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척 피니
코너 오클레어리 지음, 김정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2년 3월
평점 :
이 책 『척 피니』는 독자가 보기에는 '자기계발서'이다. 사전 분류 상으로는 '경제경영'으로 구별돼 있지만 책의 내용이 단순히 경제경영에 관한 책보다는 자기계발서의 성격이 강하다. 척 피니란 인물은 무일푼 청년 사업가로서 시작해 한화 9조4,000억원에 해당하는 돈을 기부한 '기부 천사'에 맞춰져 있다. 물론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상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사업가가 보기에도 적절하다. 그러나 일반 독자로서는 그가 돈을 버는 것보다 그렇게 많은 돈을 기부했다는 점에서 그의 전기처럼 쓰인 이 책을 읽는 감동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독자의 생각이다.
독자는 사실 '척 피니'란 인물의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미국의 유력 경제잡지 〈포브스〉에도 여러 번 소개되고 세계 100대 부자의 반열에도 올라 있다고 하지만 거의 전액을 기부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돈은 200만달러에 그친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그의 기부는 한두 해에 걸친 일이 아니고 돈을 벌면서 주욱 계속해 왔다는 점에서 다른 부자가 기부하는 것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업이 성공해 척 피니보다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미국 사회에 자주 있는 일이다. 또 그들이 대부분도 돈 버는 일 못지않게 사회 기부 활동도 열심히 하는 것이 뉴스에 자주 보도돼 존경할 만한 인물들 또한 수두룩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부 활동은 돈을 다 번 후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척 피니의 기부 활동과는 다른 점이다. 척 피니의 인물 탐구처럼 쓰인 이 책이 쓰인 이유이기도 하다.
찰스 프란시스 척 피니 (Charles Francis Chuck Feeney, 1931년 4월 23일 출생)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사업가이자 박애주의자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개인 재단 중 하나인 아트란타 박애재단 (The Atlantic Philanthropies)의 설립자이다. 척 피니는 1931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경건한 기독교 신자다. 그는 면세점 개념의 개척자로서 자신이 만든 DFS 그룹(Duty Free Shoppers Group)의 공동 설립자로서 재산을 만들었다. 피니 (Feeney)는 비즈니스 분쟁으로 1997년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날 때까지 수년 동안 은밀히 재산을 기부했다. 그의 생애 동안 피니는 8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하였다고 위키백과는 설명하고 있다.
사전에 따르면 피니(Feeney)는 1만4000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고 부인과 샌프란시스코의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자동차와 집을 소유하지 않고 이코노미 클래스로 비행하는 등 '검약'으로 유명하다. 척 피니는 미국 뉴저지의 허름한 집에서 태어났다. 고작 10살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판매했고 대학생 때에는 샌드위치 장사를 했다. 또 20살에 시작한 면세점 사업에 성공해 40대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돈인 자산 9조원 부자가 검소하고 남을 돕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대공황 시절에 아일랜드 노동자 부모 슬하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가난하지만 서로 돕는 공동체 의식을 배웠으며 이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던 그의 부모의 영향이 컸다. “두 발에는 한컬레 신발 밖에 신을 수 없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천국에서는 돈이 필요 없다”라는 말이 그의 좌우명이다.
이 책은 주식부터 코인까지 어느 때보다 ‘돈’을 쫓는 요즘 흐름 속에서 척 피니라는 인물의 일생을 통해 돈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무일푼에서 성공한 면세사업가가 되기까지 어떻게 부를 쫓고 성공하였는지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그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그랬던 그가 전재산을 기부하기까지 부를 벗어던진 ‘진짜 부자’가 되는 그의 행보를 통해 돈의 진정한 가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답을 찾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빌 게이츠의 롤모델이자 워런 버핏의 롤모델인 척 피니가 허락한 단 한 권의 자서전인 이 책은 〈비즈니스위크〉, 〈이코노미스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LVMH가 소유한 세계적인 면세점 체인 ‘DFS’. 현재 소유주는 분명 LVMH이지만 이 기업을 창업한 이는 다르다. 전 세계에 면세점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지금의 면세점 개념을 세우고 하와이와 홍콩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수십 개의 면세점을 만든 사람은 바로 DSF의 창업주 척 피니와 그의 친구다. 『척 피니』는 이 어마어마한 면세 쇼핑 제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주 상세하게 담고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태어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척 피니는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어릴 때부터 용돈을 벌었다. 그는 늘 주변을 살피고 지금 이곳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내가 어떻게 돈벌이와 연결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무엇을 할지 결정되면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던 즈음, 세상은 점차 경제 대공황의 먹구름이 걷히고 세계 전쟁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호기심 많은 젊은이 척 피니에게 미국은 좁았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었던 그는 프랑스에 갔다가 새로운 돈벌이를 만나게 된다. 바로 유럽에 주둔하던 미군이 제대할 때, 유럽산 술을 면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사업이었다.
