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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
하주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언젠가 희망 없이 털썩 주저앉아 있을 때 내 이야기를 떠올리며 의지와 희망으로 툭툭 털고 일어난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이 책 『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는 호텔과 대기업 식음료 팀장이라는 굵직한 직업인이 아니라 그만한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힘들고 어렸웠던 시절을 되돌리는 책이다.
왜 남들이 '성공'이라고 표현한 자리에서 당당한 부서의 장을 하던 사람이 하필 어려웠던 시절을 되돌리는 것일까. 자서전인가? 아니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인가. 어떻든간 독자로서는 내용이 중요할 터다. 독자 입장으로서는 그가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에 대한 삶의 방식이 독자의 삶의 방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선택해 읽게 된 책이다. 저자 하주현은 취업난에 막막하고 갈 길이 안 보이는 취업 준비생들 및 이제 막 사회를 경험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친근한 언니, 누나로서 다가가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또한 저자는 중년의 나이에 베이커리 사업 실패를 겪지만 여전히 더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의지를 다진다. 저자의 모습을 통해 중년의 독자들에게도 열정의 불씨를 지펴 줄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책을 쓴 이유다. 이 책의 부제는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다.
저자 하주현은 우연히 호텔 로비 피아니스트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리츠칼튼 호텔 서울, 미국 플로리다, 펜타곤 시티, 호주 시드니와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 뉴욕 다니엘, 르 버나딘,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에서 근무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작가는 의사소통 문제로 곤란하거나 억울한 상황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생각으로 꿋꿋하게 일어나며 ‘아무나’가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나’로서 삶을 살아간다. “나 같은 사람도 했는데, 너네도 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저자는 독자들에게 다정한 용기를 건넨다. 희망 없이 털썩 주저앉아 있는 독자들도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가며 어느새 의지와 희망으로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성공의 경험을 자랑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간 길이 옳았기 때문에 내가 살아온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대신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당신도 남들이 보기에는 아이 같아 보이는 선택을 용감하게 하기를, 또 그 선택을 어른처럼 책임지기를 바라니까. 우리들이 쉽게 말하는 ‘할 수 없는 이유들’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유들’로 바꾸어 가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p.18)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태도는 선택할 수 있잖아」는 저자 자신의 처음 직업을 택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의 모습과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누구든지 예상할 수 있는 대로 저자의 호텔과 외식업체에 몸담은 20년의 첫 걸음을 한국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시작했다. 이후 세계 미슐랭 3스타 셰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고,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대학을 갈 시절에는 열에 아홉이 대학에 가는 시대이지만 좋은 대학 문은 여전히 좁고 취업의 문 또한 철문처럼 꽉 닫혀 있었다고 말한다. 지금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어느 시대나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은 들어가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우연히 고모의 식당에서 피에르가르댕 유럽 담당 본부장을 만나 대화하던 중 피아노 연주를 제의받고 연주한 후 로비 라운지 매니저가 로비 피아니스트 일을 제의해 왔다고 한다. 자신이 한때 연주자를 꿈꾸었으나 비싼 레슨비의 부담으로 전공을 포기했던 저자였는데... 우연히 정말 우연히 자신의 호텔 외식업 담당자의 직업의 첫 발이었단다. 저자는 인생에는 한 번쯤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고, 삶의 귀퉁이에서 그 작은 행운을 붙잡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리츠칼튼 본사에 채용되는 놀라운 행운을 누리게 되었지만 영어에 자신이 없었다. 생활 영어도 완벽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전문적인 단어가 섞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고백한다. 사실 영어가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게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는 말은 쉽사리 이해가 된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창 시절 내내 저자가 가장 못한 과목은 영어였다고 하니 수긍이 간다. 이 점은 독자 역시 학창 시절 영어가 안 되어서 대학은 물론 직장 채용 때도 수없이 고배를 마셨으니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나 독자는 국내에서 취업이어서 어찌어찌 취업을 해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지만 저자의 경우 리츠칼튼 본사에서 근무하려면 영어에 능통해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영어마저 능숙하지 못하니 얼마나 어렵게 극복해 나갔을지 눈앞에 선하다. 특히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호텔 직원으로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기본 중의 기본일 터다. VIP 손님 접대할 때 영어에 능숙하지 못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그 손님의 컴플레인(불평)을 들었을 땐 해고를 각오했으나 최선을 다한 그에 대한 서비스를 다해 감동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얘기는 후일담이긴 하지만 서늘한 느낌의 장면이다.
'성심껏 최선을 다한다'는 손님 접대의 기본은 이후에도 승진까지 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저자는 "과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늘 모든 것을 준비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복사지 같은 편지지 크기의 종이를 원하면 엽서 크기의 메모 카드도 같이 주었다. 항상 '하나 더 서비스'가 저자의 대응 방안이 된 셈이다. 근무 시간 내내 항상 준비, 대기의 상태에 있었다는 말이다. 그 때문인지 입사 후 6개월 만에 영어가 부족한 저자는 VIP층 부매니저로 승진했다.
이런 빠른 승진은 호텔에서 처음이었다고 하니 저자의 서비스 및 손님 대응 방식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 모습'이 누구에게나 보였을 것이다. 리츠칼튼의 정신인 '손님이 말하기 전에 미리 서비스하기'가 저자의 노력과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언어가 아니라 순전히 감각으로, 눈치로 업무를 봐야 했기에 그 피로는 배가 됐지만 사람을 살피는 기술은 더 증가한 것 같다. 저자도 이 부분에 대해 "영어 실력만 봤더라면 내가 부매니저가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질 거라는 걸 안다고 해서 링 위에 오르지 않는 복서는 없을 거라는 저자의 말은 깨달음을 준다. 중요한 것은 링 위에 오르는 거니까. 저자는 이 대목에서 독자들에게, 이 글을 읽는 청년들에게 말한다. "질 것 같을 때, 세상이 너무 커 보이기만 할 때, 당신도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p.67)
이후 이 책은 2부 「나마저 나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3부 「그래서 내가, 나여야만 할 때」, 4부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고 하니까」로 이어지며 주로 저자의 이력 20년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저자의 이야기는 즐거움과 기쁨보다 어려움, 난관, 역경에서 빛을 발하고 그 뒤에는 '최선의 노력'이 늘 함께했음을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사실 저나는 꽤나 내성적이 잘 울고 남 앞에 고개도 잘 못 드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지금의 자신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저자를 외향적이고 잘 웃고 남 앞에서 이야기도 잘하는 사람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를 무척 당당하게(?) 본다고 한다. 저자는 이 점을 꼭 집어 말한다. "20년이 넘은 직장 생활이 또 다른 나를 만든 것이다"고.(p.225)
저자 : 하주현
코넬 대학교에서 호텔과 레스토랑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포시즌스 호텔 뉴욕, 리츠칼튼 호텔 서울, 미국 플로리다, 펜타곤 시티, 호주 시드니와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 뉴욕 다니엘, 르 버나딘,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에서 근무하였다.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와 프랑스 식료품 브랜드 포숑의 한국 디렉터를 역임하였고 2015년 신세계 그룹으로 옮겨 신세계 푸드 외식 팀 영업 팀장과 레스케이프 호텔 식음 팀장을 거쳤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