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여행자들 - 일인 여행자가 탐험한 타인의 삶과 문장에 관한 친밀한 기록
추효정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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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혼자 해야 제 맛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독자만 들은 얘기는 아닐 것이다. 독자는 여행을 매우 좋아하지만 홀로 여행을 해본 경험은 많지 않다. 그것도 국내 여행뿐 해외 여행은 혼자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 이외에는 특별히 머릿속에 남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혼자 가지 않은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어도 우리 말 이외에는 별로 잘 하는 게 없으니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처음 해외 여행을 갈 때도 여러 명이 어울려 갔고, 둘이서 간 것은 아내와 함께했을 때뿐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것은 남아 있지 않다. 또 횟수가 잦아지면서 개인적인 특별한 첫 인상과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며 어떤 도시에 처음 갔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 도시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곳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인생관을 갖고 사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그저 보이는 것이 그 도시에 대한 인상이었고, 그곳 사람들의 삶이라고 믿어버렸다. 이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여행이 많다. 여행의 참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해 안타깝지만 지금도 주기적으로 해외 여행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를 할 만큼 하는, 나름대로의 알뜰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잊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2년 이상 여행을 못해 봐서 지금도 가지 못한 곳을 선정해 몇 곳을 둘러보기 위해 착실하게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 『나의 친애하는 여행자들』은 독자와 달리 '1인 여행자'로 불리우는 추효정의 여행 기록이라 더 관심이 간다. 타인의 삶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을 품은 채 전 세계 도시를 탐험하는 저자가 지난 10여 년간 써 내려간 여행의 문장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하니 독자로서는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1인 여행의 용감한(?) 실천자라는 사실과 또 여행지 사람들의 삶에 알맞는 여행 계획, 느낌을 적는 기록 등 독자가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여행은 비록 혼자 떠나는 여행일지라도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라고 한다.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길 위에서, 타인의 집 안 거실 구석에 놓인 소파에서 마주한 모든 순간이 수많은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다는 말에서 전달되는 느낌이다. 이 책은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세상과 소통하며 서로의 삶을 묻고 보듬는 여행자들에 관한 매우 친밀한 기록이라고 한다. 배울 점을 배워서 '1인 해외 여행'을 더 늦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싶다. 저자를 따라 해보고 싶고, 그의 여행에 대한 인식도 배우고 싶다.

 

“인생에서 노력 없이 저절로 되는 게 어디 있겠어요? 살다 보니 깨우친 거지. 굳이 살면서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게 되면 시간이 지나서 하나의 깨우침으로 다가오더라고요.”(p.46)

 


 

책에 따르면 여행을 통해 삶이 변화할 수 있을까? 분명 가능할 법한 일이다. 우리는 이방의 냄새가 가득한 낯선 여행지에서 이방인이 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기도 하니까. 그러나 그것이 여행의 모든 이유라기엔 조금 거창할지도 모르겠다. 프리랜서 라이터로 각종 매체에 글을 쓰며 틈이 나는 대로 전 세계 도시를 여행하는 저자 추효정에게, 여행이란 곧 타인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여행지의 관광명소를 둘러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로컬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저자는 자전거 여행, 히치하이크, 카우치 서핑 등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에 대한 기대, 타인에 대한 확신이 작가를 여행의 길로 이끌었다. 지난 10여 년간 가보지 않은 곳보다 간 곳이 더 많을 정도로 세계 여러 나라와 도시에서 여행을 즐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그런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그렇게 저자는 서울에서 밥벌이에 열중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부단히 이 나라 저 도시를 떠돌며 타인과의 여행을 실행에 옮겼다.

 

“여행을 통해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일흔둘의 삶도 아직까진 현재진행형이구나 깨닫게 돼. 이 나이에도 새로운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지.”(p.209)

 


 

이 책에는 누구나 한 번쯤 가보길 꿈꾸는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와 닮은 모습으로 각자의 도시에서 저마다의 삶을 꾸려가는 이들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가 여러 편의 드라마처럼 담겨 있다. 모스크바에서 육아와 새로운 직장 적응 문제로 바쁜 소피아를 만나 폐업 위기를 극복한 동네서점을 방문한 일, 남편과 남자친구를 동시에 사랑하는 핀란드 여자 박티의 집에서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목격하며 궁금증을 해소한 일, 그리스의 시골 마을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현지인 아저씨와 함께 그의 이혼과 부친의 죽음을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눈 일, 태국의 수도원에서 외국인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는 한스 스님으로부터 깊고도 간결한 깨우침을 얻은 일, 벨기에의 어느 도로 위에서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인 입양아와 만나 아쉬움 가득한 짧은 순간을 함께한 일, 언젠가 한국에 가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는 스리랑카 소녀 니샤를 만난 일……. 어느 여행지에서든 작가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곳곳에 있는 자기 삶의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내면세계를 확장해가는 일이 끝없이 이어졌다.

 

‘카우치 호스트로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항상 ‘사람의 냄새’를 언급한다. 사람마다 쉬이 지을 수 없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는 것을 내 집에 사람을 들이고 나서야 정확히 깨달았기 때문이다.(p.221)

 


 

여행지의 풍광과 음식이 아니라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가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면 작가의 여행은 한마디로 매우 밀도 높게 채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계획하고 조작하기라도 하듯, 작가의 여행은 늘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졌고, 그 속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타인을 만나 교감하면서 그들의 삶을 엿보았다. 책에는 무수한 여행자들이 우연한 여행과 만남의 과정에서 어느 순간 서로의 거리를 좁히며 도달한 친밀한 이해의 흔적이 뚜렷하게 묻어난다.

여행이 아닌 사람에 주목하는 이 책은, 작가에게 그 흔적을 남기고 간 친애하는 여행자들과, 오늘도 이방의 도시에서 낯선 얼굴을 한 다정한 이를 만나기 위해 익숙한 세상을 벗고 새로이 배낭을 꾸릴 무수한 여행자들을 위한 멋진 헌사가 되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3만 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하나같이 내게 물은 건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냐’는 거였어. 여행 시작하고 처음 몇 달은 어떻게든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애를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어. …… 여행이 내게 준 가장 놀라운 가르침은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거야.”(p.279)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하던 20대 시절이 지나간 뒤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인 여행자가 되었다. 여행을 떠난 길 위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을 만나고 헤어지는 행위가 수없이 반복되었고 ‘혼자’는 ‘함께함’의 또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었다.(p.155)

 

행복은 개개인마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잃지 않는 거예요. 한번 잘 생각해봐요. 당신의 삶엔 그것 혹은 그것들이 있는지.(p.254)

 

불안은 불안으로 오지만 불안은 불안으로 가기도 한다.(p.288)

 

저자 : 추효정

 

여행자, 작가, 인터뷰어, 마크라메 메이커, 걷는 사람, 자전거 여행자, 히치하이커, 카우치 호스트, 카우치 서퍼 그리고 호기심꾼. 월간 〈바앤다이닝〉에서 피처에디터로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타인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왔지만, 그것으로도 충족이 되지 않아 스스로 타인의 나라로 눈길을 돌렸다. 각종 매체에 프리랜서 작가로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는 동시에 전 세계 삶의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나의 친애하는 여행자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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