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요르카의 연인 - 쇼팽의 녹턴 선율 속에 녹아든 해군장교와 피아니스트의 사랑 이야기
신영 지음, 김석철 그림 / 북스토리 / 2022년 1월
평점 :
'소설가' 신영보다 '국회의원' 신기남으로 더 알려진 작가의 소설을 두 번째 접한다. 첫 작품인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에서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도시 두브로브니크를알게 된 이후 그가 삶과 역사와 정치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낼 때만 해도 그의 문학적 재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그의 문재(文才)가 보통이 넘는다는 감탄사를 연신 쏟아내며 읽었다. 이 소설은 문장의 유려함이나 완성도보다는 스토리와 배경이 더 관심을 끈다. 마요르카가 도시 이름인 줄 처음 알았다. 스페인 '라리가' 소속 축구팀 이름인 줄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우리의 이강인 선수가 소속된 1부리그 팀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번 작품도 오래 전에 구상했던 것 같다. 해군과 해병 장교를 육성하는 과정인 OCS(해군사관후보생대) 출신으로 해군장교로 병역을 마친 저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리처드 기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사관과 신사〉를 본 것이 계기라고 한다. 해군의 항공사관학교를 배경으로 한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한국의 OCS도 저처럼 훌륭한 이야기가 될 풍부한 잠재력이 있음을 직감한 그는 OCS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상했다. 하지만 그 소설이 멋지게 완성되기에는 와인처럼 숙성될 시간과 장소가 필요했다는 것.
위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작권 위배됨이 없이 백과사전에서 캡처해온 것입니다.
이러한 도시 풍경을 이해하는 것은 이 작품을 이해하고 속속들이 알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진해에서 마요르카까지,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운명 이야기이다. 입영열차가 진해역에 도착해서 무한한 미래를 품은 청년들을 역 앞 광장에 쏟아냈다. 해군장교가 되기 위해서 도착한 그들 사이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 이승현도 함께 있었다. 자유가 억압되던 군사정권 시절, 낭만적인 기질을 갖춘 법대생인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OCS에 합격해서 조국의 바다를 지킬 사명을 짊어지기로 한다.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혹독한 훈련 과정을 겪으면서 그는 군인으로서 장교로서 그 무엇보다 남자로서 눈부시게 성장한다.
가혹한 훈련 속에서 주어진 짧은 휴식, 이승현은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거리에서 우연히 듣게 된 쇼팽의 피아노 선율, 그 선율을 따라가다가 그 곡을 연주하던 피아니스트 김은주를 알게 된다. 쇼팽으로 엮인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람임을 첫눈에 직감하지만, 짐짓 그 운명을 시험하기로 한다. 하얀 정복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목련꽃처럼 늘어선 해군장교 임관식에 은주가 찾아오고, 그때부터 이 둘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게 된다.
이 작품은 다층적인 구조를 가진 소설이다. 해군장교를 거쳐 당당한 사내로 성장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디세우스처럼 방황하며 세계의 의미를 탐구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랑이 결국에는 운명처럼 이루어지고 마는 것을 목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혼을 공유한 진정한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이다. 진해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요르카에 도달했을 때, 이 소설은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 OCS 출신인 김석철 화백의 서정적인 삽화가 소설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진해역, 흑백다방, 초계구축함, 마요르카의 풍경 등 소설의 핵심을 포착해서 그대로 녹여낸 그림이 독자들을 소설 속 세계로 안내해줄 것이다. 『마요르카의 연인』은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에 이어 소설가 신영의 진가를 보여줄, 마요르카의 풍경처럼 아름다운 소설이다.
백학기(시인, 영화인) 씨는 "이 소설은 한 마디로 매혹적이다. 지중해의 푸른 섬 마요르카의 환상적 이미지가 주는 소설적 공간과 두 연인의 영원한 사랑의 이정표를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전설의 암시를 통해 제시하고 있는 점도 놀랍다. 해군과 벚꽃의 도시 진해를 배경으로 본격 첫 해군소설이 되는 이 작품은 신영 작가의 젊은 날의 초상처럼 감성과 열정, 그리고 고뇌가 담겨 우리를 감동케 한다. 읽는 내내 소설의 문장과 이미지들이 눈앞에 스크리닝돼 아름답고 멋진 영화 한 편으로 재탄생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평했다.
