로 겪는 고생 등이 그리워지는 듯하다. 독자 역시 여행지의 풍광보다도 사람들 틈에 끼여 예전 같은 분위기를 맛볼 수 있을까 걱정하며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여행'을 꼽았다.

이 책에는 어딘가 현실성이 없어서 만화 같지만, 실제로 여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트러블은 물론 감동적인 에피소드 또한 가득 담겨 있다.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해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위로와 웃음을 전해 주는 동시에 잠들어 있던 여행 세포를 일깨워 준다. 아직은 먹구름이 잔뜩 있어 여행을 자유롭게 떠나지 못하지만, 언젠가 맑은 하늘이 돌아 올 것으로 독자는 굳게 믿는다.

 


 

저자는 코로나로 여행을 다니지 못하지만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저자만의 비밀여행지를 이 책의 가장 앞 순서에 소개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희망을 선물하려는 것이다. 저자는 그곳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드디어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1년 11개월 만이다. 비록 고통스럽게 코를 찔러야 하는 PCR 검사도 해야 하고 예방 접종 증명서에 입국 신고서까지 준비해야 하는 서류만, 한 뭉텅이지만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어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이번 여행은 나만의 숨겨진 비밀 여행지로 떠나기로 했다. 나와 내가 아는 몇몇 지인만이 아는 그곳. 바닥이 비치는 투명한 바다 때문에 '태국의 몰디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라차섬이다.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소인지 모른다. 그래서 행여나 크게 알려져 유명해질까 봐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사실 라차섬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푸켓 옆에 있는 작은 섬이다. 푸켓 공항에서 차로 50분 그리고 보트를 타고 40분을 가야 하는 안다만해 중간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대한 저자의 칭찬은 라차섬 소개의 전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다. 이곳은 코로나가 한참인 2021년 여름부터 외국인에게 하늘 문을 열었다고 한다. 백신 접종만 완료하면 격리 없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좋은 여행 정보이기도 하다. 그의 이 섬에 대한 칭찬은 침이 마를 정도다.

푸켓에서 라차섬으로 가는 동안은 바다색이 3번 바뀐다. 짙은 검은색의 바다에서 라차섬이 가까워질수록 연하게 흐려지다가, 섬의 해변에 닿을 즈음에는 투명한 에메랄드빛이 된다. 보트가 라차섬 해안에 도착하면, 리조트 직원들이 해변까지 나와서 환영을 해준다. (...) 모래사장에 널브러져 누워 있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을 그곳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다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할머니의 쌈지 주머니 속 사탕처럼 꼭 꼭 숨겨 놨지만, 이제는 조금 더 좋은 장소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나눠야겠다. 그동안 고생한 나를, 우리를 위한 선물 같은 섬."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 섬의 칭찬에 진심과 선물 같은 마음이 배어 있는 듯 벌써 그곳이 그리워진다.

 


 

문득 15년 전이 떠오른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무작정 여행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응원은커녕 다들 말리기 급급했다. “왜 힘든 일을 사서 해?”라거나 “여행을 다니는 것과 여행사를 운영하는 것은 달라!”라고 말이다. 단순히 여행이 좋아서, 단순히 여행에 미쳐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모았던 돈으로 가 본 그곳을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p.12)

 

공황 장애가 있는 사람 중의 대부분은 비행기를 타는 걸 포기한다. 죽을 만큼의 공포를 견디기보다 차라리 여행을 포기하는 게 나을 정도니까. 나도 오랫동안 비행 공포증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손님들에게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다. 여행사 사장이 비행 공포증이 있다는 게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왠지 여행사 사장은 비행기도 잘 타고, 아무거나 잘 먹고 오지도 잘 다녀야 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그렇지만 오늘부터 말하기로 했다. 뭐 그리 큰 비밀은 아니니까.(p.117)

 

저자 : 마연희

 

국내 최초 여행 컨설팅 회사 ‘휴트래블 앤 컨설팅’ 대표이자 여행 칼럼니스트. 진짜 여행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여행 컨설팅 회사가 벌써 12년째다.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여행을 만들었고, 매일 새로운 여행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여행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여행에 미쳐 매일 여행을 떠나고 있다. 저서로는 『지금, 나트랑』, 『인조이 다낭』, 『인조이 푸껫』, 『허니문 100배 즐기기』가 있고 유튜브 〈여행 갈 땐 마 작가〉 와 네이버 카페 〈휴트래블〉을 운영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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