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 조경업체 대표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1
최득호 지음 / 아임스토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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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회복시켜야 하는지 나무를 통해 배우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무 박사' 최득호의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무와 인간의 희로애락을 빗대어 삶을 고찰하고 있다. 나무로부터 모든 것을 얻는 인간의 삶이 나무를 닮기를 바라는 저자는 40여 년간 조경업체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과 나무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고비가 찾아오듯 나무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민둥산을 만들어 버린 산판업자, 도시 개발로 사라지는 노거수, 나무를 속여 파는 납품업자 등 무분별한 벌채 현장과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책을 통해 일침을 가한다. 나무는 이러한 숱한 위기 속에서도 다시 싹을 틔우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다가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잎을 떨군다. 상처의 흔적마저 모두에게 내어주며 공생하는 나무와 교감하고, 그늘 아래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삶의 가치가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더 많은 이들이 나무를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30종의 나무에 대한 흥미로운 상식을 소개하며 나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무를 향한 애정을 담아 저자가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도 삽입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책에 따르면 인간은 나무의 삶과 닮아있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사이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도 각자 생김새와 성격이 다르듯 나무도 마찬가지다. 성장이 더딘 나무가 있는 반면 몇 달 만에 성장을 마치는 나무도 있다. 상처를 빠르게 회복하는 나무가 있는 반면 상처를 오래토록 품고 있는 나무도 있다. 인간과 나무는 태어남과 동시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이 시작되고, 수시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고단함이 있지만 결실을 맺는 기쁨, 함께 나누는 행복이 공존하기에 그 삶을 견딜 수 있다. 양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무기를 지니고, 변화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공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40여 년 동안 조경업체를 운영해온 저자는 나무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을 적나라하게 지켜봐온 주인공이다. 저자는 나무와공생해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고 말하며, 나무에게 배울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전하고 있다.

 

비바람의 고난을 이기고 결실을 매단 가지는 감이 떨어지면 어쩌나 애를 태우며 가슴을 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지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이 소용돌이친다. 나무를 안아보고 쓸어보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무 아래 땅바닥에 떨어져 발이 빠지도록 수북이 쌓인 잎들은 감이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아 잘 익게 배려하느라 스스로 떨어져 나간 것일 게다. 떠날 때와 물러날 때를 스스로 알고 미련 없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떨어져서 뒹구는 낙엽을 보니 더욱 생각이 깊어진다. 가진 것을 모두를 내려놓으면 편한 마음이 될 텐데……. 짙게 익은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살면서 무엇을, 어떻게 내려놓는 것이 좋은지를 빈 감나무 둥치를 두 팔 벌려 한 아름 안으며 가만히 뇌어 본다.(p.138)

 


 

1부 〈나무의 탄생과 죽음〉에서는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과 치유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사 현장에서 버려진 묘목을 가져와 집 앞 마당에 심고 키우는 저자는 다시 싹을 틔우는 나무의 생명력에 놀란다. 인간도 탄생의 순간이 제각각이듯 나무도 다양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죽는다. 돌 틈 속에서도, 다른 종의 나무 사이에서도 꿋꿋이 뿌리를 내리는 나무는 생존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식을 가지고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한다. 뿌리가 땅에 박혀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매순간이 위기이지만 고난을 겪으며 생긴 상처를 품고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영원한 삶은 없듯이 나무에게도 죽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주차를 하다가 들이받아 부러지거나 도로 공사로 뿌리가 잘려나가고,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키던 당산목도 다른 곳으로 이식되었다가 결국 죽기도 한다. 명을 다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죽음을 맞이한 나무를 보며 저자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죽은 나무는 거름 되어 새로운 생명을 피우고, 후손목이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보며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깨닫는다. 나무와 생활해온 평생 동안 남은 것이라고는 나무에 관한 것밖에 없을 정도로 나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 애정을 바탕으로 나무로부터 인간 삶의 지혜도 깨닫고, 깊은 생각을 통해 나무처럼 살아야 한다는 사유도 이끌어냈다.

 


 

2부 〈공생하는 나무의 지혜〉에서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무는 때로는 동식물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과 열매를 나눠준다. 베푸는 삶의 좋은 본보기인 나무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 역시 자연생태계 속에서 함께 공존하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준다. 고욤나무는 감나무와 접목시키기 위한 대목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서로 협력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음 보여주고, 두 그루의 나무가 한 그루로 합쳐져 공생하지만 그럼에도 본연의 성질을 간직하는 연리지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서로 배려하며 의지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는 모습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갈등을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이다.

3부에서는 유년시절의 추억부터 공사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까지 저자가 〈나무와 함께한 삶의 희로애락〉을 들려준다. 아버지의 유산인 닥나무를 보며 회한에 잠기고, 잘릴 위기를 넘긴 감나무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고향집의 고로쇠나무 수액을 무리하게 채취하는 죽마고우, 나무를 속여 심으려한 납품업자 등 나무를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 때로는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이웃과 함께 나눠 먹는 포도 열매는 달콤하고, 새로운 나무를 알아가는 재미는 삶의 낙이다. 집안의 애사 때 목관용으로 쓸 요량으로 골라두고 보살펴 키운 소나무 숲을 바라보며 삶의 마지막을 그려보는 저자는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오늘도 나무에게 배워간다.

