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 FIC-PICK 1
윤이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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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무드 오브 퓨처』는 여성 작가들의 단편소설 다섯 편을 묶은 옴니버스 소설집이다. 출판사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첫 번째 책이다. 다섯 명의 여성 작가들이 상상하고 고민한 근미래 로맨스 단편소설집이다. 영화, 연극, 드라마,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문재를 빛내던 다섯 작가들이 합을 맞추었다. 출판사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첫 번째 책이다. 드라마와 에세이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글을 쓰는 윤이나, 미스테리 영화 시나리오를 주로 써오던 영화감독이기도 한 이윤정,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며 배우 겸 극작가로도 활동하는 한송희, 방송 대본과 소설을 주로 쓰는 김효인, SF소설로 데뷔한 뒤 줄곧 소설을 써온 오정연 작가가 그들이다.

이들은 ‘근미래’와 ‘로맨스’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모티브로 각자 자신만의 관점과 색깔로 이야기를 그려냈다. 통역기 '란토'를 통해 전 세계 사람과 국경을 넘나드는 사랑이 가능해진 근미래에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리얼리티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촬영 현장에서 예전 애인에게 재회의 메시지를 던지는 준의 이야기(윤이나, 「아날로그 로맨스」), 죽은 가족이나 애인을 추억하는 이들이 만든 주문 제작형 안드로이드가 인공지능과 감정을 가지고 인간을 대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AI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윤정,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이 눈에 띈다.

 


 

또 근미래의 정신과 약을 복용하던 비연애주의자 영화감독 소혜에게 어느 날 선물 같이 찾아온 좌충우돌하는 연애담(한송희,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 현실에서 상처를 입은 이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정신을 치유하는 이야기(김효인,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 과거와 미래,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이메일을 통해 첫사랑과 조우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오정연, 「유로파의 빛을 담아」) 등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 이야기들은 가장 인간적이고도 따뜻한 SF소설이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미래의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며 SF 로맨스 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멋진 기회다.

SF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중에서 이 책의 작품들은 유토피아적 시선을 유지한다. 가깝게는 2050년부터 더 멀리는 몇백 년이 지난 시점은 덜 고독하지만 인간미가 떨어지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인류를 대체하여 낙오된 인간을 양산하기도 한다. 각각의 작품마다 약간의 비관적인 배경이 펼쳐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로맨스가 싹튼다. 이 로맨스는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미 죽은 인물과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래의 인간들에게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이나 연애를 인스턴트로 만든 데이팅 앱까지 그 문제의 정도와 범주도 다양하다. 요즘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설정과 이슈들을 담아내고 있다.

 


 

글로벌 로맨스 서바이벌 리얼리티를 표방한 '아날로그 로맨스' 프로그램은 연애와 생존을 표방한 쇼이다. 태평양 한가운데의 무인도와 출연자들을 내려놓고 실시간 통역 기술이 적용된 '란토' 없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면서 살아남고 연애를 해야 한다. '준'은 올라와 3년 동안 연애를 했고 헤어졌다. 친구 '니나'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우연히 전 애인 올리가 여기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이곳에 출연한 이유를 묻기 위해 펑크 난 출연자 대신 준이 들어간다. 섬 안에는 제작진과 소통할 수 있는 바퀴로 이동하는 깡통 로봇 '헤이'가 있다. 헤이는 섬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와 연결되어 있고 언제 어디서든 허공에 대형 가상 스크린을 펼쳐, 제작진의 메시지나 미션을 전달할 수 있다. 세계 30개국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지만 개인 인터뷰 상황이 아닐 때는 어떤 질문을 해도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헤이는 제작진의 스파이였고, 모두를 바라보는 눈이고, 모든 소리를 듣는 귀다. 그곳에서 만난 올리는 나와 소통하려 하지 않았고, 나는 첫 번째 미션에 우승해서 특전을 받기 위해 달린다.

 

"이제야 모든 걸 알 것 같았다. 나는 이 쇼에 과거로서 소환된 것이었다. 내 역할도, 캐릭터도 모두 과거였다. 구질구질한 미련이었고, 혹시나 하는 기대였으며, 남겨진 감정이었고, 새로운 시작의 방해물이었다. 그게 나나의 진짜 시나리오였다."(p.56)

 


 