이 소설은 20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전설 : 주인공이 ‘자네’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고 반짝이는 붙박이별 같은 이야기. 오디세우스와 칼립소의 전설이 던져주는 암시. 나에게도 하늘에서 나를 지켜보는 칼립소가 있었을까? 2. 성당 밑 : 600년 된 성당 밑 마을. 목련꽃이 한창인 공동묘역. 찾아온 나그네는 무덤 앞에 발길을 멈추고 아득한 추억에 젖는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따라 옛 추억을 좇는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3. 진해 : 이야기는 삼십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과 벚꽃의 도시 진해. 진해역 광장에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해군에 자원입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목적지인 해군사관후보생대를 향해 행군해가는 그 대열에 주인공 현이 끼어 있다. 앞 3개의 장의 내용을 압축해 여기에 적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가 신영, 그의 영혼 속에 들어 있던 이야기라고 한다. 아마 자전적 소설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약력을 보아도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상당 부분 등장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 소설의 처음 제목은 '목련의 연인'이었다고 한다. 이 책 열 번째 소제목에 그대로 등장한다. 10. 목련의 연인 : 하얀 목련의 꽃말은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고 주가 가르쳐준다. 현은 백사전 전설을 얘기해준다. 둘은 첫 만남의 순간을 떠올리며 서로 첫 대면 순간에 느꼈던 심정을 고백한다. 그녀가 해군은 목련이라고 말하자, 현이 그들의 연인은 목련의 연인이라고 말한다. 연인이라는 말을 듣고 그녀는 짐짓 놀라는 척한다. 현과 주는 첫 키스를 한다. 현송, 호범, 규형의 연인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한선 중위가 진해로 부임해온다. 현이 정한선을 그린하우스로 초대하여 정한선에게 주를 소개한다.
저자 신영은 책의 뒷 부분 「작가의 말」 '오디세우스의 독백'을 통해 이 작품의 구상과 스토리 등에 관해 이야기 한다. "잔뜩 미루어지기만을 계속하던 소설의 구상이 실제로 지면에 옮겨진 시긴는, 내가 일상을 물리고 신영이라는 새 이름으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때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사실은 가장 적절한 때가 될 수 있다. 쓸 만한 소재와 능력이 그만큼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어언 소설 속의 주인공 현과 주는 한껏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했고, 그들 사이의 사랑 얘기는 오디세우스와 칼립소의 전설을 닮아간다. 급기야 그들의 몸과 영혼은 세상의 끝 마요르카에 있다."(p.305)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라고 했지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이 날이 갈수록 가슴에 와 닿네요.현, 당신이 이 글을 읽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읽게 된다면, 꼭 한 번 마요르카를 찾아주세요. 날 데리고 함께 오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며 지냈던 이곳을 와서 돌아봐 주세요. 그 자리에 내가 없다면, 내 영혼이라도 남아서 당신을 맞이할게요.”(p.273)
저자 : 신영(신기남)
본명은 신기남.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해군장교(OCS)에 지원 입대하여 군함을 탔다. 해군 중위 전역 후 사법시험을 거쳐 서울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KBS TV 〈여의도 법정〉, MBC TV 〈생방송 신변호사〉 사회자로 시민들과 얼굴을 익혔다. 정계로 진출하여 국회의원을 네 임기 하면서 정치개혁 바람을 일으켜 개혁정당(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고 집권여당 대표(의장)를 역임했다. 한글학계의 ‘외솔상’을 수상했고, 국가 최고의 도서관정책 기구인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문화선진국의 이상을 구현하기에 앞장섰다. 필명 ‘신영’으로 소년시절부터 품어온 희망대로 소설가의 길에 전념하기로 한다. 첫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을 출간하고 이어서 30년간 마음속에 두었던 해군소설을 낸다.
그림 : 김석철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했다. OCS를 거쳐 해군 중위로 전역해서 대우전자 폴란드 판매법인장, 서연 CNF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서초구 시니어 앵커, 실버넷 뉴스 영상부 기자 겸 앵커로 활동 중이다. 그림과 활쏘기로 여가를 보내고 있는 자칭 OPAL(Older People Active Lives)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