 


 

평생을 같이해온 저자로서 나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나무 하나하나 귀하게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잘 알려지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류 30가지만 간추렸다. 각 나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각 나무마다 각각의 특성을 중심으로 제목 겸 나무의 별명을 지어준다. 주의 깊게 살피면 매우 재밌고 각별한 애정이 가기도 한다. 독자로서는 30가지 모든 나무에 대한 특별한 지식을 전해주는 저자의 배려를 놓치고 싶지 않지만 아까시나무를 더 살펴본다. 독자의 생각으로 일본말로 들리는 아까시아나무라는 추억 때문이다. 이 향기 좋은 나무는 사실 우리나라 토종 나무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에게 일본 수종을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심게 해 우리나라가 온통 '아까시아나무 천지'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또 다른 사람에게서 일본의 아까시아나무와 우리의 아까시나무는 다른 수종이다고 한 말을 들음으로써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둘 다 맞는 말인가보다 정도로 생각해왔다. 이 책은 이 각기 다른 주장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 나온다. "아카시아(Acacia)는 미모사과 상록수로,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가 원신지이며 아까시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군에 속하는 나무다. 영어권 나라와 일본 등 외국에서는 아까시나무를 '가짜 아카시아'로 부르기도 하며,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냥 '아카시아'로 부르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잘못 널리 알려진 '아카시아나무'라는 말에 '가시'가 많다는 특성을 살려 두 단어를 합치고 변형시켜 새로 지은 이름이다. 하지만 국어사전에는 두 단어가 혼용되어 올려져 있어 일반인들이 더욱 헷갈리게 인식하게 되었고, 북한에서도 '아카시아'가 문화어로 정착되어 있다."(p.257)

 


 

이와 별도로 독자의 가장 관심을 끈 나무는 역시 '소나무'다.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많이 분포돼 있다고 들었다. 금강송은 강원도 일부 지역에만 분포돼 있는 나무로 조선시대 궁궐을 지을 때 쓰는 나무로 알고 있어 '대한민국 대표 나무'라고 알고 있다. 특히 소나무와 얽힌 고사도 굉장히 많이 들었고, 이 책에서도 「삶의 마지막을 함께」라는 소제목 아래 글을 시작하고 '으뜸 가는 나무'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안산의 푸른 정기' 등의 중간제목으로 뒷받침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소나무는 사람이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관(棺)이어서 더욱 애정이 간다.

조선조 학자들의 시가에도 자주 등장하고 예부터 충절과 절개, 지조를 상징하는 유교 덕목을 가진 나무라는 귀띔이다. 정이품송의 유래도 이 책에 실려 있고, 내륙에서 자라면 육송, 바닷가에서 자라면 해송이라 이름을 달리한다. 이파리인 솔향도 강렬하고 청정해 송편에도 떡받침에 솔잎을 깔고 떡을 찌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씨앗과 속껍질, 새순 등은 모두 약재로 사용하고 솔방울은 불쏘시개로 사용한다. 한마디로 어린 나무부터 말라 죽고 나서도 인간에 이로움을 주는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대표격이다. 이처럼 귀하고 영물로 대접받고 자란소나무는 요즘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재선충의 피해를 심각하게 받고 있어 산림당국이 철저히 통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뒷산의 등선에서 피어나는 가을 안개가 서민들을 적시고 올라와 소용돌이치는 모습은 우리 마음의 고향이고, 동양화가들의 꿈 같은 비경 속에도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소나무꿈은 길몽이라고 하는 등 가히 대한민국의 나무라고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세상에서 하고 많은 이름 중에 보잘것없는 쥐똥나무라는 이름을 얻고, 그루당 가격도 가장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나무지만, 가로변에 심겨 도시의 안전과 미관에 기여한다. 강인한 적응력과 생명력으로 재미난 이야기거리를 안고 부담없이 심을 수 있는 조경용 수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나무다. (...) 보잘것없는 것이 쓰일 데가 많은 법이고, 작은 불씨가 태산을 태우는 법이다. 쥐똥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깨우침은 은은한 보름달빛이 사람을 동산으로 모으듯이 소리 없이 가슴 속을 파고 저며 든다.(p.252~253)

 

저자 : 최득호

 

지리산 반달곰이 새 둥지를 튼 수도산 자락 산골에서 정유년 찬바람 부는 동짓달에 첫울음을 텄다. 입학 전 도시락 찬통 밑에 눌린 밥 먹으러 누나 따라간 학교에서 도서관의 책을 섭렵한 후 평생 책읽기에 짬짬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문학서적 탐독에 빠져 대학 건축과를 턱걸이로 진학하여 졸업 후 건설 회사에서 건축 일하다가 자연 지리와 식물을 좋아해 조경 회사로 이직했다. 부족한 전문지식을 채우고자 늦깎이로 건축, 조경, 토목의 석·박사과정을 거쳐 여러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고 경영학을 방송 통신으로 수강했다. IMF에 직장을 잃고 창업하여 독서를 접목한 인문 경영과 창의적 혁신 경영을 하고 있다. 아울러 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봉사와 장학 사업, 기능인력 양성 지원 등에도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예순을 넘겨 시작한 글쓰기에 빠져 있으며, 식물을 가꾸며 관찰하는 일에도 갈피갈피 시간을 쪼개고 있다. 저서로는 『LANDSCAPE ARCHITECTURE VOL 6』, 『LANDSCAPE ARCHITEC』, 『CEO의 인생서재』(공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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