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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 -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명리학자 김태규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사람, 인생, 운명 이야기
김태규 지음 / 더메이커 / 2022년 2월
평점 :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가 '잘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잘 산다'를 수없이 듣고 말하지만 대답은 궁하기만 하다. 궁극적으로는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져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부모형제와 함께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살면 잘 사는 것이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답변이 최선의 답이다. 그러나 질문을 하는 입장을 생각하면 그것을 몰라서 질문하는 것은 아닐 터, 적절한 답을 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결국은 철학적 답변을 해야 하는데 철학이란 학문이 어렵기도 하지만 용어도 쉽지 않고, 평소 잘 사용하지 않은 언어들이 많아서 정확한 개념을 알기 전에는 자칫 앞뒤 안 맞는 말이 되기 십상이다. 이 질문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서서히 풀어나가는 것이 이 책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이다. 저자 김태규는 사람들의 운명을 연구하는 명리학자라고 한다. 명리학은 동양사학이나 동양철학을 할 때 중국의 주역(周易)이란 유교 경전 중의 하나인 것으로 배웠다. 동양학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운 학문이라고 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고 한다. 명리학(命理學)이란 사주(四柱)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사람이 태어난 연(年)ㆍ월(月)ㆍ일(日)ㆍ시(時)의 네 간지(干支), 곧 사주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으로 사주학(四柱學)이라고도 한다. 개인의 생년ㆍ월ㆍ일·시를 분석해 나무ㆍ불ㆍ물ㆍ쇠ㆍ흙 등 5가지 기운의 상생(相生)ㆍ상극(相剋) 관계를 따져 길흉화복을 판단한다. 사람이 출생한 연월일시의 간지 여덟 글자에 나타난 음양과 오행의 배합을 보고, 그 사람의 부귀와 빈천, 부모, 형제, 질병, 직업, 결혼, 성공, 길흉 등의 제반 사항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간지 여덟 글자로 운명을 추리한다고 해서 팔자학(八字學), 추명학(推命學), 산명학(算命學)이라고도 한다.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조합하여 60주기로 시간과 방위, 각도 등을 나타내는 간지는 중국의 상(商)나라 시대부터 나타났다. 은허(殷墟)에서 출토된 갑골문은 이 시기에 간지를 사용하여 기일(紀日)이나 숫자 등을 나타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漢) 시대 이후에는 하루 24시간을 12지로 구분해 나타내면서 연ㆍ월ㆍ일ㆍ시의 사주 구분이 더욱 체계화하였다.
이미 중국 주(周)나라 때에도 간지를 근거로 길흉을 판단했지만,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간지의 사용이 널리 보급되고, 세계와 자연을 음양과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의 다섯 가지 요소로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이 확산되면서 간지와 음양오행설을 결합하여 길흉화복을 점치는 명리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명리학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체계화한 것은 중국의 당(唐)나라 이후이다. 당의 이허중(李虛中)은 개인의 사주를 근거로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방법을 체계화하였는데, 이를 당사주(唐四柱)라고 한다. 그래서 이허중은 중국 고대 명리학의 종사(宗師)로 평가된다. 이후 송(宋)나라 때의 인물인 서자평(徐子平)은 오행의 상생ㆍ상극 이론을 결합하여 명리학을 더욱 체계화하였는데, 간지 여덟 글자에 나타난 음양과 오행의 배합으로 그 사람의 부귀와 빈천, 길흉, 화복을 점친다고 하여 그의 명리학을 팔자학, 자평팔자학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민간에서 '점 친다'고 할 때 이 사주를 따지고 이 사주에 의해서 인간의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는 정도로만 알지 실제 공부를 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정말 운명이란 게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누구든지 한 번쯤 해봤을 질문이다. 우리 일상에서 '운명'이란 단어는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런 학문을 저자는 30여 년 연구해 왔다. '자연순환운명학'은 저자가 독자적으로 세운 명리학 이론 체계라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의 순환, 인생의 순환에 대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저자의 블로그에 올린 글과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는다. 인생을 묻기 위해서다. 이 책에도 그림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그림 문외한인 독자가 보기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의 그림들이다. 저자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요”를 질문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눈앞의 다급한 문제부터 살아가면서 겪는 이런저런 얘기들까지. 그 이야기들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였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잘 사는 것' '행복한 삶' 등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살면서 때론 어느 한 순간, 그 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지나간다.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강렬한 행복감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소멸된다. 뭐든 그렇다." 결국 우리는 행복한 상태에 지속적으로 머물 수가 없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행복 또는 행복한 상태에 머물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그렇다고 저자는 말한다. '만들어져 있다'는 실망감도 주고, 한편으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말을 잇는다. "즉 행복은 지속될 수도 없고 또 행복의 지속을 추구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잘 산다는 것 더 줄여서 산다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은 다른 얘기다."는 주장이다. 우린 모두 한 번 태어나서 한 번 산다. 모두가 인생의 초행길이다.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잘 산다는 게 뭘까요?" 같은 질문에 "이렇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 역시 21년에 걸쳐 상담하고 30년간 명리학을 연구했지만 자신은 그 사람들에게 오히려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언급한다. 이 책은 그것들의 매일매일의 기록이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슬픔도 있고, 아픔도 있고, 기쁨도 있고, 또 고단한 삶도 있다.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스스로를 치유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나눈 슬픔, 기쁨, 아픔, 고통, 행복 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잔잔한 위로도 있고, 인생에 대한 통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성공과 실패, 부와 명예, 욕망과 싸움 등 살아가면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삶이란 고단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며, 그래서 “스스로를 아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게 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에는 36장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저자가 틈틈이 그린 그림들이다. 그림은 글과 함께 저자가 자연과 인생의 순환에 대해 얘기하는 주요한 방식이라고 한다. 글과 잘 어울리는 그림들은 그림 자체로 독자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있는 자에게 엄청난 수고와 비용을 치르도록 한다. 삶은 그 자체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이어질 수 없다."(p.34)
"다만 운이 좋다면, 운이 상승 중이라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노력하고 애를 쓰게 된다. 그 노력을 반복하다 보면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이루어진다."(p.139)
"돈은 '고통을 축적 또는 교환하고 전가하는 수단'으로, 인류 사회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다."(p.101)
저자 : 김태규
1955년 부산 출생. 고려대학교 법대 졸업. 은행에서 전산시스템 분야 일을 하였고, 이후 중국을 오가며 금융시스템 컨설팅 사업을 하였다. 2001년부터는 자연순환운명학 개인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의 〈김태규의 명리학〉 코너에 글을 연재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깊은 통찰을 보여준 바 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블로그 〈희희락락호호당〉을 운영하며 글·그림·사진 등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자연순환운명학 교실〉, 〈고전강독 교실〉, 〈역사 교실〉 등을 운영하며 ‘자연의 순환’, ‘인생의 순환’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운명에 대해 연구하며, 상담·글·그림·사진·강연 등으로 세상, 사람, 운명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두 차례의 그림 전시회를 개최하며,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수많은 사람의 생생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엮어내는 그의 활동은 많은 이들에게 지적 즐거움과 통찰 그리고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
저서로는 《음양오행으로 보는 세상사》, 《차라리 재테크에서 손을 떼라》, 《당신의 때가 있다》,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 등이 있고, 그림 전시회 〈정직성·김태규 2인전〉(2020년), 〈김태규·사마손·정직성 3인전〉(2021년)을 개최하였다. 희희락락호호당 WWW.HOHODANG.COM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