처음은 보따리상과 다를 바 없는 처지였지만, 면세품 시장 전망을 확신한 그는 과감하게 하와이와 홍콩 공항 면세점에 입찰했다. 그의 이런 결정은 일본의 경제 호황과 맞물려 DFS는 외국에서 엔화를 가장 많이 받는 주요 업체가 되기도 한다. 또 70년대 초 벌어들인 엔화는 엔화 가치 상승에 따라 부동산 혹은 단기 국채에 투자하여 사업 외에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후 괌, 사이판, 알래스카, 캐나다 등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곳에 DFS가 세워지면 유명 관광지가 되는 등 DFS는 승승장구했다. 1970년 즈음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 베트남 전쟁, 석유 파동과 인플레이션 등 각종 이슈로 미국의 평균 주가는 70%나 폭락했다. 그러나 오히려 관광객 인구는 증가하여 척 피니가 소유한 DFS의 현금 배당은 수백 %씩 뛰었다. 맨손으로 시작한 청년의 사업이 만개한 것이다.
젊은 시절 세계적인 사업가로 성공한 척 피니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지만, 그의 삶 전체를 이야기할 때 그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의 진짜 이야기는 부의 축적 이후다. 지금의 큰 부자 워런 버핏은 “척은 우리 모두의 모범이 되어 왔다. 척 피니는 우리의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그에 대한 찬사는 그가 맨손으로 일군 거대한 부(富)가 아니라, 이를 이룬 후 그가 보인 남다른 행보를 향했기 때문이고,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에게 기부 영향력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재산은 면세업으로 눈덩이가 굴러가듯 불어났다. 같이 사업을 한 그의 친구들은 화려한 저택과 파티, 휘황찬란한 사교계 인사가 되어 그 부를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척은 그들과 생각이 달랐고, 번 돈을 쓰는 것도 달랐다. 척 피니에게 사업은 마치 예술가가 창작품을 만들 듯이 자기 생각을 펼쳐 구체화하는 도구였다. 그리고 돈은 그 결과물이었다. 구두쇠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하는 그에게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자 23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부는 필요 없었다. 그는 재산과 비례하여 책임감을 느꼈다. 이 돈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다른 이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곳에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점이 감동을 준다.
철저한 성격의 그는 자신의 부를 제대로 쓸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무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이 요청해서가 아닌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기부하고 싶었다. 이 때문에 척 피니는 세계적인 기부 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Atlantic philanthropies)’를 설립했다. 그는 이곳에 그가 가진 모든 재산을 넘기고 본격적으로 베트남, 호주, 아일랜드,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에 '비밀리에'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말도 남긴다. “돈이 넉넉하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돈은 내 삶의 원동력이 아닙니다. 우리는 삶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사업, 가족, 배우고 가르칠 기회의 균형을요.”
2020년 9월 14일. BBC, 「포브스」, 「가디언」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에서 대서특필하였다. 척 피니가 드디어 생전에 가진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이룬 것이다. 그의 행보는 너무 거창해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을 한 사람이 왜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의 기부 대부분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부계의 ‘제임스 본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가 기부를 진행할 때의 척도도 금액이 아닌 ‘가치’였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로 아일랜드라는 국가가 교육 혁신을 할 수 있도록 1억2,500만달러(1997년 당시 아일랜드 GDP 약 828억달러)를 기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베트남의 의료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대학교를 짓는 등 현지에서 지속해서 인재가 나와 자생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 또 뉴욕의 버려진 땅에 꽃 피울 첨단 기술을 위해 3.5억 달러를 기부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1931년생인 그는 아흔이 넘은 나이까지 이코노미석을 탄다. 성공의 상징이라는 흔한 명품 가죽 시계 하나가 없다. 제대로 된 가방도 없어 무언가 넣어야 한다면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 다닌다. 그런 모습으로 그는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른 이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했다. 척 피니의 기부 원칙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기부란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겁니다. 언젠가는 그 사람들이 교육받고 멋진 기회를 얻어 서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면서요.”
저자 : 코너 오클레어리(CONOR O’CLERY)
아일랜드에서 올해의 언론인 상을 받은 언론인이자 작가. 〈아이리시 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런던, 모스크바, 베이징, 워싱턴, 뉴욕에서 일했고, 러시아, 아일랜드, 미국의 정치를 주제로 여러 책을 썼다. 현재 아일랜드 더블린에 거주한다.
역자 : 김정아
사람과 세상이 궁금한 번역 노동자. 글밥 아카데미 수료 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5리터의 피》,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휴머놀로지》, 《안녕, 인간》, 《초연결》, 《왓츠 더 퓨처》, 《차이나 유스 컬처》, 《당신의 잠든 부를 깨워라》, 《부자 교육》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