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 1 - 어느 교수의 전쟁 잊혀진 계절 1
김도형 지음 / 에이에스(도서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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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잊혀진 계절』은 현직 대학교수가 자신이 젊은 시절 직접 경험한 사실들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이다. 에세이라고 하지만 가벼운 읽을거리라기보다 거대한 신흥 사이비 종교집단과 그 교주를 상대로 한 싸움을 내용으로 한다. 저자 김도형은 대학생이던 시절, 신흥 종교단체를 접하게 된 1995년부터 그 교주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2009년까지의 14년 세월 동안의 사연을 자서전 형식으로 적었다. 책의 가장 앞 부분에 등장 인물 중 저자 김도형과 김형진, 교주 정명석 그리고 일부 언론인을 제외한 모든 이름은 가명 처리했음을 밝힌다. 내밀한 프라이버시까지 숨김 없이 드러내는 사안이기 때문이리라. 14년의 시간차가 말해주듯이 그 사연을 일일이 논하자면 장편소설 시리즈로도 부족할 듯하다. 그래서 저자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사실 위주로 기술하고자 '나'라는 1인칭 주어 대신 '김도형'이라는 3자적 시점에서 기술했다.

 

"황주연이 강제로 질질 끌려서 봉고차에 실려 떠나는 것을 모두 목격한 친구 이수정이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것이고 112 상황실은 차적 조회를 통해 납치범들의 주소지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 월명동인 것을 확인하고, 충남경찰청에 범인 검거의 지령을 내린 것이다. 마침내, 봉고차 문이 열리고, 황주연은 경찰에 구조되었다. ‘아, 나 살았구나. 나 정말 살았구나.’ 긴장감이 풀리자 황주연은 정신을 잃었다. 무참히 폭행을 당하며 납치되어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던 황주연은, 이렇게 친구 이수정의 신고로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이 사건은 다음 날 새벽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구중궁궐 JMS의 비밀인 정명석의 성 행각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p.83)

 


 

14년이 넘는 세월의 싸움동안 저자가 겪었던 사연은 소설책에서나 볼 듯한 사연들로 가득하다. 특히 사이비 신흥종교단체의 광신도들이 저자의 아버지를 상대로 잔혹하고 처참한 테러를 가했던 사실, 저자의 아버지가 테러로 대학병원에 입원하자 바로 그 종교단체의 신도가 저자의 아버지를 진료했던 사실, 그리고 교주가 숱한 여성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한국은 물론, 대만, 홍콩의 언론과 일본의 언론 및 호주의 언론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었던 부분에서 독자들은 전율이 일 만큼의 악랄한 범죄에 경악하게 된다. 저자가 한국, 대만, 그리고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과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교주를 추적하는 장면에서는 무슨 추리소설 같은 사이비 교주와 종교집단의 활동 무대의 넓음에 놀라게 되고, 한국 인천공항에서부터 홍콩 첵랍콕 공항까지 미행작전을 펼쳐서 교주를 체포하는 장면, 그리고 중국 북경의 극장에서 교주를 체포하기 위한 작전을 벌이는 모습에서는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증인은 300명이 넘는 여성을 정명석에게 성상납했고, 그 피해자 중 상당수를 증인이 다시 성추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돈을 뜯어내고, 강간하기까지 했지요?”

“…….”

“증인은 피해자들에게 고등학생, 유부남, 택시기사 등 닥치는 대로 남자들과 관계를 갖고, 어떤 체위로 했는지 증인에게 보고하라고 괴롭혔죠?”

“…….”

“말을 듣지 않는 여성들에게는 ‘니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냐?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보여 주겠다’고 협박하며 강제로 여관으로 끌고 가서 강간한 일이 있죠?”

“…….”

“그러고도 그들을 이용해 JMS에서 받은 돈 2억 1천만 원을 혼자 착복했죠?”(p.142)

 


 

현직 검사로부터 “인생 망가지기 싫으면 조심해라”라는 협박성 말을 듣게 된다면 누구든 위축되는 것이 인지상정일 터인데, 저자는 자신을 협박하던 신흥종교단체 소속의 현직 검사를 상대로 싸움을 벌여 결국 그 검사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면직되게 만들었으니, 저자가 거대 신흥종교단체와 싸우며 겪게 되는 스토리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그 어떤 소설에서도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저자는 다수의 수사기록, 판결문과 사진, 그리고 한국, 대만, 일본, 홍콩, 호주의 언론을 모두 인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면서 “종교단체가 이 책의 출간에 대하여 사소한 소송 한 개라도 제기하는 순간, 전면전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하는 만큼, 종교단체가 이 책의 출간을 빌미로 출판사나 저자를 상대로 과연 소송을 제기할지 그리고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그 결과가 어찌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 에세이는 사건 수사 기록, 주인공인 김도형의 사이비 신흥 종교단체에 대한 폭로 및 피해자 입장에서 법적 대응, 도주하는 범죄자를 찾아내는 수사관 같은 행적 등 한편의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르포 문학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또 범죄 행위의 악랄성을 폭로하기 위한 세세한 부분을 대하는 심리 묘사 등으로 사건 팩트를 기반으로 문학적 표현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이비 신흥 종교의 폐해, 교주의 위법 행위 및 범죄의 악랄함까지 모두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일부 선정적 묘사로 비쳐질 수 있는 사실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는 탁월한 문학적 기법을 갖추고 있다.

사건 수사 기록으로도 '범죄 구성'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매우 설득력 있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추리소설을 뛰어넘는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저자가 직접 뛰어다니며 얻은 자료와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정의로운 태도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육하원칙과 범죄 구성 요건, 동기, 과정, 결과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며 피의자 신문 조서로서의 성격도 잘 갖추고 있다. 사실이 오히려 더 극적이라는 점, 피해자가 다수라는 사건의 중대함 등 우리 사회의 일부 부조리한 시스템마저 고발하고 있어 문학의 사회적 기능도 함께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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