SA0341QT709(이하 SA)는 아직 인간의 형상을 갖추지 못한 코도 덩어리이다. SA는 인공운명연구소(AFI)에서 개발한 주문형 인격체 AF 중의 하나로 생성과 동시에 형상을 부여받는다. 매니저 제임스가 SA를 지은이라고 부르는 순간 SA는 지은이 되었다. AF들은 열차를 타면서 저마다의 과거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학습한다. 그곳에는 기쁨, 슬픔, 실망, 분노 같은 온갖 감정이 흘러넘친다. 지은은 오랜 친구였던 성진의 고백에 결혼을 했고 함께 지낸 지 3년이 넘은 2028년 4월 26일,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남편에게 고백한다. 지은은 플랫폼에서 벤치에 앉은 은수를 본다. 은수는 지은이 흥미로웠고 그렇게 지은과 은수는 가까워진다. 부지런히 학습하고 만남의 창에 나가 성진을 만나고, 성진의 피드백에 따라 지난 학습의 오류를 수정하는 생활을 계속하면서도, 저녁이면 은수의 벤치를 찾아가 커피를 마시는 게 지은의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벤치에 은수가 없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피를 흘리며 은수가 기차에서 내린다.

 

"그가[은수']의 어깨를 안아 일으켜 세워줬다. 그를 만져본 것은 처음이었다. 만남의 창에서 만났다가 헤어질 때면 늘 가벼운 포옹을 나누긴 했지만, 그때마다 어떤 따뜻함을 느끼긴 했지만, 진짜 사람의 살갗에서 느껴지는 감촉이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여기서 이렇게 살고 싶어. 경우 씨와 함께.[은수']의 마음이 요동쳤다. 그렇게 요동치다가는 로봇이 고장 날 것만 같았다."(p.115)

 


 

예술인 빌라 401호에 사는 소혜는 2년에 하나씩 거주 자격 확인용 작품을 제출하지 못한 401호 친구이자 배우 승은이 떠나고 그 집에 다른 남자배우가 이사온다. 승은이 떠난 후에도 글을 쓸 수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3개월 안에 거주 확인용 작품을 제출하라는 문자를 받고 마음이 급해진다. 기분 영양제인 '비타무드'를 큰 마음 먹고 주문해서 한 알 먹었는데 차도가 없어 열 시간 정도 지나 다시 한 알을 더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한이 들면서 토해내듯 비명과 눈물이 쏟아진다. 소리를 내며 우는 와중에 속이 갑갑해져서 옥상으로 뛰어 올라간다. 옥상 흡연 구역에서 마음 놓고 울음을 쏟아낸 소혜는 다음날 자신의 현관에 누운 채로 눈을 뜬다. 부작용으로 고소를 하기 위해 제약회사 매장을 찾아갔으나 명현 현상이라며 쌓인 게 많아서 그렇단다.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소혜는 집에 들어가다가 옆집 남자도 어제 이것을 먹고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피가 날 정도로 온몸을 긁는 그를 보며 다큐멘터리를 제안한다.

 

"비타무드를 복용한 이후에 자살사고는 사라졌다.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목표가 생기니 오히려 활력이 돌았다. 순간 불규칙해지는 심장 박동에 불안감은 계속됐지만 어쨌든 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회복이 기분 영양제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한편 서준은 꾸준히 가렵고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제약회사의 지도를 성실히 이행하는 서준에게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p.179)

 


 

저자 : 윤이나

칼럼부터 에세이까지, 스탠드업 코미디부터 드라마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2016년 첫 에세이집 『미쓰윤의 알바일지』를 출간했고 2017년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일하는 여자들』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같은 해에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썼다. 콘텐츠팀 헤이메이트를 통해 읽고, 보고, 말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여성들과 함께 나누며 ‘나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있다. 장래희망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어디서든 쓸 수 있을 정도의 작가가 되는 것인데, 사실 지금도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 : 이윤정

서울에서 영화도 만들고 아이도 키운다. 1년 중 10개월은 글을 쓰며 보낸다. 모든 이야기를 미스테리로 푸는 병이 있는데 반쯤 없어진 것 같다. 영화감독이 직업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지 3년쯤 됐는데 2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중이라 초심으로 돌아가서 진로 탐색 중이다. 멜로 영화 사절. 이유는 구구절절이라 생략.

 

저자 : 한송희

배우. 극작가. 창작집단 LAS 소속. 스스로에게 배역을 주기 위해 극본을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내가 만든 이야기 속 인물들을 연기하고 있다. 희곡 [선택] [나, 혜석] [줄리엣과 줄리엣]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미래의 여름] [서울 사람들]을 썼다.

 

저자 : 김효인

소설과 대본을 주로 쓰고 있다. 대학에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공부했고 종종 재미있는 일을 하는 잡(job)가다.

 

저자 : 오정연

2017년 제2회 과학문학상 중단편 가작 「마지막 로그」로 데뷔했다. 「분향」, 「미지의 우주」, 「단어가 내려온다」, 「행성 사파리」, 「혼잣말」 등의 단편을 발표했고, SF 앤솔러지 『당첨되셨습니다』에 참여했다. 첫 소설집 『단어가 내려온다』를 낸 후, 2021년 『왜가리 클럽』(공저)을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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