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에리카 산체스 지음, 허진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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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는 한 멕시코 출신 여성이 미국 사회에 적응하고 한 사람의 미국 시민으로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작품이다. 저자 에리카 산체스는 엄마한테 상처 줘서 미안해하는 딸. 죽고 싶어 해서 미안한 딸. 진짜 무례한 백인이 되고 싶은 멕시코 여자. 작가가 되고 싶은 여자, 이 소설의 주인공 훌리아를 통해 자신의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극복하고 '자유'를 쟁취하는 데 따른 각종 차별과 부당한 사회적 대우를 딛고 일어서려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서 한 사람의 미국 시민과 똑같은 노력을 하는데도 보이지 않는 사회적 벽에 둘러싸여 좌절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는 자신의 환경과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 소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자,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고 집안에 보탬이 되어야만 하는 K-장녀, 지적ㆍ감성적 성장을 저해하는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청년, 괴짜처럼 보일까 좋아하는 것을 맘껏 드러내지 못하는 고독한 자 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11개월 동안 상위권을 차지했던 이 소설은 신인 작가에게는 드문 상업적인 성공 외에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는 문학적 인정까지 얻었다. 〈타임〉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청소년 문학 100’ 안에 들어 세계적인 고전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 작품은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화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에미상 및 골든글로브상 수상 배우이자, 이민 2세대인 〈어글리 베티〉의 아메리카 페레라가 메가폰을 잡고 감독으로 데뷔한다고 이미 널리 알려졌다.

멕시코 이민자 가정의 막돼먹은 16살 소녀 훌리아의 삶은 국가와 세대를 넘어 많은 독자에게 공감과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슬픔이 명멸하고 의지가 불타오르는 생은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완벽한 멕시코 딸은 대학에 가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부모님과 함께 산다. 완벽한 멕시코 딸은 결코 가족을 떠나지 않는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멕시코 이민자의 딸,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의 주인공 훌리아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다. 그것은 훌리아의 언니, 올가의 역할이었다. 이야기는 올가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며 시카고의 가장 번잡한 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해 죽은 것이다. 올가의 죽음으로 훌리아와 가족들의 영혼은 산산조각 난다.

 


 

친하지도 않았고 이해하지도 못했던 언니. 너무도 다르지만 가장 가까운 존재의 죽음으로 인해 훌리아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업도 우정도, 영화처럼 찾아온 첫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올가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 같아 고통받던 훌리아는 하릴없이 언니의 흔적을 쫓는다. 그런데 이 죽음에는 뭔가 이상한 것이 있다. 조신하고(지루하고), 착하고(바보 같고), 똑똑하고(하지만 야망은 없음), 아름답고 완벽한 우리들의 올가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 올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게 아닐까? 이해받지 못하고 부모님의 속을 뒤집는 사고를 치는 건 내 역할인데? 어쩌면, 나는 엄마 아빠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지 모른다. 훌리아는 그저 평범하면서도, 약간은 수동적인 소심한 성격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훌리아처럼 명민한 괴짜 책벌레였던 작가가, 어린 시절 꼭 읽고 싶었던 용감한 라틴계 소녀의 성장 스토리를 직접 쓴 것이다. 상반되는 문화 속에서 자신다움을 찾기 위해 세상과 싸워야 하고, 그에 앞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싸워야 하는 이민자 가정의 자녀가 끝내 자신을 부정하는 일만은 겪지 않도록 돕기 위해 썼다고 한다. 작품 속 영어 교사 잉맨 선생님과 정신과 상담의 쿡 선생님처럼 잡지 『코스모폴리탄』 상담 코너를 통해 라틴계 자녀들을 위한 조언자 역할을 자처해 왔던 작가는 코미디와 미스터리의 요소를 적절히 섞어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토록 유쾌하고도 진지한 이야기는 어떤 측면에서는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용기와 격려의 메시지다.

 


 

이 책을 읽다보면 멕시코 이민자 가정이 겪는 각종 편견과 사회적 대우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언어 문제, 여성 문제 등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태, 그리고 예술과의 상관 관계 등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훌리아 레예스의 할머니 마마 하신타는 훌리아와 그녀의 어머니가 닮았다고 말한다. 훌리아의 어머니도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 불과한 자신의 현실이 자신이 꿈꾸는 화려하고 안락한 삶과 일치하지 않아 반항적인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이다. 훌리아의 어머니는 멕시코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다.

