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편한 기억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다
강현식 지음 / 풀빛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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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신체의 상처는 물론 마음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못한 채 사는 경우가 많다. 육체적 상처는 치료가 잘될 경우 잊고 살기 십상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사리 치유되지 않고 사는 동안 내내 기억이 되살아나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마음의 상처는 감당하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남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힘겨움에 몸부림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개인의 타고난 기질 차이로 볼 수도 있지만, 어릴 적 경험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기억)하는가의 차이기도 하다는 것이 의학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인간에게는 ‘사실 세계’보다 ‘의미의 세계’가 더 중요하게 여겨는 면이 있는 듯하다. 이 책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는 상처받은 기억 때문에 작은 일에도 넘어지곤 하는 나를 발견하고, 그 기억 속의 어린 나를 위로하고, 지금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며, 감정을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경험해 불편했던 기억과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대처하도록 안내한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왜 우리는 매 순간 감정에 흔들리는지, 상처받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전의 나쁜 기억과 신념이 긍정적이고 힘이 되는 기억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심리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하는 말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한다.

“제발 그 일이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해야 기억을 지울 수 있죠?”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너무 힘들어요.” 등 상처의 기억 때문에 혼란스럽고 문제의 해결보다는 피하는 쪽으로 늘 노력하는 것 같다고 호소하는 내담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 내담자들은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 때문에, 그 기억과 관련된 온갖 생각 때문에 힘들다면서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호소한다는 것. 이에 대해 상담자에게도 '기억의 지우개'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다만 힘들었던 기억에 맞서서 압도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는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심리 치유의 방법이다.

 


 

7개 장으로 나뉘어 구성된 이 책에 담긴 사례는 모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기억과 연관되어 있다. 그날이라는 지옥에 갇혀 버린 성폭행의 기억,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 있느냐고 묻고 싶은 어릴 적 학대의 기억,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받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두려워하게 된 첫사랑의 기억, 가족처럼 지냈던 한 생명이 내 품에서 숨을 거둔 후 발생되는 펫로스증후군, 교통사고 이후로 생겨난 죽음의 공포와 불안, 오염과 감염에 민감해지다 보니 오염 강박을 불러온 더러움의 기억, 친밀한 사람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 경험 등이 담겨 있다.

저자는 7개의 ‘그날의 기억’(사례)을 유형별로 나누어 기억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극복하고 비슷한 상황에 다시 닥친다 해도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를 위해 저자는 구체적인 경험 사례를 통해서 심리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고, 그 기억과 맞서 싸우면서 압도되지 않는 방법을 다양한 심리학적인 기법으로 알려준다. 이 방법들을 직접 적용해 보면 상처받은 기억에 맞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에 따르면 수년간의 노력 끝에 깨닫게 된 신경인지장애라고 하는 소위 치매에 걸리거나 외상으로 인한 뇌 손상을 겪지 않는 이상, 기억은 지울 수 없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거의 모든 심리학자들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억에 맞서서 압도되지 않고,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라고 정신의학자나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라는 것. 각 사례별로 단편적인 방법만 제시해놓고 있어 구체적인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이 책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직접 상담 사례를 연구하고 종합해 이 책을 펴냈다.

 

"내담자에게 현재 경험하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아버지와의 관계부터 개선해보자고 설득하면, 내담자는 관계 개선 이전에 아버지의 체벌과 학대로 받았던 마음의 상처부터 해결하고 싶다고들 말한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왜 어린 나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때렸느냐고 따지고 싶고, 사과받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그동안의 상담 경험으로 볼 때, 자녀가 과거 일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 부모들은 자녀의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하며 사과하기보다는 자기변명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녀들은 이런 부모의 태도에 더 크게 상처받는다."

- 「맞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은 없다」중에서

 


 

"가스등 효과는 대체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상대를 조종하려는 사람은 “너를 위해서 이렇게 하자는 거야”, “나를 좋아한다면서 이 정도도 못 해줘?”라며 은밀히 강요한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결정해주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데, 이 모든 게 결국 관계를 위한 것이거나 상대방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이득을 위한 강요다. 이처럼 상대의 마음을 조종해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현상은 가스라이팅 외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미성년자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다가가 친밀감과 신뢰를 쌓은 후에 성적으로 착취하거나 학대를 일삼는 그루밍(grooming)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 「생각을 조종하는 친밀한 학대」 중에서

 

저자 : 강현식(누다심)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이자 심리상담센터 대표다. 누다심은 ‘누구나 다가가는 심리학’을 의미하며, 심리학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주제로 집필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엄마의 첫 심리공부》,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욕 좀 먹고 살아도 괜찮습니다》 등이 있다. 도서관, 시민대학, 기업 등 심리학 강의를 요청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정확한 심리학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면 심리학 자문으로도 활동한다. 대표작은 OCN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이종범 작가의 웹툰 〈닥터 프로스트〉다.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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