그토록 꿈꾸던 시카고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상세히 표현되지 못할 만큼의 폭력을 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민을 떠나오며 겪은 트라우마로 인한 폭력성은 두 딸들에게로 향한다. 착하고 순종적이어야 하며 '다른 삶'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매번 훌리아에게 반복한다. '현실과 다른 삶'을 꿈꿨고, 도전했으나 돌아온 것은 몸과 마음에 새겨진 폭력의 흔적뿐이었다. 사랑하는 딸들은 그러지 않길 바랬던 아마의 희망이었다. 오늘날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인종 차별과 사회적 편견 등과 맞물리며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억압과 폭력적인지를 각성시키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은 한 독자의 추천평이 눈에 띈다. “이민자 삶의 가혹한 진실을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멕시코인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 중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방지를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 사이에 '벽'을 둘러친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중남미 국가들에서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미국 내로 잠입하듯 국경을 넘기 때문에 미국의 사회 질서나 경제 문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개방 시대에 벽을 설치했다는 것이 단순한 '쇼'가 아닐 것이었다는 사실에 무게가 실린다.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까지 도착하는 길이 순탄할 리 없다.

특히 여성들은 '성폭행을 겪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뉴스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이민자로서의 정착은 머나 먼 길일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미국에서 그들은 대부분 불법 이민자로서 갖은 사회적 억압과 차별 대우, 심지어는 불법 폭행에 시달려도 하소연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그들 대부분은 비숙련 노동분야에서 일한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도 취업할 수 없으리라.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이 미국 사회의 좋은 일자리를 차고 들어갈 길은 정식 이민자에게도 어려운 일임은 우리도 잘 아는 사실이다. 깊은 인종 차별 때문이다. 이같은 사회적 현상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불법 체류자들이 막노동 등으로 일해서 돈 벌어도 자국의 10배 안팎의 임금 때문에 불법 이민은 줄지 않고 이들에 대한 불법 행위도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은 어느 사회나 있는 듯하다. 책 속의 이를 알리는 문장이 굉장히 많지만 몇 개만 소개해본다.

"아마는 항상 백인들에게 사과를 하는데, 나는 그게 창피하다. 그러고 나면 창피하게 생각한 것이 창피해진다.(p.16)

“온종일 요리하고 청소하는 순종적인 멕시코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노숙자로 살고 말지.“(p.22)

잘 알지도 못하는 친척들의 뺨에 일일이 입맞춤을 하지 않으면 아마는 말크리아다, 버릇없는 딸이라고 한다. “구에 로스 말 에두카도스(못 배운 백인들gu?eros mal educados)처럼 되고 싶니?” 아마는 항상 이렇게 묻는다. 굳이 묻는다면 맞다, 나는 진짜 무례한 백인이 되고 싶다.(p.92)

 


 

저자 : 에리카 산체스(ERIKA L. S?NCHEZ)

 

시인이자 소설가, 페미니스트, 이민자의 딸, 그리고 젊은 여성들을 위한 치어리더. 일리노이주 시서로의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스페인어와 영어를 함께 구사하며 자랐고,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와 뉴멕시코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코스모폴리탄』에서 라틴계 소녀들을 위한 성과 사랑에 관한 조언을 담은 칼럼을 연재했으며, 『롤링스톤』과 『파리 리뷰』에도 글을 기고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시와 소설 쓰기를 가르쳤고, 지금은 드폴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7년에 첫 시집 『추방의 교훈』을 출간함과 동시에 장편소설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를 발표해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근간으로 회고록 『욕실에서 울다』가 있다.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는 작가가 다초점 안경에 자수가 잔뜩 놓인 조끼를 입던 괴짜 소녀 시절부터 원해 온 유색인종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발표된 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작품성뿐 아니라 대중성도 인정받아 11개월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던 이 작품은 그 역시 이민 2세대인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역자 : 허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 『작가라는 사람』,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 할레드 알하미시의 『택시』, 나기브 마푸즈의 『미라마르』, 아모스 오즈의 『지하실의 검은 표범』, 수잔 브릴랜드의 『델프트 이야기』,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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